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2005/09/24] 정부의 해외파병법(PKO관련법)추진 기도와 문제점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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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해외파병법(PKO관련법)추진 기도와 문제점



평통사 미군문제팀, 인천평통사 공동대표 오혜란

1. 정부 당국의 해외파병법 추진 동향

최근 정부당국은 유엔 평화유지활동(PKO)과 해외 긴급재난 구조에 한국군을 파병할 경우 국회동의 절차를 생략한 해외파병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내 해외파병법 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 국방부는 물론 외교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도 PKO 참여 확대를 위해서는 관련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여야의원들 역시 PKO 상비병력창설과 PKO 파병시 국회동의 절차 생략을 요지로 하는 보고서를 공동으로 작성하는가 하면 'PKO 참여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여 정부주장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이들이 한결같이 PKO 참여확대를 통한 국제무대에서 발언권 강화를 위해 UN의 요구에 적시에 파병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해외파병법은 국회동의 절차를 생략하는 위헌적 요소와 PKO 성격과 활동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해 한국군의 해외파병을 용이하게 달성하고, 이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주한미군이 수행할 다양한 작전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기에 결코 허용돼서는 안 된다.


2. 해외파병법의 위헌적 요소와 PKO 성격과 활동 범위의 무분별한 확대


헌법에 규정된 국회 동의권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

해외파병법 제정에 관한 국방부와 외교부 등 안보관련 부처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해외파병 업무를 조정·총괄하는 범정부 차원의 조직 편성과 국가적 차원에서 PKO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유엔의 요구에 때 맞춰 파병할 수 있도록 일정 병력 상한선 범위 내에서 유엔 PKO, 해외 긴급재난 구조를 위한 해외파병의 경우 국회동의 절차를 생략하는 해외파병에 관한 특별법1) 을 제정하자는 것이다.

현행절차는 PKO 포함하여 군을 해외에 파견할 경우 ‘국회는 선전포고,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 또는 외국 군대의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의 주류에 대한 동의권을 갖는다’는 헌법 제60조 2항의 규정에 따라 반드시 국회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 국회 동의안에는 파견규모 및 파견시기를 명시해야 하고, 이미 파견된 부대를 증원하거나 파견 기간을 연장할 경우에도 별도로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한국군이 1993년 소말리아 제2차 평화유지군 참여를 시작으로 평화유지활동에 모두 10여 차례, 5,089명을 파견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나 그때마다 국회동의 절차를 거쳤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정부당국의 해외파병법은 “일정한 상한선 범위 내”라는 전제조건이 달려있기는 하나 국회 동의 없이 정부 재량으로 해외파병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특별법으로 헌법 상의 국회 동의권을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다.


한편 국방부가 제시한 PKO 상비부대 편성 방안2)이 평화유지활동이 아닌 사실상의 전투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해외파병법을 허용해서는 안될 이유 중의 하나이다. 국방부가 제시한 방안은 지금까지의 공병, 의무부대 중심의 PKO와는 달리 특전사, 해병대, 대형 상륙함(LST), 해난구조 등의 부대로 구성되어 있어 해외파병법이 제정될 경우, PKO의 이름으로 다국적군에 파병하는 등의 국민과 국회의 감시를 벗어난 정부의 자의적 운영을 허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PKO 성격과 활동 범위의 무분별한 확대

국방부는 유엔 평화유지군과 다국적군을 구별하지 않고 특정국가나 지역기구 주도의 다국적군까지 PKO 유형의 하나로 규정하여 PKO 성격과 활동범위의 무분별한 확대를 꾀하고 있다.

유엔 PKO는 분쟁지역의 평화유지 혹은 회복을 돕기 위해 유엔에 의해 행해지는 군사요원을 수반하나 강제력을 갖지 않은 활동, 다시 말해 분쟁 당사자간의 정전이 이루어 진 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활동을 말한다.

유엔 PKO는 집단안전보장체제로서의 유엔이 분쟁해결의 평화적 방법을 정한 UN헌장 제6장은 강제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분쟁해결의 무력적 방법을 정한 제7장은 강대국의 거부권 행사로 분쟁 해결을 위한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하자 발생한 개념으로 유엔 헌장 상에 근거가 없는 관행적 개념이다.3) 그러나 유엔 평화유지군은 유엔 사무총장이 임명한 사령관의 직접적 지휘와 통제하를 받으며 군수 물자 및 비용을 유엔에서 부담한다는 점에서 다국적군과 명백히 구별된다. 다국적군은 특정국가나 지역기구가 임명하는 다국적군 사령관이 지휘통제를 받으며 군수물자 및 파병비용도 다국적군 참가국이 개별 부담한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PKO냐 아니냐하는 구분은 PKO 5원칙-분쟁당사자의 정전합의, 당사자 동의, 중립성, 5대국및 이해관계국 배제, 무력불사용-의 준수 여부에 달려있다.

다국적군에 의해 수행되는 군사활동이 설사 UN 안보리 결의에 의한 것이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다국적군이지 UN PKO가 아니다. 그런데도 국방부가 다국적군을 PKO의 유형의 하나로 규정하는 것은 PKO 이름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각종 다국적군 활동에 참가하려는 의도로 추정된다.

2003년 9월 한겨레에서 조사한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 여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은 유엔 평화유지군과 유엔의 위임을 받은 미국 지휘 하의 다국적군의 차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1,000여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7.5%가 ‘이라크 전투병 파병’에 반대하고 38.2%가 찬성했다. 그러나 ‘유엔안보리 결의 후 다국적군 형태로 전투병을 파병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찬성이 51%, 반대가 44.4%로 역전되었다. 그런데 유엔평화유지군과 다국적군의 차이를 설명한 뒤에는 반대 61.4%, 찬성 32.4%로 찬반 분포가 다시 뒤바뀌었다. 즉 우리국민은 평화유지군과 다국적군과의 차이를 잘 모르고 UN결의 = 곧 평화유지군이라고 생각해서 이라크 파병에 찬성했다가 그 차이를 알고 난 후에는 더 많은 수의 국민이 이라크 파병에 반대한 것이다.

다국적군까지 평화유지활동의 하나로 규정하면 국민적 반대와 감시를 피해 국회에서 동의가 훨씬 용이해질 것이라는 점은 소위 ‘반전평화의원모임’ 의원들이 이라크 파병이 다국적군이 아닌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파병할 경우 국회 동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제시한 바 있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3. 해외파병법은 주한미군의 아태기동군화와 한미동맹 전환에 대응한 국내법정비의 일환


외교부와 국방부는 ‘해외 긴급 재난·재해’에도 우리 군을 PKO 이름으로 파병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외 긴급 재난·재해가 파병의 요건으로 되면 PKO나 다국적군으로 파병하는 경우보다 훨씬 용이하게 국민적 반대를 피해 더욱 빈번하게 파병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그런데 평화유지라는 PKO 본연의 임무와 전혀 무관한 해외 긴급재난 구호에 한국군을 파견하겠다는 외교안보당국의 발상은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동맹 전환에 즈음해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냉전 해체 후 한미동맹이 존립위기에 처하자 한미당국은 일찍부터 한미동맹을 대북 군사방어동맹에서 포괄동맹으로의 전환을 모색해왔다. 2002년 한미당국이 공동으로 작성한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한 공동협의’ 결과 보고서는 북한 위협 소멸 시 아태지역에서의 한미동맹의 임무를 평화유지, 해상수송로 보호, 위기대응 및 긴급 재난 구호로 제시하고 있다. 2003년 7월의 ‘주한미군 지역역할 수행대비책’4)에서도 저강도 투입시나리오에 ‘역내재난구호’가 첫째항목으로 들어가 있으며 평화유지 활동은 중강도 투입시나리오로 분류되어 있다. 미래한미동맹 정책구상회의(FOTA)의 후속회의인 한미안보정책구상회의(SPI)의 의제 중의 하나도 쓰나미와 같은 긴급재난 구호와 관련한 한미동맹 강화 방안이다.

한미당국이 평화유지활동, 긴급재난구호, 해상수송로 보호 등을 한미동맹의 새로운 임무로 합의한다는 것은 곧 한미연합군의 아태기동군화와 한미동맹의 포괄동맹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를 다국적군을 PKO 유형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외교안보당국의 주장과 연결시켜 본다면 해외파병법에 관한 정부당국의 주장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미군이 주도하는 다양한 군사작전을 즉각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자는 것으로 된다. 다시 말해 해외파병법은 주일미군의 역외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PKO 협력법, 주변사태법, 테러조치특조법, 이라크 특별법, 유사입법을 제정하여 평화헌법을 위배하고 국가총동원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주한미군의 역외작전을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한 국내법 정비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범정부 차원의 PKO·해외파병업무 총괄조직의 편성과 부처별 업무분장, 예산근거, 파병요원 신분 보장 등을 내용으로 하는 PKO 관련법 제정, 경찰·민간요원 파견을 대비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PKO 활동 지원체제를 구축하자는 국방부의 주장은 이러한 우려가 단순히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말해준다.


4. 바람직한 PKO 활동에 참여기준은 무엇인가?


PKO 활동 원칙의 엄격한 준수

PKO 활동 참여는 PKO 활동의 원칙이 철저히 지켜질 수 있는 사안으로 한정해야한다.

유엔 PKO의 활동이 획기적으로 확대된 냉전이후 PKO의 활동에서 얻은 교훈은 PKO 활동 5원칙을 명확히 견지하는 경우 성공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립성과 무력 불사용 원칙을 훼손함으로써 실패한 PKO의 전형적 사례로 평가되는 소말리아 평화유지군 활동사례가 이를 입증해 준다.

소말리아는 1991년 친미독재정권인 바레 정권이 반군의 공세로 축출된 뒤 내전으로 2년사이에 35만 명이 사망하였다. 이에 유엔은 1992년 1차, 1993년 2차 소말리아 평화유지군을 구성했는데, 이와 별도로 7천 명의 미군지휘부대를 중심으로 다국적군이 구성되었으며 소말리아 평화유지군은 실질적으로 미국의 지휘를 받았다. 유엔헌장 7장에 의거한 평화강제활동 권한을 부여받은 소말리아 평화유지군은 무장세력의 무장해제에 착수하여 소말리아의 한 정파였던 아이다드파를 공격함으로써 중립성과 무력불사용의 원칙을 위배하였다. 또한 최대 정파인 아이다드파의 서명을 받지 못한 아디스아바바 협정(정전협정)에 근거하여 다국적군을 파견함으로써 당사자 동의의 원칙을 상실하였다. 그 결과 소말리아 평화유지군 활동이 실패로 돌아가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994년 유엔평화유지군의 평화강제활동을 철회시키고 조기 철수를 단행했다.


자주적 참여 결정

우리 정부는 분쟁 당사자 간의 평화협정 체결 등 한국정부의 12개 항의 PKO 파병기준과 동 떨어지기 때문에 소말리아, 르완다, 아이티, 보스니아 등에 대한 유엔, 미국 등의 파병요청을 거절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제2차 소말리아 평화유지군 참여와 동티모르 다국적군 파병에서는 이러한 기준을 포기하고 미국의 요청에 따라 파병하였다.

한편 보스니아의 경우 한국에 보스니아 파병을 요청한 미국은 정작 보스니아에 파병하지 않았는데 만일 한국이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파병했더라면 한국군은 미국의 용병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소말리아, 아이티, 보스니아 지역에 대한 파병 요청이 주로 미국의 직접적인 요구 또는 이해관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PKO 파병 요건을 엄격히 적용해 자주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면 유엔과 미국의 잘못된 파병요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사례별로 국민과 국회의 동의는 필수

한편 정부당국은 유엔의 요청5) 을 근거로 국회동의 절차를 생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의 결정이 항상 정당하지 않고 PKO 활동이라 해서 모두 선은 아니다.

걸프전처럼 미국 등 강대국의 강압에 의해 UN 결정이 이뤄진 사례, 유엔 평화유지군에 의한 분쟁지역 민간인 살상과 어린이·여성을 상대로 한 강간, 성매매, 성폭력 범죄 등이 이를 입증해준다.

또한 미국 등 강대국들도 대부분 자신들의 국가 이익에 따라 파병여부를 결정하고 있지 유엔 요구에 무조건 응하지 않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서도 정부당국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분쟁지역은 보통 민족, 인종, 종교, 정치, 경제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만약 PKO 파병이 요구되는 국제 분쟁이 긴급하고 중대한 사안이라면 더욱 국회의 사전 동의 절차와 국민적 의사수렴 과정이 필요하다. 또 사안이 경미하고 일상적인 것이라면 국회동의 절차를 생략하면서 까지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분쟁의 성격과 활동 지역에 따라 문제해결방식이 다르고, 분쟁 지역의 상황에 따라 활동기간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정부에 일방적으로 위임해서는 안 된다.


이와같이 PKO 활동의 성과를 보장하려면 PKO 참여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사례별로 검토한 뒤 국회와 국민의 동의를 받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에 위헌적이고 PKO 성격과 활동에 대한 무분별한 확대로 한미연합군의 아태지역 작전을 지원하게 될 해외파병법 추진을 사전에 저지해야 할 것이다.



1) 한국의 PKO 참여 확대를 위한 국내 절차 개선방안, 천영우 외교부 정책실장, 2005.4.21

2) 국방부가 제시한 상비부대 편성 ‘예’는 각종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육·해·공군 통합부대로 1,100명 규모로 상비부대를 편성하되 소요를 대비 이의 3배수 즉 3,300명을 PKO부대로 지정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PKO 상비부대 편성 및 운영방안, 방효복 국방부 정책기획관, 2005.4.21)

3) PKO는 유엔헌장상의 근거를 갖지 못한 관행적 개념이나 유엔 2대 사무총장 함마슐트는 "PKO의 유엔헌장 상의 근거는 제6.5장이다“고 규정한 바 있다.

4) 제3차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FOTA) 한국 협상팀 준비회의 자료

5) 유엔은 2002년 7월 신속배치단계(RDL:Rapid Deployment Level)를 도입하여 5천명 규모의 통상적 PKO의 경우 30일, 1만 명 이상일 겨우 90일의 파병소요시한을 설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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