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2009/09/30]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 방한에 즈음한 기자회견문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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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 방한에 즈음한 기자회견>
오바마 정부는 지체 없이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라!


미국의 대북정책 실무를 총괄 지휘하는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아시아 순방의 일환으로 29~30일 방한 중이다. 그의 아시아 순방은 10월 중순 이후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본격적인 북미 양자대화를 앞두고 관련국과 갖는 미국의 마지막 사전정지작업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북의 핵포기와 그에 상응하는 ‘포괄적 패키지’로 교환될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경제·에너지 지원의 내용, 그리고 북미대화의 방식과 의제, 협상대표의 수준 등에 대해 각국에 설명할 것이라고 한다.  
한국 방문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이른바 ‘그랜드 바겐’과 한미동맹 문제 등도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오바마 정부가 북과 대화하기로 방침을 전환한 것을 환영한다.

오바마 정부가 북과 대화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비록 지체되었지만 바람직한 방향 전환이다. 이는 대화의 방법 외에는 북핵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조건에서 나오는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요구해 온 우리는 오바마 정부의 대화 방침을 환영한다. 우리는 오바마 정부가 조속히 북과 마주앉아 한반도 비핵화,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 등을 모두 의제에 올려놓고 협상을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 이를 통해 북의 핵포기와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대가 즉,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폐기, 핵우산 제거를 북미 쌍방이 대등한 협상을 통해 풀어나갈 것을 촉구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이번 스타인버그 부장관의 아시아 순방이 북미 양자 대화의 의제 등에 대한 관련 당사국 사이의 조율을 마무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오바마 정부는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는 ‘제재와 대화 병행’ 방침을 철회하라.

그런데 오바마 정부는 북이 핵을 포기하기 전까지는 이른바 ‘제재와 대화 병행’ 전술을 지속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이 첫 방문지인 베트남에서 “미국은 북한이 두 번째 핵실험을 실시한 뒤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한 결의 1874호를 철저히 이행할 방침”이라고 밝힌 것도 그 연장선에 있는 발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북은 오바마 정부가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겠다면 자신들도 핵 억제력을 앞세우고 대화에 임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제재와 대화 병행’ 방침은 북미 간에 군사적 긴장을 지속시켜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화를 파탄으로 몰고 갈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오바마 정부가 한반도 핵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자 한다면 실효성도 없고 대화를 오히려 어렵게 할 ‘제재와 대화 병행’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

오바마 정부는 북미 양자 대화를 중심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에 책임있게 나서라.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또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용의가 있고 비핵화를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한다면 다른 회담 참가국도 대화의 문을 열 것이라는 단일한 메시지를 보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은 일방성과 불공정성을 이유로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한 마당이다.
따라서 오바마 정부는 북이 거부하고 있는 6자회담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북미 양자 대화를 중심으로 진행하면서 필요한 경우 관련국 간 양자 대화와 다자 대화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그랜드 바겐’ 제안을 철회하고 오바마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발목 잡기에 휘둘리지 말라.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 중에 북핵 문제의 해법이라면서 이른바 ‘그랜드 바겐’을 불쑥 제안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북한이 '비가역적 핵폐기' 조치에 나서면 그와 동시에 안전보장을 약속하고 대대적인 국제지원도 반대급부로 제공한다는 내용을 한꺼번에 해결하자는 일종의 '빅 딜' 개념이다.
이는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하여 단계적 방식으로 상호 조율된 조치를 취할 것을 합의”한 6자회담 9·19공동성명과 이에 따른 2·13합의와 10·3합의를 사실상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명박 정부가 북한에 대해 6자회담 복귀를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다. 
뿐만 아니라 ‘그랜드 바겐’에는 구체적인 실체가 없다. 또한, 이에 대한 미국 등 관련국과의 사전 협의는 물론 이명박 정부 안에서조차 제대로 된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정부 내부의 혼선을 드러내고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꼴이 되었다.
이처럼 내용과 절차상 문제가 심각한 이른바 ‘그랜드 바겐’을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제안한 것은 대화로 나아가는 북미 관계의 발목을 잡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는 북미 대화를 파탄내거나 최소한 지연시켜 반북수구세력의 기득권을 연장해보려는 저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더 이상 북미 대화에 발목을 잡지 말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나아가는 정세의 변화에 부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오바마 정부도 이명박 정부의 방해에 흔들리지 말고 지체 없이 북미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09. 9. 30.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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