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군축

[2002. 8. 21] 조주형대령 실형선고에 대한 변호인단의 입장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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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선언 조주형대령 실형선고에 대한 변호인단의 입장


1. 오늘 2002. 7. 10. 공군 보통군사법원은 F-X 외압폭로 조주형대령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였다. 조주형 대령은 2002년 3월 초, F-X 차세대전투기도입사업이 F-15K 편들기로 위기에 처하게 되자, 언론을 통해 양심선언을 하였고, 이것이 빌미가 되어 군사상 공무상 기밀누설 및 금품수수혐의 등으로 구속 수감되었으며, 지난 6월 27일 군 검찰에 의해 징역 5년이 구형된 바 있다.

2. 그동안 벌어진 3차례 공판의 피고인신문 및 증인신문, 변론 등을 통해 조주형대령과 변호인단이 주장한 것은 "검찰이 주장하는 내용은 이미 언론에 보도된 사실로서 군사기밀이 될 수 없고 실무책임자로서의 협상전략의 일환이었으며, 대가성으로 돈을 받았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므로 조주형대령은 무죄"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출석한 증인들은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조주형대령이 FX 사업과정에서 보여준 헌신성과 공헌을 증언해 주었으며, 이를 통해 조주형대령의 진심이 무엇이었고, 양심선언의 배경이 무엇이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믿는다. 다소 불명확 점이 있었다면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한다"는 원칙에 따라 당연히 조대령의 이익에 따라 결정되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결과는 이러한 기대에 반하는 것이었다.

3. 변호인단은 유죄판결의 당부에 대해 별도로 논쟁하는 것은 뒤로 미루고, 이번 재판이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몇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군사재판의 구조적 불합리함이다. 군검찰과 군사법원은 군사법원법에 의해 조직된다. 군사법원법은 비법률가인 국방부장관 또는 소속부대사령관(공군참모총장 등)을 '관할관'(군사법원법 제8조)이라 하여 재판관의 지명권, 주심판사 지정권(같은 법 제26조 및 27조 등), 확인조치에 의한 감경권(같은 법 제379조)등의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조주형대령의 양심선언은 국방부장관 및 국방부 주요간부들의 FX 사업 외압 및 조작의혹폭로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들 군 수뇌부가 재판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셈이다. 과연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국방부장관은 군검찰사무의 최고감독자로서 검찰관을 지휘, 감독하고 있다(같은 법 제38조). 결국 조주형대령은 국민의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당한 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것이다.

둘째, 양형상 부당함에 대해서도 우리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백보를 양보하여 조주형대령에 공소사실이 유죄라고 하더라도 그동안 조주형대령에 대한 기무사 및 군검찰, 군사법원의 처분은 형평성에 어긋난 것이었다.
기무사는 당초 한겨레신문 보고서유출사건과 관련한 수사과정에서 엉뚱하게도 조주형대령의 금품수수에 대한 인지수사를 진행하였다. 또한 조주형대령이 30여년간 군과 국민을 위해 헌신했으며,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군검찰은 구속수사를 고집하였고, 군법원은 변호인단이 제기한 구속적부심과 보석청구를 기각하였다. 또한 종래 군고위장교의 경우, 조주형대령의 혐의보다 훨씬 중대한 죄질의 경우에도 기소유예되었던 많은 예가 있음에 비추어볼 때 군검찰의 기소는 형평성을 잃은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군검찰은 무리하게도 법정최저형이 5년(작량감경하면 2년 6월)인 특정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을 적용하여 기소함으로써 조주형대령의 유죄가 인정될 경우 중형을 선고받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우리 변호인단은 위와 같은 불합리한 처분들이 모두 조주형대령의 양심선언을 배경으로 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으며 국방부와 공군 수뇌부의 의도가 개입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우리의 이러한 의심은 오늘의 선고에서 통상 초범이며, 군에 지대한 공로가 인정되어 훈장을 다수 받은 경력이 있는 조주형대령에게 유죄인정에도 불구하고 선고할 수 있는 집행유예처분이 아닌 실형이 내려짐으로써 현실이 되고 말았다.

세째, 이 모든 것이 재판의 전과정을 통해 지적했듯이 이번 사건이 단순한 비리장교의 독직사건이 아니라 FX 사업의 파탄을 가져온 국방부의 외압과 조작에 대한 실무책임자의 저항이라고 하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사건의 본질을 외면한 재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것은 국방부와 공군의 부끄러운 역사 하나를 더 만들 뿐이다. 군사법원이 군검찰과 다름없이 조주형대령에 대한 공소사실을 확인하는데만 관심을 갖고 사건의 본질과 FX 사업의 진실을 규명하고자 하는 조주형대령과 변호인단의 노력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을 우리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4. 우리 변호인단은 다시한번 이번 보통군사법원의 결정에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으며, FX 사업의 진상을 포함한 사건의 실체규명과 양심선언 조주형대령의 조속한 석방을 통한 불구속재판이 이루어지기를 거듭 촉구한다. 아울러 조주형대령의 진실을 밝히는 노력을 중단없이 해나갈 것을 천명한다.

2002. 7. 10.

<양심선언 조주형 대령을 위한 변호인단>
이돈명, 유현석, 최영도, 최병모, 문한성, 도재형, 임종인, 송영길, 장완익, 김수정, 박갑주, 이민종, 김형태, 박승진, 이석범, 이용철, 한정화, 이상호, 최은순, 최 욱, 이현용, 이병일, 이유정, 안병희, 이덕우, 한상혁, 장유식(이상 서울), 이현주, 김주현, 송동호(이상 대전, 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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