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2000. 7. 14] 한반도 주변 정세 변화와 민간통일운동진영의 역할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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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주변 정세 변화와 통일 전망

고영대(자통협 집행위원장)

91년 소연방이 붕괴되면서 90년대 세계 질서는 미국 중심의 1극체제로 재편되었다. 동북아에서도 종래의 견고했던 북중, 북소 관계가 현저히 이완되고 국교 수립 등 한중, 한소 관계가 강화되었다. 한반도에서는 94년 김일성 주석 사후 미국과 김영삼 정권이 북의 체제가 곧 무너지리라고 판단하고 대북 정치, 경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였다. 
그러나 2000년 대 접어들면서 동북아 질서에 일정 정도 변화가 일고 있다. 90년 대 이후 이완되었던 북중, 북소 관계가 다시 강화되고 있으며, 한중, 한소 관계는 상대적으로 이완되고 있다. 한반도에서도 북의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대북 적대정책은 막을 내리고 비록 더디지만 점차 북미, 북일 관계가 개선되고 있으며, 국교 수립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런데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동북아 정세에 지각변동의 조짐이 일고 있다.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우리 민족은 동북아 정세를 주도해 갈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한반도 정세가 주로 주변 4대 강국의 이해에 따라 좌지우지되었다면 남북정상회담으로 우리 민족은 주변 국가들의 이해를 조율하면서 정세의 주동성을 장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6·15 남북공동선언 1항은 우리 민족이 대단결하여 자주적으로 통일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실천적 근거를 제시해 주고 있다는 데 이전의 7·4 남북공동선언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과는 또 다른 획기적인 의의를 지니고 있다.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 이후 주한미군 철수가 세계적으로 공론화 되고 있고, 헤름스 미 상원 외교위원장마저 "주한미군을 철수할 지를 검토할 때가 되었다"고 주장할 정도로 미국 내에서조차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기정사실로 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우리 민족이 외세에 의해서 분단되었고 그 외세가 바로 주한미군이라고 할 때 주한미군 철수는 우리 민족이 자기 운명을 자주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관건으로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6·15 남북공동선언 2항은 남북이 통일방안을 합의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담보해 주고 있어 이제 우리 민족의 통일은 구체적인 실천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우리 민족이 6·15 남북공동선언을 합의대로 이행해 나간다면 통일은 우리의 예상을 앞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가까이는 2003년, 멀리는 2010년 또는 2015년을 통일의 해로 예상하기도 한다. 그 근거를 일일이 따질 겨를은 없지만 대체로 우리 세대에 통일을 이룰 수 있으리라는 점에서는 일치하고 있다. 그만큼 통일은 현실로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 것이다.
그러나 6·15 남북공동선언이 통일의 가능성을 높여 주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시기는 자주적인 민간통일운동진영의 투쟁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7·4 남북공동선언 발표 바로 다음날 당시 김종필 총리가 국회에서 7·4 남북공동선언을 전면 부정하는 발언을 했던 사실과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되자마자 미국이 북 핵위기를 조장하여 남북기본합의서를 사문화시켜 버렸던 지난 일을 상기해 본다면 6·15 남북공동선언 자체가 통일을 담보해 주기보다는 그를 실현해 내기 위한 자주적 민간통일운동진영의 주동적인 노력에 따라 통일 시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6·15 남북공동선언의 핵심 내용인 민족대단결과 자주(1항), 통일방안 도출 방도 합의(2항)는 자주적 민간통일운동진영의 줄기찬 투쟁의 성과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김대중 정권은 여전히 통일 이후 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기정사실화하고 있고, 매향리 미군 폭격장 폐쇄 문제나 한미소파 개정 문제 등에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친미 사대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침탈에 굴종하여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을 압살하는 등 미국의 경제적 이해를 지켜주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와 같은 김대중 정권이 과연 6·15 남북공동선언을 제대로 이행할 지 의심스럽기 그지없다. 
결국 한반도 통일은 자주적 민간통일운동진영이 김대중 정권으로 하여금 6·15 남북공동선언을 올바르게 이행하도록 강제해 냄으로써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을 실현하고 민족의 이익에 전적으로 부합되는 통일방안을 이끌어 내는 데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데서만 그 밝은 전망을 찾을 수 있다고 하겠다.
(노동과 세계 7월 14일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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