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11. 9] 국방예산 삭감 촉구서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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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2일 국방예산 삭감 촉구 국회 앞 집회 후에 국방위원회 예산소위위원들에게 배포한 국방예산삭감 촉구서입니다.
남북 대결 조장하고 국민 허리 휘게 하는
2003년도 국방예산의 대폭적인 삭감을 촉구한다.
국방부는 2002년보다 6.4% 증액된 17조 4,064억 원의 2003년도 국방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천문학적 액수의 국방예산은 남북 화해와 민족의 통일, 한반도 평화 실현에 역행하는 것일 뿐 아니라 국민의 경제적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으로서, 마땅히 대폭 삭감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국방부와 일부 국회의원들은 오히려 '북한의 위협'과 '미래의 불확실한 안보 위협'을 내세워 GDP 대비 2.7%의 우리나라 국방비를 3%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남한의 국방비 누계가 이미 1980년을 전후하여 북한을 능가하기 시작하였으며, 그 결과 군사력에서 남한이 북한에 훨씬 앞서 있다는 것은 국내외의 유수한 군사 관련 전문 연구 기관들에 의해서 이미 명백히 밝혀진 사실이다.
현재 남한의 국방비 지출은 약 150억 달러로 15억 달러에 불과한 북한의 국방비(북한 당국 공식 발표)의 무려 10배에 육박함으로써 북한의 군사력에 대한 일방적인 우위를 꾀할 수 있는 큰 액수다.
이와 같은 조건에서 '북한의 위협'은 현실과 거리가 먼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국방부가 주장하는 '미래의 불확실한 안보 위협'도 근거 없는 막연한 주장에 불과하다.
국방부가 주장하는 '미래'가 주한미군이 철수한 후나 통일 후를 의미한다면 그것은 그 동안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대결이 주로 냉전과 남북 분단, 미군의 한반도 주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주한미군이 철수하거나 남북이 통일된다면 동북아시아에서의 군사적 위협은 도리어 현저히 줄어들 것이며, 따라서 국방부가 내세우는 미래의 불확실한 안보 위협이란 근거가 없는 막연한 추정에 불과하다.
우리는 국방부의 이와 같은 주장이 끊임없이 적을 양산함으로써, 그로부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고자 하는 군의 생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길 바란다.
한편 국방부가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곧 각국 국방비의 적정 규모를 산출해 내는 기준으로 될 수는 없다.
38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국방예산은 천문학적 규모이지만 미국 GDP의 3%에 불과하다. 450억 달러에 달하는 일본의 국방예산은 세계 2위이지만 일본 GDP의 1%에 불과하다.
국방부의 주장대로라면 국방비 규모 세계 상위 10개국의 국방비 총액보다도 더 큰 규모의 엄청난 미국의 국방예산이나 중국과 러시아의 국방비를 합한 것(러시아, 중국 당국 공식 발표)보다도 크고, 남북의 국방비 합계보다도 무려 3배 가까이 큰 규모의 일본의 국방예산에 대해서도 아직 적정 규모에 이르지 못한 작은 규모라고 주장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방위비를 기준으로 하면 매년 GDP의 3%를 상회하여 예산을 지출해 왔으며, 국방비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1998년까지는 매년 GDP의 3%를 상회하여 예산을 지출해 왔다. 더구나 그 누계를 기준으로 한다면 지금까지 방위비는 물론 국방비도 3%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국방비가 1999년 이래로 GDP의 3% 이하로 낮아졌다고 하나 'NATO 방식'에 따라 국방비를 산출할 경우, GDP의 3%를 상회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국방비가 GDP의 2.7%에 불과하다는 국방부의 주장은 산출 기준과 방식을 달리한 대 국민 눈속임에 불과한 것이다.
국방비의 적정 규모란 각국의 처지와 조건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으며, 각국이 지향하고자 하는 미래의 국가 상이나 국제질서에 복무하는 것이어야 한다.
남북 화해와 통일,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 실현이야말로 민족의 염원이자 우리가 지향해 나가야 할 미래의 국제환경일 것이며, 우리나라의 국방비는 이의 실현에 복무하도록 책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150억 달러의 남한의 국방비는 90억 달러의 러시아 국방비(러시아 당국 공식 발표)를 능가하며, 170억 달러의 중국 국방비(중국 당국 공식 발표)에도 필적할 만한 큰 액수로 중국, 러시아와 대등한 군비경쟁을 꾀할 수 있는 팽창 예산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이 큰 규모의 남한의 국방비가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와도 군비경쟁과 군사적 대결을 불러와 남북 화해와 민족 통일,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 실현에 역행하리라는 것은 새삼 부연할 필요조차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국방비는 군비경쟁을 막고 남북 화해와 민족 통일,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 실현에 복무하도록 대폭 삭감되어야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2003년도 국방예산은 전력투자비로 2002년보다도 4.7% 증액된 5조 7328억 원을 책정하고 있다.
그런데 그 세부 내역을 보면 국방부는 F-X, KDX-Ⅲ 등 국민들로부터 줄곧 도입의 부당성을 지적 받아 왔던 사업들에 각각 4565억 원, 719억 원 등을, 또한 ATACMS나 AGM-142와 같은 공격적 무기 도입에 각각 1553억 원과 181억 원 등을 책정하고 있다.
그러나 F-X 사업은 사업의 타당성과 공정성 및 투명성의 결여로 강력한 국민적 저항을 받아왔으며, 정식 계약 이후에도 보잉사의 농락으로 절충교역마저 속빈 강정으로 되고 있다. 따라서 F-X 사업은 즉각 중단되고 전면 재검토되어야 마땅하다.
KDX-Ⅲ 사업 역시 남한의 미국의 MD 참여 의혹을 받고 있고, 그에 따른 한반도 및 동북아 군비경쟁의 우려를 낳고 있으며, 국방부 획득관리규정과 국회 예산회계법을 어겨 급기야 국민감사청구 대상으로 된 사업이다. 따라서 KDX-Ⅲ 사업도 즉각 중단되어야 마땅하다.
이와 같이 숱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 무기 도입 사업들에 수백 억 원에서 수천 억 원에 이르는 예산을 배정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예산 낭비이자 국민에 대한 도전적인 행정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북한의 미사일 기지에 대한 정밀 폭격을 노리는 사거리 110㎞의 AGM-142의 도입과 북한의 후방기지를 공격 목표로 하는 사거리 300㎞의 ATACMS 도입은 이번 국방예산의 선제공격적 성격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선제공격용 무기의 도입은 부시정권의 대북 선제공격 전략과 맞물려 남북간 군사적 대결을 더욱 격화시키게 되리라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타당성과 공정성, 투명성을 결여한 주요 전력증강사업들과 대북 선제공격용 무기 도입을 위한 국방예산들에 대한 전면 삭감을 주장한다.
2003년도 국방비에서 전면적으로 삭감해야 할 항목 중의 하나가 주한미군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이다. 2002년도보다 10.4%나 증액된 6,133억 원에 달하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그 명분도 근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분담금 이외의 1조 원을 상회하는 주한미군에 대한 직, 간접 지원비는 국방비는 물론 국가재정에도 큰 부담으로 되고 있다.
주한미군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남한에 주둔하고 있다는 것은 미 대통령이나 주한 미 대사, 주한미군 사령관 등이 누누이 공언해 왔던 바다. 한미소파 5조 1항에는 주한미군 주둔비를 미국 스스로 부담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1991년에 체결된 '한미소파 5조에 관한 특별협정'은 한미소파 5조의 기본 정신을 훼손한 것으로서, 원천적으로 무효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그 동안 독일의 7∼8배, 일본의 4∼5배에 이르는 주한미군 주둔비를 분담해 왔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는 91년 이래로 매년 국방비 증가율의 2∼3배에 이르는 10∼30%의 주둔비 분담금을 인상해 주었으며, 주둔비 분담금 이외에도 기지 이전료, 카추사 인건비 등의 직접 지원과 토지 공여, 인력 지원, 국세·지방세·관세·도로 통행료 면제, 전기료·수도료·전화요금 할인 등의 간접 지원을 합쳐 1조 원 이상을 지원해 왔다. 만약 부동산 공여액을 공시지가가 아닌 시가 기준으로 환산한다면 간접 지원액은 수 조원으로 상승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방부는 미군에 대한 토지 공여 과정에서 소유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거나 강제로 동의를 받아 냄으로써 재산상의 각종 불이익을 주고 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동을 자행하였다.
이와 같이 연간 2조 원에 달하는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 및 직, 간접 지원비는 지불되어야 할 그 어떤 명분과 이유도 없다. 오히려 우리가 주한미군으로부터 임대료 등을 받아 내는 것이 마땅하다.
이에 우리는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의 전면 삭감을 촉구한다.
이밖에도 국방부는 K1A1 전차 성능 개량 사업, 다목적 헬기 사업 등 이미 압도적인 대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들에 대해서도 불요불급한 예산을 책정해 놓은 바, 이들 사업에 대한 예산도 전면 삭감되어야 한다.
한편 국방부는 2002년도보다 7.2% 증액된 11조 6,736억 원의 경상운영비를 책정하고 있다. 그러나 비대한 경상운영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은 국방비 증액을 외치는 국방부와 국회의원들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현행 군 구조와 병력을 그대로 두거나, 군 복무기간 단축 등의 소극적인 방식으로는 공룡과도 같은 저 거대한 경상운영비를 획기적으로 줄여나갈 수 없을 것이다.
오로지 전면적인 군 구조 개혁과 과감한 병력 감축만이 경상운영비를 줄일 수 있는 첩경일 것이다. 따라서 국회가 경상운영비를 삭감하여 군 구조개혁과 병력 감축을 강제하고, 선도해 나가는 것은 우리 군의 정상적인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자,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불요불급한 국방예산을 삭감하여 경제난에 대비하고 국민들의 복지 증진을 위한 예산으로 쓰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가 97년 경제위기 때와 같이 다시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과 같은 때에는 더욱 절박한 국민적 요구로 될 것이다.
국방부는 국방비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산업평균치보다 크다고 주장하나 IMF 당시 한 민간경제연구소의 연구 결과는 국방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국방지출은 정부고정자본이나 민간고정자본으로 돌려쓰는 경우는 물론 정부소비나 민간소비로 돌려쓰는 경우보다도 생산유발계수와 부가가치유발계수가 낮다는 것이다.
국방지출이 대부분 소모적인 지출이라는 점에서 이런 연구 결과는 당연한 것이다.
이와 같이 국방비를 삭감하여 경제난에 대처한다는 것은 그 실효성이 확실히 담보되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국방비를 삭감하여 민중 복지 증진에 돌려쓰는 것은 또한 복지예산의 확보와 그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다.
정부는 '2003년 나라 살림 역점 부분'의 첫째 자리에 '더불어 사는 복지사회 구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책정되어 있는 예산을 보면 그 구호가 무색하기 짝이 없다.
사회복지 관련 예산 증액이 9,263억 원에 불과하며, 중산·서민층 생활 향상 지원 예산도 5,939억 원에 불과하다. 쌀 개방으로 생계가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쌀 경작 농가에 대한 소득 안정 지원 예산도 5,589억 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만약 2003년도 국방예산을 10%만 삭감하여 1조 7,000억 원의 재원을 확보한다면 사회복지 관련 증액 예산을 두 배로 늘릴 수 있을 것이며, 중산·서민층 생활 향상 지원 예산이나 쌀 경작 농가에 대한 소득 안정 지원 예산을 3배로 늘릴 수 있다.
아울러 동일 액수의 국방비 지출보다도 생산 증대나 부가가치 증대를 가져와 경제회생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국방비를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우리 경제가 국방비 부담에서 벗어나고 국민경제와 민중복지를 반석 위에 올려놓는 궁극적인 길은 한반도 평화 실현과 민족 통일을 통한 평화군축밖에 없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북한의 핵 개발 문제를 둘러싸고 북미간의 대결이 첨예화되고 수구세력의 무모한 전쟁 불사 주장으로 우리 민족의 운명이 언제 미국의 핵전쟁의 희생양으로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평화군축만이 우리 민족의 희망임이 더욱 웅변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이제 국방부와 국회는 지금까지의 국방비 증액→군비 증강의 외길 사고에서 탈피하여 국방비 삭감→군비 축소로 과감히 발상을 전환함으로써 평화군축의 거보를 내디뎌야 한다.
200억 달러의 군사비와 200만 명의 군 병력으로 상징되는 남북간 군사적 대결 속에서는 더 이상 민족의 미래를 찾을 수 없다.
2002년 10월 22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외,
6·15남북공동선언실현과한반도평화를위한통일연대, 다함께,
MD저지와평화실현공동대책위원회, 청년학생반전위원회,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노동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