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2003. 7. 23]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공개질의서] 김희상 청와대 국방보좌관의 대북 전쟁 선동 연설 관련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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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
- 김희상 청와대 국방보좌관의 7월 3일 연설과 관련하여 -


노무현 대통령 귀하!

지난 3일, 김희상 청와대 국방보좌관은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과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이라크 전쟁과 국제안보 질서'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하였습니다.

김희상 보좌관은 이 연설에서 누가 듣더라도 '미국의 대북 전쟁은 피할 수 없다. 우리 나라도 이를 통일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자'라고 해석되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이는 미국의 무모한 대북 전쟁 기도를 기정사실화하는 실로 위험천만한 발언이자 우리 국민에게 미국의 대북 전쟁에의 동참을 선동하는 반민족적·반인륜적 발언이기에 우리는 귀하께 다음과 같은 공개질의를 보냅니다. 성실한 응답을 기대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귀하!

김 보좌관은 이라크 전쟁을 '깨끗한 전쟁'으로 표현하면서 '전쟁'이 언제든지 실행 가능한 "현실적 정책 수단의 하나로 새롭게 자리매김"되었다고 말하였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의 대북 전쟁이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정책 수단의 하나임을 강조하기 위한 데 그 의도가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김 보좌관은 이라크 전쟁을 통해서 "문자 그대로 유일 초강대국 미국이 주도하고, 또 중심이 되는 신질서가 정착되게 되었다"라고 하면서 "세계 각국에 새로운 국제정치질서에 대한 신속한 적응을 요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한국도 여기서 예외일 수가 없고, 이 시점 그것은 한국에게 특별한 결단과 의지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미국 유일 패권질서를 기정사실화하며 거기에 우리 나라가 확실하게 줄서기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또 김 보좌관은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문자 그대로 '악의 축'이자 어떻게 하든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될 대표적 안보 위협국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때문인지 부시정부의 대북 정책은 이미 나름의 기 계획된 레일 위를 구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고 하면서 "그 최종 목표와 최종적 수단이 무엇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은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고 발언하였습니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미국의 전쟁을 통한 북한 체제 붕괴 의도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나아가 김 보좌관은 한국 통일문제에 대한 각국의 점증하는 '체념적 공감대' 운운하며 국제정세 차원에서도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한국이 대전략적 안목을 가지고 용기와 단호한 의지로 지혜롭게 잘 적응하고, 미국과의 공조체제를 확고히 구축해서 미국의 정책에도 적절한 레버리지를 확보한다면 새로운 민족사를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불가피한 전쟁이라면 미국에 적극 협력하여 통일과정에서 한국의 입지를 넓혀 보자는 반민족적이요 사대매국적인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귀하!

이렇듯 귀하의 국방보좌관은 미국의 대북 전쟁책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규탄 받고 있는 더러운 전쟁인 이라크 전쟁을 '깨끗한 전쟁'으로 미화하고 '전쟁'이 '현실적인 정책수단'으로 되었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또 귀하의 국방보좌관은 미국의 일방주의가 유엔을 무력화시키고 각종의 국제협약들을 백지화시키는 등 평화적이고 호혜평등한 국제질서를 파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유일 패권질서에 우리 나라가 따라가야 한다고 선동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귀하의 보좌관은 우리 국민은 물론 국제사회가 한결같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사실을 왜곡한 채 '전쟁이 불가피하다'며 우리 국민들을 오도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귀하!

우리는 국방보좌관이라는 자가 미국의 대북 전쟁책동을 기정사실화하고 그에 대한 우리 국민의 참여를 선동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하여 경악을 금할 수 없습니다. 김희상 보좌관의 반인륜적, 반민족적 행태는 우리 민족 전체의 운명을 볼모로 자신의 더러운 패권욕을 채우려고 하는 미국의 앞잡이를 자처하는 것으로, 우리 나라를 일제에 팔아넘긴 매국노 이완용과 같은 역할을 스스로 자임하고 나선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희상 보좌관이 그 자리에 함께 하고 있던 한미연합사의 도노반 전략기획부장 앞에서 이 같이 발언한 것도 자신을 미국에게 드러내 보이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김희상 보좌관의 망언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귀하의 방침을 정면으로 어긴 것입니다. 이런 자가 귀하를 보좌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에 우리는 귀하께 사대매국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고 오로지 자신의 영달만 쫓는 김희상 보좌관을 즉각 파면하고 국민 앞에 사과할 것을 요구합니다.
지금 김희상 보좌관의 발언으로 우리 정부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입장으로부터 선회한 것이 아닌가 하는 국민들의 의구심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으로서도 귀하의 보좌관이 정부 방침에 어긋나는 발언을 해도 귀하가 그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귀하 역시 미국의 대북 전쟁정책에 동의한다고 오판하게 될 것이며 미국의 대북 전쟁책동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우리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하고 미국의 오판을 막기 위해서도 김희상 보좌관을 즉각 파면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른 시일 안에 답변 주시기 바랍니다.

2003. 7. 10.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상임의장 : 김흥현, 단병호, 문규현, 천영세, 홍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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