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군축

[한겨레 보도] 원폭투하 미국을 민간법정에 세우려는 사람들…내년 11월 뉴욕 민중법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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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투하 미국을 민간법정에 세우려는 사람들…내년 11월 뉴욕 민중법정 추진

 

핵무기 반대운동 김형률씨 유언 지키려

내년 11월 뉴욕서 민중법정 추진

 

김광수기자

등록 2025-09-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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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향하던 1945년 8월6일과 9일 미군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실전에 사용한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이었다. 두 도시에 있던 한국인 4만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피폭됐으나 살아남은 생존자 3만명 가운데 2만3천명은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왔으나 한·일 정부의 무관심 속에 병치레와 빈곤에 시달리다 하나둘 세상을 떠났다. 8월29일 기준 생존한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는 1577명이다.

 

일본 정부가 인정한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은 1994년부터 의료비를 일본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일본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원폭 피해자들은 2016년 원폭피해자지원특별법(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우리 정부가 지원할 수 있게 됐다. 피폭 71년 만이었다. 하지만 유전자 대물림으로 추정되는 질병과 싸우고 있는 2~3세대는 여전히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의료비 지원 대상을 2~3세대까지 확대하는 원폭피해자지원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낮잠을 자고 있다. 미국·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은 없었다. 이에 국제 시민·사회단체들이 미국의 공식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민간 법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이른바 원폭국제민중법정(민중법정)이다.

 

 

민중법정은 젊은 나이에 숨진 한국원폭2세환우회 초대 회장 김형률(2005년 작고)씨 유언에서 시작됐다. 김씨는 생전에 “미국의 사과를 꼭 받아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에 김씨의 아버지와 원자폭탄 피해자 심진태씨 등은 2015년 5월 시민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에 미국 법정 소송 가능성 검토를 부탁했다. 이어 한국원폭피해자협회는 2019년 8월 평통사에 민간 법정 진행을 부탁했다.

 

지난해 6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민중법정 국제조직위원회가 출범했다. 강우일 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히라오카 다카시 전 히로시마 시장, 존 웨스터 천주교 미국 뉴멕시코주 샌타페이대교구 대주교가 공동의장을 맡았다. 평통사와 미국 변호사이자 전직 검사인 브래드 울프가 민중법정 실무를 담당한다.

 

민중법정은 1945년 원자폭탄을 사용한 미국의 책임을 묻기 위한 민간 주도의 사법적 절차다. 국제법에 따라 미국을 공식 법정에 세우려고 했으나 원자폭탄 투하를 명령한 지휘자들이 사망했기 때문에 힘들다고 판단하고 민간 모의 법정을 열려는 것이다. 법적 실효성이 없지만 미국의 유죄를 끌어내 한국 원자폭탄 피해자들에 대한 미국의 공식 사과와 배상을 받아내는 첫걸음으로 삼으려고 한다. 나아가 핵무기 보유와 사용을 금지하는 국제 규범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려고 한다.

 

원고는 원자폭탄 한국인 피해자들이다. 1세대 6명, 2세대 6명, 3세대 1명 등 13명이다. 김형률씨 형도 형률씨를 대신해 원고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민중법정에 나가 히로시마·나가사키 핵폭탄 투하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미국 정부의 공식 사죄와 배상을 촉구한다.

 

원고들의 변호인은 다니엘 리티커 스위스 로잔대 국제법 교수 겸 변호사 등 4명이다. 피고는 미국이다. 미국 쪽 변호인은 섭외 중이라고 한다. 재판부는 5명이다. 미국 2명, 소말리아 1명, 한국 1명이고 1명은 섭외 중이다. 국제적 관심을 고려해 여러 국가의 법조인과 국제법 학자를 위촉한다. 원폭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많아서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는 경남 합천군을 지난달 13일 방문한 멀리사 파크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사무총장도 원고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고 평통사에 뜻을 밝혔다.

 

민중법정은 내년 11월 국제연합(유엔) 핵무기금지조약 1차 검토회의가 열리는 뉴욕 국제연합 건물과 가까운 곳에서 열린다. 재판부는 사전에 원·피고 쪽 변호인들이 제출한 서류를 검토한다. 법정이 열리는 날에 양쪽의 최종변론을 듣고 국제법 전문가, 세계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의 의견도 듣는다. 모든 진술이 끝나면 재판부는 판결문을 낭독한다. 미국은 유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판결문은 미국 정부와 핵무기금지조약 검토회의 의장단에 보낸다.

 

오혜란 평통사 집행위원장은 “민중법정은 1945년 미국의 원폭 투하 불법성을 확인하고 미국의 사과와 피해자 배상을 촉구하는 민간 차원의 첫번째 국제법정이다. 원자폭탄 피해자분들 가운데 생존자가 얼마 되지 않는다. 생존자들이 살아 있을 때 국제사회에서 가려진 그분들의 한을 풀고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원자폭탄 피해자 2~3세대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선임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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