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4/11] [군축] 남북한의 전쟁수행능력과 군축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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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의 전쟁수행능력과 군축
남북한간에는 남한의 전쟁수행능력 우위 대 북한의 억지력 우위라는 ‘비대칭적 군사력 균형’이 존재하고 있다. 북한이 저렴한 비용으로 억지력을 확보하기 때문에 남한의 군사적 접근방법, 즉 군비증강을 통한 안보 추구에는 한계가 있다. 즉 남북한의 군비투자에는 이미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함택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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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반도 공동안보라는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남북한 군비(軍備) 경쟁과 군사력 균형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남북한의 군사력 비교에는 ‘진지한 연구자들의 참 논쟁’보다 ‘미디어를 통한 선전논쟁’이 지배적이어서 많은 오해와 혼란이 있었다. 과거 정부당국은 권위주의체제를 합리화하기 위하여, 근래에는 국방예산을 확보하기 위하여 북한의 군사위협을 강조한 측면이 있다. 북한의 재래식 전력은 물론 특수부대, 땅굴, 금강산 댐, 핵무기, 잠수함 등등에 이어 미사일과 화생무기의 위협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군사위협을 강조할수록 안보에 이롭다는 발상은 마땅히 지양해야 한다. 북한 지도부의 오판을 유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동안 북한이 군사적으로 우월하다는 주장이 허황된 ‘신화’임을 실증적으로 비판해 왔다. 이 글에서는 첫째, 남북한의 군사력을 평가하는 방법과 척도들을 검토하고 둘째, 좀더 객관적인 관련자료를 제시하며, 셋째 이에 의거하여 남북한의 군사력 균형을 평가한 다음, 남북한 군비경쟁 무용론(無用論)을 지적하고자 한다.
정태적 군사력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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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서열 위주의 접근법은 군사력의 왜곡상을 제공한다
남북한 군사력 비교에 관한 혼란과 논쟁이 선전의 결과가 아니라면 적어도 오해의 산물이다. 군사력 분석의 첫번째 오류는 전쟁수행 ‘잠재력’보다 ‘현존무력’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전쟁의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대부분 ‘총체적 국력’이었다. 미 랜드(Rand)연구소나 리영희 교수가 지적한 대로, 더 크고 역동적이며 진보한 남한경제는 군사적 수요의 급증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구조 거대한 민간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국방백서’에서는 남한의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상비전력을 강조한다. 즉 ‘장기적으로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되고 만다’는 관점이다. 한반도의 전쟁은 수일 내에 결판이 난다는 것이다.
한국적 상황에서 현존무력의 중요성을 인정할지라도, 군사력에 대해 정확한 개념 정의가 필요하다. 좁은 의미에서 군사력은 ‘일국의 현존 상비군의 잠재적 전투수행 능력’으로서, 전쟁에 동원하는 인적 자원(병력)·물적 자원(장비)·조직적 자원(효과성)의 총화이다. 국방부는 남북한 현존무력의 비교평가를 위해 ‘워 게임’이라는 동태적 방법도 이용하나, 공개된 것은 단순개수·전력지수·투자비 누계 같은 물적 역량 중심의 정태적 방법이다.
이른바 ‘낟알 세기’로 불리는 단순개수 방법론은 가장 단순하고 기본적인 군사력 균형의 평가방법으로 선전논쟁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지금까지 모든 한·미측의 공식문서 및 이에 근거를 둔 대다수 연구는 ‘The Military Balance’ 및 ‘국방백서’의 전투서열 자료를 인용하여 병력 및 각종 장비의 수량을 비교함으로써 인민군의 우위를 주장해 왔다. 남한이 25년간 막대한 군비 투자를 한 뒤에도 이 비율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단순개수보다 발전된 형태는 ‘전력지수’로서, 미 육군이 개발한 ‘기갑사단상당치’(ADE) 및 후속 모델인 ‘사단상당화력’(DEF)의 한국판이다. 이 방법은 화력·기동력·방호력에서 부대의 전투력을 계산하는 표준척도인 ‘무기효과성지수 및 가중단위점수’(WEI/WUV) 방법에 기초를 두고 있다. 특정부대의 전투력은 화력의 가중총계, 즉 각종 무기수량×WEI(소련 전차는 미국 M60A1에 비해 평균 1.02배)×WUV(소총 1점에 비해 전차는 55∼64점)의 총계이다. ADE지수는 이 총계를 미 육군 기갑사단(1.0 ADE)에 대비하여 산출한 것이다(예컨대 소련 전차사단 0.66 ADE 등). 유사한 방법에 의거하여 평가된 한국군의 전력지수는 1988년 인민군의 65%, 1997년의 75%이다.
물론 단순개수나 전력지수 등 ‘전투서열’ 위주의 접근법은 단순함과 명확성 등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군사력의 왜곡된 상을 제공한다. 비교적 가시적인 인적·물적 자원도 장병의 교육·기술수준이나 숙련도, 사기, 정신력 그리고 무기의 품질과 성능 같은 질적 차원을 갖고 있다. 올바른 군사력 평가를 위해서는 제반 ‘전력승수’의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미·소간 군사력 균형의 논의가 이 문제에 큰 영향을 끼쳐왔기 때문에, 소련의 군사력이 서방 비관론자들의 평가처럼 그렇게 대단한 수준은 아니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인민군의 능력 지나치게 과대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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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개수비교 및 전력지수는 양적 요인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다. ADE 점수는 가용포탄·병참보급·훈련·통신·사기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 설령 인민군이 화력지수의 우위에 힘입어 초전화력에서 우월할지라도, 지원부대 때문에 한국군의 ‘내구력’이 우세할 것이다. 해군력의 비교에서도 북한이 430대170척으로 우위에 있지만, 대부분의 북한 함정은 해안에서 50해리 이상 벗어나 작전을 수행할 수 없는 100t 미만의 주정(舟艇)이다. 총톤수×항해일수가 더 나은 해군력의 지표가 될 수 있다. 공군력의 비교에서도 항공기 수보다 출격횟수 및 이에 따른 총체공시간이 중요하다.
요컨대 무기의 유량(flow)이 아니라 저량(stock)의 비교가 바람직하나, 전력지수는 화력의 저량(전력의 kWh)이 아니라 유량(전력의 kW)을 비교하는 오류를 낳는다. 그런데 ‘화포수×발사율’이나 ‘항해일×총톤수’ 및 ‘출격횟수×체공시간’ 등은 단순한 개수비교는 물론 조직적 효과성이 결합된 산물인 것이다. 즉 전투력은 화력×기동력×조직·정보력이다. 결국 개수비교나 전력지수는 정보화시대에 뒤떨어진 방법이며, 정태적 접근법이다.
둘째, 일반적으로 서방측 무기가 소련제보다 우월하며, 이는 남북한의 경우에도 해당된다. 그러나 전력지수는 무기체계의 ‘질적 승수’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소련제 신세대 전차·전투기·미사일 거의가 이전 모델들의 중대한 결함을 해결하지 못하였으며, 서방의 무기체계에 필적할 수준에 도달하지도 못하였다. 미국인들은 ‘양이라고 하는 독특한 러시아적 질’을 말하면서도 자신들의 국방정책에는 이 방법을 취하지 않았다. 미국은 정보화를 통한 이른바 군사기술혁명(RMA)에서 모든 나라를 압도해 왔다. 또 남한은 정보화 전력을 추구하는 반면, 경제력과 기술력이 낙후한 북한은 여전히 기계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셋째, 무기 성능의 열세만이 소련형 군사력의 문제는 아니다. 소련제 무기가 단순·소박하기 때문에 내구력 있고 운용이 쉽다는 일반적인 기대와는 달리, 소련제 무기 특히 신예 모델의 품질이나 신뢰성은 서방 모델보다 더 낮다. 예를 들어 전차전술을 강조하는 소련의 주력전차는 다른 무기체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고 볼 수 있으나, 성능은 물론 품질 및 승무원의 편이성과 생존 가능성에서 서방측 전차에 비해 압도적으로 열악하다. 결론적으로 전력지수 방법에서 이용하는 WEI 점수는 인민군의 능력을 지나치게 과대 평가한다.
넷째, 단순개수 비교 및 전력지수는 조직적 역량을 포함하지 않는다. ‘전투관리’에 반영되는 조직의 효과성은 군사력승수로 계산되어야 하는바, 전략·전술·보급·규율·지도력·사기 및 소위 C3I(지휘·통제·통신·정보. 최근에는 컴퓨터·감시·정찰을 포함하여 C4ISR) 등으로 구성되는 ‘결속력’을 포함한다. 이 결속력은 군사전략가 클라우제비츠가 말한 ‘전쟁의 마찰’과 역비례 관계에 있다. 군사 사학자 뒤푸이(Dupuy)의 연구에 의하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부대의 결속력이 우세한 독일군의 ‘전투효과가치’는 영·미군에 비해 약 1.2배, 소련군에 비해 2.0∼2.5배였다. 또 이스라엘은 아랍국들에 비해 1.5∼3.0배로 효과적이었다.
군의 결속력은 교육 및 훈련에 대한 투자, 즉 장비 및 조직의 운영유지비(O&M)에 달려 있다. 미국이 조직적 역량에 대한 투자를 강조한 반면, 구 소련군의 훈련과 준비태세는 매우 열악했다. 이는 또한 장비의 준비태세 혹은 가동률이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소련군은 지속적인 무기 비축으로 유명했다. 인민군도 낡은 무기를 버리지 않고 많은 재고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어, 장비 비축에 비해 운영유지율이 매우 낮다. 대부대의 기동훈련이나 항공기 출격횟수가 매우 적고, 다수의 부대가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등 준비태세가 낮다. 1990년대에는 사정이 더욱 악화되어, 황장엽씨의 증언에 따르면 1997년 4월 계획한 기계화부대의 무력시위도 무산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동태적 군사력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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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성공적인 기습공격은 최악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동태적 분석은 서술적 분석이나 단순한 수학적 모델에서부터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복잡한 워게임에까지 이른다. 이들은 각종 변수와 기타 매개변수를 컴퓨터 모델에 투입하여 일반적으로 사상자나 전선의 변화로 전투결과를 산출한다. 그 기초는 대개 사상자 발생에 대한 동태적 모델인 ‘란체스터(Lanchester) 기하급수법칙’이다. 이는 정보가 확보된 경우 교전 쌍방의 전투력은 화력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으로, 단순화하면 전통적인 ‘화력×기동력’ 공식에 비해 ‘화력×기동력×정보력’을 개념화한 것이다.
동태적 평가에 내재하는 문제는 ‘전투서열’에 환경적 요인(기후·일기·지리·지형 등)과 작전상의 요인(공격이나 방어 또는 기습, 준비태세, 작전능력 등)의 효과를 어떻게 계량화할 것인가에 있다. 전통적으로 공격자는 적진돌파를 위하여 3대 1 이상(질적으로 우세한 독일군과의 교전경험을 중시한 소련군의 시나리오에는 5∼6 대 1 이상)의 우위를 지켜야 한다고 거론된다. 그러나 대다수 워게임에서는 방어자가 보통 1.3∼1.4(미흡한 대비상태의 방어) 또는 1.5∼1.7(충분한 대비상태의 방어)의 승수효과를 얻고, 또 지형이 험할 경우 1.4∼1.5배의 승수를 얻는다.
한편 ‘기습’은 상당한 승수효과를 가져온다. 기습은 개전 수일간 1.3배에서 최고 3∼5배의 승수효과를 제공함으로써 공격자가 필요로 하는 3∼5배의 우위를 확보해줄 수도 있다. 서울이 비무장지대(DMZ)에 근접해 있다는 사실은 기습공격의 공포를 더욱 강화시킨다. ‘전략적 후퇴’는 군사작전의 관점에서는 타당해 보이지만, 이는 서울의 함락으로 사실상 전쟁의 종결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미측은 1973년의 홀링스워드계획에 의해 전진방어전략을 수립하였고, 나아가 1983년부터는 공세적 방어도 포함하는 ‘공지전’(AirLand Battle) 교리로 일보 전진하였던 것이다. 한반도의 군사력 균형에 대한 대부분의 분석은 남한의 성공적 방어를 위해 ‘조기경보’ 능력을 매우 강조한다. 이 경보시간은 4∼48시간으로 알려져 있으나, 비공식적으로는 수일 전에 대규모 공격준비를 탐지할 수 있다고 한다. 북한의 성공적인 기습공격은 최악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인민군의 전격전을 믿는 비관론자들은 한국전쟁에서 통찰력을 끌어내지 못했다. 한국의 지형은 요충지를 중심으로 한 지역방어에 유리하고, 결정적 병과는 포병이 지원하는 보병이었다. 현재 한국군의 ‘고속기동전’ 개념은 첨단전쟁을 지향하지만, 한국전 초기를 제외하고는 기갑부대가 별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간과한 것이다. 설령 인민군이 돌파에 성공한다 할지라도 소련식 ‘작전기동군’(OMG) 운용이 어렵다. 인민군은 SA-6과 같은 이동식 대공 방어체계가 없고 제공권을 장악하기도 어렵다. 인민군은 또 소련군과 마찬가지로 장기전을 치르는 데 필요한 병참지원 능력 대신 초기전투력에 막대한 투자를 해 왔으나, 병참지원의 단절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동태적 분석에는 상당한 가정·판단·계산 등의 부가적 요소들이 포함된다. 분명한 사실은 조직적 역량을 고려하지 않고는 다양한 범주의 부대와 무기체계가 실제 전투에서 전투력을 발휘하게 되는 과정, 즉 동태적 분석이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군이 조직적 역량의 물적 토대에서 우세함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한미연합사 ‘작계(OPLAN) 5027’에서 보듯이, 동태적 분석이 단순한 개수비교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한국군의 힘은 상대적으로 더 강해진다. 그러나 동태적 분석이 상당히 인위적인 매개변수에 의존하기 때문에, 우리는 단순개수 비교보다 논리적으로 우월하면서도 더 단순하고 직설적인 ‘총량적 지표’를 필요로 한다.
군사 자본재(Militsry Capital Stock)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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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총예산의 30% 이상을 국방비에
투입하고 있다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다
군사비는 일국의 무장력을 위한 인적·물적·조직적 역량에 투자한 ‘요소비용의 총계’로서 군사력의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군사비는 인력이나 무기 및 지원시스템의 양적·질적 차원과 조직적 효과성 등 질적 차원의 투자비용으로서, 개수비교나 동태적 분석보다 우월한 군사력의 지표이다. 그러나 먼저 군사비에 관한 몇 가지 방법론적 문제를 밝혀야 한다.
첫째, 매연도의 군사비(유량)가 아니라 군사비 혹은 군사투자비 누계(저량)가 군사력의 척도가 된다. 또 여기에는 민간기업의 자산재고와 같이 감가상각을 포함해야 한다.
둘째, 전력증강 투자비는 주로 물적 요소만을 포함할 뿐, 조직적 역량에 대한 투자를 배제한다. 부대 및 장비 운영유지(O&M) 비용은 바로 ‘조직적 자본’에 대한 투자로서, 투자비에 합산해야 한다. 실제로 국방부는 한국군의 운영유지비 대 군비재고 비율의 하락을 우려한다. 병력유지비는 소비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배제하기로 한다. 그러나 리브시 UN군 사령관은 “국경을 지키는 군인에게조차 식량을 제공할 수 없는 국가는 실로 심각한 곤란에 처해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셋째, 남북한 무기의 가격 대비 효과를 보면 국방부는 과거 미국의 ‘가격 대비 파괴력’ 논의를 답습하고 있다. 즉 사회주의경제의 특성 때문에 북한의 인건비·운영유지·무기구입(투자비) 가격이 훨씬 더 낮다고 한다. 그러나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고가·고기술 무기를 비교하면 소련형 무기의 가격 경쟁력은 급격히 감소한다. 개별무기의 성능과 질, 그리고 무기체계의 통합적인 운용·지원능력이 발휘되는 실제전투의 교환율에서 비용효과성이 매우 낮다. 한국전쟁에서 걸프전에 이르기까지 소련형 공군력과 방공체계는 명백한 실패작이었다. 소련 무기체계의 열악한 가격 경쟁력은 공군력 및 방공능력뿐만 아니라 전략핵전력이나 해군력에도 적용된다. 서방 회사들이 제3세계의 소련제 무기를 개조해온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마지막으로 군사비자료의 방법론적 문제, 특히 신뢰성을 보자. 남한의 경우에는 국방비와 군사원조를 합산한 ‘총국방비’를 산정할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의 공식 국방예산이 1967∼71년간 정부예산의 평균 30.9%에서 1972년 17.0%로 격감한 이래, 군사비의 상당부분이 국방예산에 포함되지 않고 은닉되어 왔으리라는 점이다.
북한의 ‘실제’ 군사비에 대한 남한의 추정은 국가예산의 30.9%이다. 이는 미 국방정보국이 소련 국방비를 예산의 3분의 1로 추정한 것과 같이 ‘단순추정’에 불과하다. 그러나 북한이 경제사정이나 국내외 정세를 무시하고 수십년간 계속 총예산의 30∼30.9%를 국방비에 투입하고 있다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다. 또한 한·미측의 추정은 군사원조를 고려하지 않았다. 1980년대 후반 북한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소련의 군사차관에 힘입어 공군력(MIG-23·MIG-29 전투기 및 SU-25 공격기) 및 방공능력(SA-3·SA-5 대공 미사일 및 레이더망)을 개선했다. 이 사실은 북한의 군사비가 이 시기에 상당히 증가했음을 시사하나, 남한측 추정에는 이 점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본고에서는 1967∼71년의 평균치인 총예산의 30.9%가 아니라 1960∼71년간 평균(25.4%)에 근거하여 1972년 이래 북한의 군사비를 추정했다. 그 결과는 대략 공식 국방비의 1.5배, 또는 국방비+총예산의 8.5%이다. 또한 ACDA 자료에 의거한 북한의 무기도입 총액을 군사원조로 추가함으로써 추정 ‘상·하한선’을 구할 수 있다.
한국군의 재래식 전력 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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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경제력의 열세로 인해 재래식 군비경쟁에서 완패했다
이상에 의거하여 군사원조·감가상각 및 구매력평가환율(PPP)을 고려한 좀더 객관적인 남북한의 국방비 및 ‘투자비+운영유지비 누계’(불변 미국 달러 기준)를 구할 수 있다. 북한 군사비의 ‘투자비+운영유지비 누계’는 총국방비에서 추정 병력유지비를 공제함으로써 산출했다. 앞의 <표>는 필자의 결과를 기존의 연구와 비교한 것으로, 남한이 1980년대 초부터 투자비+운영유지비 누계에서 앞섰고, 1980년대에는 그 격차가 현격해졌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1970년대 전반 남한의 군비재고(투자비 누계)는 북한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반면(1973년 0%, 1975년 3.3%, 1976년 10.4%), 전력지수는 50.8% 이상이었다. 이와 같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의 이유는 한국군 전력증강사업인 ‘율곡사업’ 이전까지 한국군의 투자를 전담했던 미 군원(軍援)을 제외했기 때문이다(이상우 교수와 랜드연구소도 같음). 북한의 군사비를 과장했고 감가상각을 배제한 것도 부차적 원인이다. 국방부는 또한 1988년 주한미군의 전력지수를 인민군의 5%(한국군 65%의 13분의 1)로 평가한 반면, 주한미군의 군비재고는 159억∼160억 달러(탄약비축 46억 달러 및 조기경보시스템 35억 달러 포함)로서 남한 군비투자 누계의 60%로 평가했다. 즉 주한미군의 우수한 조기경보·정보수집능력을 중시하면서도, 전력지수 산출에는 포함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정부가 주장해온 기존의 남북한 군사력 비교는 적절하지 못하다. 첫째, 현존의 ‘상비전력’만 중시하는 것은 동원능력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군사력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한다. 둘째, 전투서열 비교에 의거한 단순개수 혹은 전력지수비교는 ‘저량’이 아닌 ‘유량’ 개념이며, 병력·무기·조직의 질적 요소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셋째, 군사자본재(투자비 누계)가 인적·물적·조직적 요소비용의 총합을 반영하는 가장 타당성 있는 척도이다.
따라서 군원과 감가상각 등을 포함한 객관적인 추정에 의거한 남북한의 군사비(투자비+운영유지비) 누계를 비교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 결과 먼저 ‘국방의 자위’에 착수한 북한이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전반에는 우위를 누렸으나, 정부의 주장과 달리 1980년대부터는 남한이 군비투자의 우위를 확보하기 시작했고 점차 그 격차가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남한은 마음만 먹으면 그토록 강조한 ‘수적 열세’를 만회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보다 질’을 중시해 왔고 특히 정보화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발견’은 전혀 새로운 주장이 아니라, 정부당국이 주장해온 방법에 단지 더 철저한 자료조사 및 분석을 가한 결과일 뿐이다.
북한은 경제력의 열세로 인해 재래식 군비경쟁에서 완패했다. 인민군의 무기체계는 매우 노후화된 모델이며, 같은 소련형 장비에 비해서도 품질이 열악하다. 또 노후화된 무기나마 적절히 운영·유지할 수 있는 연료·부품·보급물자는 물론 군량미마저 부족하다. 특히 지난 수년간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은 더욱 약화되었다. 군사원조의 상실로 인한 무기수입의 극적인 감소는 북한의 군수산업으로는 보완하기 어렵다. 오늘날 북한의 전쟁수행 능력은 1994년 핵 위기 당시에 비해서도 현격히 감소했다. 99년 6월15일 서해 교전의 결과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비대칭적 균형과 군비경쟁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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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의 군비투자에는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된다
오늘날 남한이 군사력에서 우위를 장담할 수 없는 부문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미국에 의존하는 이른바 ‘독자적 전략기획 능력의 부재’일 것이다. 한편 북한은 전쟁수행 능력의 현대화보다는 염가의 ‘전략무기’ 확보에 힘쓰게 되었다. 즉 북한은 재래식 군사력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하여 비재래식 대량살상무기 개발로 전환했던 것이다. 북한은 또한 탄도유도탄을 중요한 외화획득의 수단으로도 활용하였다. 북한은 핵 확산을 우려하는 미국과 협상을 통해 사실상 생존을 보장받았다. 또 ‘가난한 자의 핵무기’인 화학무기의 개발·비축 의혹을 받고 있다.
물론 북한의 억지전력은 이른바 ‘방어 충분성’을 넘어선 것이다. 최근에는 남한에 대한 공멸 위협과, 부차적으로 동북아 관련 당사국에 대한 도발 위협을 제기함으로써 한·미·일의 ‘평화부담금’ 지불을 강요하고 있다. 북한이 98년 8월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선언하고 ‘인공지구위성’(혹은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미·일측에 대한 위협의 신빙성을 높이고자 한 것이다. 물론 남한에 대하여는 재래식 억지력도 지니고 있는바, 수도권을 타격할 수 있는 240mm 방사포와 170mm 자주포 등 장사정 포대를 보유하고 있다.
요컨대 남북한간에는 남한의 전쟁수행능력 우위 대 북한의 억지력 우위라는 ‘비대칭적 군사력균형’이 존재하고 있다. 북한이 저렴한 비용으로 억지력을 확보하기 때문에 남한의 군사적 접근방법, 즉 군비증강을 통한 안보의 추구에는 한계가 있다. 즉 남북한의 군비투자에는 이미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또한 통일한국의 군사력이 주변 4강 어느 한 나라에도 미칠 수 없음을 뼈아프게 자각해야 한다. 북한이 ‘고슴도치 전략’을 추구한 결과 경제가 파탄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통일한국이 중·일 등 강대국과 군비경쟁을 벌이는 일이 얼마나 무모한가를 경고해 준다. 남북한이 한반도 및 동북아의 공동안보와 군축을 추구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이글은 평화네트워크에서 퍼온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