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26] 졸속적인 천안함 진상조사 잠정 결론 발표에 대한 기자회견문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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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적인 천안함 침몰사건 진상조사 잠정 결론 발표에 대한 기자회견>
국방부는 증거없이 북한공격설을 부추겨 군사적 충돌을 야기하지 말라!
군이 주도하는 천안함 침몰사건 ‘민`군합동’ 조사단장이 25일 2차 현장조사결과 브리핑에서 "선체 절단면 및 내`외부 육안검사 결과, 수중폭발로 판단됐고 선체의 변형형태로 볼때 접촉폭발보다 비접촉폭발의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부폭발, 좌초, 피로파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했다.
사건에 대한 늑장 대응과 은폐`왜곡으로 국민을 분노케 한 군이 이번에는 충분한 정밀조사도 거치지 않고 함수 인양 하루 만에 그것도 육안 관측만으로 다른 모든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고 서둘러 ‘근접 비접촉 수중폭발’로 단정하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일반인의 상식으로 보더라도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천안함의 행적이 기록된 모든 자료를 조사한 데 기초하여 함정에 대한 정밀조사와 컴퓨터 시뮬레이션, 사건이 발생한 주변 수색과 백령도 근무 군인과 주민 증언 청취 등을 거치는 것뿐만 아니라 천안함 침몰사건과 유사한 다른 선박 파괴사고와 비교를 해보는 것은 최소한의 과정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는 이제 초보적 단계를 크게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상태에서 군이 이렇게 서둘러 조사 결과 발표를 해야만 하는 어떤 절박한 필요와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우리는 외부 폭발만을 유일한 가능성으로 열어놓은 이 같은 졸속적인 조사 결과 발표는 천안함 침몰사건의 진상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밝힐 것을 요구하는 국민의 바람을 저버리는 것이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는 군이 이렇게 서둘러 외부 폭발로 단정하여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자신들의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즉, 군의 책임이 더 큰 내부 폭발이나 좌초, 피로파괴 등의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고 그 책임을 북의 공격으로 돌리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나아가 군과 정부 여당은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해 북한이 개입했을 경우 “자위권 행사, 복구 원칙 등 나름대로 충분히 검토하고 있다(김태영 국방장관)”느니, "모든 옵션을 열어놓고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느니, "(사건의 책임이) 북한으로 밝혀지면 군사적 조치를 고민해야 한다(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느니, "(북한은) 자신들의 소행으로 판명 날 경우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조해진 한나라당 대변인)"이라느니 하면서 여론을 교활한 방식으로 북의 공격으로 몰아가고 있다.
북한 개입 증거에 대해 "간접적인 정황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김성환 외교안보수석)"라면서도 정부 여당이 이렇듯 천안함 침몰사건을 북의 소행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북풍몰이를 통해 보수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라는 의혹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나아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부 장관은 23일, "나는 (한반도에서) 전쟁(war)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 않길 바라고, 분쟁(conflict)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응을 유발하는 행동이나 오판이 없기를 바란다. 그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현재의 상황을 남북대결이 극단으로 치달아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남북 모두에 자제를 촉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에 우리는 군과 정부 여당이 간접 증거조차 없이 천안함 침몰사건을 북의 공격으로 몰아가 최악의 경우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반북 대결적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우리는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먼저 사건 발생 및 은폐`왜곡의 책임자인 김태영 국방장관 등 군 지휘부를 파면하고,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군이 아니라 민간 주도의 진상조사단을 꾸리며, 사건 당시의 진상을 담고 있는 한국해군전술자료체계(KNTDS), 열상감시장비(TOD), 교신기록, 작전상황일지, 천안함 절단 부위 등을 적절한 방식으로 모두 공개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이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것이 천안함 침몰과 관련하여 희생된 모든 분들과 그 가족들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길이며, 군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축적해온 국민에게 사죄하는 길이다. 또한 비밀주의와 기득권의 철옹성을 쌓아 결국 이 같은 참극을 빚은 무능하고 관료주의에 찌든 군을 개혁하여 국가안보를 바로 새우는 토대가 될 것이다.
나아가 이번 사건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가장 높은 곳인 서해 5도 지역에서 한미연합 독수리연습이 진행되는 기간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적대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가 포함된 10`4선언을 이행하여 이 지역의 긴장을 완화하고, 우리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대로 대북 침략적 전쟁연습인 키리졸브/독수리연습을 중단했다면 이번 사건은 일어나기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근본적으로는 분단과 전쟁, 남북 쌍방이 합의한 해상 경계선조차 없는 불안정한 정전상태로부터 비롯된 비극적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이 사건의 근본 원인이 분단과 전쟁, 불안정한 정전상태와 대북 적대정책에 있는 만큼 북에 대한 적대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나아가 평화협정을 통해 한반도의 적대관계를 법적으로 청산하는 결단을 조속히 내릴 것을 촉구한다.
2010. 4. 26.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 배종열, 홍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