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2. 26] 제23차 평화군축 실현 국방부 앞 집회 항의서한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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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군사동맹 폐기, 이라크전 파병 반대, 연합토지관리계획 수정,
용산 미군기지 이전 비용 부담 반대, 용산 미군기지 내 아파트 건립 및 고가도로 건설 반대―
1945년 9월 9일 주한미군이 점령군으로서 이 땅에 들어온 지 58년, 1950년 7월 18일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이 유엔(주한미군)사령관에게 넘어간 지 53년, 1953년 10월 1일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지 50년은 우리의 군사주권을 미국에 송두리째 빼앗긴 예속과 굴욕의 군사동맹관계 그 자체였습니다.
이제 냉전시대가 끝난 지 벌써 십수 년을 헤아리고 남북 화해와 민족 통일의 물꼬가 급류를 타고 있는 시대 변화에 맞게, 호혜평등한 한미관계의 수립을 바라는 국민 의식의 성숙에 맞게 한시바삐 한미군사동맹관계의 치욕스런 굴레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분단 고착과 반통일, 주한미군 주둔에 관한 미국의 일방적 결정권, 무상 주병권, 무기한의 조약 기한 등 우리의 주권을 부정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전면 개정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 폐기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수직적 한미연합군사지휘체계를 해체하고 전시작전통제권을 되찾음으로써 군사주권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베트남, 동티모르,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세계 군사적 패권과 석유 이권을 노리는 부시정권의 추악한 대이라크전에 우리 청년들의 고귀한 생명과 국민 혈세를 바치도록 강요당해 온 것도 근본적으로 대미 군사적 예속 때문입니다.
그런데 국방부가 그동안 대미 군사적 예속에 스스로 매달려 왔던 것은 남한의 군사력이 북한보다 열세라는 허위의식에 빠져 주한미군의 군사력, 주한미군의 주둔에 매달려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전력을 제외하더라도, 남한의 군사력이 북한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따라서 국방부는 시급히 대북 군사력 열세라는 허위의식을 버려야 하며, 주한미군의 주둔과 예속적 한미군사동맹에 대한 맹목적이고 근거 없는 집착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국방부가 이와 같은 전향적인 사고와 자세를 갖는다면 명분 없는 대이라크전에 대한 부시정권의 파병과 재정 지원 요청을 당당히 뿌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주한미군의 감축과 철수는 이제 시대적 대세로 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 다수가 이미 주한미군의 철수를 원하고 있으며, 부시정권도 감축과 철수 의사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세 변화를 담지 못한 '연합토지관리계획'은 폐기되거나 전면 수정 보완되어야 합니다. 용산 미군기지, 매향리 폭격장, 스토리 사격장 등이 반환에서 제외되고 도심지 땅 154만 평을 추가 공여하기로 한 '연합토지관리계획'은 당초부터 우리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의정부, 평택 등 추가 공여 지역에서는 현지 주민들이 앞장서 추가 공여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에 국방부는 154만 평의 추가 공여를 중단하고 국민이 반환을 바라는 미군 기지와 훈련장을 반환 대상에 포함시키도록 '연합토지관리계획'을 전면 수정 보완해야 합니다.
한편 국방부는 용산 미군기지 이전 비용을 우리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기정사실화 하고 있어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습니다. 국방부의 이러한 주장은 국민의 이해보다는 미국의 이해를 쫓는 것이자 초법적이고 시대 역행적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시정권이 2사단과 함께 용산 미군기지를 한강 이남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은 미국의 동북아 군사 전략 변경과 북한 장사정포의 사정권에서 벗어나려는 의도에 따른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 추진되는 용산 미군기지 이전에 우리 국민들의 혈세를 쏟아 부을 수는 없습니다.
또한 한미소파의 규정에 따르더라도 용산 미군기지 이전 비용은 마땅히 미국 정부가 부담해야 합니다. 한미소파 본협정 제5조에는 "미국은 시설과 구역, 통행권을 제공하는 데 따라 한국이 부담하는 경비를 제외하고는 합중국 군대의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하기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용산 미군기지 이전 비용을 한국 정부가 부담하는 것은 국가간 조약을 어기는 탈법적인 것으로 1990년에 한미간에 체결한, 한국 정부가 이전 비용을 부담하기로 한 '용산기지 이전 기본합의각서(MOA)'는 원천 무효입니다.
더욱이 부시정권이 추진하고자 하는 대로 주한미군이 감축된다면 우리 정부는 용산 미군기지 이전 터를 새로 공여할 필요가 없으며, 용산 주한미군 사령부는 기존의 미군기지로 들어가면 될 것입니다. 곧 용산 미군기지 이전 비용이 필요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용산 미군기지 이전 비용을 한국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의 주장은 미국의 이해를 쫓아 일신의 영달을 추구하고자 하는 친미사대주의자가 아니라면 그토록 쉽게 입에 담을 수 없는, 현실을 호도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용산 미군기지를 이전하겠다면서도 기어코 용산 미군기지에 고가도로와 아파트 건설을 강행하고 있는 한미 군당국의 비합리적이고 오만한 태도에 대해서 경고하고자 합니다.
머지않아 이전할 용산 미군기지에 주한미군의 일시적인 편의를 위해서, 그것도 우리 국민의 혈세를 들여 주변 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고가도로와 아파트를 짓는다는 것은 마치 우리 국민의 관용과 인내를 시험하는 처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국방부 당국자들에게 당부합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리처드 롤리스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와의 회담에서 부디 국민과 민족의 입장에 서서 반드시 예속적 한미군사동맹 관계를 극복하고 군사 주권과 나라의 자주성을 되찾는 실마리를 마련하기 바랍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공동대표 : 변연식, 서경원, 이세우, 임종철, 정경호, 홍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