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1. 21] IAEA와 NPT를 중심으로 본 핵문제의 국제적 불평등성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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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희기고>IAEA와 NPT를 중심으로 본 핵문제의 국제적 불평등성
(민중의소리에서 퍼옴)
북한 핵문제가 나라안팎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북핵문제는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민족내부문제인 동시에 동북아의 안보를 불안케하고 핵비확산체제의 존립을 위태롭게하는 국제문제라는 이중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북한핵문제의 해법은 모두 한결 같이 크게 4가지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첫째, 북한은 믿기 어려운 나라이고, 이 문제의 모든 원인제공자는 핵무기비확산조약(NPT), 북미핵제네바합의서(1994) 그리고 남북한비핵화공동선언(1992) 등 국제규범을 위반한 북한이다.
둘째 한.미.일 중.러 등 국제사회가 북한에 외교적 압력을 가해야 한다.
셋째 원인제공자인 북한이 핵동결해제조치를 원상회복하고, 무조건 양보해야 한다.
넷째, 그러나 핵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되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핵위기의 모든 책임은 북한이고, 북한이 양보해야 해결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이 전제가 절대적으로 옳은 얘기일까?
역지사지로 북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역지사지로 북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인구 2500만도 안되고, 오랫동안 식량난과 에너지난 그리고 어린아이가 70만 정도 기아상태에 있는 조그만 가난한 나라가 세계 최고의 富와 모든 情報를 보유한 초강대국인 미국을 상대로 자국의 민족자존과 핵주권, 군사주권을 위해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지키고 있는 일이 얼마나 힘들 것인가.
더구나 탈냉전 후 중국과 러시아도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는 후견국가가 아니지 않는가.
지금 미국은 9.11테러사태 이후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 하에 국제사회의 평화와 협력증진을 강화하기보다는 자국의 국익만을 위해 국제규범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군사적 패권주의만 날로 확장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어 우방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현재 선진국 중에 국제규범을 가장 지키지 않는 나라는 미국이라 것이 미국학자들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북핵문제에서도 미국의 일방주의는 여전하다.
북핵문제는 4가지 주요한 관점에서 보아야 객관적 진단이 가능하다.
우선 북핵문제발단에 대한 정확한 사실이 밝혀져야 하고, 다음으로 이것을 판단하는 국제규범인 NPT는 과연 평등한조약인지, 이것을 둘러싼 미국의 동북아 이해는 무엇인지 그리고 핵문제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주는 영향은 무엇인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우리는 북핵문제의 판단기준으로서 NPT와 IAEA 사찰을 비롯한 기존 국제규범을 지나치게 절대시하는 경향에서 이제 탈피해야 한다.
탈냉전이후 국제적 시대정신에 따라 과거 냉전시대에 강대국의 강요로 근본적으로 불평등하게 체결된 조약은 이제 정비되어야 할 때이다.
우선 북핵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상은 현재로서는 언론이 미국의 목소리만 애기하고, 북한의 주장은 객관적으로 전혀 보도하지 않는 상황이다.
둘째로 핵문제 판단기준으로 1994년 제네바 합의서를 북한만 위반하고, 미국은 잘 준수하였는지에 대해서도 양식있는 전문가는 동의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핵문제를 판단하는 기준인 핵비확산조약(NPT), 남북한비핵화공동선언에도 근원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미국,소련 영국 등 핵국들의 주도로 협상이 진행된 NPT조약은 모두 11개 조항으로 되어 있으며, 1968년 62국이 서명하고, 1970년 발효되었으며, 유효기간이 25년이었으나, 미국를 중심으로 한 강대국의 강요로 1995년에 무기한 연장되었다.
NPT는 크게 세가지 목적을 갖고 있는데, 수평적 핵환산의 방지, 핵국들의 핵군축 및 비핵화 촉구 그리고 엄격한 안전기준하에서의 핵의 평화적 이용 장려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모든 국가들이 이를 준수한다면 NPT는 지구를 핵의 위험으로부터 구제할 이상적인 장치인 셈이나, 냉엄한 국제정치현실은 결코 이를 결코 이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NPT는 처음부터 구조적인 취약점을 안고 출발하였다.
NPT는 핵국과 비핵국사이의 “핵의 남북대결”을 영구화시켜
첫째, 정작 핵확산금지의 대상으로 올라있던 대부분의 요주의 국가들이 서명을 거부함으로써 NPT는 알맹이 없는 조약으로 출발하였다.
인도,파키스탄,아르헨티나,브라질,남아연방,이스라엘 등 핵능력과 핵보유의지를 가진 것으로 믿어지는 국가들이 불참한 가운데 숫자만 풍성한 조약으로 출발한 것이다.
둘째,NPT는 성격상 핵의 남북문제를 야기할 수 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심각한 “핵제국주의”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과 소련이 수직적 핵확산을 계속하면서 수평적 핵확산 억제정책을 펴고 있는 것은 제3세계 일각에서는 제국주의 현상으로 보고 있다.
NPT 조약 제2조와 3조에서 규정한바에 의해 비핵국들은 핵병기의 제조나 보유를 포기해야 함은 물론 모든 평화적 핵이용에 있어서도 IAEA의 핵사찰을 받을 의무를 가지는 반면, 제6조에 기술된 핵국에 대한 핵군축 촉구는 강제조항은 아니어서, 기존 핵국들은 핵무기의 생산과 배치를 계속함은 물론 IAEA의 핵사찰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NPT는 수평적 핵확산만 규제하고 수직적 핵확산은 허용하는 불평등조약으로서 모든 비핵국들을 영구히 비핵국으로 남게함으로써 기존 핵국들에게 핵기득권의 보호측면에서 획기적인 외교적 수확이 되는 반면, 핵국과 비핵국사이의 “핵의 남북대결”을 영구화시키는 구조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남북대결적 구조는 핵확산방지에 있어서 한계성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
핵폭발물제조는 기술의 보편화,상대적 경비부담감소, 불법거래 등 우회경로의 다변화 등으로 인해 많은 나라의 경우 정치적 결정만 필요 할 뿐이다. 따라서 추후핵확산의 여부는 기술의 유무보다는 動因의 유무에 달려있다고 보아야 한다. 전후 영국이나 프랑스가 2등국가로서 전략을 모면하기위해 핵무장을 서둘렸던 것처럼 국가에 따라서는 “영향력의 확대”가 강력한 핵동인이 될 수 있다.
셋째,NPT는 핵무장을 포기케하면서도 비핵국에게 안전보장장치는 되지 않는다.
핵보유는 국가안보,정부의 권위,과학기술의 모멘텀 등 여러 가지 동인으로 추진되며, 이중에서도 안보문제는 가장 설득력이 강한 핵동인이 되고 있다. 이스라엘이나 파키스탄 같은 나라들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NPT서명을 거부하였으며, 서명국인 타이완 역시 안보 등을 이유로 핵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볼 때, 핵국 또는 잠재적국의 외교적 표현을 믿기보다는 궁극적으로 그들이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위협수단에 대비할 수 밖에 없는 현실주의적 국제사회속에서 비핵국들이 적국들의 핵불사용 약속이나 핵우산 등 선언적 정책만 믿고 언제까지나 비핵국으로 남으리라고 기대하기는 무리이다.
넷째,비록 NPT가 핵국들의 주도로 이루어 졌다고는 하나,국익향배에 따른 편가르기로 인해 핵국들간의 “북북갈등”이나 비핵국들간의 ”남남갈등“의 소지를 가지고 있었다.
프랑스는 NPT에는 불참하나, 비핵국에 대한 핵보유억제에서는 NPT서명국과 꼭같이 행동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는데, 이는 프랑스가 핵국간의 국위경쟁에서는 美蘇의 영향력 격차를 줄이기위해 자유로운 핵무기의 개발 및 실험을 계속함과 동시에 비핵국의 핵무기보유방지에는 협조함으로써 자국의 핵기득권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중국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NPT참가를 거부했는데, 프랑스와 중국 두나라는 미소가 1963년 부분핵실험금지조약이후 대기권핵실험을 중단한 이후에도 세계의 비난을 무릅쓰고 대기권핵실험을 각각 1974년과 1981년까지 계속했었다.
이와같은 프랑스와 중국의 이중적 입장은 핵의 남북대결과 북북경쟁을 동시에 드러내었다.
다섯째, 핵물질의 禁輸나 IAEA사찰은 그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 軍事用 핵기술과 民需用 핵기술의 구분의 난이성,핵선진국들간의 수출경쟁, 불법우회거래의 다변화 등으로 NPT의 禁輸조항은 처음부터 실효성이 의심되는 부분이었다.
NPT 규정에 의하면, 서명국은 자국의 핵시설중에서 사찰대상이 되는 핵물질을 취급하는 곳을 IAEA에 공표하여 IAEA가 사찰을 실시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결국 IAEA는 공표되지 않은 핵시설을 사찰할 수 없는 것이며, 사찰대상의 선정은 주권국가의 의지에 죄우지 될 수 밖에 없다.
여섯째, NPT는 위반사항을 규명하는데 있어 많은 문구상의 모호성을 가지고 있으며, 위반사항이 규명된다 하더라도 그 제제에는 현 국제사회 체제의 특징상 또는 제제국과 피제제국사이에 쌍무관계에 따라 여러가지 한계가 따른다.
NPT 제4조와 제5조는 핵에너지 생산과 관련한 물질의 거래 및 평화적 핵폭발( Peaceful Nuclear Explosions 또는 PNEs)을 허용하고 있는데, 군사용 핵기술과 민수용 핵기술의 구분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모호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모호성을 적극 이용한 예가 1974년 인도의 핵실험이다.
비록 NPT가입국은 아니었지만, 인도는 1974년의 핵폭발이 채광, 수리시설, 토목공사에의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평화적 이용이므로 NPT 내용에 합당한 것으로 강변하였다.
이처럼 NPT는 구조적으로 애매모호성을 특징으로 하면서 비핵국의 의무는 법적 구속력있는 조항, 핵국의 의무는 선언적 규정으로 하는 불평등 조약이다.
그래서 5년마다 개최되는 NPT 평가회의는 비핵국들이 핵국의 핵실험중지,핵국들의 실질적인 핵군축 실시,비핵국에 대한 핵불사용 보장, 개도국의 평화적 핵이용에 실질적인 도움,평화적 핵폭발을 보장하기위한 제도적 장치마련, 핵사찰은 핵국 및 비핵국 모두에게 실시할 것 등의 요구를 강하게 요구하곤 하였다.
이와 같이 NPT는 구조적으로 전형적인 불평등조약으로서 비핵국(Nuclear Haves)의 핵보유는 금지하면서도 강대국(미국, 소련, 영국)의 계속적인 핵무기생산 및 배치는 허용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즉, 비핵국(Nuclear Have-nots)은 핵무기의 제조나 보유를 포기해야하며, 자국의 모든 핵시설이나 핵물질에 대하여 IAEA의 핵사찰을 의무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반면 핵국들의 핵불사용 및 핵군축 약속은 선언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비핵국에게는 일방적으로 의무만을 규정한 불평등 조약이다. 그래서 NPT 이후 5년마다 열리는 평가회의는 ‘핵의 남북대결장’이 되어왔으며, 매번 기존 핵독점적 구조를 지키려는 핵국과 이를 항의하는 비핵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어왔다.
한국의 핵정책은 “東西”와 “南北”이라는 두 좌표를 모두 적용해야
비핵국인 한국이 핵의 남북정치관점에서 NPT를 본다면 결코 바람직한 이상형이 아니며,국제정치무대에서 다수인 南의 입장을 계속 외면하고, 한미관계 일변도의 자세를 취하는 것을 장기적인 국익에 부합하는 외교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핵문제에 관한 정책결정을 함에 있어 사안별로 동서문제와 남북문제를 구분하여 국가안보와 외교실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비록 한미관계는 동서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는 우리의 안보면에서 막중한 중요성을 가지는것이 사실이나, 이것을 그대로 국제 핵외교무대로 옮겨놓는 것은 장기적인 외교실리나 민족자존을 위해서도 바람직 하지 않다.
한국의 핵정책은 “東西”와 “南北”이라는 두공간에서 확실한 좌표를 설정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라도 핵문제와 군사관련 기존 국제협정( NPT와 IAEA사찰 등 )을 너무 절대시하거나 과신하는 우리의 사고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