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09]천안함 침몰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평통사의 요구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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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평통사의 요구
우리는 먼저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돌아가신 장병들과 구조 과정에서 안타깝게 숨진 한주호 준위와 금양호 선원들의 명복을 빌며 원통하게 가족을 잃은 유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
또한 아직도 차가운 바다에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도 구조 중단이라는 고통스러운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실종자 가족과 금양호 실종자 가족과 친지들에게도 가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
지난 달 26일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이 침몰한 뒤 열흘이 넘었지만 대부분의 실종자는 어두운 바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건 후 처음으로 생존자들이 집단 인터뷰에 나서고 군 주도의 ‘민군합동조사단’이 사건 발생 시간 등에 대해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사건의 진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건전한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초동대응으로 실종자 가족들과 국민을 망연자실케 한 해군과 국방부는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데 앞장서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덮고 제기되는 의혹과 문제제기를 해명하는데 급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근거도 없이 사건의 원인을 북의 소행으로 몰아가면서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한 우리의 요구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1. 사건 발생의 책임자이자 은폐·왜곡의 책임자인 김태영 국방장관과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을 즉각 퇴진시켜라!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관련 책임자의 지휘 하에 사건을 수습한 뒤 그에 대한 지휘 책임을 묻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김태영 국방장관과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등은 사건의 지휘책임자일 뿐만 아니라 은폐와 왜곡의 책임자이기도 하다.
이제까지의 이들의 행태를 볼 때 이들을 현직에 그대로 두게 된다면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을 방해하거나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먼저 국방장관과 해군참모총장 등 이 사건 지휘책임자들을 현직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 이후 새로운 진용을 구축하여 진상 규명에 협조하도록 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이 김태영 국방장관과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을 즉각 퇴진시킬 것을 촉구한다.
2. 진상조사단을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새로 구성하라!
해군과 국방부는 실종자 구조 과정에서 총체적 무능과 난맥상을 보여주었다. 또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데서도 핵심적인 자료의 은폐, 생존자에 대한 외부인의 접근 차단 등 철저한 정보 통제, 실종자 가족에 구조포기 유도 등으로 국민의 불신과 분노를 자초하였다. 이런 가운데서도 군은 천안함 인양 후 절단면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 또다시 국민을 경악케 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민군조사단’은 거의 대부분이 군 관련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군이 보여준 태도로 볼 때 군 주도의 진상조사단이 어떤 조사 결과를 발표하더라도 국민이 신뢰할 수 없는 상태다. 민간인을 공동조사단장에 임명하고 외국인을 보강한다 하더라도 주도권을 군이 가지고 있는 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진상조사단을 전면적으로 새로 꾸려야 한다. 여기에는 유족 및 실종자 가족,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추천하는 인사가 반드시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3. 한국해군전술자료체계(KNTDS)와 교신기록 등 진상규명에 필수적인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라!
사건 당시에는 서해에서 한미연합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연습(FE)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국 최초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을 비롯한 최신예 전투함인 최영함, 윤영하함과 2함대 배속 함정이 참가해 대함 및 대공사격, 해양 차단 작전 등 다양한 해상 훈련을 했다.
이런 가운데 사건 당일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에는 호위함 1척, 천안함을 포함한 초계함 3척, 고속정 9척이 있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일부 신문은 군이 천안함 침몰사건 전후 천안함과 해군 2함대사령부 사이에 이뤄진 교신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서해안 일대에서 펼쳐진 한미 합동 군사훈련인 독수리훈련(Foal Eagle)과 관련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기동훈련'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군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처럼 이번 사건과 한미연합 독수리연습의 연관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도 군은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군사기밀’ 운운하면서 마지못해 이를 해명하는 차원에서만 관련 정보를 찔끔찔끔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군사기밀보호법조차 제7조에서 "국방부장관 또는 방위사업청장은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때' '공개함으로써 국가안전보장에 현저한 이익이 있다고 판단되는 때' 군사기밀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야말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수십 명의 젊은이의 생사와 관련된 문제로서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해야 할 사안이다.
따라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사건 당시 상황을 담고 있는 한국해군전술자료체계(KNTDS)와 교신록, 작전상황일지 등 진상규명에 필수적인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 이들 자료에 포함되어 있을 수 있는 군사기밀은 새로 꾸려지는 진상조사단이 공개 방식을 적절히 판단하면 될 것이다.
4.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 책임자에게 법적·정치적 책임을 엄중히 물어라!
공정하고 객관적인 진상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는 관련 책임자에 대한 응분의 법적·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를 통해 천안함 관련 유족과 실종자 가족을 비롯한 국민의 상처와 분노를 어루만지고, 안보를 위태롭게 한 자들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
5. 이명박 정부는 적대적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전환 하고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에 적극 나서라!
이번 사건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가장 높은 곳인 서해 5도 지역에서 한미연합 독수리연습이 진행되는 기간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적대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가 포함된 10`4선언을 이행하여 이 지역의 긴장을 완화하고, 우리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대로 대북 침략적 전쟁연습인 키리졸브/독수리연습을 중단했다면 이번 사건은 일어나기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근본적으로는 분단과 전쟁, 남북 쌍방이 합의한 해상 경계선조차 없는 불안정한 정전상태로부터 비롯된 어처구니없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이 사건의 근본 원인이 분단과 전쟁, 불안정한 정전상태와 대북 적대정책에 있는 만큼 북에 대한 적대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나아가 평화협정을 통해 한반도의 적대관계를 법적으로 청산하는 결단을 조속히 내릴 것을 촉구한다.
2010. 4. 8.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배종열, 홍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