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02]2007년 전시증원연습 위헌확인 헌법심판 청구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논평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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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전시증원연습 등 위헌확인 헌법심판 청구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논평
1. 헌법재판소가 5월 28일, ‘2007년 전시증원연습 등 위헌확인’ 헌법소원 심판청구(사건번호 : 2007헌마369)에 대하여 ‘각하’를 선고했다.
2. 홍근수 평통사 상임대표 외 93명은 지난 2007년 3월, 민변 소속 장경욱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하여 헌법재판소에 ‘2007년 전시증원연습 등에 대한 위헌확인’을 청구한 바 있다. 청구인들은 이 전쟁연습으로 인해 “침략전쟁에 강제되지 않고 평화적 생존을 할 수 있도록 국가에 요청할 수 있는 권리”라 볼 수 있는 평화적 생존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청구인들은 2007년 전시증원연습(RSOI) 및 독수리연습(FE)이 작전계획 5027에 따른 침략적 대북 선제공격연습이므로 대한민국 헌법 전문 ‘평화적 통일의 사명’, ‘세계평화에 이바지’, 제4조에서 ‘통일지향과 평화적 통일정책 수립 및 추진’, 제5조에서 ‘국제평화의 유지 노력’, ‘침략적 전쟁 부인’ 등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3.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009년 5월 28일 관여 재판관 6(각하) : 3(별개의견 각하)의 의견으로 “청구인들이 평화적 생존권이란 이름으로 주장하고 있는 평화란 헌법의 이념 내지 목적으로서 추상적인 개념에 지나지 아니하고 평화적 생존권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그 침해를 전제로 하는 이 사건 심판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것 없이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이를 각하한다.”고 선고하였다.
아울러, 종전 ‘평화적 생존권을 헌법 제10조와 제37조 제1항에 의하여 인정된 기본권으로서 침략전쟁에 강제되지 않고 평화적 생존을 할 수 있도록 국가에 요청할 수 있는 권리’라고 판시한 2003. 2. 23. 2005헌마268 결정은 이 결정과 저촉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하였다.
이에 대하여 재판관 3인(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은 “국민은 국가에 대하여 침략전쟁에 강제되지 않고 테러 등의 위해를 받지 않으면서 평화적 생존을 할 수 있도록 요청할 수 있는 권리(평화적 생존권)를 가지고 있고, 이는 비록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더라도 구체적 권리라고 할 것이다. 다만 이 사건 청구는 평화적 생존권의 침해가능성이 결여되어 부적법하므로 각하되어야 한다.”는 별개의견을 밝혔다.
4. 헌법재판소는 평화가 추상적 개념이고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같은 판단은 침략전쟁과 방어전쟁의 구별이 불분명하다는 등의 무책임한 논리로 국민이 침략전쟁에 휘말리지 않고 평화적으로 생존할 권리의 고유성을 부정한 것이다. 또한, 평화적 생존권이 헌법상 기본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침략적 전쟁과 침략적 전쟁연습에 대한 판단을 회피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를 법적으로 정당화하는 결정이다.
그러나 ‘재판관 조대현의 별개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우리 헌법상 평화적 생존권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제10조와 열거되지 아니한 기본권도 존중하라는 제37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되는 기본권이라고 보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국민의 기본권 개념이 점진적으로 확장되어 왔다는 점에서나, 특히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데다가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법률적으로 전쟁상태(정전협정)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처지를 고려할 때 평화적 생존권에 대한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해석은 절실하다고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분단국이자 정전협정 상태라는 우리의 특수한 상황을 외면하고 일본이나 독일의 헌법 규정을 근거로 하여 평화적 생존권을 부정한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평화적 생존권에 대한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외면한 편협하고 소극적인 결정이다.
5. 헌법재판소는 또한 평화적 생존권을 인정한 종전의 판시(2003. 2. 23. 2005헌마268)를 변경하였다.
이는 평화적 생존권이 헌법상 기본권이라고 판시한 헌법재판소 자신의 과거 결정까지도 뒤집는 것이다. 평화적 생존권이라는 같은 사안에 대해 이전 결정을 스스로 번복한 이번 결정은 일관성을 결여한 것이자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외면한 것이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보수화 경향을 뚜렷이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6. 평통사는 자신의 과거 판단까지도 부정하여 결과적으로 침략적 전쟁연습을 정당화는 헌재의 시대역행적 결정에 대해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이번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정부의 정책판단이나 행정행위가 헌법 정신에 비추어 정당한지를 판단하여 이에 어긋날 경우 이를 바로 잡아 헌법 정신을 구현해야 할 자신의 위상과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7. 다만, 이번 결정과정에서 조대현, 목영준, 송두환 재판관은 ‘별개의견’으로 평화적 생존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하였고, 이에 보충하여 조대현 재판관은 ‘별개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으로 평화적 생존권의 개념을 “인간이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위협받지 않고 평화롭게 생존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라고 명확히 규정하고, 군사훈련이 침략전쟁을 위한 것이라면 평화적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후 평화적 생존권 문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전향적 판단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요소라고 본다.
8. 평통사는 이후 현장 실천과 법적·학술적 대응을 더욱 진전시켜 침략적 전쟁연습의 위헌성을 밝히고, 그와 같은 전쟁연습이 이 땅에서 벌어지지 않도록 더욱 힘을 쓸 것이다.
2009. 6. 2.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배종열, 홍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