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왜냐면] 정전 65년, 종전선언과 함께 평화 시대의 주인으로 나서자 / 문규현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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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65년, 종전선언과 함께 평화 시대의 주인으로 나서자
문규현 신부·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분단선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남북 정상을 보면서 30년 전 비장한 각오로 임수경의 손을 잡고 분단선을 넘던 생생한 기억이 떠올라 남다른 감격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로부터 30년 뒤 판문점에서 만난 양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세계에 엄숙히 천명”하였다. 70여년에 걸친 통한의 분단과 정전체제에 짓눌려 찢기고 갈라져온 이 겨레에게 이제 평화가 오는가.
당시 신앙인의 간절한 기도로 외쳤던 한반도 평화협정이 이제 당국 간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이 과제는 한반도 비핵화, 북-미 수교와 함께 이뤄질 때 한반도의 공고하고 항구적인 평화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뒤 처음으로 열린 북-미 고위급회담 결과는 우리의 우려를 자아낸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대북 체제안전 보장이라는 새로운 길을 가는 마당에 난관이야 없으랴만…. 양국은 “상호 간 신뢰구축이 한반도 비핵화를 추동할 것”이라는 싱가포르 공동성명 합의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 실현 원칙으로 제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그 첫 조치는 단연코 남북 정상이 합의한 올해 안 종전선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후로도 70여년에 걸친 북-미 양국의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데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수준과 속도 및 방안, 대북 체제안전 보장의 방도, 이 두 사안의 배열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분단과 정전체제를 기반으로 기득권을 누려온 대북 강경세력들의 끈질긴 방해가 예상된다. 이들은 북의 비핵화 의지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양국 사이의 불신을 조장할 것이다. 이런저런 요인으로 인해 협상이 지연될 수도 있고, 왜곡될 수도 있으며, 제한적인 합의만 이뤄질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70여년 만에 열린 평화의 기회가 다시 유실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반도 역사의 대전환을 당국자들에게만 맡겨두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온전히 우리 힘으로 이루지 못한 해방이 분단과 전쟁으로 이어져 온 겨레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안긴 뼈아픈 과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엄동설한을 뚫고 광장과 거리로 나섰던 민주의 촛불은 자주평화의 촛불로 발전되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그렇듯이 ‘평화의 새 시대’도 결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평화의 새 시대’는 냉전대결세력이 약화되고 평화통일세력이 정세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것이 촛불이, 노동자, 민중이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는 근본적 이유다.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촛불이, 정리해고 칼날에 맞선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가, 참교육의 외침이, 대대손손 내려온 고향 땅을 군사기지로 내줄 수 없다는 강정과 소성리 할매의 절박한 외침이 더 이상 ‘빨갱이'로 매도당하지 않는 시대, 민주주의와 인권, 노동과 평화 번영, 평등이 온전히 실현되는 시대가 바로 평화의 새 시대가 아니겠는가.
우리와 후손들이 평화가 강같이 흐르는 한반도에서 하나 되어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삶을 사는 아름답고 위대한 꿈을 꾸어보자.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올해 7월27일에 남-북-미(중)의 종전선언을 촉구하며 평화와 자주통일을 위해 힘쓰기를 다짐하는 계기로 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