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군축

[2010/12/11] [한겨레 왜냐면] 무분별한 국방예산 증액을 반대한다 / 오혜란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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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0/12/10
[왜냐면] 무분별한 국방예산 증액을 반대한다 / 오혜란

연평도 포격 이후 비상상황에
편승한 국방비 증액은 부당하다
꼭 필요한 예산은 우선순위
조정으로도 확보할 수 있다


2011년 국방예산이 31조4031억원으로 확정되었다. 이는 올해 국방예산 29조5627억원보다 무려 6.2%가 늘어난 액수다. 연평도 포격 이후 비상상황에 편승한 국방비 증액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타당성이 결여된 것이다.
첫째, 국방예산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국방예산을 증액한 것은 예산심사가 졸속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09년도 국방예산 결산 심사에 따르면 이월, 불용된 액수는 1조2000억원에 이른다. 쓰임새보다 과다하게 예산을 편성하거나 집행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고 편성했기 때문이다. 2011년도 예산도 마찬가지다. 내년도 국방 인건비에 편성된 8조8556억원 가운데 불용이 예상되는 액수는 855억원이나 된다. 또 글로벌 호크, K-2전차 등 25개 사업은 올해 예산 집행률이 10%에도 못 미치는데도 2011년도 예산을 크게 증액 편성했다. 국방비 증액이 능사가 아니다.

둘째, 서해도서 전력 긴급 보완을 명목으로 한 국방비 증액도 전혀 타당성이 없다. 꼭 필요한 긴급 보완 전력은 정책 우선순위를 조정함으로써 얼마든지 전력 보완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군 골프장 건설(223억원)은 전혀 시급하지 않은 불요불급한 사업이다. 또 내년 신규 사업 중에서 방위사업법상 사전 절차를 이행하지 않아 예산 조정이 필요하다고 국회 예산정책처가 밝힌 사업은 한국형 공격헬기 65억원, 연합군사정보유통체계 20억원 등 모두 7개 사업 247억원에 달한다.

방위비분담금 중 군사시설개선비(2583억원), 반환미군기지 환경오염 치유비용(691억원) 등은 예산 편성의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업이다. 또한 연평도 포격 대응 예산을 긴급 증액하는 과정에서 연대급 이하 간부 당직비 83억원, 한국국방연구원(KIDA) 직원 처우개선비 7억원, 중령급 단독 지위자 특정 업무비 14억원 등 국방비 절감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삭감했던 예산들이 대거 살아났다. 현 안보상황을 악용한 군 기득권 세력의 제 밥그릇 챙기기 행태다. 이런 예산을 삭감한다면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고도 얼마든지 필요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

셋째, 서해도서 전력 증강은 군사적으로 보더라도 타당성이 없다는 점에서 이를 이유로 한 국방비 증액은 정당성이 없다. 연평도는 남쪽에서 보면 전초기지에 속한다. 북쪽 서해안은 군단 병력이 버티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단순 비교해 마치 남쪽이 전력에서 열세에 있는 것처럼 주장하면서 국방비를 증액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국방부의 ‘서해도서 전력보강계획’에 따르면 좁은 연평도에 불필요한 궤도형 탄약 운반차와 공군장비까지 긴급소요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국방비 증액에 동의하는 국회 국방위원들 사이에서도 즉흥적, 졸속적 사업계획이라고 비난이 일고 있을 정도다. ‘서해도서 전력보강계획’이 연평도 사건 이후 단 6일 만에 작성되고 국회 국방위원회는 보고받은 지 하루 만에 증액 예산안을 의결했다고 하니 국민혈세의 낭비는 불을 보듯 뻔하다.

넷째, 전력증강으로 서해5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이를 이유로 한 국방비 증액은 타당성이 없다. 연평도 포격사건 등 서해상에서 남북간 군사적 충돌의 근원은 한반도가 아직 정전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 있다. 정전협정에서 서해해상경계선을 확정하지 못했고 남북기본합의서에도 이후 협의과제로 남겨져 있다. 대화와 협상을 배제한 무력 증강과 힘의 우위를 통한 해결방안은 첨예한 군사적 대치와 무력충돌로 이어졌다. 급기야 연평도 포격으로까지 발전하였다. 첨단무기를 증강해 연평도를 공격기지화하는 것은 군비경쟁을 불러와 연평도 주민과 우리 안보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릴 뿐이다.

이처럼 국방비 증액은 다른 어떤 부문보다도 낭비가 심하고 비효율적으로 운용되는 국방예산의 문제점을 가중시킨다. 이뿐만 아니라 현 상황을 악용한 군 기득권 세력의 이기주의가 발호할 토양을 조성하여 국방개혁 추진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국방개혁의 추진을 위해서도 낭비성·선심성 예산, 불요불급한 국방예산을 전면 삭감하여 국방운영의 효율화를 기해야 마땅할 것이다.

오혜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평화군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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