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2006/03/23] [논평]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주한미군의 주둔은 양립할 수 없다!- 이종석 통일부장관의 평화협정 관련 발언에 대한 논평 -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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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주한미군의 주둔은 양립할 수 없다!
- 이종석 통일부장관의 평화협정 관련 발언에 대한 논평 -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은 지난 16일 '남북관계 전망'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남북이 평화체제를 구축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협정을 맺는 과정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거론돼서는 안 된다"며 "주한미군은 상수로 보고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고 하면서 이와 본질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주한미군의 주둔을 전제로 한 평화체제와 평화협정을 구상하는 이종석 통일부장관의 발언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평화협정의 본질이 현 휴전상태를 공고한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법적 기초라고 할 때, 평화협정을 논하는 데서 휴전체제의 뇌관이라고 할 수 있는 주한미군 문제를 다루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보장하기 위한 정치회담 소집하여 외국군 군대의 철수 및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의 문제들을 협의”한다는 정전협정 제4조 60항의 규정은 주한미군 문제가 평화협정 체결과정에서 논의되어야 함을 밝혀주는 움직일 수 없는 법적 근거다.
지난 50여 년간 한반도에서 대립의 기본축이 북과 한국군에 대한 작전권을 틀어쥐고 일관된 대북 적대정책을 주도해왔던 미국이었다는 이제까지의 역사에 비추어 보더라도 주한미군 문제는 평화협정 논의과정에서 제외될 수 없는 것이다.
한반도에 평화가 실현되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미국과 남한을 일방으로 하고 북한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첨예한 정치, 군사적 대립에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정치, 군사적 대립을 해소할 때 한반도에 평화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이며, 평화협정에는 한반도에서의 정치, 군사적 대립의 해결방안과 절차 등이 필수적으로 포함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대립의 한 당사자인 주한미군의 철수 문제도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다.
더욱이 미국에 부시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가안보전략으로 선제공격독트린을 채택하고 대북선제공격을 위한 주한미군의 재배치 및 전력증강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실질적인 무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선제공격무력인 주한미군의 철수 문제를 다루지 않고 한반도 평화체제 및 평화협정을 논의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주한미군 문제를 제외한 평화협정이 맺어진다 해도 그것은 실질적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해 왔던 요인을 제거하지 못함으로써 사상누각에 불과한 협정을 맺은 것 이상의 의미가 없는 것이다.
주한미군 문제를 제외한 평화협정 체결은 평화협정 체결의 한 당사자가 될 북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라는 점에서 실현가능성도 희박한 주관적 희망일 뿐이다.
이처럼 주한미군 문제를 뺀 평화협정이란 ·‘앙꼬 없는 찐빵’과 같은 것으로서 법적·역사적 측면에서나 실효성과 실현가능성의 측면에서 성립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나아가 주한미군 문제를 배제한 평화협정 체결 논의는 주한미군 영구주둔을 합법화해주는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지금 한미양국은 이른바 ‘한미동맹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 ‘한미동맹 비전’연구를 진행하여 올 10월에 열리는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 보고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 이 연구의 핵심은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을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냉전 해소와 남북관계 진전, 북에 대한 남한 군사력의 우위 등으로 주한미군의 주둔 근거가 상실되고 있는 조건에서 주한미군 영구주둔의 근거와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 장관의 발언은 미국의 요구에 따라 한미양국이 밀실에서 추진하고 있는 주한미군 영구주둔 음모를 평화협정 체결과정에도 적용하여 그 길을 터주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 장관의 발언은 국민적 동의과정조차 전혀 거치지 않은 채 철저히 미국의 이익을 앞장서 대변하는 것으로서 지탄받아 마땅한 것이다.

위에서 본 것처럼 주한미군 문제를 뺀 평화협정 체결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 실질적 의미를 가질 수 없으며, 오히려 주한미군 영구주둔의 길을 터주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종석 통일부장관이 밝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의 목표가 실효성 있고, 현실성 있는 정책으로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한미군 주둔을 전제로 한 평화체제 구축 구상부터 폐기하고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포함하여 한반도에서의 정치, 군사적 대립을 상호 신뢰 있게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2006년 3월 21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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