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29][75차 신년 평화군축집회 서한] 김장수 국방부 장관께 보내는 신년 요구서한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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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수 국방부 장관께 보내는 신년 요구서한 김장수 국방부 장관 귀하! 지난해 한반도 정세는 격동의 한해였습니다. 6자회담은 2·13합의와 10·3합의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조미관계 정상화에 중대한 진전을 이뤘습니다. 10월에는 역사적인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려 남북정상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세계만방에 선언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진전은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길목에 들어서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작년의 큰 진전을 이어 2008년은 한반도에서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함으로써 평화체제 구축의 새장을 여는 한해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작년의 성과를 이어 평화정세를 더욱 발전시켜야 할 과제와 임무를 안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이러한 평화정세에 역행하는 행보를 걷고 있어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귀하도 잘 아시겠지만 이명박 당선자는 ‘한미동맹 강화’를 외치면서 미국주도의 미사일방어망(MD) 참여,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PKO 참여를 검토하는가 하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재논의 등을 밝히며 한반도 평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이명박 당선자 측의 이와 같은 입장에 영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16차 한미동맹안보정책구상(SPI)회의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국민을 배제한 채 미국과의 밀실협상을 통해 한미동맹의 침략동맹화를 다그치고 있습니다. 이에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은 국방부가 미국의 군사패권적 야욕을 채우기 위한 부당하고 반평화적인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고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정세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1. 국방부는 한반도 평화 위협하고 기형적 군 구조와 예산 낭비 불러오는 ‘국방개혁 2020’ 폐기하고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그 이행과정에서 대폭적인 군축에 나서야 합니다. 2008년도 국방비로 전년대비 8.8% 증가한 26조 6,490억원이 책정되었습니다. 국방부는 대폭적인 국방비 증액의 근거로 ‘국방개혁 2020’의 이행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국방부가 내세우는 두 가지 근거는 정당성이 없습니다. 우선, 국방부를 개혁하고 자주국방을 실현한다는 구실을 내세워 국회를 통과한 '국방개혁 2020'은 실제로는 자주국방을 위한 국방개혁이 아닙니다. '국방개혁 2020'의 핵심은 1차적으로는 북을 겨냥하고 나아가서는 미국의 역외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 광역작전이 가능한 최첨단 공격 무기도입을 중심으로 한 국방비 대폭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올해만 해도 전력투자비에 7조 6,813억원을 투입해 F-15K, 공중조기경보통제기, K1A1, 상륙돌격장갑차, K-9, 대포병 탐지레이더, 글로벌 호크, KDX-Ⅱ, KDX-Ⅲ, 차기잠수함, 차기고속정, 차기유도무기, 차기상륙함, 차기보병전투장갑차 등의 최첨단 무기체계를 획득 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군사대국입니다. 이것도 모자라 국방비 대폭 증액을 통해 주변국에 위협이 되는 최첨단 무기체계를 도입하게 되면 이는 필연적으로 주변국과의 군비경쟁을 불러와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불러오게 됩니다. 또한, 진정한 자주국방을 위한 국방개혁을 위해서는 방만한 군 구조를 개혁하여 작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만들어야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역대 어느 정부도 해결하지 못한 장성급을 비롯한 비효율적인 군 인력감축을 단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국방부는 도리어 작전통제권 환수를 핑계로 간부증원을 해야 한다며 관련 인건비를 국회에 요구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국회 국방위원회(2007년)에서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은 작전통제권 환수를 명목으로 한 간부증원은 장성급 진급자들에 대한 인건비 충당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질책한 바 있고 국방장관도 이를 인정했습니다. 이렇듯 '국방개혁 2020'은 자주국방을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 아니라 오로지 첨단 무기체계를 획득하기 위한 국방예산 안정적 확보책에 불과하며, 작전통제권 환수 핑계도 인건비 마련을 위한 명분에 불과한 것입니다. 따라서 한반도 및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불러오는 호전적인 무기체계 도입과 군 인건비 확보를 위한 명분에 지나지 않는 '국방개혁 2020'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특히, 6자회담 진전에 따라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본격화될 현 정세 하에서 이와 같은 냉전적이고 대결적이며 낭비적인 군비증강책인 '국방개혁 2020'은 더 이상 명분도 설득력도 없으므로 즉각 폐기되어야 합니다. 그 대신 평화통일시대에 부합하는 합리적 방어충분성 개념에 입각한 군사전략과 작전, 그에 따른 작전계획과 방어연습, 이를 뒷받침하는 무기체계를 구축하는 대전환을 준비할 것을 촉구합니다. 이에 기초하여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그 이행과정에서 군비증강이 아니라 대폭적인 군비 및 군 인력 감축에 나설 것을 국방부에 촉구합니다. 2. 국방부는 한반도 및 세계 평화 위협하고 남북관계 파탄 낼 미사일방어망(MD),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해서는 안 됩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측과 국방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MD, PSI 참여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MD는 북핵을 겨냥한다고 하지만 핵심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주도의 MD에 참여한다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를 적으로 규정해 대결적 국면을 조성한다는 것으로서 우리 안보와 평화에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특히 MD는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었음에도 미국에서조차 군사적 실효성이 의심이 되는 정책입니다. 이처럼 미국의 패권적 요구에 따른 MD에 우리가 참여한다면 동북아에서 진영 간 대결을 불러와 한반도 평화 정세에 찬물을 끼얹고 천문학적인 혈세 부담으로 우리 국민의 경제적 고통이 가중될 것이 분명합니다.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방지할 목적으로 미국이 주도해 만든 대북 군사 봉쇄망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남북관계를 고려해 PSI를 제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상황을 국방부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PSI에 전면 참가하게 된다면 미국과 함께 북을 군사적으로 봉쇄하여 북을 굴복시키겠다는 것을 천명하는 것으로서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몰아가는 일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북, 중, 러와의 관계를 악화시켜 긴장을 유발하고 남북관계를 파탄 낼 MD와 PSI 참여는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이에 우리는 국방부가 국익에 반하는 이런 정책에 대한 불참 입장을 명확하게 밝힐 것을 촉구합니다. 3. 국방부는 위헌적이고 반평화적인 PKO 파병 상시화를 추진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이 당선자는 국력에 맞게 PKO 참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국방부도 이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PKO 활동은 UN PKO의 5대원칙인 ▲ 분쟁당사자의 정전 합의 ▲ 당사자의 동의 ▲ 중립성 ▲ 무력불사용 등의 원칙이 지켜지는 진정한 의미의 평화유지 활동이 아니라, 주로는 미국 등의 이해관계를 실현하기 위해 손쉽게 파병하여 무력 개입을 감행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국회동의 없이 일상적 파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PKO 상비군 설치를 위한 법안이 계류 중입니다. 그러나 이 PKO법안은 헌법60조 2항의 “국회는 선전포고,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 또는 외국 군대의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의 주류에 대한 동의권을 갖는다”는 규정을 제한하겠다는 것으로서 위헌적인 법안입니다. 따라서 국회동의 조차 생략하고 행정부에 ‘백지수표 파병재량권’을 주는 PKO 법안은 즉각 폐기되어야합니다. 일부 병력이라도 국회의 비준 동의없는 파병이 허용될 경우, 그 파병의 문제점이나 위험성이 간과될 가능성이 높고, 강대국의 요구와 압력이나 당국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파병을 통제할 장치가 없어지게 됩니다. 또한, 분쟁지역 지원이 군대 파병이라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이 아니고 국제적 도움이 필요한 때 사안별로 판단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국방부가 국회 동의를 받지 않는 상시적 파병부대 설치 방침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4. 국방부는 작전통제권 전면 즉각 환수와 유엔사령부 해체에 적극 나서야합니다. 이명박 당선자 측은 작전통제권 환수를 미루기 위한 재협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작전통제권은 군사주권의 핵심으로 하루라도 빨리 되찾아야 합니다. 특히,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부당한 군사적 간섭을 배제하고 평화군축에 주도적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작전통제권이 환수되어야만 합니다. 이런 조건에서 이명박 당선자 측이 작전통제권 환수를 미루는 재협상을 하겠다는 것은 군사주권 회복이나 평화협정 체결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우리는 국방부가 이명박 당선자 측의 입장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정세에 발맞추어 작전통제권을 어떠한 조건도 없이 전면적이고 즉각적으로 환수할 것을 촉구합니다. 한편, 한미국방당국은 유엔사와 한국군 사이의 정전관리 책임조정을 2012년 작전통제권 환수 이전에 마무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그 핵심은 정전관리의 실무부담은 한국이 떠맡고 중요한 결정은 미군이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 환수 때 ‘연합권한위임사항(CODA)’을 통해 핵심권한을 한미연합사령관에게 넘겼던 것과 유사한 것으로서 '제2의 CODA'라 할만 합니다. 미국이 유엔사를 유지, 강화하려는 핵심적 의도는 대북 군사개입의 합법화하려는 데 그 저의가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국방부가 대북 군사개입의 통로가 될 수 있는 유엔사의 수명을 연장하는 책임권한 조정 논의를 중단하고 미국이 유엔사를 늦어도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때까지 반드시 해체하도록 할 것을 촉구합니다. 5. 국방부는 남북이 합의한 군사적 조치들을 성실히 이행하고, 서해해상경계선 해결에 전향적 입장을 보여야 합니다. 남북 정상은 10․4선언을 통해 9.19공동성명의 이행 및 한반도에서의 전쟁 반대, 불가침 의무 준수, 서해상 우발적 충돌 방지와 평화수역으로 설정하기 위한 국방장관 개최 등의 내용을 합의하였습니다. 그 일환으로 남북의 갈등 요인으로 되었던 서해상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한 각종 협력 사업에 대한 군사적 보장조치 문제 등 군사적 신뢰구축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작년 말 군사적 신뢰구축을 진전시키기 위한 국방장관급 회담과 장성급 회담을 개최했지만 서해해상경계선에 대한 입장 차이로 공동어로수역 문제는 난관에 봉착해 있습니다. 우리는 분쟁 충돌을 막기 위해 남북정상이 어렵게 합의한 공동어로수역을 비롯한 군사적 조치들이 이행되지 않는 것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남북 군당국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대승적 결단을 내려 서해상의 충돌을 막고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해 남북 정상이 합의한 군사적 신뢰 조치들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방부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NLL 고수 입장을 철회하고 열린 자세로 회담에 임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국방부가 시대적 과제인 평화체제구축의 새장을 여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08. 1. 29.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제 75차 평화군축집회 참가자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