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11. 29] 주변국은 '강력한 민주국가' 한반도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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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은 '강력한 민주국가' 한반도 통일 바라지 않는다"
제4차 한-러 국방학술회의... 팽팽한 한-러 시각차 드러내
장윤선(sunnijang) 기자
▲ 2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한국국방연구원 관영당에서 '제4차 한러 국방학술회의'가 개최됐다.
ⓒ2003 장윤선
"설사 북한 핵이 존재한다해도 한국에게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현재 핵무기를 사용할만한, 또 다른 군사무기를 이용해 한국을 도발할 가능성이 없다. 남북간 힘에 의한 무력통일은 이미 불가능하다."
2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국방연구원 관영당에서 한국국방연구원(원장 황동준) 주최로 열린 '한-러 국방학술회의(이하 학술회의)'에서 콜튜코프 러시아연방 군사과학원 교수의 말이다.
한국과 러시아의 군사전문가와 군사학 교수들은 3부로 나뉜 이날 학술회의에서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설전이 오갔지만, 콜튜코프 교수는 시종일관 북핵 문제를 남북 주도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문제는 북한이외 다른 국가들로부터 파생될 수 있다"
▲ 콜튜코프 러시아연방 군사과학원 교수.
ⓒ2003 장윤선
우선 콜튜코프 러시아연방 군사과학원 교수는 "핵개발프로그램의 주도권은 북한이 아니라 다른 국가에 의해 발생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프랑스나 영국, 중국은 여전히 핵 잠재력을 증가시키고 있는 상태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핵무기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험도 마친 상태다. 이스라엘은 무려 100개 이상의 핵무기를 갖고 있고, 브라질 등도 이미 핵무기를 완성할 단계에 와 있다.
이런 국가들의 행태는 사실상 '핵무기확산금지조약'을 모두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핵무기 사용의 경계선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핵무기 보유국가들에게 이 문제들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는 '핵무기확산금지조약'에 따라 몇몇 국가들에게 핵 억제력을 쓸 것이다."
콜튜코프 교수의 발언에 대해 백승주 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실장은 "그런 정황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은 아니나, 다시 한반도로 시각을 옮겨 생각할 때 주변국가들은 한반도가 핵을 보유하는 것 자체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북이 핵을 갖게 되면 한반도의 통일과정은 상당한 어려움을 갖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콜튜코프 교수는 "남북의 평화통일 과정에서 러시아 역할이 무엇인지 꼭 밝히고 싶다"고 말한 뒤 "한민족은 과거 역사와 달리 이젠 자유의지에 따라 통일할 수 있다, 한국에서 문제로 부각되는 북핵문제는 '다른 국가'와 연계돼 있으며 남북대화를 중단하고 양국간 신뢰를 무너뜨리려는 '외국'의 의도와 관련 있다고 본다"며 한국정부가 미 부시행정부에 의해 휘둘리는 게 아니냐는 우회적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백 실장은 "북핵문제에 있어 우리정부의 의욕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것이지만, 현실은 '중재적' 역할뿐"이라며 "북미 양측으로부터 '건강하고 신뢰받는 중재자'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북핵문제는 지속적으로 북미간 입장 차에 따라 조절될 것이기 때문에 한국정부는 주도적 역할보다 중재적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망했다.
백승주 "한국은 북미로부터 '건강하고 신뢰받는 중재자'로 인식되지 않는다"
한러 양측의 군사전문가들은 서로 엇갈린 시각을 내놓으면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양자의 토론이 끝난 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권세현 경희대 교수는 "한가지 궁금한 게 있어서 콜튜코프 교수에게 묻겠다"며 "만일 러시아가 북핵문제와 한반도 통일에 관한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지 말해달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콜튜코프 교수는 "러시아는 북핵위기의 발생가능성에 대한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고 전제한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에 대한 러시아의 향후 조치도 이미 여러가지 얘기가 진행중이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모든 전력을 손실한 미국이 모든 것을 양보하는 것이고, 최악의 시나리오는 대선을 앞둔 미국이 눈에 보이는 성과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 점은 동북아에서 가장 좋지 않은 시나리오다.
이에 대한 대응정책은 딱 하나다. 국제사회의 단합이다. 미국이 아무리 강대국이라 해도 전세계 국가가 통합하면 문제는 오히려 잘 풀릴 수 있다. 이것 이외에는 문제해결이 어렵다."
콜튜코프 "주변국은 '강력한 민주국가'로서의 한반도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
▲ 이날 학술회의 2부에는 콜튜코프 러시아연방 군사과학원 교수, 백승주 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이 발제자로 각각 참여했다. 가운데는 사회는 맡은 송영선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소장.
ⓒ2003 장윤선
콜튜코프 교수는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위기상황은 '외부의 영향'으로 발생된 것"이라며 "남북간 협력증진관계를 통해 앞으로 한반도는 얻을 게 많다, 문제는 남북 주변국가들이 한반도 통일을 별로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무도 '강력한 민주국가'로서의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면서 "유감스럽게도 근접국가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한반도 통일'을 방해하고 있다"고 전달했다.
하지만 국방연구원 박승섭 교수는 "북한 핵에 대한 독약론에 대해 말하고 싶다"면서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경찰이 가진 총기와 범죄자가 가진 총기는 다르다. 북한핵에 대해 세계가 관심을 갖는 것은 1950년 당시 한국전쟁을 도발한 나라가 북한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측 발표자들은 미국의 중유공급중단이 북핵위기의 원인이라고 분석하지만, 미국이 북한에게 중유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핑계와 거리를 북한 스스로 제공했다는 것을 인지해달라.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우리는 끝까지 평화적 해결만 주장할 수 없다. 그 외의 다른 방법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장장 7시간에 걸친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북핵문제가 한반도 평화통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졌고 '합일된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2003/11/28 오후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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