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25] 2009년도 국방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의원들께 보내는 서한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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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도 국방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의원들께 드리는 서한
위원들께서도 잘 알고 계시다시피 국방부는 지난 11월 초 2008년도에 비해 무려 7.8%나 증액된 28조 7,249억 원에 달하는 2009년도 국방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천문학적 액수의 국방예산은 한반도 평화 및 군축에 역행하며,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이므로 대폭 삭감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국회가 국방예산안을 대폭 삭감하여 경제위기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인식과 대책에 일침을 가하고, 군비증강에 제동을 걸어 줄 것을 진심으로 기대했습니다. 경제 위기 극복에 국방부가 동참해야 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고 또 남한 전력의 현저한 대북 우위, 2.8%에 달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부담률( Military Balance 2008, IISS), 버락 오바마의 미 대통령 당선과 맞물린 한반도 정세 변화 가능성 등 다른 부처 예산에 비해 국방비는 훨씬 더 큰 폭으로 삭감할 수 있는 좋은 조건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1월 13일~21일까지의 진행된 국방예산안 예비심사 결과는 정부 재정의 건전성과 사회복지 지출의 확대를 바라는 모든 국민들의 여망을 저버린 것입니다.
첫째, 국방위원들은 예비심사를 통해 6개 사업, 약 350억 원을 삭감하는 대신 34개 사업, 약 3,038억 원을 증액하였습니다. 증액 내역에는 정부안에도 없는 K1 구난전차, 한국형 공격헬기(KAH) 연구개발비 10억 원 등이 새로 포함되었습니다. KAH사업은 군사적, 경제적, 기술적 타당성 문제, 과도한 소요량 제기 등으로 강한 국민적 비판의 대상이 되어온 사업입니다. 증액 내역에는 또 정부 자체의 예산편성과정에서 삭감됐던 K-9자주포 15억 원, K-21(차기보병전투장갑차) 47억 원, F-16D 성능개량 비용 50억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국방위원들은 또 부지매입비가 부족하다며 제주해군기지사업비를 301억 원이나 증액했습니다. 이는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한 행위로 규탄 받아 마땅한 것입니다.
둘째, 국방위원회는 방위비 분담 8차 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예산 편성의 법적 요건마저 결여한 방위비 분담금 예산도 정부가 제출한 원안대로 통과시켰습니다. 이는 의원들 스스로가 행정부 견제와 감시라는 국회의 권능과 역할을 훼손한 대표적 사례라 할 것입니다. 오현리 주민 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건리 훈련장 확장비용 753억 원이 정부원안대로 통과되었으며, 각종 한미간 쟁점이 해결되지 않아 충분한 예산심의가 불가능한 주한미군기지 이전비용 2,679억 원 역시 정부안대로 가결되었습니다.
셋째, 2009년도 사업비 144억 원 중 44억원이 삭감된 차기전차(흑표)사업도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흑표는 국방예산 예비심사가 종결된 21일까지도 대당 단가와 도입 규모가 결정되지 않아 제대로 된 예산 심의가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또 흑표사업은 K1A1 도입, K1A1 성능개량사업과 동시에 추진되고 있어 대표적인 과잉, 중복 투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사업입니다. 따라서 국방위원회가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지 않고 일부만 삭감한 것은 5조 8천억 원에 이르는 국민혈세가 소요되는 흑표사업을 착수할 명분만 제공해주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넷째, 2008년도부터 시작된 군 장교 증원, 곧 정원 외 초과 인원 운영에 따른 인건비 상승분 역시 전액 삭감했어야 할 부분입니다. 군 장교증원은 국방부가 그간 편법, 불법적으로 운영해온 정원 외 초과 인원을 합법화시킬 목적으로 제기된 것입니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인건비를 전액 삭감하는 것은 정원 외 초과 인원을 해소하고 비대한 경상운영비를 줄이기 위한 첫걸음이라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공중조기경보통제기, F-15K, 대구경다련장(MLRS) 전투예비탄, KDX-Ⅲ, SAM-X, 합동원거리공격탄(JASSM) 등 대북 공격적 첨단무기 도입에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씩의 예산이 책정되어 있는바, 이들 문제투성이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을 그대로 승인한 것은 예산 낭비이자 국익을 위배하는 도전적 행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반 사업의 타당성, 공정성, 투명성을 보장함으로써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예산 낭비를 막는데 앞장서야 할 국회가 오히려 국방비 증액에 앞장선 것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특히, 6자회담 진전에 따른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방위원들이 선도적으로 공격무기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요구되었으나 국방위원들은 이와 정반대로 군비증강 일변도로 국방예산을 다룸으로써 정세의 요구를 져버렸습니다. 또 국방비 증액을 결의한 국방위원회의 결정은 군비축소로 경제위기 극복과 서민 복지의 확충을 바라는 국민대다수의 상식과 염원을 철저히 배반하고 벼랑 끝까지 내몰린 국민 대다수의 경제적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국방위원회의 반평화적, 반민중 국방예산 예산심사 결과를 강력히 규탄하며 국방예산안 증액에 앞장선 국방위원들의 모습을 국민대중들에게 낱낱이 폭로하고 차기 선거에서 지역 유권자들과 함께 이를 심판하고야 말 것입니다.
한국의 국방비 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세계 최고수준입니다. 지난 4월 8일 발행된 '2008년 OECD 팩트북(FACTBOOK)'에 따르면 2005년도의 '국방비 등 질서유지관련 지출비중'이 한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4.3%로 29개 국가 중 미국, 영국에 이어 3위입니다. 반면 한국의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비중'은 5.7%(2003년)로 29개국 중 28위로 최하위 수준입니다. 한국연구개발원(KDI)는 2000년부터 우리 사회가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으며, 이에 따라 정부 복지관련 지출이 2015년 전체 재정에서 35.6%, 2030년에는 46.7%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곧 다가올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국민들의 무거운 국방비 부담을 덜고 사회복지를 대대적으로 확충해 복지 후진국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도, 이미 현실로 닥치고 있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국방비 삭감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입니다.
이에 우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각 상임위원회, 특히 국방위원회의 불요불급하고 낭비적 예산을 대폭 삭감함으로써 경제위기 극복과 서민복지 확충,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에 한반도 평화실현에 기여하는 예산 편성을 바라는 국민들의 뜻이 충실히 반영되도록 노력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2008년 11월 25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배종렬, 홍근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