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군축

[2004. 2. 5] 미국 네오콘과 북한 핵무기(이재봉 교수)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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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네오콘과 북한 핵무기

이 재봉 (원광대 정치학과 교수)

요즘 '네오콘'이란 낯설고도 어려운 말을 자주 듣는다. 1997-98년 우리가 외환 위기를 당할 때 'IMF'라는 국제 기구의 이름이 유치원생들에게조차 널리 쓰여졌듯이, 작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할 무렵부터는 정치 사상에 연계된 이 생소한 단어가 특히 미국의 대외 정책과 관련하여 종종 들먹거려지는 것이다.
'네오콘 (neocon)'은 '네오콘서버티브 (neoconservative)'의 준말로 말 그대로 '새로운 보수주의자들'을 가리킨다. 줄여서 '신보수파'로 쓸 수 있을 것이다. 1960-70년대 베트남 전쟁 반대 및 여성 해방 등을 비롯해 다양한 진보적 사회 운동이 전개되자, 이에 대한 반발로 1980년대부터 보수적 사회로 되돌아가기 위한 운동을 이끌거나 이 운동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다. 따라서 더 정확하게 표현하려면 '보수 회귀파'라고 써야할 듯하다.
미국이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로 온 세계를 전쟁터로 삼으려는 끔찍한 구상 뒤에는 바로 이들이 자리잡고 있다. 신보수파들이 부쉬 행정부 안팎에 자리잡고 미국의 대외 정책을 좌지우지해온 것이다. 이들 가운데 국방 정책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두 이론가들이 작년 12월 말 한 권의 책을 펴냈는데, 북한의 핵개발에 관한 문제도 다루고 있어 우리도 관심과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데이빗 프럼 (David Frum)과 리차드 펄 (Richard Perle)의 {악의 종말: 테러와의 전쟁을 이기는 방법 (An End to Evil: How to Win the War on Terror)}. 이 책을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한 마디로 이들의 폭력성과 호전성이 소름끼칠 정도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피를 보지 못해 안달하는 흡혈귀랄까. 프럼은 부쉬 대통령 특별 보좌관으로 연설문을 작성하면서 부쉬 행정부 첫 2년 동안 대외 정책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이론가다. 책 표지의 소개문에 따르면 그는 체니 부통령이나 파월 국무부장관,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이나 럼스펠드 국방부장관, 테넛 중앙정보국장이나 월포위츠 국방부부장관 등 널리 알려진 인물들보다 부쉬 대통령에게 더 막강한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그리고 펄은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방부차관보를 지내고 지금의 부쉬 행정부에서는 국방정책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론가다. 9.11 이후 미국의 대외 정책을 강경하게 몰아온 이른바 '네오콘 운동'의 거물로 부쉬 대통령과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심대한 영향력을 끼쳐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무튼 두 저자들은 외교와 국방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사람들로 그들의 말이 미국 대외 정책의 방향을 조종해왔다는 점에서 이 책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그들은 지금의 세상이 미국인들에게는 불안한 장소인데 미국 정부는 국민을 방어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비판한다. 미국 안에서는 아랍권 출신들을 비롯한 테러 용의자들의 출입국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그들의 행동에 제약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모든 거주자들에 대해서도 시민, 영주권자, 일시 거주자 등으로 분류하고 신분 카드를 만들어 그들의 지문이나 유전자 같은 생물 측정 자료 등을 입력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리고 외부로부터의 위협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당하기 전에 먼저 상대방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슬람 세력의 지속적인 테러 가능성이나 이란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 등에 맞서 가장 강경한 노선을 취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실제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면 전쟁에 대한 부담이 더 커졌을텐데, 증거가 불확실했어도 그를 제거함으로써 미국이 더 안전해졌기 때문에 이라크 침략이 바람직했다는 식이다. 정보가 불확실할 때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여 위험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행동은 빨리 취할수록 좋다고 강변한다. 그리고 전쟁이 경제를 약하게 만들지 않기 때문에 경비 문제로 전쟁을 주저할 필요는 없단다. 세율을 조정하고 지출을 억제하면서 돈을 좀 빌리면 된다는 논리다. 남북 전쟁 때도 빌렸고, 두 차례의 세계 대전에서는 더 빌렸으며, 냉전을 이기기 위해서도 빌렸는데, 전쟁에서의 승리는 궁극적으로 경제 성장을 이끌고 경제 성장은 빚을 갚게 만들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라크에서의 전쟁에 미군들의 희생이나 경제적 부담 등이 뒤따랐을지라도 후세인을 제거함으로써 몇 가지 중요한 목표를 달성했다고 주장하는데, 이 가운데 북한과 관련된 효과는 크게 두 가지를 꼽고 있다. 첫째, 북한을 비롯한 적들에게 미국이 최소한의 사상자를 내며 신속하고 완전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전쟁 능력을 생생하고 확실하게 보여주었다고 주장한다. 미국에 밉보이는 나라들은 이라크처럼 당할 수 있다는 이른바 '이라크 효과'를 뜻하는 것이다. 둘째, 이라크의 위협을 해소하지 않고는 이란이나 북한의 위협에 대한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었는데, 특히 은밀하게 핵무기 프로그램을 가동시켜온 북한에 강력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라크와 북한을 동시에 상대하기 어려웠는데 후세인을 제거하였으니 이제는 김정일을 홀가분하게 상대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하여 그들이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을 음흉하게 획책하는 부분을 간추려 다음에 옮긴다.

북한은 핵무기가 없어도 남한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미국에게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물론 북한 정규군이 숫자는 많아도 장비가 빈약하고 정예 부대도 미국의 공군력에 오래 견디지 못하겠지만, 남한 사람들이 북한과의 유화 정책을 선호하는 게 문제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의 국익은 남한의 국익과 다르다. 북한 핵무기가 하나라도 [알카에다]나 다른 테러 조직에 팔린다면 미국에게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보다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일본인들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심각하게 위험을 느낀다. 일본의 모든 도시들이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 안에 들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피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쟁을 준비하는 것이다. 부쉬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와 달리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뇌물을 제공하는 것을 거부해왔다. 그러나 부쉬 행정부 안에는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북한에 뇌물을 주는 것은 잘못이다. 김정일이 언제 약속을 지키겠는가. 그는 협정에 서명했지만 속였고 속임수가 들통나자 부정했다. 그가 오늘 다른 협정에 서명하더라도 또 속일 것이다. 북한에 뇌물을 주기보다는 더 강력한 처방책을 펼 때다. 북한과 협상하려면 어떠한 새로운 협정을 맺어도 북한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시작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 사항을 점검하도록 제안한다.
첫째,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단 1달러라도 새로 받기 전에 모든 핵물질을 즉각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그 전에는 북한과의 어떤 합의도 소용없다. 북한의 단계적이거나 점차적인 항복이 아니라 전체적이고 완전한 항복이라야 한다. 둘째, 북한은 미사일 기지를 폐쇄해야 한다. 셋째, 국제원자력기구 (IAEA) 조사단이 북한에 영구적으로 주둔해야 한다. 이 조사단원들은 북한에 머무르며 언제 어디든 갈 수 있어야 하고, 북한의 핵물리학자들과 그 가족들을 중립 지대로 옮겨 거기서 자유롭게 면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에서라면 북한이 미국을 속이기 어렵겠지만 북한이 이런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미국은 오직 두 가지 선택으로 좁혀서 준비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무장 시도를 묵인하든지, 아니면 그것을 중단시키기 위해 결정적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결정적 행동은 북한에 대해 완전한 공중 및 해상 봉쇄로 시작해야 한다. 모든 항해 및 모든 국제 비행은 중지시켜야 하며 남한과의 모든 교류도 중지시킨다. 남한이 반대하겠지만 봉쇄가 전쟁말고는 최상의 대안이라는 것을 설득한다. 그리고 주한미군이 북한 대포나 단거리 로켓들의 사정권에서 벗어나도록 주한미군 이전 및 재배치를 가속화해야 한다. 주한미군이 원래는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오늘날엔 북한의 인질이 되어버렸는데, 부쉬 대통령과 럼스펠드 국방부장관은 이미 재배치 작업을 시작했다. 주한미군을 재배치하면서 북한 핵시설을 선제 공격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짜야 한다. 물론 북한 핵시설이 모두 어디 있는지 잘 모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장 중요한 시설이 어디 있는지는 안다. 그래서 다른 시설이 지하에 숨겨져있다 할지라도 미국이 찾을 수 있는 핵폭탄 공장을 폭격하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한편 북한 핵문제의 다른 열쇠는 중국에 있다. 북한 정부와 군대를 떠받치고 있는 게 중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에 대한 폭격을 준비하면 중국은 마침내 그들이 약속해왔던 바를 실행에 옮길 것이다. 북한을 복종시켜 중국을 뒤따르게 만드는 것이다. 중국의 압력에 의해 김정일이 제거되고 중국에 보다 종속적인 인물로 대체된다면 미국도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통일된 한반도가 비민주적인 중국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세계로 편입되어야 하지만, 그것은 내일의 숙제고 오늘의 과제는 북한의 핵공갈을 막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치를 떨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혹시 당하게 될지 모를 테러 위협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아닌가. 북한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협상 조건을 내밀며, 거부하도록 유도한 뒤 북한을 봉쇄하며 먼저 폭격할 준비를 하겠다는 발상이 너무 끔찍하다. 미국인들의 목숨은 귀중하니까 주한미군을 북한의 사정권에서 벗어나도록 해놓고 전쟁을 벌이겠다는 것은 한국인들은 얼마든지 죽어도 괜찮다는 말 아닌가. 이런 호전광들의 흡혈귀 같은 주장에도 남한의 사대주의적 극우 정치인들과 수구 언론인들은 침묵을 지키며 반북과 친미만 들먹거리고 있으니 이에도 소름이 끼친다.
한편 요즘 널리 알려지고 있는 주한미군의 이전 및 재배치 문제와 관련하여 나는 지금까지 다른 해석을 해왔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주한미군을 한강 이남으로 옮기는 것은 북한에 대한 폭격을 준비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이른바 '럼스펠드 구상'에 따른 감축 및 궁극적 철수를 준비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을텐데 나는 후자일 쪽이 더 크다고 생각해온 것이다. 물론 두 가지가 완전히 동떨어진 문제는 아니지만, 주한미군이 북한 대포나 로켓들의 사정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이전 및 재배치 작업을 시작했다고 공개적으로 확실하게 밝혀준 것이다. 그렇다면 미군들을 좀 더 안전한 곳으로 옮겨 놓고 서울과 평양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심보인데, 주한미군의 천문학적인 이사 비용을 남한이 100% 부담해야 한다니, 우리는 목숨까지 내걸고 미군들의 '도피 자금'을 마련해주겠다는 꼴이다. 아,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간도 쓸개도 없는 '봉'이 되어버렸는가.
이 책의 저자들이 구상하는 한반도의 끔찍한 전쟁 가능성 때문에 글이 길어졌는데, 이 밖에 그들이 미국의 안전을 위해 내놓은 제안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의 지지자는 누구며 반대자는 누구인지 확실하게 가려보아야 한다. 첫째, 사우디 아라비아 지도자들은 미국의 견고한 우방이라고 말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그렇지 않다. [알카에다] 및 다른 테러 조직에 대해 물적 인적 자원을 가장 많이 제공해왔다. 미국은 걸프지역의 석유를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지난 30년 동안 사우디 왕조의 독재를 지원해왔지만 이제는 적으로 간주하는 게 바람직하다.
둘째, 프랑스는 9.11 용의자에 관한 정보 제공을 거부하였으며, 이라크 침공 결의안에 반대하였고, 이란과 북한에 대해 압력을 가하는데 동참하기를 거부하였다. 미국이 프랑스를 해방시켜 줬는데도 배반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는 유럽 연합을 미국을 견제하거나 대항하는 세력으로 만들려고 하는데, 미국은 유럽 정부들이 프랑스를 편들 것인지 미국을 편들 것인지 선택하라고 강요해야 한다. 그리고 유럽 연합이 커질수록 프랑스가 다른 나라들을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유럽 연합과 NATO 학대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셋째, 중국이 성장하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통해 미국의 아시아 우방이나 동맹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려 하면 미국과 중국의 우호 관계는 불가능하다. 국무부는 중국 지도자들이 김정일을 싫어하고 불신하기 때문에 조만간 중국에게 미국을 도와주라고 설득할 수 있으리라 믿지만 이는 확실히 잘못이다. 중국의 도움 없이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전혀 지탱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중국이 주변 지역에서 골목대장 노릇을 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강력하게 막아야 한다. 미국은 중국에 맞서 대만을 군사적으로 확실하게 지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 대만과 군사적 접촉을 강화하고 군함을 보내며 중국의 군사 행동을 저지할 수 있도록 잠수함이나 미사일 방어 기술을 비롯한 선진 군사 기술도 팔아야 한다.
넷째, 미국은 아시아에서 일본 및 호주와의 동맹을 중시하는 정책을 펴야 하는데 일본은 미국과 밀접하게 방위 협력을 할 수 있도록 이미 법을 고치고 있다. 이 지역에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면 북한의 핵무기도 무력해질 것이다.
다섯째, 파키스탄은 미국의 원조를 받으면서도 미국 최악의 적들을 지원해주었다. 북한에게 핵기술을 건네는 대신 미사일 기술을 받아들였는데 이는 9.11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그리고 이란에도 핵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여섯째, 러시아는 결정적인 핵물질을 이란에 팔았고 프랑스와 이라크를 보호하려 했다. 러시아 경제 규모는 기껏해야 네덜란드 경제력 수준이지만 해마다 열리는 7개 경제 선진국 정상 회담에 1997년부터 초청되었는데, 이란에 폭탄을 파는 나라를 더 이상 초청하지 말아야 한다.
일곱째, 미국이 자신을 보호하는데 언제부터 유엔 안보리의 허락을 필요로 했는가. 전쟁이 필요하다면 다른 나라가 승인하지 않아도 해야 한다. 북한이나 이란에 대해 유엔의 지원을 구할 때 중국이나 러시아 또는 프랑스가 거부권을 행사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미국의 안보에 관한 새로운 제안을 유엔에 내기 전에 먼저 유엔의 규칙을 고치도록 해야 한다. 유엔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 권위를 정식으로 거부해야 한다. 시대도 변하고 위험도 변하고 필요성도 변하는데 제도도 변해야 한다. 만약 유엔이 변할 수 없다면 차라리 없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저자들은 미국 정부와 사회 여러 분야에 대해 비판하며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정부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지침을 내놓는다. 의회는 전쟁 비용만 우려하고, 야당은 전쟁보다는 다음 선거에서 이길 생각만 하며, 정보부들은 관료제의 수렁에 빠져있고, 외교관들은 국익보다는 외국 동료들과의 친분 관계를 우선하며, 언론은 부정적 뉴스에 초점을 맞추어 편견을 부추긴다는 식이다.
그들은 특히 국무부를 신랄하게 비난하며 파월 장관과 핵심 참모들을 갈아치워야 한다고 서슴없이 주장한다. 국무부는 세계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미국에서 세계를 대표해왔다는 것이다. 나아가 중앙정보국에도 칼날을 겨눈다. 테넛이 1997년부터 국장으로 재임해오면서도 아직 정보국 문화를 바꾸지 못했으니 실패했다며 당장 물러나라고 협박하는 투다. 그러나 그들이 치켜세우는 부서와 인물도 있다.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듯이 국방부와 럼스펠드 장관이다. 럼스펠드는 주위의 집중적인 비난을 감수하면서 이라크의 자유를 위한 전쟁 계획을 세우는 데 중심 역할을 하였으며, 국방부는 개혁의 시급성을 아는 사람들에 의해 지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이 출판된 직후 이를 지원이라도 하듯, 네오콘에 대한 세간의 비판을 반박하는 논문 한 편이 나왔다. 대외관계위원회 국가안보연구실의 선임연구원인 맥스 부트 (Max Boot)가 {대외 정책 (Foreign Policy)} 2004년 1-2월호에 실은 "네오콘에 관해 다시 생각해보라 (Think Again: Neocons)." 그의 주장 가운데 북한과 관련된 부분 두 가지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부쉬 행정부는 신보수주의 대외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는 잘못이다.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더글라스 페이쓰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루이스 리비 부통령 참모장, 엘리엇 에이브람스 국가안보위원회 참모, 리차드 펄 국방정책위원회 위원 등의 네오콘이 미국의 공격적이거나 일방적인 행동을 강하게 주창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행정부의 최고 관리들 가운데는 네오콘이 없다. 부쉬 대통령, 체니 부통령, 럼스펠드 국방부장관, 파월 국무부장관,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중에 네오콘은 한 명도 없으며, 파월은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자고, 나머지는 전통적 보수주의자들이다. 부쉬 행정부가 후세인 정권을 전복시킨 것은 네오콘들의 영향력 때문이 아니라 9.11의 영향력 때문이다. 더구나 신보수주의 승리가 영원한 것도 아니고 완전한 것도 아니다. 네오콘들은 북한과 이란의 정권 교체도 밀어붙여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부쉬 행정부는 아직 이를 받아들이고 있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북한 정권과 협상하기 시작했다.
둘째, "네오콘들이 북한과 이란을 다음 목표로 삼고 있다"는 말은 맞다. 오늘 미국에게 가장 큰 위험은 몇 몇 깡패국가들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그를 테러 조직과 공유할 가능성이다. 이란과 북한이 가장 근접한 범인들이다. 어느 나라도 협상을 통해 핵무기를 포기하려 하지 않을텐데, 네오콘들은 미국의 안보를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북한과 이란의 전제 정권들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네오콘들의 발상은 이렇게 폭력적이고 호전적이다. 그들의 전쟁 음모에 경각심을 갖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들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조금이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부쉬 행정부 안팎에서 네오콘들에 대한 견제나 비판이 활발하게 벌어질 수 있다는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먼저 작년 12월 초 제임스 베이컨 전 국무부장관이 대통령 개인 특사로 임명되어 이라크 전쟁의 뒤처리를 맡았는데, 그는 이른바 온건파의 대부로서 앞으로의 대외 정책 결정 과정에서 네오콘들을 견제하며 파월을 비롯한 온건파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부쉬 행정부 첫 2년 동안 재무부장관 겸 예산국장을 지냈던 폴 오닐 (Paul O'Neill)은 지난 1월 펴낸 {충성의 댓가 (The Price of Loyalty)}라는 회고록을 통해 가까운 친구인 럼스펠드 국방부장관과 그 주변의 네오콘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부쉬 행정부의 대외 정책이 체니 부통령, 럼스펠드 국방부장관, 월포위츠 국방부부장관, 펄 국방자문위원장 등에 의해 주도되는 가운데 파월 국무부장관이 왕따당하는 것을 보여주며 강경파들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이 회고록은 부쉬 행정부가 2001년 1월 출범한지 열흘만에 이라크 정권의 전복을 심각하게 논의하기 시작하고, 한 달도 되지 않아 후세인 이후의 이라크 위기에 관한 정치 군사 계획을 비밀 문서로 입안하여 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사실을 밝힘으로써 이라크 침략이 9.11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해주고 있다. 2001년 3월 백악관을 찾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부쉬가 김정일을 믿을 수 없다며 수모를 주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해주기도 한다.
이 밖에 작년 말부터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지식인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미국의 제국주의적 대외 정책을 비판하는 책을 연거푸 펴냈는데, 지면 관계로 제목만 소개하니 관심있는 사람들은 읽어보기 바란다. 브루스 커밍스 (Bruce Cumings)의 {북한 (North Korea: Another Country)}; 놈 촘스키 (Noam Chomsky)의 {패권인가 생존인가 (Hegemony or Survival: America's Quest for Global Dominance)}; 찰머스 죤슨 (Chalmers Johnson)의 {제국의 고난 (The Sorrows of Empire)}.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 6자 회담이 2월 말에 열릴 모양이다. 작년 8월 1차 회담이 끝난지 무려 6개월만이다. 그 동안 미국 안에서는 민주당 대통령후보 예비 선거가 전개되면서 부쉬 행정부의 호전적 대외 정책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커지고, 이라크에서는 후세인이 잡힌 뒤에도 미군들이 끊임없이 죽거나 다치고 있으며, 남한에서는 보수적인 외교부 안에서도 '자주 외교'의 목소리가 울려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미국의 입장이 얼마나 바뀌고 6자 회담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자.

"남이랑 북이랑" 제 59호 2004.2.1 에서 옮겨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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