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 핵실험을 빌미로 한 대북제재조치 추진을 중단하라!

지난 9일, 북이 핵실험을 실시하였다.

핵무기의 개발과 사용 등 핵의 무기화에 반대하며 세계의 모든 핵무기의 폐기를 지향하는 우리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으로 인해 결국 북이 핵실험을 강행하게 된 사태에 대하여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북의 핵실험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의 결과이자 그 같은 정책이 총체적인 파탄을 맞게 되었음을 입증하였다. 
북은 핵보유 선언과 핵실험으로 핵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함으로써 핵군축과 핵확산 방지에 분명한 책임당사국이 되었다. 
이에 우리는 북이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원칙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언명과 “핵이전을 철저히 불허”하겠다는 약속대로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핵확산 방지를 위해 주동적인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

부시 정부는 6자회담 공동성명에서 관계정상화를 약속하고도 대북 금융제재 등 대북 적대정책을 오히려 강화하여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을 제공하였다. 그들은 북의 핵실험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이와는 모순되게 북의 핵실험을 빌미로 유엔을 동원하여 대북강경책을 발동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부시 정부는 유엔안보리를 통한 제재조치를 추진하는 한편 버시바우 미 대사를 앞세워 한국의 PSI 참여확대를 강요하는 등 PSI 참가국들을 통한 봉쇄, 제재조치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와 같은 부시 정부의 대응은 북의 추가 핵실험을 포함한 강경책을 불러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할 뿐이므로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특히 유엔안보리 결의와 PSI를 통한 공중, 해상 봉쇄는 북이 이를 정전협정 파기 행위로 규정하고 자신도 정전협정 의무 이행을 포기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를 전쟁위기의 상태로 치닫게 만드는 위험천만한 책동이다.
우리는 부시 정부가 북의 핵실험으로 대북 적대정책이 파탄나게 되었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제재조치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현재의 사태를 북과의 대등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북의 핵실험이 있자마자 “제재와 압력이라고 하는 국제사회의 강경수단에 대해 대화를 강조할 수 있는 입지가 현저히 위축되고 상실”되었다면서 대북포용정책의 재검토 입장을 밝히고 나왔다.
이는 미국의 대북강경제재조치에 편승하겠다는 것으로, 노무현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미, 대북정책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런 자세로는 결코 미국의 PSI 참여확대 및 개성공단 사업 중단 강요 등에 당당히 맞설 수 없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어떤 상황에서도 민족 생존의 문제는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풀어나간다는 원칙을 견지하지는 못할망정 북 핵실험 소식이 들려오기가 무섭게 그 원인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은 채 대북강경책으로 돌아서려 하고 있다. 이런 노무현 정부의 즉자적이며 감정적인 대응은 이 정부가 우리 민족의 미래에 대해 어떤 철학과 소신도 없이 오로지 미국의 눈치나 보면서 대응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부채질할 뿐이다. 
노무현 정부가 미국에 빌붙어 북과 대결하고 전쟁까지 감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일체의 대북강경책에 반대하는 기조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특히 미국의 핵우산 정책을 새삼스레 강조하면서 한반도를 핵전쟁의 볼모로 되돌리려 하고 전력증강을 부추기는 군부 및 호전세력의 준동을 제어해야 한다.
지금처럼 엄중한 상황일수록 노무현 정부는 6.15 선언과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더욱 확고히 틀어쥐고 북과 미국이 대화를 통해 핵무기 폐기에 나설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내야 할 책무가 있다. 노무현 정부는 대북제재에 반대하면서 냉정하고 침착한 대응을 주문하는 우리 국민의 성숙한 자세를 본받아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한반도 비핵화에 난관이 조성되고 동북아에 핵확산이 초래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미국이 북과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관계정상화에 나서는 것만이 현재 조성되고 있는 복잡하고 어려운 정세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다시 한 번 천명하며 이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