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5/4] 천안함 사고에 대한 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문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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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고에 대한 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문
지난 한 달여간 한국사회의 모든 이슈는 천안함과 함께 가라앉았다. 천안함 사태 이후의 사회 양상은 분단사회의 정치병폐가 종합적으로 드러난 장이었다. 여전히 의혹투성이인 잠정 진상조사 결과, 군사적 보복을 선동하는 무책임한 정치행태, 정부에게 불리한 각종 이슈들을 묻어버리는 북풍 여론몰이 등 천안함의 진상규명과 문제해결의 과정에서 풀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리는 천안함 사건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상식에 기초하여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재확인하면서,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1. 정부와 국방부는 제기된 의혹을 성실히 밝혀라.
침몰사고 후 한 달이 넘었지만 밝혀진 사실이라고는 냉정하게 말해 천안함이 침몰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는 사실 뿐이다.
우선, 천안함이 어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백령도 근해를 항해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속초함 뿐만 아니라 성남함과 전남함까지 함께 작전 중이었고 각각 수척의 고속정과 함께 활동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한미연합 독수리연습이 서해상에서 진행되고 있었던 만큼 천안함이 수행하고 있던 임무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침몰원인을 분석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가장 중요한 증거인 한국해군전술자료체계(KNTDS), 교신기록, 작전상황일지, 열상감시장비(TOD) 녹화기록, 천안함 절단부위를 공개해야 한다. 군은 의혹이 제기될 때 마다 ‘군사기밀’을 운운하면서 관련 정보를 일부만 공개하고 있는데, 군사기밀보호법에서도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을 때’ 공개하도록 하고 있는 만큼, 그 공개는 필수적이다. 사고 시간대에만 열상감시장비 녹화기록이 없다고 하는 변명으로는 군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키울 뿐이다.
2. 근거없는 ‘북 공격설’부터 차단하고, 북풍 여론몰이 중단하라.
국방부는 사건 초기부터 외부 폭발로 인한 사고로 방향을 잡고 그 원인과 관련하여 북 공격의 가능성이 높다고 흘리다가, 최근에는 아예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스스로 “물증이 제한되기 때문에 원인이 영구미제가 될 수도 있다.”(김태영 국방장관), “간접적인 정황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김성환 외교안보수석)고 말하면서도 “북이 개입했을 경우 자위권 행사 등 검토”(김태영 국방장관)하고 있다느니, “북으로 밝혀지면 군사적 조치를 고민해야 한다”(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느니 하면서 치고 빠지기식의 정교한 북풍몰이를 점점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내장 파열 등의 부상자가 일체 없는 점, 물기둥이 없었던 점, 인양된 함수의 유리창이 멀쩡한 점, 스크루 끝이 진행방향으로 휘어진 점, 천안함 절단부위의 파괴정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점 등 외부폭발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정황들이 속속 지적되고 있다.
군 당국이 진상을 정확하게 밝히기보다 북 공격설을 앞장서 유포하고 있는 것은,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갖는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사건의 핵심인 이명박 정부와 군의 무능력을 최대한 감추기 위한 것임을 국민은 알고 있다. 선거전까지 ‘북 공격 가능성’을 띄워 안보장사를 하고, 그 후에는 영구 미제 사건으로 처리하려 한다는 국민적 의혹이 커지고 있는 것은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선거의 공정성을 위해서도 심히 우려스러운 일임을 우리는 강력히 지적한다.
최근 서울시경 사이버수사대는 천안함 사고 관련 각종 의혹설들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치 제 2의 미네르바 사건이라도 만들어낼 기세이다. 지금 객관적 사실 근거 없이 무책임한 의혹을 끊임없이 확대재생산 하는 것은 오히려 언론 보도의 탈을 쓴 조중동 등 보수언론과 한나라당, 그리고 익명의 뒤에 숨은 ‘정부 관계자’ 들이다. ‘북한 공격설’이 사실상 ‘정론’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세력이 거대신문권력과 공영방송이라 불리는, KBS이다. 직격어뢰, 버블제트, 스텔스잠수정, 스텔스어뢰, 인간어뢰설까지 등장해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들의 행태는 조장하면서, 그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처벌하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편파수사이며, 공권력을 동원한 북풍 여론몰이에 다름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선거용 안보장사가 자칫 진짜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북풍여론몰이, 무력보복 강경발언을 즉각 중단하라.
3. 이명박 정부와 국방부는 천안함 사고에서 확인된 무능함에 대해 분명히 책임져라.
사건 초기의 구조 활동은 해경이 하고, 침몰한 선체는 어선이 발견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정부와 군이 책임을 모면하는 데 급급해 우왕좌왕하는 사이 수많은 젊은이들이 희생되었다. 정부와 군이 신속하게 구조작업에 전념했다면 희생을 더 줄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군의 무능한 대응으로 인해 오히려 한주호 준위와 금양호 선원들까지 희생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천안함 침몰 사고 이후의 전반적인 대응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와 군의 총체적 무능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런 무능함에 대한 자기반성과 사죄는 전혀 하지 않고 ‘북풍몰이’, ‘군사적 보복’만을 선동하는 것은 자기의 과오를 덮기 위한 정치적 술수로 비춰진다는 점에서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허물고, 그 만큼 국가안보를 좀먹는 행태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이라도 당장 국방부장관, 합참의장, 해군총장 등 주요 책임자들을 해임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4. 미국은 확보하고 있는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
천안함 침몰 사고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가장 높은 곳인 서해 5도 북방한계선 접경지역에서 남측 호위함, 초계함, 고속정 등 13척의 함정이 동원되는 대규모 군사작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일어났다. 동시에 한미연합 독수리 연습이 서해상에서 진행되었으며 이 연습을 미 7함대가 지휘했다. 현재 평시작전통제권은 한국에 있으나, 한미연합연습의 계획과 실시, 한미연합 정보관리, 지휘통제(C4I) 상호운용성 등 6가지 핵심 권한은 연합권한위임사항(CODA)에 따라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위임되어 있다. 또한 한국해군전술자료체계(KNTDS)가 중앙방공통제소(MCRC)를 통해 미군과 연동되어 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사건 당시 서해일대의 군사적 상황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를 미국 측이 갖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나위조차 없다.
사건 발생 직후 주한미군 사령관이 직접 ‘북한군의 특이동향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이나, 미 국무부의 크롤리 공보차관이 ‘우리는 선체의 결함 이외에 다른 침몰의 요인을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은 것은 미국이 관련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관련 자료를 시급히 공개하여, 하루빨리 진상이 규명되도록 하는데 협조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는 당사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자,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길이다.
5. 조사단을 새롭게 구성하고 국정조사 등을 통해 단 한 점의 의혹도 없이 객관적 진실을 밝혀라.
천안함 침몰 사고에 대한 정부와 군의 대응에 대해 국민의 60%가 잘못대응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으며, 정부발표에 대해서도 45%가 ‘믿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24%만이 ‘신뢰한다’라는 답변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의 행태를 볼 때,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현재의 민군합동조사단은 조사대상 이어야 할 천안함 사고 관련 지휘관들과 핵심당사자들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는 구조이다. 이러한 체계에서 설령 파편을 찾았다고 발표한들, 그것이 조작되지 않았다는 보장도 없으며, 이를 국민과 국제사회가 진실이라 믿을 수도 없다.
따라서 국방부장관, 합참의장, 해군총장 등 무능한 군 당국의 책임자들을 즉각 해임하고 객관적 진상조사를 위해 민간 조사위원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여 새롭게 조사단을 구성할 것을 요구한다.
국회에서 진상조사를 위한 특위도 구성되었지만 지금까지 각종 은폐와 거짓발표를 해온 군과 정부의 태도를 봐서는 성과를 남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므로 실질적인 조사 권한이 있는 국정조사를 통해 객관적인 진실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
국방부장관, 합참의장, 해군총장 등 지휘 책임자들을 파면하라!
민간 조사위원의 권한이 강화된 새로운 조사단을 구성하라!
실질적인 조사권한이 있는 국정조사를 실시하라!
지방선거를 겨냥한 북풍 여론몰이 중단하라.
2010년 5월 4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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