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2003. 3. 25] 제24차 국방부 앞 평화군축 집회 항의서한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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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와 국방부는 부시정권의 대북 전쟁 강요를 단호히 뿌리치고
한반도 평화와 민족 화해·통일의 길로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부시정권의 등장은 우리 민족에게 재앙 그 자체다.
지금 이라크에서 국제법과 유엔 헌장을 무시한 부시정권의 불법전쟁으로 무고한 양민들이 피를 흘리고 소중한 인류 문화 자산이 파괴되어 가고 있는 동안, 이곳 한반도에서도 대북 침공을 겨냥한 부시정권의 전쟁연습이 한창이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남북 화해와 통일의 길이 열리고, 10·12 북미 공동코뮈니케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현실로 다가오는가 싶더니 뒤이은 부시정권의 등장과 대북 적대정책으로 한반도는 다시 냉전시대를 능가하는 북미대결과 전쟁의 먹구름만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제 부시정권이 노리는 대로 대북 침공이 단행되고 그 결과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터진다면 우리 민족은 재기 불능의 대 재앙을 맞게 될 것이다.

이에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은 그 무엇보다도 부시정권의 무모한 대북 전쟁을 막는데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부시정권의 대이라크 침공 지지를 선언하고 이라크전 파병과 지원을 서두름으로써 미국의 대북 침공 기도를 반대할 명분을 스스로 내팽개치고 있다. 부시정권의 대이라크 침공의 정당성을 대량살상무기 제거에서 찾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으로서는 이라크보다 더욱 강력한 무장을 갖춘 북한을 부시정권이 침공한다고 해도 이를 막을 명분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은 대이라크전 파병과 지원 근거를 부시정권의 대이라크전 파병과 지원 요구를 받아들임으로써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약속을 받아냈다는 것을 들고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결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약속하지 않았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여전히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주장했을 뿐이다. 즉 평화(?)를 위해서 전쟁을 하겠다는 기존의 억지 주장을 반복했을 뿐이다.
한편 우리 군 역시 여전히 부시정권의 대북 적대 정책을 그대로 추종하고 있다. 지난 1월 16일, 당시 이준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상황이 있으면 한반도 전쟁이 불가피하다"며 부시정권의 대북 침공 의도를 거리낌없이 수용하는 자세를 드러냈으며, 3월 7일 현 조영길 국방장관 역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미 정찰기의 무리한 대북 정찰 활동 증강은 지적하지 않고 북한 전투기의 근접 비행만을 문제로 삼음으로써 원인을 제공한 미국을 오히려 두둔하는 무조건적인 대미 추종적 태도를 드러냈다. 이는 외국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과도한 정찰 활동을 지적한 노무현 대통령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3월 22일 포항시 독석리 해안가를 통해 상륙한 미 본토 증원군이 파주 무건리 훈련장에서 미 2사단과 공동으로 독수리연습을 벌이고 있다. 독수리연습에 참가하는 병력 수는 미 본토에서 증원된 5,000명과 항공모함 전단 병력, 주한미군 3만 7천 여 명 등 미군 약 5만 명에 한미 양군을 합쳐 약 20여 만 명으로 미군이 세계 각지에서 벌이는 훈련 중 최대 규모이자 대이라크전에 동원된 미군 병력 수에 육박하는 규모다.
우리가 이번 훈련을 대북 전쟁을 위한 리허설로 보는 것은 그것이 대북 선제공격을 상정한 '작전계획 5027'에 의거해 실시되기 때문이다. 98년에 개정된 '작전계획 5027'은 대북 선제공격과 평양 점령 계획을 담고 있고, 2000년도에는 전쟁 발발 시 미국이 90일 내에 69만 명의 병력, 1백 60 대의 전함, 1천 6백 대의 전투기를 한반도에 추가 배치하는 계획을 담고 있으며, 2002년도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암살 계획까지 담고 있다.
이와 같이 이번 독수리훈련은 매년 대북 공격적 성격을 강화하고 있는 '작전계획 5027'에 따른 것으로, 한반도를 더욱 첨예한 전쟁 위기로 몰아 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 훈련의 대북 공격적 성격은 75 대의 전투기와 전폭기, 이지스 전투체계를 장착한 순양함 USS 빈센스호, 구축함, 잠수함 등으로 이뤄진 칼빈슨 핵 항모전단을 비롯하여 미국의 주력 전투기인 F-15E 1개 대대, 6대의 F-117 스텔스 전폭기 등 가공할 무력이 대대적으로 동원된다는 점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미국은 지난 3월 4일에도 전략폭격기인 B52, B1 폭격기 24대를 괌 지역으로 이동 배치하였는데, 이는 미군 전략폭격기 전력의 15%에 이른다. 그뿐 아니라 미국은 특수 정찰기와 잠수함의 미사일 발사를 유도하는 E6B기, 미사일 추적함 인빈서블호 등을 북한 인근에 배치하였다.
이와 같은 최첨단 무기들은 지금 이라크를 침공하여 이라크 국민들을 학살하고 이라크 전 지역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무기들과 하등 다를 바 없는 공격용 살상무기들이다.

이에 우리는 모든 국민들의 이목이 온통 이라크전에 쏠려 있는 가운데 국민들의 눈을 피해 실시되고 있는 부시정권의 대북 전쟁 예행 연습을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노무현 대통령에게 자신의 평소 공언대로 부시정권의 대북 침공을 막기 위해서 독수리연습부터 반대할 것을, 우리 군에게도 독수리연습을 전면 거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시대역행적인 한미동맹관계의 종식과 평화협정 체결 및 평화군축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만이 우리 민족을 항상적인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우리 국민들의 반미자주의식의 성장과 동북아시아에서의 항구적 패권 구축을 노리는 미국의 이해가 맞물려 한미동맹관계의 전면전 전환 시점을 맞고 있는 지금 우리는 노무현 정부와 우리 군 당국이 국민적, 민족적 이해에 입각하여 호혜평등한 한미관계의 수립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영토주권과 군사주권, 경제주권을 송두리째 미국에 넘겨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합의의사록을 폐기하고 늦어도 우리 민족의 통일이 일정에 오르는 시점 이전까지 주한미군을 전면 철수시킬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3월 25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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