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4/19]참여정부의 한미 FTA 졸속 추진, 전략 유연성 합의에 반대하며-총체적 대미종속을 우려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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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대미종속을 우려하는 각계인사 시국선언
-참여정부의 한미 FTA 졸속 추진, 전략 유연성 합의에 반대하며-
오늘 우리는 4.19 46돌을 맞아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 FTA 및 전략유연성 합의가 우리 사회의 미래에 미칠 심각한 파국적 결과를 우려하는 각계각층의 일치된 의견을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최근 정부는 소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여 미군이 한반도를 경유하여 동북아와 세계 전역으로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도록 허용하는가 하면, 한미 FTA 추진을 전격 발표함으로써 한미 경제관계를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이상의 단일 경제권으로 통합하기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포괄적 동맹'으로의 발전을 내세운 노무현 정부의 대미정책은 한마디로 졸속적 패권 추종정책이며 총체적 대미종속에 다름 아닙니다. 이는 노무현 정부 스스로 강조해 왔던 동북아 평화협력, 사회적 대타협 등의 구호와도 양립하기 어려운 선택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노무현 정부는 이처럼 향후 수 세대에 걸쳐 나라와 국민의 미래를 좌우할 중차대한 정책적 선택들을 아무런 사회적 합의 없이 독단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일방적 선택에 의해 닥쳐올 위기와 재앙적 결과에 대한 충분한 대비책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변변한 공청회 한번 없이 선언된 FTA 협상은 심각한 절차 정당성의 하자를, 스크린 쿼터, 자동차, 쇠고기, 약가 등 4개 분야의 일방적 양보는 현 정부의 무능과 무원칙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협상조차 미 국내법 일정에 맞추어 불과 1년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한미 FTA를 통해 시장을 전면적으로 통합함으로써 나라살림을 미국에 완전히 개방하려 하고 있습니다. 주지하듯이 미국이 추진하는 FTA는 한-칠레 FTA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전면적 개방을 전제하는 것이며, 단순한 경제협정을 넘어 정치군사적 통합까지를 의미합니다. 현 정부는 이를 통해 투자 확대와 수출 증대, 양극화 해소 등의 효과를 기대한다고 장담하지만, 그같은 주장은 밀실에서 이를 공모한 몇몇 친미 경제관료들과 일부 재벌기업 외 그 어느 누구에게도 설득력을 갖지 못합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과 산업현장에서는 한미 FTA가 제조업, 서비스업 등 산업 전반의 대미종속과 신자유주의적 양극화의 심화로 이어지는 '제2의 IMF위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농업을 비롯해 의료, 교육, 금융, 서비스, 문화산업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산업분야 전반에 걸친 타격이 예상됩니다. 게다가 정부는 빈곤 확대와 생존권 위기 심화, 사회 공공성의 후퇴, 문화 다양성의 침해에 대한 대비책은 전혀 제시하지 못한 채 경쟁력 강화와 성장 따위 공허한 수사만 남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FTA 추진과 더불어 노무현 정부가 추진해온 미래 한미동맹 재편 협상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보장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한미 군사동맹의 목적이 한반도 방위를 넘어 동북아시아를 포괄하는 지역적 패권 추구로 바뀌는 것을 의미하며, 나아가 전 세계적 범위의 군사적 공조로 확대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마디로 한반도를 미국 부시 행정부가 추구하는 전 지구적 군사 패권주의를 위한 전초기지로 내어주는 것입니다. 정부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동북아시아에 심각한 군사적 갈등을 야기할 불행의 씨앗이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의 유연성까지 의미한다는 내외의 경고를 경청해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는 이 모든 것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지난 3년간 한반도는 이라크 파병, 평택기지 제공, 전략적 유연성 합의 등을 통해 미국의 세계패권 구상의 볼모가 된 지 오래입니다.
지금 우리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있습니다. 밖으로는 냉전시대가 강요한 낡은 인식과 실천의 틀을 벗어나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로운 미래를 설계하고, 안으로는 외환위기 이후 나날이 심각해지는 신자유주의적 양극화에 대한 사회적 대안을 창출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지혜와 의지를 모아야 할 중차대한 역사적 전환기를 통과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는 군사적, 경제적 패권 추구의 소용돌이 속에서 민주주의와 사회적 정의, 평화를 향한 독립적 선택의 길을 열어나가야 합니다. 단언컨대, 우리는 국민 대다수의 평화염원과는 무관한 미국의 군사적 패권주의에 한반도의 운명을 내맡길 수 없으며, 더욱 가혹한 정글의 질서를 강요할 일방적인 통상압력에 우리와 미래 세대의 행복을 저당잡힐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다음을 긴급히 요구합니다.
- 한미 FTA 협상은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국민 동의 없이 미국에 약속한 스크린 쿼터 축소, 광우병 발병 미국 쇠고기의 금수조치 해제 등 일련의 양보조치는 당장 철회되어야 합니다.
- 아무런 견제장치 없는 전략적 유연성 합의 또한 전면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한반도 방위와는 무관한 평택에서의 강제 토지수용, 자이툰 파병과 명분 없는 이라크 점령 지원 등 미국의 군사적 패권주의에 대한 배타적 지원 정책 역시 중단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온 국민과 함께 총체적 대미종속을 막고 민주주의와 사회적 정의, 온전한 주권, 그리고 평화롭고 행복한 미래를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입니다.
2006.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