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11. 11] [참여연대] 한국형다목적헬기(KMH) 사업 재검토 요청 의견서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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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자: 2003-11-10
한국형다목적헬기(KMH) 사업 재검토 요청 의견서
□ 개요 및 주요경과
- 한국형다목적헬기(KMH) 개발 사업은 연구개발비 2조원, 획득비용 13조원을 합쳐 총 15조 8000억원이 소요되며, 운영유지비까지 합칠 경우 30조원대의 국민세금이 사용되는 사업임.
현재까지 진행된 무기도입 사업중 단일 항목으로는 최대규모의 사업임.
-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9월 30일 국무회의석상에서 `엄청난 시간과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인 만큼 헬기개발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방법을 강구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음.
- 지난 11월 6일(금) 국회 국방위원회 예결위에서는 2004년도 개념개발비 관련 예산 50억 원 중 30억 원만 배정하고, 이 또한 감사원 감사결과와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 고려하여 국회 동의 하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전제 조항을 제시함.
- 오는 11일(화) 국무회의에서 한국형다목적헬기 사업과 관련된 의결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
□ KMH 사업에 대한 문제제기
- 국방부는 지난 11월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예결위에서 `한국형다목적헬기 개발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한 바 있음. 문제제기는 이번 발표 내용에 대한 반론 및 사업진행상의 절차와 내용적 문제에 관한 것임.
1. 사업 진행 절차상의 문제
○ 과도한 소요제기
- 국방부는 현 보유 헬기 700여대 중 교체시기가 곧 도래하는 헬기가 다수이므로 사업추진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음. 하지만 2003년 국정감사에서 국방부는 `KMH 사업으로 실제 헬기가 양산되는 2012년까지 도태계획 중인 헬기는 20~30대 밖에 되지 않는다`(뉴스위크 2003.9)고 스스로가 밝힌 바 있음. 따라서 사업의 소요 제기 자체가 과도하게 책정된 것임.
○ 졸속적인 사업추진
가. 국민여론 수렴절차 배제
- KMH 사업과 관련된 의결이 있었던 제4회 항공우주개발정책심의회와 국무회의에 앞서 어떤 절차의 국민의견도 수렴하지 않은 채 국책사업으로 결정하였음. 이번 사업은 30조원의 국민세금이 소요되는 사업임에 따라 반드시 국민적 여론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임.
나. 유일한 검토 보고서인 KDI 보고서의 부실의혹 제기
- 30조원대의 국민세금이 소요되는 국책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보고서로는 유일하게 한국개발연구원(KDI) 용역 보고서뿐임.
- KDI는 타당성 검토에 대한 용역을 발주처인 국방부와 산업자원부의 산하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연구원(KIDA), 산업연구원(KIET)에 역하청을 줌에 따라 보고서 자체의 독립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되었음. 또 ADD 원장과 KIET 소장은 이번 사업의 실질적 승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항공우주산업개발정책심의회 위원이기도 함.
- KDI로부터 연구용역을 하청을 받은 ADD는 `다목적헬기 형상 M&S 실험실 능력보강비` 명목으로 받은 8000만원의 연구용역비 중 7,800만원을 사무실 시설보강비, 에어콘·냉장고·노트북 구입비 등의 명목으로 불법 전용하였음이 감사원 감사결과에서 밝혀졌음. 이번 검토보고서의 내용적 충실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음.
다. 항공우주개발정책심의회도 개최하지 않고 범정부 차원의 국책사업으로 의결
- 지난 9월 19일 열린 것으로 알려졌던 항공우주산업개발정책심의회(위원장 고건 국무총리)는 실제로 회의 자체가 소집도 되지 않은 채 관련 위원들에게 서면으로 서명만 받은 것으로 밝혀졌음. `항공우주개발촉진법시행령`에는 `회의는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명시되어 있음에 따라 정부 스스로가 관련법을 위반한 것임. 참여연대의 이런 지적에 따라 산업자원부는 당일 해명보도자료를 발표한바 있지만 `위원 14명 전원 심의하여 전원 찬성 의결했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서면 의결이 가능하다는 상위 법률을 제시하지 못했음.
- 아울러 항공우주산업개발정책심의회는 `공공기관의기록관리에관한법률시행령`에 의거하여 `의무적으로 녹취록과 속기록을 첨부`하도록 지정된 12개 국가주요회의의 하나임에 따라 정부는 이 법률 또한 위반한 것임. 산자부는 해명자료에서 `회의록 작성의무는 서면심의인 경우 안건심의 결과서로 갈음한다`는 행정자치부 내부 시행세칙만을 제시했음. 내부 시행세칙으로 시행령을 대체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임.
2. 사업 내용상의 문제
○ 다양한 사업 방안들에 대한 검토가 전무함
- 국내개발만을 전제로 한 사업 검토를 제외하고는 다양한 추진방안 및 사업의 필요성 등에 대한 비교검토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음. 이런 규모의 대형국책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각각에 대한 비교검토작업을 선행되는 것이 바람직함 절차임. 다양한 타당성 검토를 하지 않고 진행했던 대형 국책사업이 각종 부실로 이어지거나, 천문학적 국민세금이 소요되고 나서 재검토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사례가 다반사임.
○ 경제적 타당성이 높지 않음
- KDI 보고서는 KMH 사업의 경제적 측면에 대해 `비용과 부가가치 비교시 경제성이 높을 확률이 큼`이라는 애매모호한 결론만을 내린 상태임. 따라서 경제적 타당성이 높다는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 것임. 아울러 `국방예산규모를 고려시 향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덧붙였음. 이렇듯 경제적 타당성과 관련해 애매모호한 판단만을 가지고 30조원의 국민세금을 사용하겠다는 것은 무리한 추진으로 밖에 볼 수 없음.
- 현재 군을 제외한 민간 시장규모는 협소한 상태임. 1998년까지 국내에서 정부와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헬기는 126대 정도이고 매년 10여대 가량 증가되고 있음. 신규 소요량 창출도 좁은 한반도의 지형 등을 감안하면 늘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임. 게다가 세계 민수헬기시장도 감소 추세임.
○ 검증되지 않은 기술능력
가. 제작 능력에 대한 의구심
- 국방부는 KMH 사업 추진계획에서 500MD, UH-60 등의 기술도입생산을 통해 조립 및 정비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선진국 대비 30~70% 헬기개발 기술수준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힘.
- 그러나 한국의 항공기 설계 및 개발기술은 선진국의 기술수준에 비해 30%가량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평가(한국 군사학회「군사논단」1996년 겨울호)되고 있음. 항공전문화업체 지정에 따라 KMH 사업을 담당하게 될 한국항공(KAI)의 경우도 설계 기술도 없이 과거 BO-105, SB-427 조립생산만을 해 왔던 기술만 가지고 있음. 이마저도 제대로 결실을 맺지 못했음. 대우 중공업이 진행하던 독일 유로콥터사의 BO-105 제작 사업의 경우 당초 120대에서 12대만 생산되는 것으로 종결됨. 삼성항공이 미국 Bell 사의 공동 기술개발로 제작중이던 SB-427의 경우도 2대 가량 생산되었으나, 팔리지 않고 있다가 2000년 중국에 1대 수출했다고 KAI 측이 발표한 바 있음.
- KDI 조차도 우리 기술 수준을 `개발할 만한 수준`이 아닌 `조립에 불과한 수준`으로 파악했음. 따라서 `조립`으로 차세대 헬기를 개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소 7~10년으로 잡은 것임.
나. 항공 선진국들조차 예상개발시간 및 비용이 초과되는 사례가 다반사임
- 항공 선진국의 경우에도 최초 예산보다 300~100%까지 추가로 비용이 들어가는 추세임. 이 경우 20년 개발에 개발비만 20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고 있음.(2003 국정감사 자료집)
- 정찰 및 경공격헬기인 미국의 RAH-66 코만치의 경우 86년 개발에 착수해서 6조원 이상의 개발비가 들어갔으나 아직도 개발이 끝나지 않은 상태임. 개발기간만 20년 이상이걸리고, 개발비용은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됨.
- 유로콥터사의 타이거는 1989년 개발이 시작됐는데 실전배치 1호기가 납품되기까지 10여 년의 시간이 걸렸음. 가격도 당초 1100만 달러였으나 98년에는 2700만 달러로 올라갔음. AH-64 아파치 헬기의 경우도 개발에만 10여 년이 소요되었음.
○ 무리한 수송용과 공격용 헬기 병행 개발
- 수송용과 공격용을 병행해서 개발하겠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사례임. 게다가 단순한 헬기 조립기술만 가지고 있는 한국이 동시에 진행한다는 것은 무리한 사업 계획으로 평가되고 있음. 또 수송용 헬기는 조종사와 부조종사의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두 사람이 나란히 앉는 병렬행태여야 하지만, 공격형 헬기는 사수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사수는 전면에 조종사는 후면에 앉는 직렬방식을 택하고 있어서 동체 설계자체가 달라 질 수 밖에 없음.
- KMH 사업단장은 지난 11월 5일 국방위 예결위에서 다목적헬기의 개발의 모델로 미국 Bell 사의 UH-1Y(기동헬기)와 AH-1Z(공격헬기) 개발과 같이 부품 호완성을 높이는 사례를 제시한 바 있음. 하지만 AH-1Z 사업은 96년 착수됐으나 최초 실전배치 시기가 2005년에서 2008년으로 늦쳐졌고, 대당 가격도 2000만 달러로 높아졌음. 수송용을 공격용으로 개조한 경우는 UH-60 등이 있는데 대부분 실패했음.
○ 군사목적상 부적절한 공격용 헬기 개발
- 지난 99년 벌어진 코소보 전에서 아파치 헬기는 전투에 나설 수 없었음. 발칸반도의 산악지형과 이로 인해 방공망에 쉽게 노출이 되기 때문이었음. 따라서 주로 산악으로 구성된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과 북한의 밀집된 방공망 등을 고려할 때 공격용 헬기는 그 효용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음. 또한 공격용 헬기는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한반도의 군비경쟁을 가속화 시킬 수 있음. 국회도 지난 98년 이와 같은 이유로 대표적 공격용 무기인 아파치헬기 도입을 불허한 바 있음. 또 공격용 헬기는 향후 군축시 1차적 감축대상 무기에 해당됨.
□ 의견
개념개발비 명목으로 책정된 `국방부 30억(당초 50억원에서 20억원 삭 감됨)과 산자부 50억 원`은 우선적으로 삭감되어야 합니다.
- KMH 사업과 관련된 기초적 타당성 검토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나마 진행된 검토 사업조차도 부실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금은 사업추진을 전제로 개념개발을 할 단계가 아니라, 사업 자체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 작업을 선행하는 것이 마땅한 것입니다. 따라서 개념개발비와 관련된 예산을 전액 삭감되어야 하고, 타당성 검토와 관련된 비용만 책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만약 졸속적 타당성 검토를 전제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향후 정부 예산상에 엄청난 부담을 가중할 것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 국회차원에서 관련 예산을 일부 삭감하고 국방위 의결을 전제로 관련예산을 집행하도록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나머지 30억 원 또한 개념개발비로 책정되어 있음에 따라 사업의 타당성을 다시 검토하고 이를 통해 국민적 동의를 얻기 위해 사용되는 예산과는 다른 명목의 것입니다. 따라서 나머지 30억 원도 우선적으로 삭감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업의 타당성을 다시 검토하고, 다양한 추진방안에 대해서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 정부가 제시한 추진계획을 살펴보면 헬기를 자체 개발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방안들에 대해서는 검토한 흔적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더구나 정부가 밝힌 일정대로 내년 7월까지 해외체계업체를 확정하게되면 결국 자체개발만을 기정사실화 하게되는 것입니다.
- 현재와 같이 항공전력의 획기적 증강과 항공산업 발전이라는 추상적인 구호만 가지고 이 같은 대형 국책사업을 무모하게 추진할 경우 또다시 대형 국책사업의 부실화만 되풀이 할 뿐입니다. 또한 현재 검토 자료는 KDI 자료만이 유일한 검토보고서임에 따라 심층적인 검토가 근원적으로 한계 지워 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개념개발에 들어가기 전에 다양한 차원과 여러 차례의 타당성 검토작업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진행함에 있어서는 정확한 수요예측과 우리의 기술 수준 등을 종합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항공산업 육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비교 검토하고, 각각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결정을 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타당성 검토에 민간전문가들의 참여를 확대해야 합니다.
- KMH 사업과 관련된 국민적 우려 및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음에도 항공우주개발정책심의회 위원 전원은 만장일치로 이번 사업을 결정한 바 있습니다. 게다가 이들은 회의참석도 하지 않고 사업을 의결해줌에 따라 직무유기라는 지적 또한 받고 있습니다. 더 이상 이들 위원들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기대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 따라서 항공우주산업개발촉진법시행령의 위원 구성에 대한 규정을 바꾸어서라도 가능한 민간전문가들의 참여를 확대해야 할 것입니다.
투명한 사업 추진을 위한 방안 마련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 지금까지 진행된 대부분의 대형무기도입 사업은 각종 권력형비리로 얼룩져 왔습니다. 이렇듯 무기도입을 둘러싼 각종 비리가 난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도입과정이 투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형 다목적헬기 사업도 30조원의 국민세금이 소요되는 사업임에도 이와 관련된 검토자료는 국민들에게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현재와 같이 광범위한 군사기밀조항만을 근거로 대부분의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사업추진과정에서 조차 민간인의 참여를 배제할 경우 KMH 사업 또한 각종 비리에 휩싸일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 주십시오.
- 따라서 초소한의 군사기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업내용을 공개해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작업이 시급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광범위하고 자의적인 군사기밀 조항에 얽매이지 않고 이번 KDI에서 발표한 검토보고서를 우선적으로 공개해 주십시오. 현재 3급 기밀로 분류된 KDI 보고서의 기밀도 재분류되어야 할 것이고, 기밀과 관련된 최소한의 내용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공개해서 투명한 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시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