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13]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대한 평통사의 논평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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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대한 평통사 논평
1. 6월 13일,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 1874호를 채택했다.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한 이번 제재 결의안은 북한의 사실상 모든 무기 수출입 금지, 북한 선박 검색, 금융제재 강화 등의 매우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2. 그러나 이번 안보리 결의는 북한의 2차 핵실험에 이르게 된 본질적 원인과 역사적 맥락을 도외시함으로써 사태 해결에 기여 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이 2차 핵실험에 이르게 된 본질적 원인은 한국 전쟁 이후 56년 동안 지속된 북미 군사적 대결과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에 있다.
한반도 핵문제는 미국이 한국전쟁 시기 북에 대한 핵 공격을 검토한 데 이어 1950년대 후반 정전협정을 위반하여 남쪽에 핵무기를 반입한 데로부터 본격화된 문제다. 미국은 1990년대 들어 핵무기를 철수했다고 하나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으며 대북 선제 핵공격전략을 국가안보정책으로 세워놓고 있다. 이에 북한이 미국의 선제 핵공격 위협에 대한 억지력으로 핵실험과 핵무기 개발을 추진함으로써 북한 핵문제가 더해지게 된 것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6자 회담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및 비핵화를 연동해서 해결하도록 했으나 미국은 6자 회담 합의사항에 대한 자기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또 국제법적 측면에서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 중에 있으며 유엔 안보리는 미국주도의 통합사령부(유엔사)를 창설하도록 함으로써 정전협정 체결의 일방 당사자로 되어 있다. 이런 측면에서도 미국과 유엔 안보리도 현 사태의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3. 더욱이 결의 1874호는 공해 및 영해에서의 선박검색과 같은 대북 봉쇄를 회원국들에게 촉구하고 있어 정전협정과 유엔 해양법에 위배된다. 또 북한에게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어 위성발사에 대한 주권국가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또한 미국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핵 문제에 대한 이중기준도 문제다. 이번 안보리 대북 제재를 주도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을 보유하고 있으며 무려 1,030회 이상의 핵실험을 진행했지만 단 한 번도 유엔의 제재를 받은 적이 없다. 또 미국은 대표적 친미국가 이스라엘이 가지고 있는 핵무기는 용인하고, 중국 포위를 위해 동맹으로 끌어들이려는 인도의 핵도 용인해 줬다.
따라서 북핵 실험에 대한 안보리 제재는 ‘미국하면 허용되고 북한의 하면 문제다’는 식의 전형적인 강대국의 이중 기준에 따른 것으로 공정성이 결여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4. 이에 안보리 결의 1874호가 북한의 더욱 큰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북한은 이미 ‘유엔 안보리 제재는 곧 정전협정의 파기’라고 선언하고,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발사와 우라늄 핵개발 등의 자위적 핵 무장력 강화로 맞서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제재와 대결’이라는 악순환 구조가 북미, 남북 관계를 파탄내고 한반도 위기를 격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제재와 압박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안보리 제재가 갖는 한계는 명확하다. 군사적 일방주의를 극단화한 미국 부시 정권의 전 방위적 대북 봉쇄정책으로도 북을 굴복시키지 못했다. 제재와 압박에 대해 북은 자위적 핵 억지력 강화로 대응해왔다. 이번 안보리 결의도 1차 북핵 실험에 대한 제재(결의 1718호)보다 더욱 포괄적이고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벌써부터 북을 굴복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5. 한반도 비핵화와 핵무기 없는 세계를 바라는 우리는 북이 2차 핵실험에 이르게 된 원인인 미국의 대북 핵공격 위협과 같은 적대정책이 근본적으로 제거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가 온전히 실현되고 핵무기 없는 세계가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이에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폐기하고 조속히 북과의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북 또한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철회에 상응하여 북핵 포기에 나섬으로써 한반도 비핵화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북에 대한 제재에 앞장서는 대결적 태도를 버리고 북미 직접 대화를 위한 여건 조성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09년 6월 13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배종열, 홍근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