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05][보즈워스 방한 기자회견문] '제재와 대화 병행' 놀음 그만두고 북미 간 직접 대화에 즉각 나서라!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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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 방한에 즈음한 기자회견>
‘제재와 대화 병행’ 놀음 그만두고
북미 간 직접 대화에 즉각 나서라!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4~6일 방한하여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현인택 통일부장관 등을 만난다. 한미 양측은 북핵문제 관련 상황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대응방향과 한·미 및 관련국 간 긴밀한 공조 방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방북 이후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대화국면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정부는 대북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북한과의 접촉을 계속하는 한편으로 제재조치를 지속해왔다.
오바마 정부의 이 같은 태도에 맞서 북한은 폐연료봉 재처리, 플루토늄 무기화, 우라늄농축시험의 진척을 밝히면서 “제재를 앞세우고 대화를 하겠다면 우리 역시 핵 억제력 강화를 앞세우고 대화에 임하게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북한은 이어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지금의 사태를 지속시킨다면 “또 다른 자위적인 강경대응조치들”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사태를 악화시킬 뿐인 ‘제재와 대화 병행’ 방침을 폐기하라!
북이 2차 핵실험을 하게 된 직접적 원인은 오바마 정부가 중심이 되어 주권국의 당연한 권리인 북의 인공위성 발사를 비난하고 제재를 추진한 데 있다. 그 원인을 제공한 오바마 정부가 북에 대해 제재라는 징벌을 가하면서 대화하겠다는 것은 공정치 못한 일방적인 태도다. 북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제재의 불공정성은 최근 한국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미국의 태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오바마 정부가 ‘제재와 대화 병행’ 방침을 추진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압박을 통한 북의 굴복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 열리는 대화는 진정한 대화라 할 수 없다. 자존심을 가진 나라라면 어느 나라가 한 손으로는 총을 겨누면서 대화하자는 상대와 선선히 대화에 나서겠는가. 더욱이 자주성을 생명으로 여기는 북에 대해 오바마 정부가 이런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그들이 북을 여전히 무시하고 있거나 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을 드러내 주는 것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제재와 대화 병행 방침은 오만하고 몰상식한 것이다.
제재와 대화 병행 방침은 클린턴과 부시 정부에서 이미 실패가 입증된 것이다. 북이 “우리 역시 핵 억제력 강화를 앞세우고 대화에 임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도 제재와 압박에 못 이겨 북이 대화에 나서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이 허구이며, 제재를 지속하는 것이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킬 뿐이라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이에 우리는 오바마 정부가 불공정하고 오만하며 실효성도 없는, 그래서 미국의 체면치레를 위한 것이 될 뿐인 ‘제재와 대화 병행’ 방침을 즉각 폐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오바마 정부는 북핵 포기에 상응하여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폐기를 결단하라!
한반도 핵 위기는 본질적으로 한국전쟁 이래 미국이 북에 대해 가한 핵위협에서 비롯된 문제다. 미국의 초당적 연구자들이 작성한 대서양위원회 보고서(2007. 2)도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미국의 대북 군사적 행동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하자면 북미 쌍방 간에 ‘정치군사적 등가 교환’이 이뤄져야만 한다. ‘정치군사적 등가교환’이란 북이 핵을 포기하는 것에 상응하여 미국이 한반도 핵문제의 근원이 되고 있는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북은 이미 ‘조선반도 비핵화’를 천명하고 있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는 것 즉,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폐기, 핵우산 제거를 결단하는 것이다.
이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자면 북미 양국이 대화의 조건과 형식문제 등에 대한 기싸움으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9·19 공동성명에서 이미 합의한 대로 동시행동원칙에 따라 미국은 제재를 중단하고 북은 핵 활동을 중단하는 것으로부터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이와 함께 6자회담 2단계 합의에 따라 진행되다가 중단되었던 북핵 불능화와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들의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을 동시에 재개해야 할 것이다.
대화의 형식도 6자회담의 핵심 당사자인 북미양국이 양자 대화를 진행하면서 필요할 경우 6자회담 참가국들 사이의 개별회담과 다자회담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면 될 것이다.
북미양국 사이에는 2000년의 조미 공동코뮤니케와 2005년의 9·19공동성명이라는 이정표가 있다. 이는 북미양국의 의지만 있다면 쌍방의 관심사를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우리는 반세기 넘게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지체시켜왔던 미국이 지체 없이 북과의 대화에 나서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북미관계정상화를 이루고 나아가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수립에도 나설 것을 촉구한다.
이명박 정부와 하토야마 정부도 한반도와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도 북미양국의 대화 국면 전환과 일본의 정권교체 등의 정세 변화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이 같은 정세 변화를 정확히 읽고 이제까지의 대북 무시 또는 강경책을 그만두고 남북관계의 진전과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는 6자회담 참가국들 사이에서 고립되거나 북미, 북일관계 진전 등에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하게 되어 내외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일본의 자민당 정권이 자신이 할 의무는 하지 않으면서 적반하장 격으로 이른바 ‘납치’ 문제를 빌미로 대북 강경대응에 앞장서 6자회담 진전에 발목을 잡아왔던 사실을 분노에 찬 눈으로 지켜보아왔다.
일본 국민의 변화 열망을 한 몸에 안고 출범한 민주당 정권은 이런 과거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처지에 있다. 우리는 햐토야마 정부가 ‘동아시아공동체 구축을 목표로 아태지역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공약대로 북과의 관계개선에도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그래서 동북아시아의 항구적 평화·안보체제 구축에 일본이 기여하기를 바란다.
2009. 9. 5.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배종열, 홍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