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연장 결정에 대한 평통사 논평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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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일 지소미아의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키기로 했다”는 문재인 정권의 발표에 우리는 실망을 넘어 분노를 금치 못한다.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키기로 했다”는 말은 ‘연장’을 호도하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연장’을 ‘연장’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문재인 정권에 차라리 측은감마저 들 정도다.
2. 문재인 대통령은 불과 4일 전 ‘국민이 묻는다-2019(MBC, 2019.11.19)’라는 프로그램에서 전 국민을 상대로 “(일본이) 한국을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고 하면서 군사정보는 공유하자고 한다면 모순되는 태도이지 않겠느냐”며 종료를 기정사실화했고, 강경화 외교장관도 불과 이틀 전 국회 외교통상위에서 “일본의 태도 변화가 있지 않는 한 재고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공언하였다. 일본의 ‘모순되는 태도’에 털끝만큼의 변화도 없다. 수출규제 방침에도 전혀 변화가 없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일본 정부가 그저 대화에 나서겠다는 것밖에 없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얻은 것 없이 하루아침에 입장을 180도로 바꿔 한일 지소미아 종료에 찬성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뒤통수를 쳤으니 이제 어느 누가 문재인 정권을 ‘국민의 정부’라고 부르겠는가?
3. 문재인 정권의 이러한 납득할 수 없는 입장 급선회가 미국의 압력에 굴종해 나온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미국은 에스퍼 국방장관 등 행정부 고위 관료를 총동원해 한일 지소미아의 연장을 압박했다. 미 상원은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취소하라는 ‘결의안’까지 발의(2019.11.20)했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권이 한일 지소미아의 종료를 결정하면서 미국의 이러한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그 자체로 근시안적이고 무능한 정권임을 자인하는 것일 뿐이다. 일본 수출규제의 배경인 일제 강제노동에 대한 일본 기업의 보상 책임을 묻는 것은 한일청구권협정(1965)과 그 근거가 되는 샌프란시스코조약(1951)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미국 중심의 전후 질서에 대해 현상변경을 시도하는 것으로 미일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런데도 이 정도 압력에 강단 있게 대처하지 못하고 굴복하고 만 것은 문재인 정권의 일제 식민지배 청산 작업의 의지와 능력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수출규제도 풀지 못하고 한일 지소미아를 연장해 주고 말았으니 앞으로 일제 강제노동에 대한 아베 정권의 사죄와 배상은 도대체 어떻게 받아낼 것인가? 정권이 끝날 때까지 계속 종료 통보 효력 철회만 반복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4. 한편으로 미일의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 압력이 컸던 것은 그만큼 이 협정이 한국 방어가 아니라 미국과 일본을 방어하기 위한 것임을 반증한다. 한일 지소미아는 단순히 한일 간 군사정보 교류와 보호를 넘어서서 미국 주도의 한미일 MD와 군사동맹 구축을 위한 끌차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중국과 북한을 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한미동맹 위기관리 각서’ 개정으로 위기관리의 범위가 한반도 유사에서 미국 유사로 확장되면 한국 MD 전력이 미국을 공격하는 북중 ICBM을 요격하고 한국군이 미국이 개입한 인도·태평양 분쟁에 동원되는 것이 제도화된다. 한국이 미국을 겨냥한 북중 탄도미사일 요격에 나서면 한국은 북중의 선제(핵)공격 대상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한일 지소미아가 북중 탄도미사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한반도는 좁고 대부분 산악지대인 지리적 특성으로 탄도미사일 방어가 불가능에 가깝다.
이렇듯 한일 지소미아는 철두철미 한국을 희생양 삼아 미일을 지켜주기 위한 것으로,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도, 민족의 공존공영과 통일을 위해서도 체결되어서는 안 되었으며, 즉각 종료되었어야 했고, 일본의 수출규제가 풀리더라도 결코 연장되어서는 안 되는 협정인 것이다.
5.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를 주장하며 청와대 앞 단식투쟁을 전개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한일 지소미아 체결 1년 전에 이미 국회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2015.10.14)에서 한국 정부의 사전동의 없이 일본 자위대가 한국에 들어올 수 없다던 당시까지의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뒤집고 “부득이한 경우 일본이 우리와 협의하면 입국할 수 있다”며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상륙을 용인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한일 지소미아 연장을 촉구하며 단식투쟁을 전개한 황교안은 외세를 끌어들여서라도 동족과 싸우겠다는 자로 그의 단식투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의 민족적 정체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6. 한일 지소미아는 한국을 한미동맹에 더 깊숙이 얽어매는 족쇄와도 같은 것이다.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한일 지소미아를 종료시키지 못한다면 어떻게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남북 철도 연결 등 남북 경제교류협력에 나설 수 있겠는가? 어떻게 판문점·평양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에 나설 수 있겠는가? 문재인 정권의 대미 추종이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2019. 11. 23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대표 : 문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