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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8] 평화누리통일누리:::97호:: [특집-제주평화기행] 평화와 통일로 만난 제주 - 평통사 청년 청소년 회원들의 제주 평화기행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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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제주 평화기행

 

평화와 통일로 만난 제주

- 평통사 청년청소년 회원들의 제주 평화기행 -

정리  황윤미(서울평통사 사무국장)

 

 

제주 평화기행을 시작하며 /  8월 6일

이번 기행 참가자 가운데 석진, 정섭, 종현, 수진, 서진, 종환은 승합차 두 대를 몰고 하루 먼저 배편으로 제주로 향했다.   

퀸레인보우호 갑판에 발을 디디니 건너야 할 바다가 보였다. 척박하기도 했을 섬을 떠나 육지로 오기 위해 수많은 섬사람들이 건너왔을 바다를 우리는 반대로 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항상 바다를 그리워한다. 그 이유는 엄마 뱃속에서의 기억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기억을 거슬러서 남도의 역사와 오늘을 알아야만 했기 때문은 아닐까.

많은 사람들에게 관광지로 알려진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만들어온 역사에 대해서도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숙소로 정한 찜질방에서 하루를 마감하면서 내일 새로 만날 사람들과 보낼 하루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강정마을 / 8월 7일

본격적인 제주 평화기행의 시작 날. 숙소로 정한 강정마을 회관 앞에서 이번 기행에 함께하게 된 KEEP(Korea Exposure & Education Program/재미청년 현장체험단) 친구들을 만났다. 약간은 어색하고 약간은 설레는 마음으로 인사를 나누고 강정마을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강정마을 주민회의 고건일 운영위원께서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마을 근방에 있는 넷길이소는 강정마을을 비롯한 서귀포 일대에 물을 공급하는 1급 수원지다. 물이 깨끗해서 반딧불, 반딧나방, 장수하늘소 등 희귀한 곤충들이 많이 살고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넷길이소에서 하류 쪽으로 가면 벼락맞은 소(연못)가 나온다. 그 소에는 원앙이 약 500여 마리 정도 서식한다. 많을 때는 3천 마리 정도가 군락을 이룰 때도 있단다.

용암천은 강 하류지만 자갈이 거의 없다. 용암이 흘렀던 곳이기 때문이다. 용암천은 은어의 산란지이기도 하고 많은 민물고기들이 서식한다.

 

중덕바다에서는 해군기지 반대 농성장이 있었다. 길을 따라 내려가 처음 본 것은 평화를 상징하는 솟대였다. 농성장 한쪽 벽면에는 강정마을을 찍은 사진들과 응원의 글을 적은 나무푯말들이 걸려있었다. 그 푯말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응원하고 연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역시 소중한 마음을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걸었다.

강정마을을 돌아보고 온 후 저녁,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 문제에 대해 주민들의 얘기를 들어보는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는 강동균 회장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참여했다. 주민들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해군기지 건설을 하겠다는 당국의 결정에 반대하며 주민들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대략 주민의 75% 정도가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인 민주주의 사회에서 주민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이러한 정책을 진행시키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런 정부의 태도에서 우리는 평택 대추리와 용산, 그리고 무건리를 보았다.

 

무엇보다 이 해군기지는 한미동맹 때문에 건설하려는 것이다. 미국의 군사적 필요에 따라 한미동맹이라는 이름으로 건설되는 해군기지, 그리고 한미동맹 때문에 삶의 터전을 빼앗길 처지에 놓인 강정 주민들. 평화의 섬이란 이름이 부끄럽다.

해군기지 건설은 강정마을이나 제주의 문제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해결하고 지켜야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군기지가 건설되고 미군이 사용하게 되어버린다면 내륙의 미군 기지들을 비롯해 한국은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로서 전 국토가 운용될 것이고 한반도의 평화, 동북아의 평화, 통일의 길은 더욱 더 멀어지게 될 것이다.

강정마을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는 일은 강정 주민들의 일이기도 하지만, 평화를 소망하는 우리들 모두의 일임을 깨닫는다.  

 

4·3 항쟁 유적지 / 8월 7일~8일

 

제주 4.3평화기념관(7일)

첫 방문지는 4.3평화기념관이다. 이곳을 둘러보면서 4.3 항쟁을 개괄적으로 알 수 있었다. 기행에 오기 전 4.3 항쟁 공부를 하여 얼마나 많은 제주 도민들이 끔찍한 죽임을 당했는지 알기는 했지만, 이곳을 둘러보면서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특히 주민들이 숨어 있다가 몰살당한 동굴을 재현해놓은 전시실이나 억울한 죽음을 표현한 조각 작품을 보면서 슬픔을 느꼈다.

전시실의 마지막은 서글픈 역사에 우리가 대답할 수 있는 글을 적어 매달아 놓는 곳이다. 글을 적으며 우리들의 가슴에 진실과 평화를 위한 꽃씨 하나를 담았다. 시간이 모자라 평화공원을 둘러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제주에 가는 분들께 가보시라고 꼭 권하고 싶다.    

 

대평 포구와 화순항(8일)

오늘은 제주 민주노동당에서 일하는 김국상님이 설명을 맡아 주기로 했다. 대평 포구에 도착하니 햇살이 뜨겁다. 다행이 바람이 많이 불어 뜨거운 햇살을 조금은 견딜만 했다. 대평 포구는 경치가 예쁘고 좋았다. 여기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영화감독 장선호씨가 1년 가까이 해군기지 반대를 위해 천막시위를 한다고 한다.

1937년에 생겼다는 화순항은 6.25 당시 대형선박이 대기하는 곳이었다. 화순항에서는 산방산이 보이는데, 산방산 끝자락을 용머리라고 부른다. 산방산은 거북 모양처럼 생겼는데, 끝자락이 남자의 성기와 비슷해서 용머리라고 부른다는 설명을 들었다. 청년청소년 회원들과 KEEP 참가자들이 모두 재미있어 한다.

해군기지는 1987년부터 제주와 기나긴 악연을 맺고 있다. 맨 처음 해군기지로 거론된 곳이 바로 이 화순이었고, 화순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서 위미 마을로 옮겨졌다가 또 주민들의 반대로 현재 강정마을에 기지를 건설하겠다고 하는 것이란다. 기지건설을 막는 게 어려운 일일수도 있겠지만 주민들과 우리들이 힘을 합쳐 싸운다면 막지 못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곳을 둘러보는 중에도 화순 해수욕장 옆에서는 해병대가 훈련을 하고 있었다.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과 옆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병 훈련, 어울리지 않는다.

 

산방산의 연대(8일)

연대란 적이 쳐들어오면 연기를 피워 신호를 하는 곳이다. 따라서 잘 보일 수 있게 높은 곳에 연대를 만들기 마련이고, 때문에 연대에서 주위를 보면 아주 경치가 좋고 제주도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 산방산의 연대에 오르니 바로 앞에 마라도가 선명하게 보인다. 또 바람이 특히 많아 더위에 지친 우리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연대에서 바라보니 레이더가 보이는데, 1992년까지 사용된 이 레이더는 오키나와까지 정찰이 가능하다고 한다.

 

대정마을(8일)

대정마을 앞에서 기념비를 보았다. 이 기념비는 장두정신을 기리는 것이다. 장두정신이란 우두머리가 책임을 지는 것을 말하는데, 이 기념비가 기리는 장두정신의 주인공은 삼 의사다. 1901년, 외래문물을 받아들일 것을 반대한 대정마을의 좌익들이 카톨릭 신자들을 죽였고, 이들을 진압한 프랑스 군대가 책임을 묻자 3명-삼 의사-의 좌익세력 대표가 죽음으로써 책임을 졌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을 주인공으로 하여 만든 영화가 ‘이재수의 난’이라 한다.

 

일제시대의 비행장 격납고와 섯알오름(8일)

너른 들판에 군데군데 비행장 격납고가 보인다. 1940년대 일본군이 만든 이 격납고는 현재에는 감자를 보관하는데 사용한다고 한다.

격납고에서 얼마 가지 않아 섯알오름이 있다. 군경이 4.3 항쟁 당시에 이곳에서 주민들을 무참히 죽였는데, 그 후에 군인들의 통제로 시신조차 수습할 수 없었다. 무려 7년이 지난 후에야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는데, 그 때에는 몇 조각의 뼈와 검은 물만 있었다고 한다. 이미 세월이 너무 지나버려 누가 누구의 시신인지 알아볼 수 없었고, 할 수 없이 한 곳에 장사를 지내고 묘를 만들었는데 그 이름이 백조일손지묘다. 백 명의 조상에 한 명의 자손이란 뜻이다. 돌아가신 분은 너무나 많은데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으니 결국 한 곳에 묻을 수밖에 없었던 비참한 역사다.

 

평통사 청년, 청소년, 그리고 KEEP / 8월 7일~8일

 

KEEP과의 만남(7일)

7일, 우리들은 강정 마을회관에서 KEEP 청년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사람부터 어느 정도 소통이 되는 사람, 성 정체성이 다른 사람, 뉴욕,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등 지역도 다른 곳에서 모인 KEEP 청년들과 인사를 나누고, 함께 강정마을을 둘러보았다.

 

청년청소년 모임과 KEEP의 교류회(7일)

평통사 소개는 NPT 때 사용한 평통사 활동과 평화협정 운동영상, 만리포 투쟁 영상을 보면서 진행했다.

KEEP은, 뉴욕에 위치해 있는 재미동포 단체로 한국의 평화 통일을 위해 힘쓰고 있으며, 신세대 활동가 육성, 한국과 미국의 평화를 위한 활동, 한국사회 운동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하려는 곳이다. 다양한 성원들이 모인만큼, 한반도 통일, 미군기지 반대운동, 이민자 권익옹호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KEEP에는 노둣돌, 상록수, 호박, 이렇게 단체에서 참가했다고 한다.

청년 모임에서는 평택 미군기지 반대를 위해 지킴이로 활동한 종현이 소감을 발표했고, 강정마을과 한미동맹 문제를 주은이 발표했다.

즐거운 뒤풀이 시간. 평통사 청년청소년 회원들이 KEEP 청년들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조를 나누어 게임도 하고 술도 마셨다.(물론 청소년들은 음료수만 마셨다)

술잔을 기울이며 나눈 이야기는 평통사와 KEEP을 더욱 가깝게 했다. 서로 다른 나이, 문화, 성 정체성, 언어를 가졌지만 평화를 바라는 공감 하나로 우리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화순 해수욕장에서의 즐거운 시간, 그리고 헤어짐(8일)

4.3 항쟁 유적지를 둘러본 후, 화순 해수욕장에 가서 바닷물에 풍덩, 즐거운 해수욕을 했다. 바닷물 속 기마전에서 프로급 실력을 보이던 유미와 월산을 누르고 종현과 서진 팀이 이겨서 큰 환호성이 나왔다. 바닷물에서 나오니 종환과 실무자들이 맛있게 라면을 끓여준다. 미리 삶아 온 감자와 옥수수, 라면으로 허기를 달래고 강정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청년청소년들의 자체 프로그램을 위해 청년청소년 모임은 다른 곳에 숙소를 정했기 때문에 마을 회관 앞에서 KEEP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짧은 1박 2일이었지만, 그새 정이 들었는지 헤어지기가 무척이나 아쉽다. 서진, 민하, 정섭이 그동안의 소감과 인사를 말하고, 노둣돌, 상록수, 호박의 대표들도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인사말을 했다. 윤회악수를 하면서 우리들이 준비해 간 천연비누를 선물로 주었더니 너무들 고마워한다. KEEP이 갖고 온 노란 수건을 받기 위해 우리는 윤회악수를 한 번 더 해야 했다. 두 번째 윤회악수에서는 서로 포옹을 하기도 했고, 눈물을 글썽이는 친구도 있었다.

KEEP 청년들과 함께한 1박 2일은 우리들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었고, 우리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활동을 하는 한 이 청년들과의 만남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제주를 두고 떠나며 / 8월 9일

 

서귀포 면형의 집에서 숙식을 한 후, 부지런을 떨며 아침을 맞았다. 직접 준비한 김치찌개로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협재 해수욕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검은 현무암과 새하얀 모래와 조개껍질로 이뤄진 해변, 에머랄드빛 물빛까지 모두가 탄성을 지를 만큼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잠시, 협재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소나무 숲 그늘 아래에서 2박 3일, 3박 4일의 일정동안 서로 배우고 느낀 것들을 허심하게 이야기하였다. 청소년, 청년, 실무진까지 폭넓은 연령대와 다양한 지역의 차이를 넘어 오직,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한 마음으로 모인 우리들이었다. 마지막 소감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그러한 마음들이 더욱더 빛을 발했다.   

 

첫째 날부터 일일보고하며 글을 썼던 수진. 진로에 고민 많은 소녀에게 이 기행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KEEP 청년들과의 만남, 그리고 나눴던 통일이야기, 해군기지 건설 반대의 이야기까지 세상과 더욱 가까워진 것이 뿌듯하다고 했다.  

아빠의 제안과 비행기를 탄다는 설렘에 시작했다는 지윤. KEEP 청년들과의 게임이 가장 즐거웠다고 한다. 그 외의 많은 즐거움 속에서도 평화박물관에서 느낀 슬픔들을 지울 수 없다 한다.  

해수욕장에서 유난히 신나하던 승하. 오직 관광의 섬 제주가 아닌, 근현대사의 모진 역사를 지닌 제주임을 새로 알게 되어서 좋았다고 한다. 더불어 꽤 오래 걸어야 했던 올레길과 바쁜 일정들이 조금은 힘들었다고 솔직히 이야기한다.  

KEEP 청년들과 대화하는 재미에 푹 빠졌던 민하. 올레길 풍경이 너무 멋있었다고 한다. 걸으면서도 쉼 없이 셔터를 눌러대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KEEP 청년들과의 교류회 때  서로를 알아가며, 게임도 함께 하고 매우 즐거웠단다. 마지막 뒤풀이 때, 수능 D-100일 기념 이벤트가 아주 기억에 남는다며 고마워한다.   

이번 행사에서 스스로가 적극적이 못해서 아쉬웠다는 정민. 고등학교 졸업여행 때는 관광만 했었지만 어느새 청년이 되어버린 지금은 제주 4.3 항쟁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문제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KEEP 청년들과의 교류활동은 새로운 이들 속에서 즐거웠다고 하였다.  

평통사 청년청소년 제주평화기행 팀장 서진. 팀장이라는 책임감과 함께 신경 못써서 아쉬운 부분이 많았나 보다. 실무적인 일들, 바쁜 일정 속에서 서로 얘기를 많이 나누지 못한 것이 특히나 더 그렇단다. 그럼에도 어린 청소년들이 열심히 해줘서 또 무척이나 고마워했다. KEEP 청년들과의 만남에서 느낀 감동을 후에도 꾸준히 이어가자고 마무리를 한다.  

푸르른 바다가 마냥 좋았다는 종현. 제주도에 있다, 라는 것과 더불어 제주 4.3 항쟁 유적지를 둘러보는 것이 좋았다 한다. 첫째 날부터 인터넷 때문에 애먹었던 일일보고와 바쁜 일정들이 부담스러웠다고도 이야기하였다.  

향후에도 평통사 청년청소년 기행프로그램이 잘 되길 바란다는 주은. 3일 동안 많은 일들 속에서 많이 배우고 공부했다고 운을 뗐다. 제주의 세세한 역사를 알게 돼서 좋았다 한다. 조별활동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로 임하던 청소년이 너무 예뻤다고 한다. 그리고 KEEP 청년들과 나눈 많은 이야기, KEEP 친구들이 아주 고마움을 표해서 뿌듯했단다.

 

제주 평화기행에서 우리가 보고 느끼고 배웠던 것은 무엇일까? 그것이 서로 조금씩 다를 수는 있겠지만, 모두들 평통사라는 씨를 가슴에 뿌렸다는 것을 알 수는 있다. 제주 평화기행을 시작으로 평통사 청년청소년 모임이 무럭무럭 자라나갈 가능성을 보았고,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우리 청년청소년들의 숙제일 것이다. 물론 실무자들이나 다른 회원들의 아낌없는 격려와 지원도 있을 것이다.

얘들아~ 돌아오는 겨울 방학 때는 뭘 좀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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