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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준공된 부산 용호동 백운포 해군 제3함대사령부 기지. 이 기지로 인해 미군은 신속한 증원과 물자의 전개가 용이해졌다. [자료사진-통일뉴스] |
항모전단은 위기상황 발생 시 가장 먼저 파견되는 전방배치전력의 핵심이다. 항모전단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상대방에 대한 무력시위라는 뜻이다.
2009년 키 리졸브 연습 때, 미 제3함대 소속 ‘존 스테니스’ 호가 오키나와 주변 해역에서 일본 해상 자위대와 합동으로 대잠수함 특별훈련에 참가한 뒤 사세보 항을 거쳐 부산항에 입항했다. 2009년 3월은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해 미국이 유엔안보리 제재를 추진하면서 한반도 위기가 정점을 향해 치닫던 시기다. 이러한 때 한반도 유사시 우선 증파되는 미 7함대 소속 ‘조지 워싱턴’ 핵 항모가 아니라 3함대 소속 핵 항모가, 그것도 사세보를 거쳐 키 리졸브 연습에 참가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북과 중국을 겨냥하여 서태평양에 2척의 항모를 상시 전개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춘다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사세보를 서태평양 제2항모의 기항지 혹은 준 모항으로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은 사세보와 가장 가까운 항만이며 한국해군의 작전사령부가 있는 곳이다.
올해 키 리졸브 연습에는 미 핵 항모가 동원되지 않았다. 6자 회담 재개와 4자 평화포럼 개최에 관한 당사국 사이의 막바지 조율이 진행되는 상황을 감안한 조치일지 모른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처럼 ‘블루 릿지’(USS BLUE RIDGE, LCC-19) 함은 키 리졸브 연습에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 블루 릿지 함은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하는 미 7함대의 기함이자 해상 지휘와 전역 규모의 전력통제능력을 보유한 상륙지휘 함이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한반도 유사시 미 7함대 사령관은 연합사 예하 해군 구성군사령관으로서 한미 연합 해군을 작전 통제한다.
키 리졸브 연습과 관련하여 부산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한반도 유사시 미군이 사용할 장비와 물자의 90%가 해상수송을 통해 전개되기 때문이다. 키 리졸브 연습 때 한반도에 전개되는 병력과 장비, 물자들은 한미연합사 예하 ‘연합 수송 이동 본부’(CTMC)의 책임 하에 전방으로 이동되며, CTMC 예하의 ‘연합 항만 협조 본부’(CSCC)는 항만운영, 해상 수송 작전 협조, 항만 방호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17일 부산에서 실시되는 한미 연합 항만 복구 훈련은 바로 미 병참물자를 수용하는 항만이 미사일 공격이나 특수부대에 의해 파괴될 경우를 대비한 훈련이다.
키 리졸브 연습과 관련해서 부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8부두에 주둔하는 837 수송 대대다. 부산 하야리아 기지가 반환되면서 837수송대대 사령부는 대구 캠프 헨리로 옮겨 갔지만, 837 수송대대는 여전히 8부두를 중심으로 포항, 진해, 목포, 광양 항을 병참 물자의 수용기지로 이용하고 있다.
837 수송대대는 835 수송대대(오키나와), 836 수송대대(요코하마), 괌 해군기지 분견대, 알라스카 분견대와 함께 태평양 지역을 관할하는 ‘미 육군 599 수송 그룹’(599th Transportation Group)에 속해 있다. 599 수송 그룹은 ‘이라크 자유 작전’과 ‘영구 자유작전’에서 한국, 하와이, 알라스카 주둔 육군과 하와이, 오키나와 주둔 해병대 부대의 재배치를 담당했다. 599 수송 그룹 예하의 837 수송대대가 미2사단 등 이라크로 차출되는 주한미군 병력과 물자의 유출을 담당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의 전쟁수행 양상이 병력과 무기를 전장에 배치함과 동시에 전쟁을 시작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한반도에서도 마찬가지다. 기동성을 강조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한국의 미군에 대한 전시지원계획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병참기능의 강화가 대구/부산 지역 미군기지 재편의 중심축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군의 유입 통로이자, 미군의 침략전쟁을 위한 전력과 병참 물자의 유출통로인 부산.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