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07] 만리포 재판 항소심 최후진술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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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 및 독수리연습(RSOI&FE) 중단 촉구 기자회견 사건
2심 최후진술(2008. 11. 7)
피고인 유영재
작전계획 5027-04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음을 인정한 증거가 없다는 1심 재판부의 사실 오인 문제, 작전계획 5027은 자위전쟁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평화통일 사명과 평화통일 정책 수립·추진을 명시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점, 북한은 전면 남침할 의사와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이른바 ‘적화통일론’은 잘못된 고정관념에 불과하다는 점 등에 대해서는 항소이유서와 2심 모두진술에서 밝힌 내용으로 대신하기로 하겠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한미양국의 군사전략과 작전계획, 전쟁연습의 공격성 문제와 최근의 정세와 관련한 내용을 중심으로 진술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북한의 전면 남침을 전제로 하여 북한군 격멸, 북정권 제거, 한반도 통일여건 조성을 노리는 한미연합사령부의 작전계획과 그에 따른 한미연합상륙훈련을 적법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미국은 (핵)선제공격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첫째, 2002년 1월 9일 백악관에 보고된 비밀문서인 ‘제2차 핵태세 검토서(NPR)’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NPR은 핵무기 개발국 12개, 탄도미사일 보유국 28개, 생물학무기 보유국 13개, 화학무기 보유국 13개 나라를 향후 미국에 대한 주요 위협 세력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경우 이 모든 범주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이 중 7개 나라를 잠정적 선제 핵공격 대상국으로 지목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북한,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중국, 그리고 러시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와 함께 NPR은 이들 나라들에 대한 위협 수준을 차등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NPR은 북한, 이라크, 이란, 시리아, 리비아 등 5개국은 “오랫동안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에 적대적인 국가”로 규정하고 “즉각적, 잠재적, 돌발적 상황에 개입할 수 있는 국가”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과 이라크를 “지속적인 군사적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으로 분류함으로써 요주의 국가임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최근 우선적인 공격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란을 새로운 요주의 국가로 지목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라크가 NPR에서 지속적인 군사적 관심의 대상으로 분류된 뒤, 미국에 의해 점령당했다는 점에서 북한은 이란과 함께 이라크 다음으로 미국의 공격대상이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NPR은 미국이 대비해야 하는 불시의 군사사태를 즉각적 사태, 잠재적 사태, 예기치 않은 사태 등 세 가지로 나누고 예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각적 사태’란 충분히 식별할 수 있는 현재의 위협으로 이라크의 이스라엘 및 주변국 공격,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 북한의 무력남침 등 3가지 예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NPR은 특히, 지하 깊은 곳에 견고하게 위치한 목표, 즉 지하매몰 목표를 부수기 위한 지하 관통탄의 개발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이 지목하고 있는 견고한 지하목표들은 70여 개국에 걸쳐 1,100~1,400개가 존재하며 여기에는 대량살상무기 기지, 탄도미사일 기지, 최고 수뇌부 지휘통제소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북한에도 다수의 지하목표물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NPR은 북한을 선제 핵공격대상으로 지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우선적인 요주의 국가로 분류하고 지하 관통탄 등 북한 등을 겨냥한 무기 개발계획을 세우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둘째, 미 국방부 전략기획본부가 작성한 QDR(Quadrennial Defense Review Report : 4개 년 국방전략보고서)에 대해 보겠습니다. ‘2006 QDR’은 미국의 국방태세 전반을 검토·평가하여 국방정책·전략·군사력 건설방향을 제시하는 국방정책보고서로서 9.11 이후 변화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통수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군사적 대안의 범위를 확대한 것입니다.
‘2006 QDR’이 북한과 직접 관련된 첫째 부분은 ‘안보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4가지 구현 중점’ 중 ‘④ 적대국가·단체들의 WMD 확보·사용 방지’ 항목입니다.
여기서 ‘2006 QDR’은 북한을 ‘WMD 추구 잠재적 적대국’으로 분류하고, 적대국가·단체들의 WMD 확보 차단을 위해 물질에 대한 접근 거부, 확산 차단, 생산프로그램 파괴 등을 위한 군사작전도 포함하고 있으며, 예방적 차원과 대응적 차원의 대처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중 대응적 차원에서 “필요시 군사력 사용불사”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4대 구현 중점에 따른 ‘주요 추진 과업’ 중 ‘전통적 전역 수행 능력’에서 ‘동시에 2개 전약 수행능력 유지 또는 1개 전역 전투수행+1개 지역 국가 재건능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01 QDR에서 이라크와 함께 ‘2개 주요전쟁 승리’ 대상으로 지목되었던 북한은 위의 전역 수행 대상의 하나로 간주됩니다.
결론적으로 ‘2006 QDR’은 북한을 미국의 안보에 도전하는 적대국가로 규정하고 미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선제공격을 감행하여 정권을 제거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습니다.
한국정부 역시 선제공격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2008년 3월 26일, 김태영 합참의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학송 의원이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 가정을 해 보았을 때 우리의 대비책은 무엇”이냐고 물은 데 대해 김태영 합참의장은 “우선 제일 중요한 것은 적이 핵을 가지고 있을 만한 장소를 빨리 확인해서 적이 그것을 사용하기 전에 타격하는 것이고 그것이 저희 쪽에서 사용되지 않게끔 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또, “만약 (북한이) 유사시에 핵을 사용한다는 징후가 있을 때는 정밀 타격하는 방안이 합참에서 준비가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김학송 의원의 이어진 질의에 대하여 “예”라고 답변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이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개념에 입각한 것임을 명백히 하고 있습니다.
이는 상대방이 공격 징후만 보여도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다는 부시 정권의 2002년 핵태세보고서(NPR)의 기본 개념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따르면 상대방으로부터 핵무기나 생·화학무기의 공격을 받을 위협이 현존하거나 그러한 징후가 보일 경우, 또는 재래식 공격으로 상대의 표적을 파괴할 수 없는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상희 국방장관 역시 대북 선제공격을 공언하고 있습니다.
11월 4일 열린 국회 본회의 외교통상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의 때, 미사일 주권 회복과 장거리 미사일 독자개발의 결단을 촉구하는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의 질의에 대해 이상희 장관은 “이미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대응전략도 한미연합사 전력으로 선제타격과 북한의 발사 자체를 막는 방향으로 이미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미군사당국은 이와 같은 전략의 변화를 반영하여 작전계획도 더욱 공격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무기체계의 발달과 이라크전쟁 및 아프카니스탄전쟁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미양국은 작전계획 5027을 전략거점 조기점령 방식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1단계에서 토마호크, 합동직격탄(JDAM) 등 정밀타격무기를 사용하여 평양 등 북한 주요거점을 공격하고 2단계로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제압작전을 감행한다는 것입니다. 2단계에서 특전사 투입과 함께 한미양국군의 북한 후방에 대한 대규모 상륙작전이 계획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공격적 군사전략과 작전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국방부는 ‘국방개혁 2020’의 일환으로 해병대의 전투력을 현대화된 무기체계와 장비로 대폭 업그레이드시킬 계획입니다. 독도함 등을 이용해 상륙부대의 수송능력을 대폭 확장하고, 정찰위성과 무인정찰기 등으로 북한의 허를 찌를 수 있는 상륙지점을 선정한 다음 공기부양정(호버크래프트)과 수륙양용 차기상륙돌격장갑차(KAAV), 상륙헬기 등을 투입해 입체적 상륙작전을 펼치고 K-9자주포, 차기전차(흑표), 차기다련장포, 공군 전투기 등을 이용해 북한 해안을 집중 공략한다는 것입니다. 또 한국군의 피해를 줄이고 작전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전술종합통신체계와 지상전술 지휘통제자동화체계(C4I)도 갖추는 중입니다.
한미양국이 지난 2월 은밀히 연합해병구성군사령부(CMCC)를 창설한 것도 한반도 유사시 대북 후방기습능력을 대폭 향상시키려는 것으로서 ‘전략거점 조기점령’ 방식을 보다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이제까지 전시 지원기능의 보조적 역할에 치중했던 한미해병대를 앞으로는 전시에 주도적으로 전투를 수행하는 부대로 전환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북의 허를 급습하여 치명타를 가함으로써 북정권 제거 및 북한군 격멸이라는 작전계획 5027의 작전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입니다. 한미양국이 대규모 상륙훈련을 벌이는 것은 이처럼 작전계획과 무기와 장비의 공격성을 강화하고, 새로 창설된 CMCC의 지휘통제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이처럼 한미양국의 군사전략과 작전계획,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무기체계와 군 구조, 그리고 그 시행의 일환인 한미연합상륙훈련의 공격성 강화는 일관되고 계획적으로 준비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의 전면 남침론과는 아무런 관계없이 한미양국의 호전적인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는 일입니다. 오히려 북한의 전면 남침론은 이와 같은 대북 공격성을 호도하기 위한 언술일 뿐입니다. 도대체 세계최강의 한미연합군을 상대로 북한이 전면 남침한다는 것을 상정하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비상식적인 일입니까?
이런 점에서 우리는 한미양국의 공격적인 군사전략과 그에 따른 전쟁연습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국제법과 헌법 위반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밝히고자 합니다.
1974. 12. 14. 유엔총회가 채택한 ‘침략의 정의’ 결의 제3조에 따르면 국제법이 허용하는 무력사용은 자국에 대한 타국의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armed sttack occurs)’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전쟁에 관한 국제법은 자위권 발동의 방어전쟁이라고 하여도 다시 ‘필요성(necessity)’과 '비례성(proportionality)'의 요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무력공격의 징후를 빌미로 북의 핵 기지를 선제공격한다는 것은 방어가 아니라 분명한 침략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미당국의 선제공격 전략과 작전계획, 그에 따른 한미연합상륙훈련은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헌법 제5조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며, 국제법에도 위반하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이와 같은 적법하지 않은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우리를 법정에 세우고 처벌을 하려는 것은 이런 점에서 적반하장입니다. 따라서 이 자리에 있는 피고인 모두는 무죄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힙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로 6자회담 2단계가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르면 2009년, 늦어도 2012년에는 한반도 지형의 근본적 변화 즉, 반세기 이상 지속되어 온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되는 역사적 전환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대북 적대적인 군사전략과 작전계획, 무기체계와 군 구조,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이뤄지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가 보여주는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바로 공화당 부시의 일방주의, 군사적 패권주의가 참담한 패배를 당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가 이를 그대로 추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는 이번 재판과정에서 우리가 제시한 많은 증언과 자료들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무책임성과 무성의에 대해 강력히 규탄합니다.
이런 역사적 전환기에 진행되고 있는 이번 재판이 시대착오적인 북한의 전면 남침론이나 적화통일론에 기대어 불법적인 대북 침략전쟁연습을 합법화화고 정당화해 주는 재판이 된다면 이는 외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제약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잘못된 고정관념에 안주하는 판결이 아니라 평화와 통일의 시대를 여는 데 기여하는 용기있는 판결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