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군축

[2016. 12. 5] 2017년도 국방예산 확정에 대한 논평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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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도 국방예산 확정에 대한 논평 


1. 국회가 지난 12월3일 본회의에서 내년 정부예산안을 의결하였다. 이로써 2017년 국방예산은 16년 대비 4.0%인상된 40조 3347억원(일반회계)으로 확정됐다. 이는 정부 총지출 증가율인 3.7% 보다 높은 것으로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살림을 외면한 처사이다. 

 

2. 특히 이번 예산심사는 여소야대 국회에서의 첫 예산안 심사였고 더욱이 박근혜 정권이 국정농단으로 퇴진요구를 받고 있는 때여서 성역화된 국방예산에 대한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하고 진취적인 예산안 심사를 기대하였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국회는 군 몸집을 불리고 군기득권을 강화하는데 역점을 둔 국방예산, 대북한 선제공격전략을 이행하기 위한 각종 무기도입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태롭게 하는 국방예산, 한국방어를 넘어 중국을 견제하는 용도의 무기도입에 바쳐지고 있는 국방예산에 제동을 걸기는커녕 박근혜 정부의 대북강경책에 영합하여 평화와 복지예산의 제약을 가져왔다. 

 

3. 먼저 병력운영비(인건비)가 전혀 삭감되지 않은 채 그대로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 병력운영비는 17조1,464억원으로 국방예산의 42.5%를 차지한다. 인건비가 지금처럼 국방예산의 절반가까이를 차지하는 한 고비용 저효율의 노동집약적 군대를 저비용 고효율의 질적 군대로 전환하는 국방개혁은 기대난망이다. 특히 장성감축은 군 기득권의 축소와 비대한 군구조의 슬림화를 위해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국방부도 이를 알기에 수없이 장성감축 계획을 국민에게 천명하였다. 2016년도 국방예산 심의 때에도 2015년 11월까지 장성정원 감축계획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017년도 국방예산요구안에는 장성감축이 단 1명으로 국방부의 약속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국방부가 매번 장성감축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데도 국회가 이번 예산안 심의 때 아무 제동도 걸지 않고 방만한 병력운영비를 그대로 통과시킨 것은 군의 몸집을 줄이고 군 기득권을 축소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를 외면한 것으로 비판받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4. 다음으로 방위비분담금 예산(9,355억원)이 그대로 통과된 것에 대해서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방위비분담금(군사건설비)이 미군기지이전비용에 불법적으로 계속 전용되고 있는 만큼 이를 중단시키는 문제가 당연히 짚어져야 했다. 또 커뮤니티뱅크가 미국방부 소속 기관임이 지난해 미 국방부의 공식 답변으로 밝혀진 만큼 방위비분담금에서 발생한 이자소득의 환수 문제에 대해서도 짚어져야 했다. 이 외에도 반인도적인 미국소유의 열화우라늄탄을 방위비분담금으로 보관 및 정비해주고 있는 만큼 이에 관한 예산을 삭감함으로써 부당하고 불필하게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막아야 했다. 또 방위비분담금 집행과 관련한 한․미간 제도개선에 관한 합의가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가도 따져보아야 했다. 특히 미국의 대선과정에서 이른바 ‘한국의 안보무임승차론’이 제기된 만큼 이런 주장의 부당성을 밝히기 위해서도 다른 때보다 더 철저한 예산심사가 있어야 했다. 더욱이 사드가 한국에 배치될 경우 운영유지비를 누가 부담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제기된 바 있다. 한민구 장관은 국회에서 사드의 운영유지비를 방위비분담금(군사건설비)에서 쓸 수 있다고 답변 하였는바 이것이 주한미군의 유지운영비를 미국이 부담하게 돼있는 한미소파의 위반임을 추궁함으로써 향후 방위비분담금이 인상되지 않을 수 있게 쐐기를 박아야 했다. 그러나 국회는 방위비분담금 예산을 그대로 승인함으로써 방위비분담금의 여러 가지 낭비와 불법을 그대로 방치하고 말았다. 이 같은 국회의 무책임한 대응은 국민혈세에 대한 철저한 감시를 통해 불법 부당한 예산배정과 집행을 방지하고 국가와 국민에게 필요하고 유익한 예산 편성을 해야 할 국회의 기본적 임무를 방기한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5. 또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예산을 정부안보다 1,000억원 늘린 것에 대해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 예산은 2016년도에 비해 1,668억원이 증액되었으며 이중 1,000억원(장거리 공대지유도미사일 타우러스 추가확보 588억원,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 1기 추가도입 213억원, 지대지미사일 현무 성능개량사업 300억원)이 당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요구안보다 더 늘어난 것이다. 국방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탑재 잠수함(SLBM) 등 북한의 핵미사일위협이 고조되는데 대응해야 한다며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한 뒤에 추가적으로 7,124억원을 더 배정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국방부의 이런 추가적인 예산배정 요구는 북한 잠수함(SLBM) 위협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데다가 과장돼있고 또 사업의 타당성 검토 등 적법한 예산요구안 작성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즉흥적이고 무책임한 태도였다. 이점에서 국회가 7,124억원을 수용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국회는 국방예산안의 세부 내역 조정 방식으로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 예산을 1000억원이나 더 늘려주었다. 이는 국회가 부당한 국방부의 요구에 굴복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킬체인은 북한이 핵미사일 발사 징후만 보여도 선제공격하겠다는 것으로 자칫 한반도를 핵전쟁과 무한 군비경쟁으로 몰아갈 수 있으며 선제공격을 금지한 국제법 위반이기도 하다.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도 한반도의 짧은 종심으로 인해 그 효용성이 의심스럽고 미국 MD의 편입만 초래함으로써 결국은 미국과 일본 방위를 위한 하위체계로 전락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단되어야 할 사업이다. 따라서 국회가 전액 삭감, 폐기되어야 할 킬체인 및 한국형미사일방어 사업을 도리어 증액시켜준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우리의 주권과 독립에 역행하는 처사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6. 국회는 또 F-35도입 예산(9871억원)을 그대로 통과시킴으로써 각종 의혹에 진상규명과 사업타당성에 대해 재검토 등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자신의 책임을 사실상 방기하고 말았다. F-35 전투기도입사업은 아에사(AESA) 레이더 등 4대 핵심 기술 이전 무산 등을 포함한 의혹들이 풀리지 않고 있고 최근에는 최순실이 F-35 도입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가 여러 의혹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사업타당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F-35 도입 예산을 그대로 승인한 것은 자신의 권한과 책임을 포기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7. 국회는 또 작전반경이 한반도 영역을 훨씬 뛰어넘음으로써 대중국 견제 무기로 비칠 수 있는 여러 무기체계들에 대해서도 아무런 제동을 걸지 않았다. 이런 무기체계로는 광개토-III Batch-II(1,765억 원), 글로벌호크(2,294억원), 공중급유기(1,879억원)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같은 무기들은 한국방어 무기라기보다는 한반도 영역을 넘어서 공격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무기로 중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를 불필요하게 경계하게 만들고 우리 군을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의 부속물로 전락시키는데 기여하게 된다. 이 점에서 국회가 한반도 작전영역을 훨씬 벗어나는 공격용 무기들의 도입을 그대로 통과시킨 것은 큰 실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8.  2017년도 국방예산이 국회를 통과하긴 하였지만 앞서 지적한 것처럼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평통사는 다른 평화운동단체들과 함께 군 기득권 축소 및 폐지와 이를 통한 국방예산 절약,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지역 평화에 반하는 각종 무기도입사업 폐기 또는 중단을 위해서 계속 싸워갈 것이다. 

 

2016년 12월 5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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