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2015. 9. 18] 토론회_9.19 공동성명에 비춰본 한반도 평화협정과 비핵화 방안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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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공동성명 10주년 기념 토론회

"9.19 공동성명에 비춰 본 한반도 평화협정과 비핵화 방안"

때 : 9월 18일 오후 2시 /장소 :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 주최 : 참여연대, 평통사,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실

9.19 공동성명 10주년 기념토론회는 북한 핵보유국 선언 이후 변화된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협정과 비핵화 방안’,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비핵무기지대 상호관계, 담아야 할 내용과 틀’, ‘한반도 평화협정 체제․ 군사 동맹해체 문제․ 동북아 다자 공동안보체제’ 등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의 이론, 실천적 통일성을 높여 정세 대응력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습니다.

이날 토론회는 애초 기대했던 만큼 깊이 있는 토론이 전개되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발표를 맡은 이삼성 한림대 교수가 혼신을 쏟아 작성한 발제문과 토론자 및 청중들의 진지한 의견교환으로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토론 내용을 주제별로 간략히 소개합니다.

토론회 자료집 보기 http://www.spark946.org/renew/prog/bbs/board.php?bo_table=open_content&wr_id=78


이삼성 교수,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은 한국에게 남은 진정한 국가안보의 유일한 길이자 동아시아 공동 안보 구축의 출발점”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삼성 교수(한림대)는 <한반도 평화협정체제와 비핵화, 그리고 동북아 비핵무기 지대화 : 상호의존성의 인식과 연계의 비전>이라는 주제의 발표문에서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실패와 그 원인은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 실패의 본질에 대한 오해와 왜곡이 한국의 여론과 대북정책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한반도 평화협정의 위상과 관련하여 “북한의 핵무장을 평화적으로 해체하고 지속가능한 평화와 통일을 이룩하는 유일한 길은 남북미중이 한반도에서 군비경쟁이 아닌 평화체제 구성을 위해 노력하는 구체적 조치들을 약속하는 평화협정 체결 외에 다른 길이 없다. 한반도 평화협정은 한국에게는 유일하게 남은 진정한 국가안보의 길이며…동아시아 공동안보 구축의 출발점이자 시금석이다”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러한 이 교수의 관점은 평화협정 체결을 한반도 비핵화의 열쇠로 보는 평통사의 입장과 동일하고 종전선언으로 한반도 평화협정을 대체하거나 평화협정의 위상을 여러 대안들 중의 하나로 보는 시민사회의 일부의 입장과는 명확한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이날 토론자로 참가한 장용석 선임연구원(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도 10.4 선언에서의 종전선언은 평화협정 논의에 탄력을 부여하려는 취지에서 제안된 것으로,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으로 평화협정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 6자회담 재개와 비핵화 실현 전망

패널토론에 나선 이정철 교수(숭실대)는 솔직히 한반도 비핵화 실현 전망을 비관적으로 본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 교수는 이삼성 교수 발제에 대부분 동의하지만 북한 정권은 물론 우리 정부의 정책도 불투명한 측면이 있고, 미중관계의 이중성 등으로 볼 때 북핵과 주한미군을 동시에 인정하는 체제가 불가피한 현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이 교수에 이어 토론자로 나선 이태호 처장(참여연대)도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비관적으로 보는 이 교수 생각에 동의한다면서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9.19공동성명+@가 필요하다. (북핵 포기에 따른 보상이)균형을 이루려면 북한 로켓과 미국의 핵우산 문제를 6자회담 협상 의제에 포함되도록 이슈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했습니다.

임필수 실장(사회진보연대)은 “북한이 핵 폐기를 궁극적 목표로 할 것인가에 대해 미국 내에서는 아니라고 보는 시각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난관은 많고 평화협정으로 가는 길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사드와 같은 핵전쟁 무기체계의 도입, 한미군사 훈련 등을 막아내는 활동을 통해 상황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게 하는 것 이상 어떤 입구도 출구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삼성 교수는 “현실은 막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구조를 극복하고 다른 세계로 갈 수 있는 길은 평화협정 체결과 한반도 비핵화밖에 없다. 한반도의 핵무기는 민족 공멸의 자살무기이고, 평화통일에 근본적 장애를 조성하고 동북아 핵무장 경쟁을 확대시키며 동아시아 공동안보 구축에 장애를 조성하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는가? 하는 문제는 미국이 중국과 함께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구속력 있는 틀, 평화협정을 위한 노력을 진지하게 기울인다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협상에 응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은 절실한 과제” 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정철 교수와 이태호 처장의 주장은 한반도 비핵화․평화협정 체결의 상호관계, 평화협정에 담아야 할 대북 안전보장에 대한 제한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북핵 포기 불가론은 완전히 잘못됐다고 본다. 북한이 때론 핵 포기 불가 주장을 하지만 북한의 입장을 예단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부시정권 시절에도 한국 정부의 노력으로 9.19 공동성명 합의를 이끌어 냈다. 북한의 입장은 만나봐야 안다. 그래서 대화가 중요하다. 조건 없는 6자회담을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 뒤로 미뤄놓았던 북한 핵 포기 대신 제공해야할 조치들을(정치,군사, 경제적 보상) 앞으로 당기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고영대 대표(퍙통사)는 청중토론을 통해 “이태호 처장이 제안한 6자회담에서 북한 로켓, 미사일 문제로 의제 확장이 필요하다는 제기는 한반도 비핵화 논의도 쉽지 않은 상항에서 오히려 6자회담 재개의 문턱을 높이게 된다. 이렇게 6자회담  재개 문턱을 높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6자회담과 비핵화 실현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모순된 인식”이라고 꼬집었습니다.

● 군사동맹 해체 문제

박기학 소장(평화통일연구소)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이 관건인데, 이삼성 교수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한반도에서 핵무기 반입과 사용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평화협정에 명시해야 한다고 제기한 점은 매우 중요하다. 평통사가 제안한 평화협정 안을 보완 발전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박소장은 “발제자는 한미동맹의 전략적 절제를 주장하지만 동맹이 절제가 가능한가? 하는 점에서 형용모순이고 이러한 측면에서 발제자의 동맹에 대한 관점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이교수 발제문을 보면 동북아비핵지대화와 동시에 군사 동맹 해체를 제시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동북아비핵지대화가 한미동맹 해체의 전제처럼 되어 동맹 해체를 지연시키게 된다. 동북아 안보기구의 구성과 동북아 비핵지대화와는 독립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군사 동맹도 해체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교수는 “2003년에 선린우호와 군사동맹 사이의 중간단계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한미동맹의 유연화, 탈군사화를 제안 했었다. 그런데 탈군사화한 동맹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의식이 든다. 동맹은 한반도 평화협정체제 전망과 양립할 수 없지만,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개념에 대해서는 생각해봄직하다”고 답변했습니다.

● 한반도 평화협정과 비핵화, 동북아 비핵무기지대 조약의 상호관계

이삼성 교수는 “한반도 비핵화․평화협정과 동북아비핵무기지대화는 상호 의존적이며 긍정적 영향을 주지만 한반도 비핵화․평화협정 없이 동북아 비핵무기지대화는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 평화운동의 경우 한반도 평화협정에 대한 고민이 없기 때문에 동북아 비핵무기지대조약으로 한반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국의 평화운동이 일본 평화운동에 기대서 한반도 평화협정을 상대화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경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본 피스데포의 우메바야시 박사와 한국 평화네트워크 등이 제안한 동북아비핵무기지대론에는 핵공격과 재래식 공격으로부터의 안전보장을 모두 담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재래식 안전보장까지 들어간 비핵무기지대조약은 역사상 성립된 사례가 없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미국의 핵위협 해소 문제와 함께 재래식 공격으로부터의 안전보장을 담보하는 것은 평화협정 말고는 없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이야말로 동북아 비핵지대화, 동아시아 공동안보의 열쇠” 다고 밝혔습니다.

고영대 대표는 “이삼성 교수 발제문에 한반도 평화협정에 동북아 비핵무기지대 전망을 담아야 한다고 기술된 부분이 토론자들에게 평화협정에 비핵무기지대화가 들어가야 되는 것으로 오해할 여지를 준 것 같다. 5월 핵확산금지조약 대응과정에서 진통 끝에 평통사와 참여연대가 공동으로 작성하고 시민사회 연명까지 받았는데, 오늘 토론에서 이태호 처장이 합의한 내용과 다르게 ‘6자회담의 목표를 비핵지대화로 정식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유감”이라는 입장을 표했습니다.

고 대표의 제기에 대해 이교수는 “동북아 비핵지대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부분이 평화협정에 들어가면 북한이 핵 폐기 협상에 나설 의지가 생긴다는 측면에서 제기 한 것이지, 동북아 비핵지대 문제가 들어가야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오해의 여지가 없도록 추후 보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한반도 군비통제 문제에 대해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토론에서 “발제가 이상적인 기준과 목표를 제시한 점에서는 중요한데,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북 정권이 자살할 생각이 아니면 핵을 선제적으로 사용하겠나? 한미 당국이 북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 넣지 않는다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때문에 지금은 큰 전쟁보다는 남북간의 재래식 무기로 충돌하는 국지전 가능성이 크다. 평화협정 체결은 남북미중 4자 협정으로 체결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하루 속히 정전협정 체제를 해체하고 남북 간에 한반도 군사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기구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남북 주도로 한반도 군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제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청중토론 시간에는 장용석 선임연구원이 제안한 남북 간 군사관리기구에 대해 평화협정 당사자가 3자 또는 4자인데 군사관리기구를 남북한으로만 한정하는 것은 모순된 것이 아닌가, 핵문제와 WMD에 대해 오히려 미국에 평화협정 이행과 관리에 대한 책임을 면제 시켜줄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장연구원은 4자간 포괄적 협정아래서 남북 간에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해서 접근하자는 취지이며 재래식 군비의 통제와 관리는 남북 중심으로 하고, 대량살상무기나 핵문제 등은 4자, 다자 틀로 접근하자는 취지라는 답변이 있었습니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위해 밤을 새워가면서 120여쪽에 달하는 발제문을 모두 읽었다는 권정호 변호사는 토론회 말미에 “지금의 상황이 비관적이라고 많은 분들이 말씀을 하셨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 파괴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는 한 우리는 낙관을 가져야 하고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길을 우리가 만들어 가자”는 발언으로 참가자들의 공감어린 박수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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