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논평] 9. 19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평통사 논평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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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평통사 논평

 
 
9․19 평양공동선언은 4․27 판문점 선언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한 분야별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또 하나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온 겨레와 함께 뜨겁게 환영한다. 
 
9․19 평양공동선언은 무엇보다도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 나가야 한다.”고 밝힌 데 의미가 있다. 핵무기 없는 한반도는 북이 판문점 선언과 6․12 싱가포르 성명에서 약속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전 세계에 ‘확약’한 것이다. 나아가 이를 향한 진일보한 조치로서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를 전제로 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용의를 밝힘으로써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간 협상에 새로운 추동력을 제공하고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영변 핵시설은 북의 핵 역사와 능력의 과거, 현재, 미래의 대부분을 상징하고 있고 그 물질적 담보라는 점에서 이의 영구 폐기가 갖는 의미와 상징성은 자못 크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판문점 선언도, 싱가포르 성명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구축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양자가 동시 과정을 통해 달성되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싱가포르 성명 이후에도 북의 선 비핵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싱가포르 회담에서 약속했다는,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종전선언조차 거부하며 북의 주동적인 비핵화 조치와 유해 송환 등에 상응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북의 핵무기 및 시설 목록의 선 제출을 요구함으로써 북미 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협상은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평양공동선언에서 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재천명하고 한 발 더 나간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제시함으로써 북미 간 협상이 다시 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9․19 평양공동선언은 다음으로 ‘판문점 선언 군사 분야 이행합의서’를 부속 합의서로 채택해 군사적 적대행위의 전면 중지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천명한 판문점 선언을 이행해 나갈 구체적 조치를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판문점 선언이 사실상의 남북 간의 종전선언이라고 한다면 이번 평양공동선언은 ‘종전 다지기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군사분계선 일대의 지상, 해상, 공중에서 군사연습을 중단하고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기로 한 조치는 우발적 군사 충돌과 이의 국지전, 전면전으로의 비화를 막아 전쟁의 참화로부터 민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고자 하는 것으로, 70년에 걸친 남북 간 군사적 대결과 분쟁, 전쟁의 역사에서 참으로 획기적인 합의가 아닐 수 없다.    
나아가 지상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비무장지대로 만들고 서해 해상에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기로 하였다. 이는 남북이 NLL을 둘러싼 극한(?) 이해 대립으로 이를 지우고 해상 분계선을 그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로 새로운 해상 경계선을 그을 수 있을 때까지는 NLL 문제를 우회해 서해상의 대결과 분쟁을 피하고 남북 공동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판문점 선언 군사 분야 이행합의서’의 채택으로 남북이 NLL 일대의 수역에서 군사연습 등 적대행위의 전면 중지로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됨으로써 서해상의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 설정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호조건을 마련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판문점 선언 군사 분야 이행합의서’의 순탄한 이행이 남한군의 작전통제권을 틀어쥐고 남한군의 군사전략과 연합연습 등을 결정하는 주한미군에 의해 좌우되리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다. ‘판문점 선언 군사 분야 이행합의서’의 채택과 관련해 미국(주한미군)과도 사전 협의와 합의를 거쳤겠지만 한미관계가 틀어질 때 미국과 미군이 ‘판문점 선언 군사 분야 이행합의서’의 이행을 가로막고 나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군사연습과 비행금지구역에서의 미군의 독자적인 군사연습과 비행 가능성도 열려 있다. 따라서 ‘판문점 선언 군사 분야 이행합의서’의 순조로운 이행을 위해서는 작전통제권의 즉각적인 환수가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의 소위 3축 체계 등 대북선제타격전력 증강, 무분별한 군비증강 계획과 국방비 증액도 중단되어야 한다. 이는 남북 간 군사적 신뢰 구축에 화답하는 것이자 그에 이은 남북 간 군축에도 대비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9․19 평양공동선언은 다음으로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의 하나로 “금년 내 동, 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하였다.”는데 의미가 있다. 동, 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은 10․4 선언에도 명시된 해묵은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금년 내 착공식을 하기로 한 것이 지금 시기에 의미를 갖는 것은 미국이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 조사를 가로막아 사업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연말까지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식을 갖기 위해서는 그때까지 북미대화가 재개되고 관계가 개선되리라는 전제가 깔려 있으며, 남북 당국과 평양공동선언도 이를 전제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연말까지 여전히 북미관계의 개선이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할 경우, 미국이 대북 제재를 해제하거나 선별적으로 완화해 적용하지 않는 한,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의 마찰을 각오하고 착공식을 감행해야 한다. 물론 착공식만 하고 실제적인 연결 사업은 다시 뒤로 미루는 식의 옹색한 대응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는 북과의 갈등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착공식과 철도 및 도로 연결 사업과 관련해 진퇴양난의 어려움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정상화하기로 한 것 또한 관건은 북미 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대화의 진전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철도 및 도로 연결 사업과 마찬가지로 북미대화가 진전되고 북미관계의 개선과 대북제재 해제 또는 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 정상화 사안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북미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  
나아가 평양공동선언이 밝힌 서해경제공동특구와 새로운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도 철도 및 도로 연결 사업이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의 정상화 없이는 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결국 평양공동선언의 이행과 민족경제 건설이 좌초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상황을 맞게 될 경우 문재인 정부는 북미 사이에서 어쩔 수 없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한미동맹에 발목이 잡혀 민족경제 건설을 포기하든지 민족경제 구축을 위해 한미동맹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하든지.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남북 정상이 평양공동선언 전문에서 “민족 자주와 민족 자결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은 남북의 합의와 사업 이행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난관에 봉착했을 때 문재인 정부가 어떤 입장과 태도를 가져야 할지 그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에 우리는 평양공동선언의 이행을 위해서는 북의 주동적인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종전선언을 시작으로 하여 평화협정 체결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미국이 적극 호응해 나서는 입장 변화, 곧 싱가포르 성명의 성실한 이행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관건임을 알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9.19 평양공동선언 발표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양공동선언을 환영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2021년 1월) 내 비핵화 완성을 목표로 북미 간 근본적 관계 전환을 위한 즉각적인 북미협상을 제안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입장 변화라고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재개될 북미협상도 낙관을 불허한다. 수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며, 미국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문재인 정부가 한미 간, 북미 간 입장 대결의 결정적 순간에 민족 이익을 한미동맹에 앞세우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민족의 이익을 한미동맹에 우선하는 철학과 결기를 갖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과정의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그리고 평화와 번영, 통일의 혜택이 정권과 자본의 손이 아닌, 노동자와 민중의 것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절대 다수인 노동자와 민중이 평화와 번영, 통일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 노동자와 민중이 새로운 평화와 번영, 통일 시대의 촛불을 높이 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2032년 하계올림픽을 민족 통일의 전야제 또는 기념 축제로 치를 것을 바라고 또 바란다.     
     
2018. 9. 19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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