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군축

[국제연대] 8/3~6 피폭 80년, 원수폭금지 2025 세계대회 국제회의(히로시마) 참가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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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폭 80년, 원수폭금지 2025 세계대회 국제회의 및 히로시마 대회

 

"피폭자와 함께, 핵무기 없는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상을 실현하자!"

 

•일시: 2025년 8월 3일~6일       •장소: 일본 히로시마

 

원수폭금지일본협의회(원수협)가 주최한 피폭 80년 원수폭금지 2025년 세계대회가 "피폭자와 함께, 핵무기 없는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상을 실현하자!"라는 주제로 열렸습니다. 행사는 8월 3일~4일 국제회의로, 5일~6일 히로시마 대회로, 7일~9일 나가사키 대회로 진행되었습니다. 평통사는 국제회의와 히로시마 대회에 참여했습니다. 한국에서 민주노총 등 시민단체 회원 약 30여명도 함께 참여했습니다. 행사의 주요 내용을 날짜 순으로 간략히 정리했습니다. 

 

8월 3일, 국제회의 오프닝과 세션 1, 2, 3

 

JA빌딩에서 열린 국제회의에는 해외 참가자들 약 70여명과 일본 참가자들 100여명 등이 참여했습니다. 평통사는 준비해 간 원폭국제민중법정 영문 팜플렛과 한국원폭피해자 책자를 참가자들에게 배포하며 원폭국제민중법정과 한국원폭피해자 문제를 홍보했습니다. 

 

세계대회 조직위원회를 대표하여 발언한 노구치 구니카즈는 현 국제정세를 설명하며 "전쟁과 분쟁을 해결하고, 핵전쟁을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모든 정부가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기반하여 분쟁의 평화적 해결 원칙, 무력 사용과 무력 위협의 금지 원칙을 준수하며 핵무기의 금지와 철폐에 나서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7월 23일의 일본 피단협(피폭자단체)와 원수협과 원수금(원수폭금지일본국민회의)이 사상 처음으로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을 소개하며 사상이나 그 어떤 차이를 떠나 핵무기 철폐를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자고 강조했습니다. 원수협과 원수금은 투쟁노선 갈등으로 지난 1965년 이후 각각 세계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세계대회는 각각 열렸으나, 작년 일본  피단협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3자 공동성명 채택, 공동대응 "평화의 물결(Peace wave)"을 제안한 것입니다. 
 

 

세션 1은 "피폭자의 목소리를 세계로"라는 주제로, 피폭자 단체의 발언, 피폭자 증언과 피폭 피해 연구 결과 등이 발표됐습니다. 피단협 임원 카나모토 히로시는 일본 이시바 정권이 미국의 핵우산 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TPNW(핵무기금지조약) 당사국회의 참관 조차 중단했다고 규탄했습니다. 그는 각 정부의 핵억제 정책을 바꾸도록 하는 것이 반핵 운동의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는 10월 국회를 둘러싸는 대규모 집회를 조직하자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원폭피해자 1세 부산의 박정순 선생님은 전쟁을 일으킨 일본과 핵무기를 만들어 투하한 미국은 한국원폭피해자에게 사죄와 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선생님은 발언 마무리에 우리 후대들이 계속 원폭 휴유증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본인은 원폭 피해 2세, 3세를 지원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선생님은 이런 이유로 2026년 원폭국제민중법정의 원고로 참여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호소했습니다.

 

앤 라이트 대령, 박정순 선생님과 따님

 

선생님의 강력한 의지가 실린 발언에 많은 참가자들이 공감했고, 원폭국제민중법정 조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앤 라이트(미국 평화재향군인회) 대령이나 코라손 파브로스(필리핀, 국제평화국(IPB) 공동 대표) 등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고, 조 거슨(미 평화와 군축 공동안보 켐페인 대표)도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사진을 같이 찍기도 했습니다. 

 

플로어 발언에서 스웨덴 참가자는 핵억제론, 핵우산이 여전히 위력을 부리지만 "이건 정말 거짓이다"라며 직접 만들어 온 핵무기 그림이 달린 우산을 펼쳐보이며 핵억제론의 허구성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반핵의사회가 진행하는 “핵무기제조업체에 돈을 투자하지 말라!”(Don't Bank on the Bomb) 캠페인 소개.
달러 표시와 폭탄이 결합된 로고가 인상적이다.

 

세션 2는 "핵무기 없는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계 실현"을 주제로 조 거슨(미국), 캐롤라인 루카스(영국, 핵군축캠페인(CND) 부의장), 롤랜드 니벳(프랑스, 프랑스 평화운동 대변인), 이준규(한국, 평화공감포럼), 야스이 마사카즈(일본, 원수협) 등이 발표했습니다. 발표자 구성에서 보듯 핵무장 국가와 핵의존 국가(핵동맹국)에서 진행하는 투쟁 과제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발표자 중 한사람인 조거슨은 세계적인 대결과 전쟁의 기운, 트럼프 정권의 반이민 정책과 타국에 대한 강압적 경제정책등은 1930년대 대공황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며 핵전쟁 위기를 절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마틴 루터 킹이 "만약 야구경기에서 너희 팀이 9회말 2아웃 상태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지 않겠나"라고 애기했던 것을 소개하며 핵무기 폐기를 위한 모든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참가자들을 독려했습니다.

 

핵무기의 위험성과 핵억제론의 허구성, 전쟁 위기와 핵사용 위협에 대해서는 발표자 모두가 진지하게 지적했습니다. 핵억제론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단체가 이렇게나 전 세계적이라는 점에서 평통사의 입장과 노선의 정당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평통사처럼 핵억제론이 동맹의 형성과 강화의 명분이 된다는 점, 불법적인 핵무기와 핵억제(핵위협)에 기반한 동맹도 해체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핵과 억제, 동맹의 상호연관성을 밝혀 그 폐기를 총체적으로 전개하는 발표는 없었습니다. 플로어 질문으로 이에 대한 발표자들의 생각을 물었지만, 조 거슨은 동맹이 문제가 많다고 하면서도 동맹이 폐기되어야 한다는 명확한 답변은 하지 못했습니다. 


한편, 평통사 참가자는 쉬는 시간 플로어 질문에서 북미 간 협상 가능성을 질문한 영국 참가자와 짧은 토론을 하게 되었는데, 북이 핵무기를 갖게 된 배경에 근거하여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불가침 조약 체결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실현 가능성에 대한 공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내년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그녀에게도 원폭국제민중법정 책자를 전하고 이후 연락을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확장억제 폐기 현수막을 든 평통사 참가자

 

세션 3은 "세계시민사회운동의 연대"라는 주제로 앤 라이트(미국), 크리스틴 베르게(스웨덴, SPAS), 두앙 타이 누가(베트남, 베트남 평화위원회), 모하마드 에젤다인(이집트, 교수), 코라손 파브로스(필리핀) 등이 발언했습니다. 플로어 발언을 통해 해외 및 일본 참가자들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미국 평화재향군인회 앤 라이트는 전세계 곳곳에서 핵무기와 군사기지에 반대하는 강력한 투쟁들을 소개하고 원폭국제민중법정도 한 사례로 언급했습니다. 이집트 모하마드 교수는 "당신이 파시스트라면 깨끗한 폭탄과 더러운 폭탄을 구분할 수 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폭탄은 더럽다. 재래식 무기라할지라도 대량살상을 일으킨다. 가자에서 이스라엘이 저지르는 것처럼 말이다. 무기와도 싸워야 하지만, 그 무기를 만들어내는 전쟁 교리와도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필리핀의 코라손은 안보 패러다임을 군사화와 억제론에서 공동안보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전세계 평화운동의 주요 이슈와 제안들을 보면서 핵과 억제론, (그리고 동맹) 군사화에 반대하는 것이 세계 양심들의 목소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8월 4일, 국제회의 선언문 채택과 피폭자 증언 특별순서

 

국제회의 이튿날인 4일에도 "시민운동의 연대"를 주제로 10여명의 해외참가자, 일본 참가자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스웨덴, 뉴질랜드, 미국, 일본 평화위원회, 원수협 각 지부, 피폭 2세 등은 모두 한 목소리로 핵무기와 핵억제론의 위험성을 고발했습니다. 

 

스웨덴 참가자는 나토 핵동맹에 반대하는 투쟁을 소개했고, 일본 평화위원회는 미일 동맹 강화, 미일 확장억제 지침과 핵무기 사용 연습을 거론하며 동북아의 핵전쟁 위기를 지적했습니다. 효고현 참가자는 비핵증명서를 제출한 함정만 고베항에 입항할 수 있도록 하는 비핵고베방식이 50년 만에 위기를 맞고 있다며 최근 비핵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은 미 소해정 입항 사실을 고발했습니다. 한 일본 참가자는 한국전쟁에서 핵무기 사용을 막은 것은 스톡홀름 선언 등 인류의 집단 저항 덕분이었다는 제기를 하며 소수의 핵보유국이 인류의 목숨을 좌지우지하게 하지 못하게 해야 하고, 3차 세계대전이라는 집단광기를 막는 힘은 결국 평화운동에 있다며 비동맹 운동의 확산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뉴질랜드 참가자는 오커스(미-영-호 핵잠수함 기술 공유 동맹) 반대 운동을 소개하며 뉴질랜드에 핵탑재 함선이 들어올 수 있음을 우려했습니다. 

 

이틀간 열린 국제회의에는 약 200여명이 참석했다

 

노래하는 평화활동가는 "FUTURE"이라는 곡을 만들어 불렀는데,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선율과 의미심장한 가사에 참가자들의 호응이 높았습니다. FUTURE는 Friend, Unite, Truth, Understand, Right, Earth의 앞글자 모음인데 모두가 적대를 넘어 친구가 될 수 있고, 연대해야 하며, 진실을 알려나가고 서로를 이해하며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고,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자라는 의미의 가사입니다. 영어로 된 가사는 외국의 평화활동가들과 함께 만들었다고 하는데, 원폭국제민중법정 조직위원인 IPB의 션 코너도 그 중 한명이었습니다. 

 

국제회의는 선언문 채택을 위한 토론을 하며 마무리되었습니다. 히로시마 선언은 국제정세와 핵사용 위기가 고조되고 있음을 절박하게 호소하며 핵억제 정책의 페기, NPT(핵확산금지조약) 6조의 핵군축 의무 수행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8월 4일, 피폭자 증언 특별 프로그램

 

오후에는 히로시마 현립종합체육관에서 "피록 80년의 특별 프로그램, 피폭 경험을 미래로 계승하다"라는 주제로 원폭 투하 당시 10대였던 피폭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듣는 순서가 있었습니다. 피폭자들의 체험을 미래로 계승한다는 의미는 이미 피폭자의 상당수가 돌아가셨고, 그 기억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히라오카 다카시 전 히로시마 시장은 이번 히로시마 일정에서 평통사 청년들과 만나 최근의 피폭 증언도 사실 10대 초반에 겪은 경험에 따른 것으로 당시 원폭 피해의 참상이 다 담기지 않는 한계가 있다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히라오카 다카시 시장은 본인이 처음 원폭 문제를 취재한 것이 1955년이었는데 당시 피폭자들의 증언은 훨씬 더 참혹했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피폭의 경험도 희미해지고 이를 미래 세대로 계승하는 것도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17세에 피폭되어, 91세가 되는 해 피폭 사실을 처음 밝힌 97세 피폭자의 증언

 

17세에 인쇄공장에서 일하다가 피폭된 모토타니 료지씨는 가족들을 차례로 잃고 히로시마를 떠났다가 91세가 되어서야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피폭 사실을 증언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70년이 넘도록 본인의 피폭 사실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사연은 그 삶의 굴곡을 참가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했습니다. 

 

10세에 피폭된 부산 박정순 선생님도 가족들이 일본으로 가게 된 과정, 히로시마에서 피폭된 배경 등을 전한 후 후대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시겠다는 결의를 밝히는 발언을 했습니다. 선생님은 원폭국제민중법정에 대한 지지도 호소했는데, 제레미 코빈 전 영국 노동당 당수는 한국원폭피해자 문제 영어 팜플렛을 보고 "미국의 책임을 묻는다고요?"라며 살짝 놀라는 듯 했지만, 관련 자료를 줘서 매우 고맙다는 인가를 하기도 했습니다. 

 

곱게 한복을 입고 증언한 부산의 박정순 선생님 (사진출처 : 금속노조)

 

이번 순서에서는 피폭자들의 체험뿐만 아니라 '검은 비'에 2차 피폭당한 피해 사실에 대한 고발도 있었습니다. 방사능에 오염된 먼지와 공기가 널리 퍼져 광범위한 지역에 검은 비가 내렸는데, 그 비를 맞은 이들이 잔류방사선에 피폭된 것이 오랫동안 외면당하다 소송을 통해 피폭자로 인정받은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인정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라 추가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태아 상태에서 피폭된 이들의 증언도 있었습니다.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나가사키의 한 초등학교에는 태내 피폭된 학생들만 모아놓은 학급이 있었는데, 이들은 부모의 동의 없이 매월 ABCC(원폭피해위원회, 방사선영향연구소 RERF의 전신)에 불려가 지능검사 및 신체검사를 당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ABCC는 태내 피폭자들이 정상인보다 지능이 떨어진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피폭자들에 대한 추가 인권 침해를 고발한 것입니다. 

 

이어 피폭자의 경험을 미래 세대가 계승하기 위한 노력을 소개하는 순서가 있었습니다. 구술채록과 노래 만들기, 그림으로 그 경험을 표현해 온 학생들의 순서가 있었고, 스페인 등 해외 참가자들의 발언도 있었습니다. 마무리 순서에서는 "히로시마의 은행나무"라는 노래를 합창했습니다. 이날 피폭자 증언 순서에는 일본 전역에서 모인 2,000여명과 온라인 600여명의 참가자가 함께 했습니다.

 

특별 순서를 마치고 종합경기자 앞에서 박정순 선생님과 한국 참가자들이 사진을 찍었다. (사진출처 : 금속노조)

 

8월 5일, 다양한 포럼과 워크숍

 

오전 9시 30분부터 포럼 1이 "전쟁과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한 의원과 시민사회의 연대"라는 주제로 열렸습니다.

 

발언자는  제러미 코빈 영국 평화와 정의 프로젝트 하원 의원, 마크 보텐가 벨기에 노동자당 유럽 의회 의원, 마틴 쉬르데완 유럽의회 좌파 공동 의장 GUE/NGL, 카즈오 시이 일본 공산당 의원, 앤 라이트 미 육군 예비역 대령이었는데, 현장 통역이 원활하지 않아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기는 힘들었지만 전세계적인 군비경쟁과 핵전쟁 위기 고조에 대한 경고와 위기 의식은 핵보유국이나 핵동맹국 출신 의원들도 공통적으로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핵무기 철폐와 평화 실현의 가능성은 시민들에게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오후에는 각 주제별 분과회의 또는 답사들이 동시적으로 열렸습니다. "비핵평화의 아시아 실현"을 주제로 한 워크숍 2에서 일본 원수협의 집행위원 카와타 타다키와 미국의 앤 라이트, 평통사 오미정 활동가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사회자는 한미일 군사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일의 활동가들이 평화의 연대로 행사에 참여하게 되어 의미가 크다고 소개했습니다. 

 

 

오미정 활동가는 "올해는 원폭 80년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입장에서는 광복 80년이자 분단 80년이기도 하다"며 "미국의 원폭 투하는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 그리고 고조되는 핵대결의 시원이기도 하다"고 하였습니다. 오미정 활동가는 비핵평화의 한반도와 동아시아 실현은 (확장)억제 폐기와 동맹 해체에서 시작된다며 한미와 북이 정책·전략·작전·전술적 차원에서 핵위협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있는데, 그 배경은 바로 핵동맹과 핵억제론 때문임을 제기했습니다. 

 

오미정 활동가는 "핵무기와 억제, 동맹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핵없는 세상을 위해서는 이들 모두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핵사용과 선제공격을 위협하는 억제정책의 불법성, 불법적인 억제정책과 선제공격 교리를 채택한 동맹 해체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무엇보다 오미정 연구원은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불가침 조약 체결을 통해 북의 체제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확장억제 폐기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의 방도"라며 "한반도 핵대결의 종식은 동북아에서 핵대결을 완화하고, 공동안보를 실현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오미정 활동가는 한국말로 광복은 '빛의 회복'을 의미하는데 확장억제와 동맹으로 인한 분단과 대결은 온전한 빛의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며 확장억제와 동맹을 폐기해 핵대결을 종식시키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원폭 투하 80년, 광복 80년이 주는 의미를 살리는 길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평화활동가 앤 라이트는 "핵무기 국가들의 핵전략은 상대국의 수도 공격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며 "우리는 정치인들에게 '핵무기가 사용되면 수도에 사는 당신들이 가장 먼저 희생당할 것'이라고 경고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카와타 타다키 집행위원은 "핵없는 세상으로 가는 열쇠는 핵억제를 극복하는 것"이라며 "일본과 미국은 자국의 핵의존은 정당화하면서 북/중의 핵은 비판하고, 북/중과 대화, 협력을 하겠다면서 위협을 일삼는 이중적, 모순적 행태를 버려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그는 타국을 위협으로 보는 것은 타국에 대한 차별과 침략전쟁으로 연결된다며 과거 일제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시바 정권의 이중적, 모순적 행태를 폭로하고 배외주의를 배격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플로어 발언과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약 200여명 참가자들은 전쟁과 억제론에 대한 문제점 홍보, 대중적 참여 활성화를 위한 고민 등을 나누며 비핵평화의 아시아 실현을 위한 다짐을 했습니다. 부산 평통사와 교류하는 효고현 참가자들이 반갑게 인사하며 내년 원폭국제민중법정 참가를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8월 6일, 히로시마 대회

 

8월 6일은 미국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날입니다. 히로시마 당국은 대규모 내외빈을 초대해 행사를 합니다. 히로시마 평화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통제되고 소지품 검사까지 마친 후에야 공원 출입이 가능했습니다. 

 

히로시마평화공원 중앙부에서 열린 공식 행사 외에도 공원 곳곳의 추모비와 여러 지점에서 해당 피해자의 유족이나 관계자들이 동시다발로 추모행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 앞에는 민단 주최의 추모행사가 전날 열렸기에 6일 아침에는 별다른 추모행사나 추모객이 없었습니다. 한국에서 준비해 간 술을 올리고 위령비 주변에 술을 뿌리며 이국땅에 끌려와 원폭에 숨진 선조들을 추모했습니다. 

 

원폭이 투하된 시각 8월 6일 오전 8시 15분, 종소리에 맞춰 참배객들이 묵념을 올렸지만, 그 시각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 앞은 한산했다. 

 

10시부터는 히로시마 현립 종합경기장에서 히로시마 대회가 열렸습니다. 약 2,000명이 참여했습니다. 행사에서는 히로시마 대회의 기조 보고를 듣고 다양한 이들의 연대 메세지와 발언을 들었습니다. 

 

그 중 유엔군축국 사무부총장 나카미츠 이즈미는 영상 메세지로, 알렉산더 크멘츠 EU 군축비확산국 대사는 "안보를 위한 핵무기는 없다."며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핵보유를 정당화하는 핵보유국과 핵동맹국을 비판했습니다. TPNW 체결에 앞장섰던 멕시코의 주일대사 멜바 프리아는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와 태도로 군비증강과 군사화를 강력히 비판하며, 히로시마 원폭 투하는 과거만의 문제가 아니고 현재와 미래의 일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일본피폭자단체 타나카 사토시 씨는 "핵사용 위기를 절감해야 한다. 피폭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대로 가면 여러분은 10년이라도 더 살 수 있겠나?"라며 일본 정부의 군비증강과 핵억제론 의존은 헌법을 위반하는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행태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히로시마 시장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습니다. 핵억제 정책을 반대하는 피폭자들의 요구를 공식 추모행사에 반영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외면당했다며 이시바 정권과 히로시마시는 피폭자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015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카지타 하지메 씨는 "핵무기는 그 비인도성, 대량파괴성, 사용 시 피해회복의 불가역성 때문에 존재 자체가 인류에 대한 위험"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또한 2024년 7월 5일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 30명이 독일 마이나우 섬에선 진행한 마이나우 선언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1955년 미우나우 섬에서의 아인슈타인-러셀 선언을 계승한 것인데, 과학기술의 평화적이용과 핵무기 폐기를 촉구하는 내용입니다. 

그는 "과거의 잘못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며 과학기술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데 잘못 쓰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윤석열 탄핵 투쟁에서 윤석열의 전쟁 획책에 대해 노동자들이 앞서서 맞선 것처럼 반전반핵 투쟁에서도 선두에 서야 한다. 민주노총 창립 30년인데 핵무기 철폐로 세계 평화에 기여하자는 것이 창립 취지에 있다. 전쟁과 핵이 없는 세상을 위해 투쟁하며 모두의 생존과 평화를 약속하자"고 제기했습니다. 

 

민주노총을 초청하며 한일 노동자 교류를 진행한 일본 전노렌 의장 아께야마 씨는 금속노조의 단결투쟁 머리띠를 하고 전날 진행한 국제노동자 반핵 집회를 소개하며,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미국과의 핵공유를 주장하는 의원들이 당선된 것에 우려하고, 노동자들의 국제적인 반전반핵 운동을 확대해 나가자고 제기했습니다.

 

 

일본의 각 지역에서 진행한 평화대행진 참가자들, 일본 청년/청소년들, 일본의 활발한 여성운동 상황을 보여준 신일본부인회의 지역 참가자들 등 이번 세계대회를 준비한 주요 참가자들이 모두 무대에 올라 발언하고 결의하며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전 지구적인 전쟁과 대결이 격화되며 그 어느 때보다 핵무기 사용 위험성이 높아진 오늘날, 핵무기를 반대하고 핵억제론의 거짓을 폭로하는 세계 평화운동의 상황과 과제를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더 많은 이들이 핵무기와 핵억제론, 동맹에 반대하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라며 평통사의 역할도 더 높여야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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