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군축

[2004/07/27] [기획예산처 장관께 보내는 요구서한] 줄이자, 국방비! 늘이자 사회복지예산! 38차 기획예산처 앞 평화군축 집회 서한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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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예산처 서한 수정.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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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국방'을 명분으로 한 무리한 국방예산 증액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고 민생복지예산을 대폭 확충하라!
- 김병일 기획예산처 장관께 드리는 서한 -



김병일 기획예산처 장관 귀하!

귀하도 알다시피 국방부는 올해 18조 9,412억 원에 비해 무려 13.4%나 증가된 21조 4,752억 원의 내년도 국방예산안을 기획예산처에 제출해 놓고 있습니다. 이 같은 증가율은 국방비 그 자체로서 보면 16년만의 최고 증가율이며 올해 전체 예산 증가율 5%와 비교해서는 무려 세 배 가까이 되는 대폭적인 증가입니다.
국방부는 이 같은 국방비 증액 요구의 명분으로 '협력적 자주국방' 구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협력적 자주국방'을 명분으로 한 국방비의 대폭 증액은 우리 나라 안보의 자율성을 확대, 강화하고 한반도 안보와 평화를 증진하기보다는 오히려 남북간 군비경쟁 가속화, 동북아 나라들과의 관계 악화, 감당할 수 없는 우리 국민의 부담 증대, 대미 군사적 종속 강화만을 불러올 뿐입니다.
이에 우리는 국방부의 일방적인 국방비 대폭 증액 요구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주실 것을 강력히 촉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힙니다.

기획예산처 장관님!

내년 국방비 가운데서도 보다 큰 증액 요인은 16%가 오르는 것으로 되어 있는 전력투자비입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불요불급한 사업이거나 남북화해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사업, 미국의 무기강매에 따른 사업 들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국방비 삭감이 가능합니다.
내년 국방예산안을 보면 국방부가 자주국방의 핵심전력을 확충한다는 명목으로 천문학적인 세금을 들여 도입 중이거나 새로 도입하려는 무기들은 F-15K, 공중조기경보통제기, KDX-Ⅲ, 고속상륙정, 대형수송함, 패트리어트 미사일, KMH, K1A1전차, 다연장로켓포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무기체계들은 하나 같이 대북 선제공격용 무기로서 남북 간 군비경쟁과 군사적 대결을 촉발시키는 것입니다.
국방부가 대북 정보전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도입하려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는 사실은 정보전력과는 무관한 사업입니다. 그것은 대북 종심 타격력을 갖는 F-15K 등 전투기들을 공중에서 지휘통제하는 공중지휘사령부로서의 기능을 갖는 대북선제공격용 무기입니다.
그리고 정보전력 면에서도 한국군은 백두ㆍ금강 사업을 통하여 오래전부터 북한에 비해 압도적인 정보전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이미 오산에 방공통제소(MCRC)를 운용하고 있고 대구 지역에 제2MCRC를 건설한 점에 비추어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도입은 불필요합니다.
우리는 불필요한 과잉전력이며 남북 간 군사적 긴장과 군비경쟁에 기여할 뿐인 위의 대북 선제공격용 무기 도입 예산의 전액삭감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내년 신규로 착수되는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도입을 추진 중인 KDX-Ⅲ 등의 MD 무기도 미국의 동북아패권전략에의 편입을 의미하므로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해야 합니다.
이들 MD무기들은 한반도의 지리적 여건이나 북한에 대한 남한 군사력의 압도적 우위로 볼 때 전혀 불필요하고 과도한 무기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우리 정부가 MD무기를 도입하는 것은 대중국 봉쇄를 위한 MD망에 우리 나라를 포함시키려는 미국의 압력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우리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대동북아 패권전략에의 편입을 의미하며 동북아에서 군비경쟁을 불러오는 MD무기 관련 예산의 전액삭감을 촉구합니다.

또한 한국형 다목적 헬기(KMH) 등 불요불급한 무기들의 도입도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노후 헬기를 대체하기 위해 기동 헬기와 공격 헬기를 통합해서 개발한다는 명목의 KMH개발사업은 헬기전력에서 남한이 북한에 비해 이미 700 대 200의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고 기술적 가능성과 경제성도 극히 희박하다는 점에서 결코 타당성을 가질 수 없습니다. '경제적 타당성 결여', '사업 심의 절차상 문제', '소요비용 산출 오류' 등을 지적한 KMH개발사업에 관한 2003년 감사원 결과는 KMH사업이 근본적으로 전면 재검토되어야 함을 확인해 주고 있습니다. 2002년 기획예산처의 사업타당성 용역의뢰에 의한 KDI보고서조차도 '우리 기술수준을 조립에 불과한 수준'으로 파악했다는 점, 'KMH의 타당성을 높이 평가하기는 곤란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KMH개발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하며 관련 예산 전액이 삭감되어야 합니다.

또한 국방부는 8,202억 원을 내년도 방위비 분담금으로 책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올해보다 무려 16%나 증가된 것입니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대폭적인 감축이 추진되고 있는 마당에 주한미군 주둔 지원비를 깎지는 못할 망정 대폭 올린 것은 국방부의 전형적인 대미 굴종적 자세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더구나 주한미군 재배치계획에 의해 주한미군의 기능과 역할이 대북 방위에서 대동북아 패권강화로 바뀌고 있고 이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배하는 것이므로 주한미군에 대한 한푼의 지원도 해서는 안 됩니다.

김 장관님!

국방부는 지금 주한미군의 감축에 따른 전력공백을 메운다는 명목으로 천문학적 액수의 대형 무기도입 사업을 줄줄이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의 한해 국방비가 북한의 10배에 이를 정도로 남한 군사력이 북한을 압도한지 오래입니다. 주한미군은 대북한 전쟁억지력으로서의 명분을 잃었으며 초과잉억지력입니다. 따라서 전력투자비의 증액 요인이 되고 있는 수많은 대형무기도입 사업들은 불필요하며 남북 간 군사적 격차를 더욱 벌임으로써 한반도에서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데 기여할 뿐입니다.
전력공백 또는 한미연합전력 증강을 이유로 한 국방비의 대폭증액은 "한국도 미국에 상응하는 보완적 투자를 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아파치 헬기 구매를 강요한 리언 라포트 주한 미군사령관의 작년 5월과 6월 발언이나 "방공능력과 정밀타격 능력 분야 등 약 10개 분야에서 연합작전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한미연합 전력증강 계획을 수립하자"고 하면서 이의 문서화까지 강요하였던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4차 및 5차 회의에서의 미국의 태도에서 볼 수 있듯이 오로지 미국의 압력 때문입니다.
미국은 한편으로는 자국의 군수산업체의 배를 불리기 위해 다른 한편으로는 대북한 선제공격력 및 대중국 봉쇄전략 강화라고 하는 자신의 패권적인 신군사전략을 강행하기 위해 우리 나라에 무기도입과 국방비의 대폭 증액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협력적 자주국방은 바로 이같은 미국의 군사전략적 요구에 응하기 위한 것일 뿐입니다.
이에 우리는 각종의 대북한 선제공격용 무기, MD무기, 불요불급한 무기를 들여오기 위한 국방예산의 전액 삭감을 촉구하며 아울러 한미소파에도 위배되는 방위비분담금의 전면 삭감을 요구합니다.

김병일 장관님!

국방부의 무리한 국방예산 증액 요구는 어려운 나라 경제와 민생을 위해서도 결코 수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한국 경제는 내수침체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으며 투자부진이 장기화되는 등 장기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IMF보다 더한 위기상황이라는 진단이 오래 전에 내려진 가운데 800만에 이르는 인구가 절대빈곤 상태이거나 그 경계에 놓여있습니다. 불안정한 일자리와 낮은 임금, 그리고 최소한의 생계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안전망으로 인해 대다수의 저소득계층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사회복지부문에 예산을 많이 배정하여 빈곤층에 대한 복지와 기초생계보장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나라 살림의 기본일 것입니다.
그러나 내년 예산에서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경우 올해와 같은 150만 명 수준이어서 대다수의 빈곤계층을 포괄할 수 없습니다. 4인 가구기준 105만 5천 원에 불과한 최저생계비의 경우 5년 만에 새롭게 계측되어 현실적 책정이 요구되고 있으나 물가인상율 3.5%만을 반영하고 있을 뿐입니다. 또한 건강보험 보장을 위한 예산은 확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에 의해 지역건강보험재정에 40%의 국고지원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법을 고쳐 내년에는 35%만 지원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입니다.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 재정지출에서 사회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11.6%에 불과해 OECD 29개국 평균 45%의 1/4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국민들의 기본적인 생활도 지켜주지 못하면서 국가안보를 이루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정부는 항상 재원타령만 하고 있지만, 각종의 대북한 선제공격용 무기, MD무기, 불요불급한 무기를 도입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한다면 얼마든지 재원은 마련될 수 있습니다.

김병일 장관님!

민생을 외면한 채 오로지 남북대결을 조장하고 한반도 평화에 역행하는 무리한 국방예산 증액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십시오!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은 화해협력의 길로 나아가고 있고 얼마 전에는 남북 장성급 회담이 성사되어 긴장완화를 위한 조치들에 합의하지 않았습니까!
이제야말로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전략과 동북아 군사패권전략을 뒷받침하는 국방비 증액은 전면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우리 국민과 민족이 사는 길은 북한과 한반도 주변국을 적으로 돌리는 미국의 신군사전략을 단호히 거부하는 것입니다.
내년도 예산안이 파탄지경의 국가경제를 살리고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해내며 남북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인가, 아니면 미국의 요구에 따라 더욱 예속적인 한미관계를 보장해주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은 장관님의 애국적 충정과 결단에 달려있습니다.
우리는 나라살림을 알뜰하게 꾸려나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닌 기획예산처와 김병일 장관께서 국민들의 피와 땀이 배인 세금을 단 한 푼이라도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을 가지시고 내년도 예산안 마련에 나서주실 것을 기대하며 그 결과를 지켜볼 것입니다.


2004년 7월 27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민주노동당자주평화통일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참여연대평화군축센터,
평화네트워크, 보건의료단체연합, 빈곤사회연대, 평화통일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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