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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020 국방예산 뜯어보기3_한국의 '중항공모함' 도입, 과연 타당할까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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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국방예산 뜯어보기3] 한국의 '중항공모함' 도입, 과연 타당할까

 

 

국방부 앞에서 국방예산 삭감을 촉구하는 평통사 평통사 회원들이 평화군축을 요구하는 국방부 월례집회에서 국방예산 삭감과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축을 요구하고 있다.

 

국방부 앞 월례집회에서 국방예산 삭감과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축을 요구하는 평통사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해군력, 특히 항공모함을 둘러싼 동북아의 군비경쟁이 갈수록 과열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전략적 대결과 경쟁'을 요체로 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항공모함을 전진 배치하거나 추가로 배치하는 등 아시아·해군력 증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대응해 중국도 속속 항공모함을 도입하며 동북아시아에서 해군력 증강을 선도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도 그 뒤를 따르며 동북아 해군력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은 '중항공모함' 건조를 추진하며 동북아 군비경쟁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고 있다. 2020년 국방예산에서 F-35B와 같은 단거리 수직이착륙기 운용이 가능한 배수량 4만 톤의 대형수송함-Ⅱ(LPX-Ⅱ)을 신규 사업으로 설정한 것인데, 통상적으로 '중항공모함'으로 분류되는 규모다. 2020년 관련예산은 애초 보도자료(2019년 8월 29일)에서는 핵심기술 개발 등 271억 원을 편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에 제출된 정부예산안에서는 선행연구 및 분석평가 명목으로 편성된 41.3억 원만 확인할 수 있었다.

대형수송함-Ⅱ는 건조비용만 3조 원 이상이 소요(최재성 의원실 보도자료, 2019년 10월 10일)되며, 수송함에 탑재될 함재기 도입비용과 운영유지에도 엄청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군비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 안보를 지키려면 '중항공모함' 도입이 불가피한 선택일까? 이 질문에 한국 국방부는 목에 한껏 힘을 주고 '그렇다'고 답하지만 '새빨간 거짓말'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한국에게 '중항공모함'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려면 항공모함이 필요하다?
 

우선 국방부가 주장하는 사업 목적을 살펴보자.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보도자료와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해군의 상륙 수송 능력을 보강하고, 기동부대 작전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그리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 주변국의 해군력 강화와 공세적 해양활동 증가, 초국가적·비군사적 위협요인의 다양화와 범위확대에 대비"하기 위해 '중항공모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방부의 주장은 구구절절 길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명분이란 명분은 다 갖다 붙여 사업을 정당화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겨진다. 국방부의 주장이 갖는 문제점을 차근차근 파헤쳐보자.

우선 국방부가 말하는 '상륙 수송 능력'과 '기동부대 작전 수행 능력'은 대형수송함-Ⅱ가 맡게 될 상륙작전을 의미한다. 그런데 상륙작전이란 "해군과 상륙군이 해양을 통하여 적 해안에 군사력을 투사하는 공격작전"(합동참모본부, <합동 연합 작전 군사용어사전>, 2004)으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스스로 대형수송함-Ⅱ가 '공격무기'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무기체계의 종류를 막론하고 국방부가 사업목적으로 제시할 때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그러나 북한의 해군력은 남한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

함정이나 잠수함 등의 해군전력은 톤(Ton) 수로 비교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남한의 해군력은 함정 240척에 총 톤수는 21만7000톤에 달하는 반면, 북한의 해군력은 함정 770척에 총톤수는 11만1000톤에 불과하다(<2019 일본 방위백서>)· 북한이 남한보다 3배나 많은 함정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소형 함정이기 때문에 총톤수에서 남한이 북한의 약 2배에 달하는 압도적 우위에 있다.

게다가 이미 한국군은 상륙작전을 전개하기 위한 독도함과 마라도함과 같은 대형수송함을 운용하고 있거나 전력화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점은 이들 대형수송함들이 한국군에게 있어 아무런 군사적 효용성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군이 공세적 작전개념에 따라 전쟁 발발 초기 포 공격과 같은 북한의 지대함 공격 사거리 안에서 수송함을 통해 상륙작전을 수행할 경우 한국 해군과 공군의 엄호사격 등의 지원을 받더라도 생존을 보장받기 어렵다.

이번에 해군이 도입하려는 '중항공모함'(대형수송함-Ⅱ)도 전쟁이 발발했을 때 '조기에 전장을 적지로 확대하고 적 전투력의 중추부를 타격하는 종심작전'(합동 연합 작전 군사용어사전)과 같은 대북 공세작전을 수행하는 데서 아무런 군사적 효용성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애초 항공모함은 작전 수행 시 반경과 범위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일종의 '바다 위에 떠다니는 비행장'이다. 그런데 한반도 작전의 경우 전투기나 헬기 등이 지상기지에서 발진하는 것이 훨씬 더 신속하고 안전하기 때문에 항공모함은 전투서열 후순위에 놓이거나 아예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중항공모함 역시 휴전선 북쪽 동해나 서해에서 작전을 수행하면 북한의 포나 미사일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휴전선 남쪽에서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군사적 효용성은 더욱 떨어진다. 미국 정책연구기관인 해리티지 재단의 다코다 우리 선임연구원이 "한반도 동·서해의 과밀한 전장 환경을 고려하면 대형 상륙함(항공모함)의 한반도 전개는 매우 나쁜 접근법"(VOA, 2019년 10월 3일)이라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변국의 해군력 강화와 공세적 해양활동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서 필요?

과연 한국군은 720명의 병력과 20기에 달하는 항공기를 실을 수 있는 '중항공모함'을 어떤 작전에 투입하려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남한 해군이 맡고 있거나 맡게 될 그 어떤 작전에도 항공모함을 투입할 경우는 사실상 없어 보이며, 해군이 '중항공모함' 소요를 제기하는 것은 주변국과의 갈등을 자초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나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 본토에 해병대를 상륙시키고 전투기로 공격하거나 혹은 주변국들의 함정들과 수상전이나 대잠전을 수행하기 위해 중항공모함을 투입하려는 것일까? 그러나 이러한 작전들은 전쟁을 불법으로 규정한 유엔헌장과 침략전쟁을 부정한 우리 헌법에 반하는 불법일 뿐만 아니라 주변국과의 전면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상정할 수 없는 경우다. 항공모함이 남중국해에서 주변국 함정과 교전하는 경우 또한 마찬가지다.

사실 '주변국 해군력 강화에 대비' 등의 사업목적 저변에는 주변국을 '잠재적 위협'으로 보는 사고가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스스로 일본과 중국, 러시아 등의 주변국을 적으로 돌리는 것은 위험천만하고 무모한 발상이며 현실적이지도 않다.

기본적으로 이들 국가는 남한과 적대관계에 있지 않으며 무력 공격할 가능성도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일본은 재래식 전력에서 남한을 무력 공격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육·해·공 전력에서 공격할 수 있는 승수를 가진 중국도 러시아와 인도 등 16여 개의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에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미국의 패권 전략(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원되고 만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을 미국의 패권질서에 도전하는 '수정주의 국가' 또는 '장기적인 전략적 경쟁국가'로, 러시아를 '되살아난 악성 국가'로, 북한을 핵과 생화학무기, 재래식 전력을 증강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불량국가'로 규정(<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 2019년 6월 1일)하는 등 대결적 자세와 패권 강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만약 한국이 중항공모함 등 대형 함정들을 잇달아 도입하고 그에 따라 기동부대를 창설하게 된다면 그 전력들이 주변국과의 대결과 미국의 패권 강화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원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서 해군력을 적극적으로 증강시키며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견제를 한층 더 강화시키고 있다. 태평양을 관할하는 미국 7함대 사령부는 강습상륙함 '복서함'을 운용하는 복서 상륙준비단(ARG)과 해병 제11원정단(MEU)이 7함대 작전구역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연합뉴스>, 2019년 10월 9일). 

또한 최근에는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도 7함대 작전구역에 전진 배치하고, 최신형 항모급 강습상륙함인 '아메리카함'과 스텔스 상륙함 '뉴올리언스함'을 주일미군 사세보 기지에 추가 배치하기도 했다(<연합뉴스>, 2019년 12월 3일).

<뉴데일리>의 2019년 9월 4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정보국(DIA) 출신인 브루스 벡톨 미국 앤젤로 주립대 교수는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는 특히 해군력을 동원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며 "(미국이) 도련선을 앞세워 해양 패권을 장악하려는 중국에 홀로 맞서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또한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최고의 조선 역량을 갖고 있고, 선진화된 해군력을 가진 한국 등에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등에의) 참여를 적극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항공모함은 미국을 방어하기 위해 동원될 수도 있다

중항공모함에 탑재될 수 있는 F-35B와 같은 전투기가 미국이 중국이나 북한과 유사시가 됐을 때 미국을 방어하기 위해 중국과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기지를 선제공격할 수도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가능성이 단지 하나의 가능성에 그치지 않고 현실로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미국은 한국에 이른바 '한미동맹 위기관리 각서'를 개정해 한미연합 위기관리 범위를 현 '한반도 유사시'에서 '한반도 및 미국 유사시'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KBS, 2019년 10월 30일). 

이러한 미국의 요구가 관철된다면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미중, 북미 유사시 한국군은 미국을 방어하기 위해 중국과 북한을 공격하거나 미국으로 향하는 북한과 중국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 그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이 국가적, 민족적 절멸을 가져올 전쟁에 끌려들어 가는 것이다.

 

대형수송함-Ⅱ 관련 예산집행 중단하고 사업 계획도 철회해야

'중항공모함'은 국방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국가의 평화와 안보를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인도·태평양 패권 전략과 미국 방어에 동원될 수 있는 등 국가의 평화와 안보를 위태롭게 할 뿐이다.

한국에게는 엄청난 국가재정을 쏟아 부으면서까지 '중항공모함'을 도입해 동북아 군비경쟁에 가세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남북관계 발전에 맞춰 해군력을 감축하여 동북아 국가들의 군축을 유도함으로써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형수송함-Ⅱ 사업 관련 예산을 포함한 예산안이 이미 통과된 상황이다. 하지만 진정 우리 안보와 평화를 위한다면 대형수송함-Ⅱ 사업과 관련된 예산은 모두 집행 정지되어야 하며, 나아가 사업 계획도 전면 철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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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고문 보기>
-한국의 '중항공모함' 도입, 과연 타당할까
https://vo.la/ZPSc
-국민세금 217억 써서 미군이 오염시킨 땅 되살리자고?
https://vo.la/yfan
-월세보다 더 받기 쉬운 한국 돈? 국회는 단호해져야 한다
https://vo.la/K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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