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방예산 문제점 1-2화] '힘에 의한 평화' 정책과 국방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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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에 의한 평화' 정책과 국방예산
북한 위협 해소? 윤 정권, 안보 딜레마의 늪에 빠지다
[오마이뉴스 기고] '힘에 의한 평화' 정책과 국방예산 (상)
[오마이뉴스 기고] '힘에 의한 평화' 정책과 국방예산 (하)
[의견서] 2023년 국방예산(정부안)에 대한 평화통일연구소·평통사 의견서
임기 2년 차를 맞는 윤석열 정권의 첫 번째 국방예산이 57조143억 원으로 확정됐다. 윤석열 정권은 2023년도 전체 예산을 전년도보다 3.8%p 감소한 5.1% 증액률로 편성하면서도 국방예산만큼은 오히려 1%p 늘어난 4.4% 증액률을 적용했다.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는 속에서도 윤석열 정권은 아랑곳없이 군비증강과 국방예산 확장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전체예산의 증가율은 감소했지만,국방예산의 증가율을 늘어났다.
이전 정권처럼 윤석열 정권도 북한 위협을 국방예산 팽창의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이로부터 군비증강과 국방예산 팽창의 타당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남한은 이미 핵전력을 포함한 북한 군사력의 위협과 도발, 침공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대결과 강압으로 북한을 굴복시키려는 불필요하고 부당한 대북정책에 매달리며 대군 체제를 유지하고, 미·일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대중 포위전략에 편승해 이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대형, 고성능 공세 무기를 도입하면서 숨 가쁜 군비증강이 이뤄지고 국방예산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군비확장과 국방예산 팽창이 한반도 평화와 국가와 국민의 생존을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안보 딜레마의 늪에 빠져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민생을 희생하며 전쟁으로 민족공멸을 초래할 수 있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바로 그 바탕에 윤석열 정권의 '힘에 의한 평화' '억제를 통한 평화'라는 시대착오적이고 왜곡된 안보관이 있다.
'힘에 의한 평화' 정책과 국방예산 팽창
문재인 정권의 모든 정책을 폐기하고 단죄까지 하는 윤석열 정권이 유일하게 계승하고 있는 것이 '힘에 의한 평화' 정책이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안보 공약으로 '힘에 의한 평화'를 주창했으며, 이를 위해 "국방백서에 북한군을 다시 주적으로 명시"하고 "한미연합훈련을 강화하겠다"며 대결적인 대북 안보관을 주저 없이 드러낸 바 있다. 그가 취임한 후 한미연합연습 야외 기동훈련을 재개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국 주도의 다자연합 연습에 한국군을 적극적으로 참가시키고 있는 것도 '힘에 의한 평화' 정책을 구현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그러나 '힘에 의한 평화'는 인류가 제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겪은 후 전쟁을 국가정책 수단으로부터 배제하려는 부전조약을 체결(1928)한 후나 2차 세계대전 후 인류 생존을 위해 무력 위협 또는 무력 사용을 금지한 유엔헌장(1945)을 채택한 후부터는 국제사회가 배척해 온 안보관이다.
'힘에 의한 평화'와 짝을 이루면서 이의 구현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이 소위 '억제를 통한 평화정책(억제정책)'이다. 억제정책이란 힘을 사용하겠다는 의지와 능력을 과시해 상대방이 그 의지와 능력을 믿게 함으로써 성립한다. 달리 말해서 상대방을 겁주고 위협해 이른바 '도발' '침공'을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힘에 의한 평화', 곧 억제정책을 통한 위협은 그 자체가 상대 국가에 대한 위협으로, 무력 위협 또는 무력 사용을 금지한 유엔헌장 2조 4항에 정면으로 위배 된다.
그런데도 미국은 세계 패권을 위해 '힘을 통한 평화'를 정당화 해왔고 일본도 일본판 '힘을 통한 평화'인 '적극적 평화주의'를 표방하며 군비증강과 군사대국화의 길로 나서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힘에 의한 평화' 정책이 결합해 소위 '인도·태평양전략'으로 구체화되고, 여기에 나토의 아태지역 진출까지 더해져 냉전 시대의 지역별, 진영 간 대결이 지구적 차원으로 확장되는 신냉전 대결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한국의 나토 참여에 더 깊숙이 발을 담그고, 한미일 군사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것은 미국의 요구와 압력에 이끌려가는 것과 함께 '힘에 의한 평화'라는 이 정권의 안보관이 일본 정권의 안보관과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힘에 의한 평화' 정책→공세적 군사전략과 작전계획 운용→군비증강→국방예산 증대에 매달릴수록 위협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된 안보 딜레마의 늪에 빠져들게 된다. 미소, 미중, 남북간 군비경쟁은 모두 '힘에 의한 평화'정책의 산물이나, 이를 통해 안보위협이 해결되기는 커녕 확대 재생산됐을 뿐이다.
북한이 핵 선제공격을 표방한 새로운 핵 법령을 채택(2022.9.8.)한 것은 한미동맹의 확장억제 강화와 대북 (핵)선제공격을 명시한 새 작전계획 수립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크다. 북한도 경제를 희생시켜가면서 핵무기를 포함한 군비증강을 계속해왔으나 초 공세성을 띤 핵 교리를 도입해야 할 만큼 안보와 체제가 되레 위태로워진 것이다. 이제 한반도는 핵 선제공격으로 맞서는 최악의 초 공세적 대결 상태로 접어들었다. '힘에 의한 평화' '억제를 통한 평화'가 국가와 민족을 대결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결국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을 막고 남북이 평화와 번영,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한미 양국과 북한이 모두 '힘에 의한 평화'와 억제정책을 폐기하는 것 말고는 길이 없다. 이는 '힘에 의한 평화'와 억제정책의 하위 개념인 초 공세적 군사전략과 작전계획, 이를 수행하기 위한 공세 무기 도입 등 군비증강과 국방예산 증액도 함께 철회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와 동맹 구축, 인도·태평양지역에서의 군사 활동 강화, 대만 해협 등 동북아지역의 군사대결장화와 여기에 한국군이 가담하는 것도 지양돼야 한다는 걸 뜻한다.
한미동맹과 초공세적 전략, 제동장치 없는 군비증강·국방예산 팽창의 직접 원인
한미 연합공군훈련 지난 20일 한반도 인근에 전개한 미국 B-52H, F-22, C-17이 비행하고 있다. (사진출처: 국방부)
한미연합군의 군사전략은 북한위협 부풀리기에 기초한 초공세전략으로 제동장치 없는 전력증강과 국방비 증액의 직접적 원인이다. 맞춤형 억제전략과 4D(탐지→교란→파괴→방어) 작전에 토대한 작전계획 5015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할 징후만 보여도 선제공격한다는 초공세작전이다.
여기엔 참수작전을 포함한 북한 지도부 제거 작전과 북한군 격멸 작전이 포함된다. 그렇지만 맞춤형 억제전략과 4D 작전, 작전계획 5015에 따른 선제공격은 무엇보다도 불법이며, 모험주의적이고 실효성 없이 고비용만 초래한다.
한미연합군의 작전계획은 북한이 공격 징후만 보여도 대북 선제공격을 하겠다는 것인 만큼 이는 평화통일을 천명한 헌법 4조와 무력 침공을 부정한 헌법 5조, 선제적 무력 행사를 금지한 유엔헌장 2조 4항 위반이다. 국방부와 군은 북한이 핵·미사일 사용징후를 보였을 때만 선제타격하겠다는 것이니만큼 반드시 선제공격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한미연합군으로서는 북한의 어느 미사일에 핵무기가 장착돼 있는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모든 미사일 발사에 대해 4D 작전을 전개해야 하므로 전면적인 선제공격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북한군을 격멸하겠다는 것은 국지전이든 전면전이든 북한군에 대한 불필요한 과잉 살상으로 이어져 전시국제법(헤이그법)의 위반이 된다. 전시국제법의 원칙을 제시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선언(1868)은 "한 국가가 전쟁 중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유일하고 합법적인 목적은 적의 군사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으며, 이는 이후 전시 불필요한 과잉 살상을 막기 위한 헤이그법 원칙 중에서도 기본 원칙으로 자리잡는다. 이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선언은 "이러한 목적 - 적의 군사력을 약화시키는 - 을 위해서는 병력(부대)의 주력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충분하다"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대북 선제공격은, 설령 제한적인 핀포인트 공격이라고 해도, 반드시 전면전으로 비화한다. 북한이 이미 남한은 물론 일본과 태평양 미군 및 미 본토까지 보복할 수 있는 핵미사일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조건에서 대북 선제공격은 남북한의 모든 생명과 자산, 미일의 일부 생명과 자산을 담보로 하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전략이자 작전이다.
한미연합군이 제아무리 대북 정찰 능력을 강화해도 산악지대 등을 이용해 은폐·엄폐된 고정식 발사대와 수백 대에 달하는 이동식 발사대를 모두 탐지해 발사 전에 파괴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북 선제공격은 분명 실효성이 전혀 없는 전략이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맞춤형 억제전략과 4D 작전을 실행하기 위한 이른바 3축 체계(킬 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 대량 응징보복) 구축에 2017년~2022년에 약 30조 원(국방부 발표 액수 기준)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썼고, 2023~2027년에 30조 원을 추가로 지출할 계획(신원식 의원실, 2022.10.21.)이다.
그러나 안보 환경은 더 나빠지고 있다. 북한도 계속 재래식 전력을 증강하며 군비경쟁에 나서고 있고 핵 선제공격을 표방한 '핵 법령'까지 채택함으로써 남북이 안보 딜레마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더욱 고착되는 형국이다. 군비증강과 국방예산 팽창이 안보를 개선하기는커녕 악화시킨다는 방증이다.
2023년도 방위력 개선비는 16조9169억 원이다. 이 예산 대부분 대북 선제공격용 최첨단 고성능 무기체계 도입에 사용된다. 이른바 '3축체계' 수행을 위한 무기 도입비는 이중 31%인 5조2954억 원(연합뉴스, 2022.12.24)에 달한다.
국회에서 통과된 2023년 국방예산
최첨단 고성능 공세 무기는 천문학적 액수의 도입비가 들어갈 뿐 아니라 도입비의 최소 4배 이상(왕정홍 전 방위사업청장, 국회 국정감사 회의록, 2019.10.7.)의 막대한 운영유지비가 들어간다. 국내 개발 중인 KF-21 사업 예산은 무려 18조 원이며, 운영유지비는 얼마가 소요될지 가늠조차 안 된다. F-35A 40대의 운영유지비는 40조~80조 원(홍영표 의원, 국회 국정감사 회의록, 2019.10.7)으로 추산된다. 10~20년 후에는 국방예산 대부분을 고성능 첨단무기 운영유지비에 쏟아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고성능 공세무기 대신 방어전략과 작전에 상응하는 무기체계를 도입한다면 방위력개선비와 운영유지비를 50% 이하로 줄여 국방예산을 크게 삭감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북 선제공격전략과 작전을 폐기하고 방어전략과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야말로 헌법과 국제법 준수로 민족의 공멸을 막고 한반도 평화를 증진하는 대전제요, 국방비 삭감을 통해 국민경제와 민생을 도모하는 길이자 판문점·평양 선언, 군사 분야 합의서의 준수와 이행으로 군축과 평화협정 체결, 통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길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1일 오전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건군 '제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열병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작전통제권 환수 위해 전력증강 필요하단 주장은 잘못된 전제
문재인 정권은 작전통제권 환수를 위해서는 전력이 증강돼야 한다는 잘못된 전제에 매달려 집권 내내 국방예산을 크게 늘려 군비를 증강했다. 이른바 '3축체계'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2021년에 체계를 완성해 임기 내에 전작권을 환수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헛물만 켠 꼴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감시·정찰자산 확보와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방어체계 고도화 등 두 가지를 한국이 집중적으로 준비할 경우 미국도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에 이양하는 데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VOA, 2022.5.7)이라며 한국군의 감시·정찰 자산 확보와 MD 능력의 고도화를 전작권 환수의 조건으로 내세웠다.
여기서 전작권 환수 조건이란 박근혜 정권이 미국과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양해각서'에 따르면, 첫째 한국군이 한미연합 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군사 능력을 확보해야 하며, 둘째 한국군이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초기 필수능력을 갖춰야 하고, 셋째 전작권 환수에 부합한 한반도와 역내 안보 환경을 관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작권 환수를 위한 조건 검증 목록과 기준 관련 문턱이 높아지는 데다 세 번째 조건의 기준은 매우 주관적이어서 한미가 기준을 객관적으로 합의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국이 자국의 이해에 따라 전작권을 돌려주려고 하지 않는다면 충족할 수 없는 조건이다. 결국 윤석열 정권도 능력과 조건에 매달리는 한 작전통제권 환수는 포기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사실 군사적 능력을 전작권 환수 기준으로 삼는다면 이미 한국군은 그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 국방부는 "한국군은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충분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2010.6.27)고 밝혔었다.
그런데도 역대 정권은 작전통제권 환수를 위한 조건에 매달리면서 작전통제권 환수를 위한 전력 보강이라는 명분으로 매년 11조~14조 원(3축 체계 예산과 국방개혁 명목 비용 포함) 안팎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왔다. 이 비용이 방위력 개선비의 80%를 넘어설 정도로 국방예산 팽창의 주된 요인을 이뤘다. 그러나 이러한 거액의 투자가 전작권 환수 조건을 충족시키기는커녕 예산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하고 있다.
이에 작전통제권 환수는 군사적 능력과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그 본성에 맞게 주권과 헌법 수호, 국가 자주와 정치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군이 제시하는 검증 기준을 거부하고 박근혜 정권의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양해각서'와 문재인 정권의 '연합방위지침'을 폐기한 후 전작권 환수를 선포하면 된다. 여기에는 아무런 국내법·국제법적 제약이 없으며, 군 최고 통수권자의 선언만 있으면 된다.
나아가 선제공격전략과 작전을 폐기하고 방어적 군사전략과 작전계획을 수립해야 작전통제권 환수의 길을 더 크게 열 수 있으며 환수된 작전통제권을 실효성 있게 행사할 수 있다. 초 공세적 (핵)전쟁계획 하에서는 미군에 대한 의존도가 커짐으로써 작전통제권을 환수해도 명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작전통제권 환수를 명분으로 들여온 최첨단 고성능 공세 무기의 운영을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작전통제권 환수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예를 들어 F-35/15K나 세종대왕함 등은 링크-16등 통신수단을 비롯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미국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작통권 환수 의의를 반감시킨다.
미 인도·태평양 전략과 미 본토 방어에 한국군 동원 가능성과 국방예산 팽창
2023년도 방위력 개선비에는 한국군의 역외작전을 위한 전력 도입비가 대거 포함 돼 있다. 대형 수송함, 대형 구축함, 중형 잠수함, 공중급유기, 조기경보통제기, 대형 수송기, 해상초계기, 해상작전헬기, 상륙기동헬기, 상륙공격헬기 등이 대표적인 무기체계다. 2023년도에 이들 무기 도입을 위해 배정된 예산만 약 1조8429억 원이다.
그러나 이들 전력은 대북 방어에는 별 쓰임새가 없으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미중 대결에 동원되고 태평양 미군과 미 본토 방어를 위해 쓰일 무기체계다. 한국 해·공군은 현재도 하와이, 호주, 필리핀, 태국 등 미국과 연합훈련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쫓아가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만약 한미위기관리 각서가 개정돼 미국 유사가 포함되면 한국 해·공군의 동·남중국해를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 연합작전 연습 참가와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관련 장비 도입도 더 확대될 것이다.
국회 심사과정에서 신규 도입사업으로 예산 4400만 원이 막판 끼워넣기 된 SM-3 요격미사일은 요격 고도가 최소 100km 이상으로 남한 방어용이 아니며 일본과 오키나와 미군기지를 겨냥한 북·중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요격용이다. SM-3 블록 II-A는 요격 고도가 최소 800km에 달해 미 본토를 겨냥한 북·중 ICBM을 상승·하강 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로 1발 당 무려 480억~560억 원을 호가한다.
특히 한국의 중대형 구축함과 중형 잠수함 등의 함대지 전력은 양안 분쟁 시 미국의 요구로 미국과 대만 지원에, 미·중 분쟁 시 미국을 겨냥한 중국 북동부 지역의 ICBM 기지에 대한 타격이 가능하다. 또 서해에서 남하하는 중국의 북해함대 전력을 차단하는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다.
남한이 북한은 물론 주변국의 무력 침공을 방어할 수 있는 충분한 전력을 갖추고 있는 조건에서 미국과 미군의 남한 방어 지원을 조건으로 태평양 미군과 미 본토 방어를 지원하는 것은 국가와 민족의 생명과 자산을 거는 도박 같은 짓이다.
한편, 2023년도 국방예산 전력유지비 중 주한미군을 위해 편성된 예산은 방위비 분담 예산 1조911억 원, 주한미군 시설부지 지원비 102억 원, 주한미군 C4I 체계 및 워게임 모델 사용료 266억 원 등 총 1조1279억 원이다. 해외파병비용 501억 원, 한미연합연습 115억 원, 해외연합훈련 145억 원도 주한미군이나 미군을 위한 예산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전력유지비 중 외화 예산은 약 14.7억 달러인데 이중 약 80%(1조5170억 원, 2023년 예산환율 1290원 적용)가 미국에 지급하는 해외정비비 등이다.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 특별회계에 있는 주한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비 650억 원, 평택기지 이전 비용 1424억 원 등도 미군을 위한 비용이다. 카투사 관련 비용 192억 원(2018년 기준, 2020 국방백서)도 주한미군 지원 경비의 일환이다. 이에 2023년에 미국과 주한미군에 지급되는 비용은 약 2조9476억 원으로 전체 전력유지비 의 17.5%에 해당한다.
이외 방위력 개선비 중 외국 무기 도입비는 약 17.7억 달러인데 이 중에서 미국산 무기 도입비는 통상 80%인 1조8266억 원에 달한다.
매년 증감이 있지만, 전력유지비와 방위력 개선비에서 약 4.8조 원(국방예산의 8.4%)이 미국과 미군을 위해 쓰이는 셈이다.
국방예산 중 미군관련 비용
그러나 대미 군사적 종속에 따른 한국의 국방비 부담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전력운영비 중 상당한 액수가 미국의 요구에 따른 작전계획 5015의 수행을 위한 대군 체제와 최첨단 고성능 무기체계 유지에 사용된다. 이에 작전계획 5015를 폐기하고 방어 위주의 작전계획을 수립해 병력과 최첨단 고성능 무기의 유지비를 1/2로 줄인다면 2023년 국방예산 전력운영비 약 40조 원 중 20조 원을 줄일 수 있다.
윤석열 정권이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원한다면 대북 대결정책과 한반도 역내외에서 도를 넘어 진행되고 있는 한미, 한미일 등 양자·다자연합 연습을 중단해야 한다. 힘에 의한 대북 압박은 위기와 분쟁을 확대 재생산하며 북한의 핵 능력을 고도화할 명분을 제공하고 한반도 분단을 연장할 뿐이다. 따라서 힘에 의한 대북 압박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실현할 수 없다. 이는 이 시대 최고의 국가와 민족의 가치이자 이익인 자주와 평화, 통일을 포기하는 것이다.
한미동맹과 초공세전략을 앞세운 북미, 남북 대결 속에서는 만성적인 전쟁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국가와 민족의 미래가 없다. 동북아에서의 긴장 완화가 자국의 패권과 대중국 포위전략을 약화시킬 것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조차 받지 못하는 미국, 그래서 한반도에서의 끊임없는 군사적 긴장과 대결을 필요로 하는 미국을 해바라기 해서는 결코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 단호히 한미동맹의 사슬을 끊어내는 데서 국가와 민족의 미래가 열린다.
북한이 핵 법령을 채택해 핵 선제 불사용 정책을 폐기하고 핵 선제공격으로 돌아선 데는 더욱 강화되는 한미 당국의 대북 군사적 강압 정책과 선제공격을 한층 강화한 새로운 작전계획 수립에 그 원인이 있다. 따라서 한미가 선제공격전략인 작전계획 5015와 새로운 작전계획 수립 계획을 포기하고 방어적 작전계획으로 전환해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 준다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의 길은 얼마든지 다시 열릴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 법령 채택 후 가진 시정연설에서 "우리의 핵 정책이 바뀌자면 세상이 변해야 하고 조선 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변해야" 한다면서 조건부 핵 포기 입장을 밝혔다. 곧 북한 체제가 위협받지 않는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조성되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뜻이다.
더 늦기 전에, 그래서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의 지위를 굳히기 전에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 합리적 방어 충분성에 따른 방어전략 수립과 후속 군사 분야 합의서 채택을 통해서 공세 전력을 후방으로 이동 배치하고 단계적으로 감축해 나간다면 현재의 비대한 대군 체제를 절반으로 감축하고 국방예산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평화를 원하거든 평화를 준비하라!" 이 명언이야말로 부전조약과 유엔헌장 채택 이래로 전쟁이 없는 평화의 국제사회를, 평화의 한반도를 구현하고자 한 인류의, 민족의 염원에 화답하는 생명과 희망의 소리다. 국회마저 맹목적인 군비증강의 들러리가 된 지금 군비확장을 막고 한반도 평화, 국가와 민족, 민중의 미래와 희망을 열 주체는 국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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