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누리통일누리 237호(2024.8)에 실린 2026 원폭국제민중법정의 공식 출범을 알리고, 원폭국제민중법정의 윤곽을 소개한 글을 소개한다.

원폭국제민중법정, 공식 출범 
 

원폭국제민중법정 홈페이지
 

지난 17차 평화홀씨마당에서 2026 원폭국제민중법정의 시작을 알리며 사진을 찍고 있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 79주년이 되는 8월 6일, 원폭국제민중법정이 공식 출범한다. ‘원폭국제민중법정 윤곽’은 원폭국제민중법정 법리검토팀에서 초안을 작성하고, 원폭국제민중법정 조직위원회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는 평통사와 브래드 울프 변호사, 관련된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확정하였다.

원폭국제민중법정의 공식 명칭은 International People’s Tribunal on the Responsibility of the U.S.A. for the 1945 Atomic Bombings and for Ensuring Redress (Apology) for the Korean Victims(IPT)으로 다소 길다. 그러나 그 목표는 매우 명확하다.

첫째, 1945년 미국의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 행위가 국제법을 위반했는지를 판단하여 그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 원폭 투하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그 피해자인 한국피폭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죄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 원폭피해자의 경우, 일제의 강제동원과 미국의 원폭투하, 그리고 한국 정부의 무관심과 냉대라는 3중의 고통을 오랜 기간 겪어왔다. 미국의 원폭투하에 대한 책임인정과 사죄는 한국원폭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둘째, 국제사회에 1945년 미국의 원폭 투하가 불법이었음을 알리고, 핵무기의 위협과 사용을 금지하는 국제법 규범을 강화하여 핵무기가 다시는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1996년 국제사법재판소(ICJ)의 핵무기의 위협 또는 사용의 적법성에 관한 권고 의견은 자위의 예외적 상황에서의 핵무기 위협 혹은 사용은 합법이라 주장의 여지를 남겼으며, 핵무기금지조약(TPNW)은, 핵무기 보유국이 참가하지 않아 아직까지는 그 효력이 제한적이다. 원폭국제민중법정은 이러한 국제법 체계의 한계를 극복하고, 1945년 미국의 원폭 투하뿐만 아니라 모든 핵무기 위협과 사용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국제 관습법 규범을 촉진하고자 하는 것이다,

셋째, 현재 한반도는 냉전 시대의 유산인 동맹과 핵 대결 구도에 갇혀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핵무기가 국가 안보를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라고 믿고 있지만, 원폭국제민중법정은 이러한 핵무기 신화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한다. 특히 한반도에서의 첨예한 핵 대결을 정당화하는 일부 정치 지도자들의 왜곡된 주장에 맞서, 원폭국제민중법정은 진정한 평화를 위한 수단을 제공하고 핵 대결 없는 세계와 한반도를 구현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원폭국제민중법정은 한국원폭피해자와 미국(국가)을 공식적인 소송 당사자로 확정했다. 재판에는 다른 이해 당사자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는데, 국제법 전문가, 시민 사회 단체, 핵 관련 피해자 및 관련 인사들은 제3자(amicus curiae)의 자격으로 재판에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만, 이러한 제3자의 참여는 법정에서 정한 규정과 절차에 따라 허용된다.

재판부는 공정하고 독립적인 판결을 위해 서로 다른 지역, 배경, 성별을 가진 5명의 판사로 구성된다. 판사들은 개인 자격으로 재판에 참여하며, 판결은 만장일치 또는 과반수로 이루어진다. 소수 의견이 있는 경우 반대 의견을 첨부할 수 있도록 하여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였다.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사무국을 두고, 법정의 행정 업무를 지원하고 재판 진행을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할 예정이다.

재판에는 1945년 당시 조약국제법과 관습국제법이 적용되며, 그 중에서도 특히 1868년 세인트 피터스 버그 선언, 1907년 헤이그 4협약과 부속 육전규정이 1945년 미국의 원폭투하의 불법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또한, 국제적 불법 행위에 대한 국가의 책임에 관한 일반 원칙도 적용되어 미국의 책임을 묻는 근거가 될 것이다.

재판 절차는 국제사법재판소(ICJ)와 유럽 인권 재판소 등 기존 국제 재판소 절차를 참고하여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원폭국제민중법정 자체 규정과 절차 규칙을 제정하고 이에 따라 모든 재판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재판 절차는 서면 의견 제출 및 교환, 공개 구두 심리, 판결 선고의 3단계로 진행된다, 서면 의견 제출 및 교환은 소송 당사자들이 서면으로 주장과 증거를 제출하고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답변을 제출하는 단계다. 공개 구두 심리는 2026년 뉴욕에서 개최되는 핵무기비확산조약(NPT) 11차 재검토회의와 핵무기금지조약(TPNW) 재검토회의와 연계되어 진행함으로써 핵무기의 불법성, 그들의 위협과 사용금지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법정은 심리 결과를 종합하여 판결 선고를 내리는데, 판결문은 미국 정부와 NPT회의에 제출하여 국제사회에 널리 알릴 예정이다.

2024년 6월 7일(금), 히로시마에서 진행한 제2차 원폭국제민중법정 국제토론회에서 조직위원회 구성을 위한 좌담회를 진행했다

원폭국제민중법정은 애초 기대를 뛰어넘는 국제적 지지와 참여 속에 진행되고 있다. 법리검토팀은 원폭투하의 불법성을 규명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다양한 국적의 국제법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법리팀 주요 멤버로는 다니엘 리티커(스위스 로잔대학교 국제법 교수, 국제반핵법률가협회 공동대표), 야마다 토시노리(일본 메이지대학 법학부 교수), 오쿠보 겐이치(일본반핵법률가협회 회장), 맨프레드 모어(독일 국제법 교수, 국제우라늄무기금지연합 공동 의장), 모니크 코미에(호주 모나쉬 대학교 법학부 선임 강사), 안나 후드(뉴질랜드 오클랜드 법학부 부교수), 존 키에룰프(덴마크 외무부 전 외교관), 이벳 이사르(국제인도법 전문가)등이 있다.

조직위원회는 법리검토팀 외에도 조직, 홍보, 운영/섭외 분야에서 역할을 맡은 다국적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고영대/오혜란/ 박하영(평통사), 브래드 울프(죽음의 무기 상인 재판소), 마가렛 엥겔(피스 액션 뉴욕), 코라존 발데즈 파브로스(IPB 대표, 필리핀 전쟁중단 연합), 엘리엇 아담즈/앨런 버필드/ 존김 (미국 평화재향군인회), 김갑송(미주평화재단), 콜린 무어(미국 감리교 연합 교회사회부), 조셉 에서티에(World BEYOND War), 조현숙, 이주연 등이 참여하고 있다. 강우일 전 제주교구 주교와 히라오카 다카시 전 히로시마 시장이 조직위원회 공동의장을 맡았다. 이들의 참여는 원폭국제민중법정의 도덕적 권위를 높이고 있다.

원폭국제민중법정은 국제반핵법률가협회를 비롯한 15개 단체의 지원을 받으며 진행되고 있다. 조직위원회는 대부분 파트너 단체 소속 인사로 구성된 사실에서 보듯이 파트너 단체들의 참여는 원폭국제민중법정의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