[2002. 5. 24] 감사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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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통협은 지난 5월 22일 감사원장에 공개질의서를 보냈습니다.
감사원이 F-X사업이 국가기밀에 해당된다며 자통협에서 지난 4월 1일 접수시킨 국민감사청구를 기각시키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어 이 같은 언론 보도가 사실인가를 묻고 그 부당성을 지적하는 공개질의서를 감사원장 앞으로 보낸 것입니다.
다음은 감사원장에 보내는 공개질의서 전문입니다.
감사원장에 보내는 공개질의서
1. 지난 4월 1일 저희 5인 대표는 542명의 서명을 받아 국방부의 F-X사업에 대한 국민감사청구서를 귀 원에 접수시켰습니다.
이에 대해 귀 원에서는 4월 29일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를 열고 F-X사업에 대한 국민감사청구 수용 여부를 논의했습니다. 당일 연합뉴스 보도에 의하면 감사원 측 심사위원들은 "FX사업이 국가안보와 직결된 국가기밀사항이기 때문에 국민감사청구 대상으로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고 합니다.
또한 최근 언론에서도 "감사원 측은 F-X 사업이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만큼 부패방지법 상 국민감사 청구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고 하면서 "감사원이 6월 초 예정된 F-X 사업에 대한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에서 사안을 각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한국일보 5월 19일 기사를 첨부합니다.)
2. 그러나 만약 위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법률 상으로 중대한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부패방지법의 제정 취지와 국민주권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결코 납득할 수 없습니다. 이에 다음과 같이 질의하오니 성실히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3. 먼저 F-X사업에 대한 국민감사청구 사항은 그 주요 내용이 "권노갑, 김홍걸, 최규선 씨 등 권력 핵심 인사의 F-15K 로비 의혹과 뇌물제공 여부", "보잉사의 불법 로비의혹", "최동진 획득실장 등 국방부 고위 공직자의 직권남용 의혹", "미국의 GE사가 F-15K 엔진공급사로 선정된 데 따른 불법 로비 의혹", "부품 공급 보장 문제" 등에 관한 것입니다. 이러한 사항들은 부패방지법 40조에 규정된 "공공기관의 사무처리가 법령위반 또는 부패행위로 인하여 공익을 현저히 해하는 경우"로서 국민감사청구의 적법한 요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이 같은 청구사항들이 무슨 근거로 국민감사청구의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보시는지 구체적으로 답변해 주실 것을 귀하께 질의드립니다.
4. 다음으로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은 그 적용을 지나치게 넓게 할 경우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공직자의 부패와 잘못을 은폐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게 되어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제 때에 척결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은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도 "국가기밀은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는 명백한 위해성을 가진 사실, 물건 또는 지식"(헌법재판소 1997.1.16. 선고 92헌바 6.26., 93헌바 34, 35, 36 결정')으로 판결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법원도 전원합의체판결(97도985 판결)에서 국가기밀은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기밀로 보호할 실질가치를 갖춘 것이어야 할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판례로 보더라도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은 국가안전에 대한 명백한 위험성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국한하여 적용되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에 우리는 이 같은 국방부 고위관리를 비롯한 권노갑, 최규선 씨 등의 불법로비 의혹, 보잉사의 불법로비 의혹을 사실대로 밝히고, 부품 공급 보장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어떻게 '국가안전에 대한 명백한 위험'이 된다고 보시는지 귀하께 질의를 드립니다.
우리는 국방부 고위관리를 비롯한 권노갑, 최규선 씨 등의 불법 로비의혹의 진상을 밝히는 것이 결코 국가기밀로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이 같은 의혹을 덮어두는 것이야말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팽패케 하여 진정한 안보를 해친다고 봅니다.
5. 또한 언론은 감사원이 "국민감사청구는 기각하되 '차기전투기(FX) 사업에 대해 10월경 자체 감사를 실시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감사원이 정당하지 못한 이유와 근거로 국민감사청구를 기각시키면서 자체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한다면 국민들은 누구나 감사원의 자체 감사를 국민감사청구를 회피하기 위한 얄팍한 술수로 밖에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감사원은 국민들로부터 청와대와 국방부의 눈치를 보느라 국민감사청구도 수용하지 못하면서 무슨 자체 감사냐는 비아냥만 듣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귀하께서 국가기밀이라는 전혀 정당성도 적법성도 없는 논리를 내세워 국민감사청구를 끝내 외면한다면, 그리하여 감사를 한갓 국방부에 면죄부를 주는 요식행위로 전락시킨다면 부정부패 척결의 국가적 책임을 스스로 저버린 것으로 또 무소신, 무책임, 무능 행정의 표본으로 두고두고 전국민적 지탄을 면치 못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해 둡니다.
6. 우리는 귀하께 부정부패방지법의 규정에 따라 '국방부의 F-X사업에 대한 국민감사청구'를 수용함으로써 온갖 의혹의 해소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기를, 그리하여 감사원에 대한 국민적 신망을 되찾게 되기를 바랍니다.
홍근수(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상임의장)
서경원(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공동대표)
진 관(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공동의장)
이문옥(전 감사원 감사관)
변연식(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