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3. 30] 고등훈련기 비리 특감[중앙일보]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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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훈련기 비리 특감 감사원 "부품 비싸게 사 국고 손실"
게재일 : 2004년 03월 29일
기고자 : 임봉수·채병건 기자
감사원은 공군 고등훈련기(T-50) 생산과 관련, 수백억원대의 세금 탈루와 부당거래 혐의를 포착해 국방부와 해당 업체들에 대해 특별감사를 하고 있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28일 "T-50 생산·납품 과정에 부정부패 소지가 있다는 부패방지위원회의 감사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해 12월 군 당국과 T-50 생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을 대상으로 특감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는 "국방부와 공군의 용인 아래 KAI가 2000만~3000만달러(235억~353억원) 규모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와 KAI의 부품 구매 과정에서 부당 거래가 이뤄진 혐의가 포착됐다"고 말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KAI의 기술 제휴사인 다국적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은 지난해 8월 기술이전의 대가로 약속받은 T-50 주요 부품 납품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8000만달러(941억원)를 요구했고 KAI는 이를 수락했다. 이 과정에서 록히드마틴사는 세금(이전소득세)을 우리나라에 내야 하지만 KAI는 이를 내지 않아도 되도록 록히드마틴사와 계약해 결국 국고 손실을 끼쳤다고 감사원은 보고 있다.
특히 감사원은 KAI가 "향후 세금 문제가 발생하면 (한국에서) 책임진다"는 약속을 록히드마틴사 측에 한 것으로 보고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다. 이와 함께 KAI와 다른 방산업체들이 담합해 T-50 생산 원가를 부풀렸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KAI가 국내외 방산업체에서 T-50 부품을 정상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사들인 혐의를 포착하고 배경을 조사 중"이라며 "부당 거래에 따른 국고 손실이 세금 탈루 문제보다 심각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KAI에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국방부에 대해서도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외국 기업의 투자이익 회수분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재정경제부의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KAI 관계자들은 "특감 중이라는 것 외에는 모른다" 며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임봉수·채병건 기자
lbsone@joongang.co.kr
고등훈련기 (T-50) 사업=총사업비가 2조1000억원으로, 국방부가 공군 예산에서 사업비의 70%를 지원하는 핵심 전력 증강 사업이다. 전투 조종사 양성에 필요한 훈련기를 만들고, 이 과정에서 독자적인 전투기 개발 기술을 확보한다는 게 목적이었다.
지난해에는 시제기의 초음속 비행에 성공했으며, 이에 따라 KAI는 국방부와도 T-50에 대한 구입 계약을 했다. T-50은 훈련기는 물론 무장이 가능한 경전투기로도 쓰이도록 제작됐다. 최고 속도는 마하 1.5다.
대형 軍비리 또 터지나
게재일 : 2004년 03월 29일 [10면]
기고자 : 임봉수·채병건 기자
감사원의 공군 고등훈련기(T-50) 사업 특감은 지난해 11월 이 사업 관계자가 부패방지위원회에 신고한 비리 제보를 근거로 시작됐다.
그는 "(기술 제휴를 했던) 록히드마틴이 지나친 이익을 챙기고 있다"며 여러 가지 사례를 증거와 함께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T-50 생산과정에서의 세금 탈루 및 부당한 부품 구매에 따른 국고 손실 의혹을 들춰내는 작업에 나섰다. 지금까지 세금 탈루 부문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으나 부당행위나 비리 부문은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부당거래에 따른 국고 손실이 이 사건의 본체"라고 귀띔했다. 부품 납품과정의 대규모 비리혐의를 이미 적발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감사원은 다음달 감사위원회를 열어 T-50 감사 결과와 처벌수위를 최종 결정한다.
내부적으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대한 과세와 관련 공무원 및 군장교들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방부 측은 감사원이 전력증강 사업의 관행을 무시한 처사라며 소송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세금 탈루 논란=감사원은 록히드마틴의 납품권 포기 대가(8000만달러)에 당연히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KAI가 세금을 책임지기로 했다면 KAI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의 해석은 다르다. 8000만달러는 록히드마틴이 한국에 투자해 생긴 이익을 회수한 것이며 투자이익은 한·미간 이중과세 방지협정에 따라 비과세 대상이라는 주장이다. 재경부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봐야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재경부 문창용 국제조세과장은 " 투자이익 회수로 볼 경우라도 해당 외국기업이 국내 사업을 계속할 경우엔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며 "감사원에서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보고 판단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파장=감사원이 세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하면 국방부 관계자들은 세금 탈루를 용인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세금을 추징당하는 KAI도 경영에 위협을 받는다. 국방부와 KAI가 감사 결과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사태도 올 수 있다.
지금까지 소송에서 감사원 결정이 번복된 경우는 없다고 한다. 반면 록히드마틴 측은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손해 볼 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세금을 매기면 KAI 측이 대신 내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임봉수·채병건 기자
lbso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