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군축

[TPNW 3차 당사국 회의] 3/4 '한국원폭피해자에게 정의를: 국제조직위원회와 함께 하는 원폭국제민중법정' 부대행사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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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폭피해자에게 정의를: 국제조직위원회와 함께 하는 원폭국제민중법정' 부대행사

 

•일시: 2025년 3월 4일(화), 오후 오후 12시~14시(현지 시간)

•장소: 뉴욕 유엔 교회센터 8층

 

민중법정 부대행사 참가자들

 

핵무기금지조약(TPNW) 제3차 당사국회의가 열리는 기간에는 당사국 정부 대표단이 참가하는 회의 외에도 각국의 반핵평화 단체가 주최하는 많은 부대행사들이 개최됩니다.

 

평통사가 공동 코디네이터로 참여한 원폭국제민중법정(이하 민중법정) 국제조직위원회도 이날(4일) 유엔본부 인근에서 민중법정을 주제로 부대행사를 개최했습니다. 60여 명이 참가한 이날 행사에서는 민중법정 원고로 참여하는 피해자들의 증언을 듣고, 민중법정을 함께 준비하는 여러 단체들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먼저, 주최 측을 대표하여 평통사 고영대 공동대표가 인사말을 전했습니다.

 

[고영대 대표 인사말 보기]

 

고영대 공동대표는 먼저 "1945년 미국의 원폭 투하의 법적 책임을 묻는 국제민중법정 개최 준비를 위한 닻을 올린 지 3년째를 맞는다"며, "1년쯤 후에 이곳 뉴욕에서 개최될 예정인 국제민중법정의 나머지 여정도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두 차례의 국제 토론회, 국제조직위원회 구성, 국제민중법정 규정 완성 등 그간 여러 진전을 이루었으며, 오는 4월부터 본격적인 재판 절차가 시작됨에 따라 더욱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인사말 전하는 평통사 고영대 공동대표

 

또한 고영대 대표는 국제민중법정을 통해 1945년 미국의 원폭 투하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근거로 미국에 배상과 사죄를 청구하는 것에는 "원고로 참여하는 한국원폭피해자들의 평생의 한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제민중법정의 현재적 의미와 관련해서는 "핵대결이 첨예화된 한반도에서 미국의 확장억제정책 폐기와 한반도 비핵화의 길을 여는데 또 하나의 목적을 두고 있다"며, "억제정책이 용인되는 한 핵무기 폐기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1996년 국제사법재판소(ICJ)가 핵무기에 관한 권고적 의견에서 "예상된 무력사용 자체가 불법이라면 이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선언하는 것 역시 유엔헌장 제2조 4항에 의해 금지된 위협이 된다"(47항)고 판시한 내용을 소개하며, "1945년 원폭투하의 불법성을 입증하는 것은 핵무기 선제 사용을 공공연히 표방하는 대북 핵위협, 곧 한반도 확장억제정책 폐기와 비핵화의 정당성을 시사한다"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또한 "국제민중법정 목적의 스펙트럼은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에 대한 미국의 사죄로부터 전 세계 비핵화에 이르기까지 실로 그 폭이 넓다"며, "이는 핵무기 전면 폐기를 바라는 반핵 평화 활동가들의 모든 염원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국제민중법정이 곧 반핵 활동가들의 공동 과제라는 사실을 함의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원폭국제민중법정의 성공을 위한 전 세계 반핵 운동가와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습니다.

 

이어 한국원폭피해자 운동의 역사를 담은 영상을 시청했습니다. 참가자들 대부분은 영상에 깊이 몰입했고, 이후 영상 공유를 요청하는 참가자들도 있었습니다.

 

민중법정 공동 코디네이터인 브래드 울프 변호사는 사회자로서 민중법정의 배경, 진행 경과, 목표, 재판부 구성 등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사회자인 브래드 울프 변호사

 

이어 민중법정의 원고인 심진태, 박정순, 한정순, 이태재 선생이 피해 증언과 함께 본인이 민중법정의 원고로 참여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심진태 선생 증언 전체 보기]

 

심진태 선생은 "나는 일제에 의해 강제동원된 부모님과 함께 히로시마에서 피폭되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한국에 돌아왔지만 굶기를 밥 먹는 것보다 자주 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2001년부터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 지부장을 맡으면서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지켜봤다"며 "왜 우리가 이렇게 죽어야 하냐"고 역설했습니다.

 

또한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가해자인 미국의 책임을 묻고,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기 위해 원폭국제민중법정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정순 선생 증언 전체 보기]

 

12살의 나이에 히로시마에서 피폭당한 박정순 선생은 당시 피해 상황을 매우 상세하게 증언했습니다. "갑자기 번갯불처럼 눈부신 빛이 비추더니 바람이 일고 온 천지가 진동하듯 엄청난 폭음이 들리며 집 전체가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렸다"고 합니다. 또한 박정순 선생의 증언에 따르면 "길에는 죽은 사람, 화상을 입고 피 흘리는 사람, 한쪽 팔다리가 잘려 나간 사람들이 허다했습니다. 당시 연합군총사령부(GHQ)가 피해자들을 강제 귀국시키는 과정에서 소지할 수 있는 돈을 제한한 탓에 귀국 이후에 가난에 시달린 일에 대해서도 증언했습니다.

 

박정순 선생은 "피폭으로 부모님과 형제자매를 잃고 그 자식들까지 질병과 고통 속에 사는 것을 보니 도저히 입을 다물고 살 수 없다"며 "핵무기를 투하한 미국에게 책임 인정, 사죄, 배상을 요구하는 것이 1세로서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민중법정 원고로 참여한 배경을 이야기했습니다.

 

민중법정 원고들의 증언을 경청하는 참가자들

 

[한정순 선생 증언 전체 보기]

 

원폭피해자 2세인 한정순 선생은 "어릴 때부터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고, 20대에 들어서는 제대로 걷지도 서지도 못하게 되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아이를 낳은 이후에는 다리 통증이 더욱 심해져 땅바닥을 손으로 밀며 다녀야 했고, 그래서 방바닥은 까진 손에서 묻어난 피로 흥건했다"고 말했습니다.

 

한정순 선생은 "원폭 피해의 유전성이 공식 인정되지 않으며 2세 피해자들은 원폭 피해자로 인정조차 받지 못한 채 고통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며 "그런데도 일본과 미국은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미국의 원폭 투하 책임을 묻는 원폭국제민중법정이 그동안 억눌려 왔던 피해자들에게 숨을 트일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원고로 함께 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이태재 선생 증언 전체 보기]

 

원폭피해자 2세이자 한국원폭피해자 후손회 회장인 이태재 선생은 자신을 포함해 많은 원폭 피해자 후손들이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사회적 편견 탓에 피폭 사실을 숨기는 사회적 고통도 감내하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원폭 투하 이후 80년이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미국은 원폭 피해자와 후손들의 문제를 직시하고 가해자로서 책임을 다하여 사죄와 배상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후 민중법정 협력 단체로 활동 중인 여러 국제 단체들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패널 발표를 경청하는 참가자들

 

국제반전단체 World Beyond War의 존 류워(John Reuwer)는 "많은 국가들이 법치를 무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중법정은 대중이 국가들로 하여금 법치를 준수하도록 촉구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군축, 나아가 전 세계의 평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 평화재향군인회(Veterans for Peace)의 앤 라이트(Ann Wright)는 민중법정에 대한 지지와 참여를 재차 표명하며, 미국인들 역시 미국 정부가 하지 않는 한국원폭피해자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UMC General Board of Church and Society의 콜린 무어(Colleen Moore)는 미국 내에서 한국원폭피해자 문제를 알리기 위한 방법으로, 원폭 투하 80년이라는 계기를 활용한 한국원폭피해자에 대한 의회 결의안 통과를 제언했습니다.

 

국제평화국(IPB)의 션 윌리엄 코너(Sean William Conner)는 "미국 정부와 시민 모두가 한국원폭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민중법정이 핵무기 폐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우리 단체와 국제 조직 네트워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패널 발표를 경청하는 참가자들

 

일본 원수폭금지협의회의 야요이 츠치다(Yayoi Tsuchida)는 "한국원폭피해자가 합당한 지원을 받는 데 있어 일본 정부도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일본에서 홍보 활동을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핵없는 세상을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마리 이노우에(Mari Inoue)는 오는 10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세계 핵 피해자 포럼에 한국원폭피해자가 참가하여 피해 증언을 하는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또 최근 민중법정 조직위원회에 합류했다고 소개하며 한국원폭피해자가 미국의 공식 사죄와 배상을 받는 일에 함께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피스액션 뉴욕지부의 마가렛 엔겔(Margaret Engel)은 원폭 투하가 큰 희생을 막기 위해 불가피했던 방법이었다고 배웠던 본인의 학창 시절을 회상하며 학생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민중법정이 핵무기 정책과 역사에서 지배적 역할을 했던 미국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청년 학생들이 많이 참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카쿠와카 히로시마의 미호 타나카(Miho Tanaka)는 2026년 민중법정이 식민지배 가해국인 일본의 책임과 미국의 핵 식민주의라는 더 넓은 구조적 폭력을 폭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며, 진정한 핵 폐기의 도덕적 기초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호 타나카는 이날 행사에 앞서 민중법정 국제 조직위원회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평통사 오혜란 집행위원장과 문가온 청년회원도 각각 3차 온라인 국제포럼 등 내년 민중법정을 준비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 원폭 투하 80년의 계기를 활용한 '국제 청년 인증샷 캠페인'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었으나 시간이 부족하여 생략했습니다.

 

[오혜란 집행위원장 발표문 보기]

 

이날 행사는 2시간 가까이 진행되었음에도 참가자들의 높은 집중 속에서 진행되었으며, 특히 피해자 증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습니다.

 

다만, 여러 단체들의 발표가 내년 민중법정을 준비하기 위한 구체적인 홍보 및 조직 방안에 맞춰지지 않아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또 동시통역기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해 인사말과 피해자 증언이 보다 원할하게 전달되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향후 피해자 증언과 발표 내용을 정리하고 홍보해, 이날 행사 참가자들이 민중법정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실제로 내년 민중법정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제가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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