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2008/02/17] [RSOI] 만리포 상륙훈련은 적법한 공무인가?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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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포 상륙훈련은 적법한 공무인가?"
오혜란 자주평화팀장
2006년 3월 30일, 평통사는 충남 태안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벌어진 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 및 독수리연습(RSOI-FE)의 하나인 만리포 상륙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애초 기자회견을 문제 삼지 않았던 군과 검찰은 조중동과 한나라당의 공격에 따라 2006년 4월, 참가자들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뒤집어 씌어 불구속 기소하였다. 2007년 1월부터 시작된 만리포 재판은 지난 12월 28일, 1년여의 법정공방 끝에 마무리 되었다.
결과는 기자회견 참가자 8명에게 각각 징역 4~10월, 집행유예 1~2년 씩 !
평통사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법과 양심’이라는 재판원칙을 완전히 져버린 재판부의 판결을 규탄하였다. 그리고 무죄판결을 위해 항소하였다.
치열한 법적공방, 비겁한 판결
1년에 걸친 법정 공방의 핵심은 작전계획5027-04와 이에 따라 진행된 만리포 상륙훈련이 과연 우리 헌법과 관련 법률에 부합하는 적법한 공무인가? 하는 문제였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에 대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려면 먼저 만리포 상륙훈련이 헌법과 관련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진 공무라는 가정 하에서만 가능하다. 이에 대한 입증 책임은 군 당국과 검찰이 지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들은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탱크와 장갑차를 가로 막고 다중의 위력을 보여 해병대 사령부 소속 장병들의 한미연합상륙훈련 수행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는 주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재판부는 “만리포 상륙훈련은 작전계획5027-04의 3단계 2부에 근거해 실시된 것으로 한미연합사령관이 평양을 직접 압박하고 고립시키기로 결심한 후 북한의 서해안 지역을 상정하여 실시된 훈련임이 인정된다”면서 ‘만리포 상륙훈련이 평화통일 추구를 규정한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이는 “특정지역의 고립 및 침투를 목적으로 실시한 훈련이 아니”(2007.5.1 합참, 사실조회 회신서)라는 합참의 주장을 배격했다는 점에서는 의의를 갖고 있으나 “작전계획 5027-04가 북한의 전면남침에 대비한 방어를 위한 계획”이라는 군 당국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했다는 점에서 매우 제한적인 것이었다.
또한 재판부는 “작전계획 5027-04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음을 인정할 근거가 없으며, 북한의 전면 남침에 대한 방어 후 북한 지역으로 진격작전이 자위전쟁의 비례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만리포 상륙전 훈련이 위법한 공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2007.12.28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판결)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재판부 판결은 만리포 상륙훈련이 평화통일 정책 추구를 규정한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 회피했다는 점에서 소신과 양심을 저버린 판결이며, 대북 공격연습에 면죄부는 줌으로써 적대적 대결의 종식과 평화실현이라는 정세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것이다.
작전계획 5027-04는 북한정권 제거 등을 전쟁목표로 하는 작전계획
2002년 12월 5일, 한미 국방장관 사이에 체결된 <한·미 연합사의 작전기획을 위한 대한민국 국방장관과 미합중국 국방장관의 군사위원회에 대한 전략기획지침>(이하 ‘전략기획지침’)에 따르면 한미연합사/유엔사 작전계획5027-04의 작전 목적은 북한군 격멸, 북한정권 제거, 한반도 통일여건 조성으로 되어 있다. 이는 곧 작전계획 5027-04가 북한의 공격을 격퇴하는 자위적 방어 수준을 넘어서 대북 체제 전복을 노리는 전쟁목표에 따라 전개되는 한반도 전면전 시나리오임을 의미한다.
대북 체제 전복을 전쟁목표로 설정할 경우 주전장을 북한 지역으로 삼고 단기간 내에 군사적 전략 거점과 국가 기간시설을 파괴함으로써 북의 전쟁수행 의지와 능력을 거세하는 종심작전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 또한 한반도 전면전으로 전쟁이 확대되고 그 결과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민족 절멸의 사태가 초래될 것이다. 게다가 한미연합군의 작전범위가 북·중 국경선, 또는 그 너머로 확대될 경우 한반도에서 중·미가 전쟁을 벌이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반면 자위적 방어를 전쟁목표로 삼는다면 전쟁 양상은 방위전쟁으로, 전면전이 아닌 제한전으로 진행되고 작전지역은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형성되며 단기간에 전쟁을 마무리 할 수 있으므로 전후복구와 통일에 미치는 부정적 요소도 최소화 할 수 있다.
만리포 상륙전 훈련은 위헌
재판부는 “헌법이 침략전쟁을 부인할 뿐 자위전쟁을 인정하고 있는 점, 헌법 3조에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북한이 남한 체제 전복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방어 후 북한 지역으로 진격작전은 자위전쟁의 비례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결은 헌법 5조(침략전쟁 부인)와 3조(영토조항)를 언급하고 있을 뿐 작전계획 5027-04 및 만리포 상륙전 훈련이 평화통일이라는 국가이익, 국가목표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고 있지 않다. 헌법에 구현된 국가이익과 국가목표는 작전계획 5027-04와 만리포 상륙훈련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핵심적 기준이다.
우리 헌법은 전문에서 “3.1운동과 4.19민주이념을 계승”하는데 정부의 정통성을 두고 있으며, “민주개혁과 평화통일사명에 의거 민족단결의 공고화”, “사회적 폐습과 불의 타파”,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 하에……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 할 것을 밝히고 있다. 이로부터 우리의 국가이익은 (자주)독립과 평화통일로, 국가 목표는 (자주)독립, 평화통일, 민주개혁, 국민복지 실현, 세계평화로 정식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참여정부 역시 ‘헌법에 근거한 국가이익’으로 ①국가안전보장, ②자유민주주의와 인권신장, ③경제발전과 복리증진, ④한반도의 평화적 통일, ⑤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기여를 5대 국가이익으로 제시하고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참여정부의 안보정책구상, 2004년. 국방부, 2006 국방백서 27~29쪽)
이와 같이 우리 헌법은 그 전문에서 평화통일을 국가이익과 국가목표로 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헌법 4조(평화통일정책)에서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함으로써 무력통일을 배제하고 있다. 또 헌법 5조(침략적 전쟁의 부인)에 의해서도 이러한 내용이 뒷받침되고 있으므로 헌법 3조는 북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문제이기에, 헌법 3조의 영토 조항을 들어 북한 체제 전복을 노리는 작전계획 5027-04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전면 남침한다 하더라도 작전계획 5027-04와 이에 따른 상륙훈련은 합헌·합법이라고 할 수 없다.
만리포 상륙 훈련은 국방목표에도 위배돼
북 체제 전복을 노리는 전쟁목표는 우리의 국방목표에도 위배된다. 국방부는 “외부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하고 평화통일을 뒷받침하며, 지역의 안정과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국방목표(1994년 3월 10일 개정)를 내세우고 있다. 국방부는 이러한 국방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2006~2022 국방기본정책서’에서 국방정책목표를 자주적 선진 국방 구현에 두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점진적 통일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전략 환경의 조성, 현존·잠재적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응 가능한 방위 역량의 발전, 국가와 사회 발전에 부합된 선진 국방운영체제의 확립 등을 3대 국방정책 기조로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 정권 제거, 북한 군 격멸을 전쟁목표로 삼는 작전계획 5027-04는 우리의 국가이익이 아닌 미국의 국가이익과 군사전략, 곧 미국식 가치 이식으로 북한 체제 전복을 꾀하고 남한 주도의 흡수통일을 노리는 미국의 군사전략에 따른 것으로, 헌법은 물론 국방목표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한편 평화통일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민족 단결을 실현하고 남과 북이 서로의 체제를 존중해야 한다. 민족 단결은 헌법 전문에도 명시되어 있으며 체제 존중은 민족 단결의 지표이므로, 북한 체제 붕괴를 노리는 전쟁목표를 폐기하는 것은 전쟁 위험을 줄이고 평화통일이라는 국가이익과 국가목표의 달성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게 된다.
자위전쟁의 비례성의 원칙에도 위배
다음으로 검토해야 할 부분은 북한이 전면 남침을 전제로 할 경우 공격의 격퇴를 넘어 한반도 통일을 위한 북진공격이 합법화·정당화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국제법과 유엔헌장은 무력침략을 받은 경우 예외적으로 자위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그 자위권은 필요한 한도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비례성의 원칙을 따라야 하고, 자위권의 행사기간도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평화와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만 인정하고 있다.
한국전쟁에 관한 1950년 6월 27일, 7월 7일의 유엔 결의 등은 북의 공격을 침략행위가 아닌 ‘평화의 파괴’로 보고 북의 ‘공격을 격퇴’하는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당시 유엔군은 ‘한반도 통일, 독립, 민주정부의 수립’을 규정한 1950년 10월 7일 결의를 북진공격의 근거로 삼고자 하였으나 유엔군의 38선 이북으로의 진격은 애초 유엔 결의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유엔의 개입 목표가 공격의 격퇴이지 한반도 통일은 아니라는 영국의 주장, 만일 38선 이북으로 진격할 경우 유엔군은 침략군이라는 공산 측의 비난과 이러한 주장에 대한 네루의 지지 등이 그것이다.
또한 1950년 10월 7일 결의는 정전협정 제60항(고위급 정치회담 소집과 한국으로부터의 모든 외국군대의 철수 및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및 이의 구체적 시행을 위한 1953년 8월 28일 유엔총회 결의(정전협정 체결 승인 및 60항에 의거한 정치회담 개최 환영)에 의해 대체되었으므로 북한 체제 전복과 무력통일을 상정하는 작전계획 5027-04와 만리포 상륙훈련은 위헌적일 뿐만 아니라 정전협정 위반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의 남침에 의한 한반도 전면전 발발 시 남한의 대응이 남침한 북한군을 격퇴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북한군 격멸, 북 정권 제거, 한반도 통일 여건 조성을 목적으로 평양 인근의 북한 서해안에 대한 상륙작전을 감행하는 작전계획 5027-04와 만리포 상륙훈련은 국제법과 유엔헌장이 인정하고 있는 자위권을 남용한 것으로서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종심작전 : 아국 영토의 보존을 위하여 조기에 전쟁을 적지로 확대하고 적지 결전을 추구하며, 아군 전투력을 보존하면서 적 전투력 및 전투 의지를 약화시키기 위해 적의 깊은 종심에 있는 전 전투력의 중추부를 타격하며 접전 구역에서의 적의 강점은 고착 견제하면서 접전 지역의 후방의 적 중심에 아군 전투력을 집중하는 개념으로서 적지 결전을 추구하는 작전. (합동참모본부, 연합합동 군사용어사전, 2004년)
*국가이익 : 국가의 생존, 번영과 발전 등 어떠한 안보환경 하에서도 지향해야 할 가치를 의미함. (국가안전보장회의, 참여정부의 안보정책구상, 2004년)
*국가목표 : 국가이익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헌법에 표현되며, 국가가 도달하고자 하는 국가정책 상의 목표이며 국가정책과 전략 방향 및 노선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 함. (국방대 학습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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