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5/18] [중앙] 미 2사단 차출 의미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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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이라크 차출] 美 2사단 차출 의미
[중앙일보 2004-05-18 21:22]
[중앙일보 오영환 기자]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은 세계적 규모의 미군 재편작업과 떼놓을 수 없다. 미국이 이라크 치안 악화를 들어 1개 여단을 빼는 것이지만 동아시아에서 군사 재편을 본격화하는 신호탄 성격도 강하다. 미국이 '숫자'보다는 '기능'을 중시하고, 냉전형 고정군을 21세기형 기동군으로 탈바꿈하는 새 전략을 한반도에서 실행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북한의 위협에 따라 주한미군만은 붙박이 군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한반도 예외론은 막을 내린 셈이다. 미국이 이라크로 가는 2사단 2여단의 복귀에 대해 확답하지 않는 것도 이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주한미군의 차출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잔류 주한미군의 역할.규모.활동반경.지휘체계에도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한.미 양국은 이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한 만큼 잔류 주한미군도 미국이 필요할 때는 뺄 수 있게 됐다. 주한미군이 한국 방위를 맡으면서 아태지역의 분쟁에도 대처하는 전방위군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한국군의 한반도 방위 부담은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주한미군 차출은 미군의 적정 감축 규모를 저울질할 수 있는 좋은 실험이기도 하다. 이번 차출 계획으로 15년 동안 유지돼 왔던 주한미군 3만7000명 체제는 무너졌다. 군의 경량화.신속화를 내세워 10개 사단체제를 여단체제로 재편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으로 미뤄 주한미군 감축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미 실무선에서 (감축과 관련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미국 정부에서 가닥이 잡히면 논의하자는 제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재편은 주일미군 재편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은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자마기지로 워싱턴주 소재 미 육군 1군단을 옮길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미 2사단과 제1특수전군(群).제1여단을 예하에 둔 이 부대가 일본으로 오면 주한미군의 지휘체계 변화도 불가피하다. 미국이 1군단장을 대장급으로 보임할 계획으로 알려진 만큼 주한미군 사령관을 대장으로 둘 가능성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오영환 기자 hwas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