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15] 확산탄 생산중단을 촉구하며 풍산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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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탄(집속탄) 생산, 판매, 수출 중단을 촉구하며
풍산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
귀사는 확산탄을 생산, 판매, 수출하는 대표적 기업 중의 하나입니다.
확산탄의 대표적 문제점은 군사목표물이 아닌 무차별 피해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 모(母)폭탄 안에 들어 있는 자(子)폭탄의 5~40%가 불발탄으로 남아 대인지뢰처럼 기능하는 점입니다. 특정 소형무기를 제외하고 재래식 무기 중 그 어떤 무기보다 민간인 희생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확산 불발탄에 의해 사상자의 98%가 민간인(핸디캡 인터내셔널, 2006. 11)이라는 사실은 확산탄의 이러한 문제점을 단적으로 입증해주는 것입니다.
가능한 넓은 지역에, 무수한 파편으로, 모든 것을 무차별로 파괴시킬 것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확산탄은 그 자체가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제네바 협약에 따르면 모든 군사공격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할 수 없으며, 민간인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무차별 공격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협약 체결 움직임이 본격화 된 지 불과 4년 만에 확산탄을 불법화하는 확산탄금지협약이 발효하게 된 것도 확산탄의 반인도적 본성과 불법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그만큼 컸기 때문입니다.
8월 1일 확산탄금지협약 발효를 앞두고 귀사가 확산탄 생산, 양도, 수출을 전면 중단하는 결단을 내린다면, 국제사회에서 반인도적 대량살상무기 생산기업으로 낙인 찍힌 귀사의 불명예도 제거될 것이며, 한국 정부의 확산탄금지협약 가입도 촉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확산탄에 대한 대한 귀사의 공식적인 입장을 묻고자 아래와 같이 질문하오니 성의껏 답변해주시기를 바랍니다.
1. 현재 귀사가 생산, 수출하고 있는 155미리 BB DP-ICM탄(이중목적고폭탄)은 2006년 이스라엘과 레바논간의 전쟁 당시 무차별 사용되어 수 많은 민간인을 희생시킨 확산탄과 같은 종류입니다. 우리는 귀사가 이 확산탄을 이스라엘에 수출했다는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155미리 BB DP-ICM탄(이중목적고폭탄)은 확산탄금지협약에 의해 생산, 비축, 사용, 양도가 전면 금지되어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확산탄금지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귀사의 면책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기업의 목적이 비록 이윤 추구에 있다 하더라도 사회적 책임과 기업윤리를 도외시 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귀사가 155미리 BB DP-ICM탄(이중목적고폭탄)을 계속 생산, 수출 하는 것은 확산탄을 불법화한 국제적 흐름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을 망각한 것이라고 보는데, 이에 대한 귀사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2. 노르웨이, 스웨덴, 벨기에,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등 유럽 국가들은 확산탄 생산에 관여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자국의 국내법에 따라 노르웨이 연금펀드와 스웨덴 국민연금 펀드는 확산탄을 생산하고 있는 귀 사에 대하여 각각2008년 1월과 2008년 9월 ‘투자금지대상기업’으로 선정한 바 있습니다. 또한 귀사는 2009년 10월에 발간된 세계 인권 보고서에 확산탄 생산 8대 요주의 기업 리스트에도 올라 있어서 국제적 불명예를 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명예는 귀사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이 세계에서 몇 안 되는 확산탄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덧씌우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귀사가 확산탄을 계속 생산, 수출하는 것은 국제적 비난을 자초하는 행위로 국위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귀사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3. 귀사는 6월 9일, 평통사의 면담요청에 대해 “풍산은 방산 업체이기 때문에 확산탄 생산과 판매 수출에 대하여 기업에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국방부가 지시하는 대로 할 뿐이니 확산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 줄 수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러한 귀사의 답변은 확산탄 생산과 수출이 전적으로 국방부의 지시에 의한 것이지 기업 자체의 의지가 아니라는 주장으로 이해됩니다. 그러나 평통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국방부 비확산정책과(확산탄 담당부서)는 “기업의 확산탄 생산과 판매에 대하여 국방부는 관리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확산탄 생산과 수출문제는 전적으로 기업이 자체적으로 선택할 사항이다.” 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귀사의 주장과 달리, 국방부의 지시가 아니라 귀사 자체의 판단과 결정으로 확산탄의 생산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국방부의 주장에 대한 귀사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4. 마지막으로 귀 사의 확산탄 생산, 판매, 수출 행위는 “미래가치 창조를 통해 인류 발전을 선도하는 풍산”이라는 귀 사의 경영이념에도 어긋나며 “꿈을 전하는 통로,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모토로 사회공헌에 힘쓰고 있는 귀 사의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아무쪼록 이러한 확산탄 생산이 가져오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시기를 권하며 이상에서 제기한 질의에 대해 성의 있는 답변을 기대하겠습니다.
2010. 6. 15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공동대표 : 문규현, 배종열, 홍근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