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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학 평화통일연구소 상임 연구위원 |
내년도 국방예산은 35.8조원(일반회계)인데 병력운영비(인건비+급식비+피복비)가 14.8조원으로 41.3%, 전력유지비가 28.8%, 방위력개선비가 29.9%를 차지한다. 순전히 인력을 유지하는 데만 국방비를 절반 가까이 지출하지 않을 수 없어 장병의 복지와 교육, 시설 및 장비의 정비와 현대화를 위한 투자는 원천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인건비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63만명에 이르는 방대한 병력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군인인건비(법정부담금 제외, 2014년 예산)는 8.6조원인데 이 중 장교인건비는 3.7조원으로 43.0%를 차지하고 부사관이 4.2조원으로 48.8%, 병은 7천억원으로 8.1%를 차지한다. 장교인건비는 비중도 크지만 1인당 인건비(1년 5206만원)가 병사는 물론이고 부사관(3685만원)보다 커 인건비를 팽창시키는 주요요인이다. 특히 연간 유지비가 일반 장교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고급장교(중령 이상)는 정원이 크게 부풀려져 있는데다 진급적기경과자(영관급)도 30~40%에 이르는 등 인건비를 압박하는 최대 요인이다.
국방부는 2011년 3월7일 ‘국방개혁307계획’을 발표할 때 장성을 포함하여 간부(장교) 1000~1500명을 줄여 매년 인건비를 1000억원씩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국방부의 공언과 달리 장교인건비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1151억원이 늘어났다. 2014년에도 746억원이 늘어난다. 장교 정원도 2011년 7만1440명에서 2014년 7만1847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장교 증원은 2008년 국방예산안 심사 때 “2013년부터 장교를 2718명 감축하겠다”는 국방부의 대국회 보고나 “2013년부터 장교 정원 감축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국회의 지적을 위배한 것이다. 국방부는 장성 정원을 15%(66명) 감축하겠다고 약속하였는데 2007년도 장성 정원이 442명이었고 2013년도 장성 정원이 441명이므로 6년 만에 겨우 1명이 준 셈이다. 하지만 내년에 장성 감축은 한 명도 없다.
‘군구조개편에 따른 간부 중심의 정예군화와 부대의 증창설을 위해서’라는 국방부의 장교 증원 논리도 자가당착이다. 군구조개편은 비대한 군의 몸집을 줄이고 고비용 인력을 감축하여 국가재정에 대한 국방비 압박을 완화하려는 국방개혁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2012년 현재 한국군 간부(장교와 부사관)는 18.7만명인데 국방부는 2025년까지 22.2만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간부를 지금 현재보다 더 증원하게 되면 국방예산은 그로 인한 인건비 증액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국방개혁기본계획(2012〜2030)대로 간부(부사관)를 3.5만명을 증원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추가되는 인건비는 2014년 인건비(급여)기준으로 연간 1조2898억원이다. 반면 병사는 2012년 이후 2025년까지 대략 15만명 감축된다고 보면 1년간 절약되는 인건비(상병기준 월 134600원)는 연 242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재 63만명의 병력이 얼마나 과도한 것인가는 국방예산의 구조로도 드러나지만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때 한국군이 23만~25만명(유엔군까지 합해도 50만~52만명)이었다는 사실로부터도 잘 알 수 있다. 이런 과도한 병력을 유지하는데다 ‘북한위협론’이나 ‘주변국위협론’을 내세워 매년 몇 조원대의 신규무기도입 사업들이 각군별로 경쟁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국방비는 해마다 증가를 거듭하여 국가재정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중앙정부 지출의 기능별구조’(2012 OECD FACTBOOK)에 의하면 2010년 기준으로 중앙정부 지출 가운데 국방비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이 5.9%인데 한국은 16.0%로 무려 세 배 가까이 높다. 이제 병사와 함께 간부, 특히 고급장교를 우선적으로 감축하여 인건비 부담도 낮추고 국방비에 대한 국민의 부담도 덜어야 할 때다.
박기학 평화통일연구소 상임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