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26] [72차 평화군축 집회]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 즈음하여 국방장관에게 보내는 서한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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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 즈음하여 국방장관에게 보내는 서한
서해 해상경계선 설정 문제에 대한 전향적 결단을 촉구한다.
김장수 국방장관 귀하!
10월 2~4일 평양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립니다. 연내 한반도 평화포럼 개시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열리는 이번 회담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자주통일 실현에 남북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합의를 내와야 할 책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양립할 수 없는 한미동맹 및 주한미군 문제, 군축 문제와 함께 서해 해상경계선 문제에 대한 진지하고도 생산적인 협의가 필수적입니다.
매년 6월 꽃게잡이 철이 되면 남과 북 사이에는 서해상 영해 침범이라는 상호 엇갈린 주장과 군사적 경고 및 행동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해상 우발적 충돌이 한반도 전면전으로 비화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평화를 보장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미룰 수 없는 긴급한 현안으로서, 특히 한반도 평화, 민족공동의 번영, 조국 통일의 새로운 국면 창출을 의제로 하는 제2차 정상회담에서 반드시 합의를 도출해야 할 과제입니다.
한반도 평화 실현의 측면에서 서해 해상경계선 설정문제는 정전협정 체결과정에서 합의하지 못했던 문제로, 전쟁위협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평화협정의 체결과 함께 반드시 해결해야 할 근본적 문제의 하나입니다.
또한 서해 해상경계선의 미 설정으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남겨둔 채 진행되는 경제협력은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도 높지 않습니다. 따라서 남북 경제협력을 보다 전면적이고 질적으로 확대발전시키기 위해서 서해 해상 경계선을 설정하고 주변 수역을 공동어로 수역으로 설정하여 남북화해와 민족 협력의 장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아울러 민족 생명을 통일적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정치군사적 측면이 사회경제문화적 측면을 선도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나 정치군사적 문제의 답보가 다방면의 남북교류와 협력을 발전시키는데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서해 해상경계선 설정문제는 민족 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기 위해서 반드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문제입니다.
우리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서해상 무력 충돌을 근원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실질적 해법을 놓고 깊이 있는 논의와 합의를 이룩하는 것은 정상회담 의제에 부합하는 것이자 평화협정 체결의 역사적,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것이라 판단합니다.
만약 이번 정상회담에서 서해해상경계선 설정과 NLL문제 해결을 위한 획기적 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도 지체될 수밖에 없으며 국제정세의 흐름에 비추어 우리 민족의 주도적 역할을 방기하게 되는 엄중한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서해해상경계선 설정문제에 대한 귀하의 전향적 결단을 촉구합니다.
김장수 장관 귀하 !
우리는 먼저 NLL에 대한 귀하의 억지 주장을 엄중히 비판합니다.
NLL이 안보개념인지 영해선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자 귀하는 8월 2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하여 “NLL은 실체가 있는 영토개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NLL은 1953년 당시 클라크 유엔사령관이 남한이 북을 공격하거나 침범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그은 선에 불과합니다. 정전협정 체결당시 협정당사자들은 의견 차이 때문에 해상 경계선을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북도 NLL을 영해선으로 인정한 바 없습니다.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에서도 “남과 북의 해상 불가침 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 한다”고 합의하여 해상경계선이 설정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본다면 귀하의 주장은 국제법적 근거도, 실체도, 남북간 합의에도 어긋나는 억지 주장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NLL을 영해선이라고 우긴다면, 그러한 주장은 ‘헌법3조(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를 위배한 위헌적 주장이자 외국인이 그은 선을 영해선으로 인정해야 하는 모순된 주장’이라는 전문가들의 비판과 지적을 귀하는 겸허하게 수용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우리는 귀하가 이 문제를 정상회담의 의제로 삼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 데 대해 엄중히 규탄합니다.
서해 해상경계선 설정문제는 2004년 이래 장성급회담의 의제로 다루었으나 아무런 진전도 없이 오히려 남북 쌍방의 불신과 대립의 골이 깊어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특히 귀하의 책임아래 진행된 5차, 6차 장성급 회담에서 북측의 대폭적 양보에도 불구하고 귀하와 회담대표단은 군사적 신뢰구축 먼저라며 한사코 이 문제를 토론하는 것을 회피함으로써 합의에 실패했습니다. “말로는 평화정착, 평화체제수립을 주장하면서도 서해해상충돌방지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집요하게 회피하고 있"다 면서 “남측은 평화체제수립의 《당사자》라고 말만 하지 말고 《당사자》로서의 모습을 민족 앞에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는 북의 지적과 비판을 뼈아프게 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실무적 차원에서 논의한 후 정상회담에서 논의하는 게 맞다’라는 귀하의 주장은 무책임한 주장의 전형이라 할 것입니다. 이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의제화 되는 것을 꺼려하여 합참차장을 대신 정상회담 수행원으로 보내려 했다는 언론보도는 귀하가 얼마나 이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고 무책임한 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아울러 신뢰구축 후 해상경계선을 설정하자는 주장 역시 문제 해결을 회피하면서 NLL을 계속 고수하기 위한 불순한 기도에서 나온 주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만일 귀하의 이러한 무책임하고 시대역행적 처신이 군내외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라면 냉전수구세력에 기대어 일신의 안일과 보신을 위해 역사적 책무를 회피하였다는 역사적 비판을 면치 못할 것임을 똑똑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귀하가 지금이라도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민족 공동의 힘으로 주도해 나가기 위해 서해 해상경계선 설정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하면서, 평화협정 체결 정세에 발맞추어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는 방어적 군사전략과 작전계획을 세우고 공격형 무기 도입 중단 및 국방개혁 2020 재검토, 국방 예산 대폭 삭감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2007년 9월 18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제72차 평화군축 집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