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기사] 열차는 달리고 싶다, 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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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는 달리고 싶다, 북으로
[포토스퀘어]판문점선언 3주년 부산에서 출발한 '남북철도 잇기 한반도 평화대행진'
‘남북철도 잇기 한반도 평화대행진’ 참가자들이 2021년 5월26일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개근철교(쌍굴)를 뒤로한 채 ‘한반도 위에 남북 열차가 각각 달리고 있는 모양’의 조형물을 앞세워 행진하고 있다. 노근리 개근철교에선 한국전쟁 당시인 1950년 7월26일 미군의 폭격과 기관총 사격으로 주변 지역 피란민 수백 명이 희생됐다. 추진위원회에는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전국철도노동조합,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개성공단기업협회 등 96개 단체가 참여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4월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을 합의 발표했다. 제1조 6항은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힌다.
판문점선언 3주년을 맞은 2021년 4월27일 ‘남북철도 잇기 한반도 평화대행진’이 부산역을 출발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개성공단기업협회, 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 대한불교청년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한국기독교장로회 평화공동체운동본부 등 96개 노동·시민·사회·종교단체가 참여했다. 5월31일 오전 대전역 광장에 도착한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더 이상 미국의 간섭과 방해를 어쩔 수 없는 것이라거나 숙명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주인이 되어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을 남북 당국에 촉구했다.
행진 대열은 대전·충청 구간(5월28일~6월22일), 경기 남부 구간(6월23일~7월7일), 수도권·서울 구간(7월8~27일)을 통과해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27일 임진각 도착을 목표로 걷고 있다. 남북을 향해 달려온 열차가 철로가 끊긴 군사분계선에 멈춰선 모양의 한반도 조형물을 앞세워 90일 동안 550㎞를 걷는 일정이다. 5m 길이의 조형물은 이구영 작가가 만들었다.
이들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이어 코로나19 방역으로 높아진 국가 간 장벽 앞에 식어버린 남북 화해와 교류 협력의 물꼬를 남북철도 연결이 틔워주길 염원한다. 수시로 내리는 봄비와 때 이른 더위에 마스크 속 가쁜 숨을 몰아쉬며 행진 참가자들은 오늘도 들녘을 걷고 있다.
영동·대전=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