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군축

[2021 국방예산 문제점 연속기고 ⑧] 북한 중형 핵잠수함 도입을 빌미로 한 남한 중형 핵추진잠수함 도입은 정당한가?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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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국방예산 문제점 연속기고 ⑧] 

 


북한 중형 핵잠수함 도입을 빌미로 한 남한 중형 핵추진잠수함 도입은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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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중형 핵잠수함 도입 계획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동안 설로만 나돌던 북한의 핵잠수함 도입 계획이 공식 확인된 셈이다. 북한이 이미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능력(북극성-1/3/4ㅅ)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북한이 도입하려는 핵잠수함은 핵추진잠수함에 핵탑재 탄도미사일을 장착한 전략핵잠수함(SSBN)이라고 할 수 있다. 

남한도 이미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시사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사업이기도 한 핵(추진)잠수함은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차세대 잠수함은 핵연료를 쓰는 엔진을 탑재한 잠수함”(2020.7.28.)이라고 공언한 데 이어 국방부가 2021~2025 국방중기계획에서 “무장 탑재능력과 잠항능력이 향상된 3,600톤급 및 4,000톤급 잠수함을 건조하겠다.”(2020.8.10)고 발표함으로써 김현종 2차장의 핵추진잠수함 도입 주장을 뒷받침하였다. 2021년 3월 해군에 인도될 3,000톤급 안창호함이 이미 재래식 SLBM 능력을 갖추고 있는 터에 잠항능력이 향상된 3,600톤~4,000톤급 중형 잠수함이란 바로 핵추진 중형 잠수함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잠수함 도입 공식화로 남한도 조만간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남북한이 잠수함 탑재 소형원자로 개발에 성공하고 남한이 핵연료를 도입할 수 있게 된다면 2020년대 중후반 이후에는 핵잠수함으로 맞서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는 북미 간 핵대결이 본격적인 핵대결―북한이 미국의 선제핵공격으로부터 자신의 핵전력을 방호할 수 있게 된다는 측면에서―로 바뀌고 남북 간 군사적 대결도 한층 격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핵잠수함 도입 사업의 중단을 국방부에 촉구하고 있는 평통사 회원

 

핵잠수함 방어는 핵잠수함으로만 가능하다? 

 

핵추진잠수함 도입론자들은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해야만 북한의 핵잠수함을 방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핵잠수함의 잠항능력을 절대화한 일면적인 주장이다. 핵추진잠수함이라고 해서 디젤추진잠수함보다 탐지·추적·공격 능력이 우수한 것이 아니며 디젤추진잠수함이 핵추진잠수함보다 탐지·추적·공격 능력에서 더 우위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핵추진잠수함 도입론자들은 유사시 북한의 SLBM 잠수함이 출항해 잠항에 들어가면 추적이 어려우므로 북한의 핵잠수함 기지 인근에 매복해 있다가 잠항 전에 탐지해야 하며, 이를 위해 장기간 잠항할 수 있는 핵잠수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핵잠수함은 선체와 소음이 커 매복 중 상대에게 먼저 탐지되어 피격될 가능성이 크다. 핵잠수함 중 소음이 작은 편에 속하는 미국의 로스앤젤레스급 핵잠수함도  소음이 120dB로 남한의 장보고-I(1,200톤)급 잠수함의 110~120dB에 비해 크다. 미국의 최신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은 95dB(장진호/정제령, 「북한 SLBM 위협에 대비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효용성 검토, 2017.8.21, 국방연구원)~110dB(서울신문, 2020. 10.16)로 디젤 잠수함보다도 소음이 작다고 하나 한국이 건조할 핵추진잠수함이 미국 수준으로 소음 수준을 낮출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오랜 핵잠수함 건조 역사를 보유한 러시아의 핵잠수함도 소음이 가장 작다는 델타-Ⅲ급 핵잠수함이 125dB이며, 심지어 중국 한급 핵잠수함은 140dB(정현균, 「점증하는 북한의 SLBM 위협에 대응할 원자력 추진 잠수함 자체 건조준비는?」. 『국방과 기술』, 2016.10)이나 된다. 따라서 북한의 핵잠수함을 감시하기 위한 매복 작전에는 소음과 크기가 작아 피탐 가능성이 적은 장보고-I급 잠수함이 핵추진잠수함보다 더 적합하다. 

또한 미 해군 자료에 따르면 잠수함의 탐지거리는 디젤은 129㎢, 핵잠수함은 259㎢ 정도에 불과하다(중앙일보, 2020.8.16.). 이는 남한 잠수함이 북한 SLBM 잠수함 기지를 정탐하기 위해서는 북한 영해 안에서 매복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영해 내 매복은 북한에 의해 피탐, 격침될 가능성이 크며, 국제법 위반은 도외시하더라도, 국지전이나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도 있어 결코 감행해서는 안 되는 위험천만한 작전이다.  

물론 핵잠수함은 추적 시 디젤 잠수함과 달리 스노클링―축전지 및 압축공기 충전, 함내 대기 순환 등을 위해 스노클 마스트를 수면 위로 올려 공기를 흡입해 발전기를 작동시키는 과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핵잠수함은 디젤 잠수함보다 회전 반경이 크고 소음도 더 커 상대에게 쉽게 탐지되는 등 추적에 불리한 단점이 있다. 따라서 핵잠수함이 디젤 잠수함보다 추적에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한반도 연근해에서의 수중작전은 항행 거리가 짧고 작전 기간도 짧아 2주간의 잠항 능력을 갖춘 장보고-II급(1,800톤)으로도 북한 핵잠수함을 탐지, 추적할 수 있어 굳이 핵추진잠수함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SLBM 대응 핵추진잠수함 도입 주장에 대한 비판적 검토』, 최일 예비역 해군 대령, 2016.10.12.).

핵추진잠수함 도입론자들은 또한 북한 핵잠수함이 한반도 남해나 태평양 쪽으로 진출해 남한을 탄도미사일로 공격하면 미사일 방어망(KAMD)을 무력화할 수 있으므로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해 북한 SLBM 잠수함을 추적,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도 현실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은 남한을 공격할 수 있는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600여 기나 보유하고 있어 작전에 제약이 큰 SLBM 잠수함으로 남한을 공격할 필요가 없다. 설령 북한이 SLBM 잠수함으로 남한을 공격한다고 해도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은밀성이 보장되고 위기 시 지상, 해상, 항공전력의 엄호를 받을 수 있는 러시아와 가까운 동해 등에서 작전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굳이 한·미·일의 대잠수함전력의 추적, 공격으로 생존을 보장받기 어려운 남해나 태평양까지 진출해 남한을 공격하는 무모한 작전을 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특히 북한의 핵잠수함은 미일의 대북 공격을 억제하고, 억제가 실패했을 경우 보복하기 위한 전략무기다. 따라서 이를 남한 공격에 사용함으로써 미일에 대한 유일무이한 지렛대를 상실해 버리는 전략적 오류를 범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상식 밖이다. 

나아가 핵추진잠수함 도입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정치적, 안보적 목표 추구를 어렵게 한다. 핵추진잠수함 건조/도입은 핵의 군사적 사용의 문턱을 넘어서는 것으로 남한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할 명분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다. 
또한 핵추진잠수함 도입은 핵폭발 장치의 이전/보유를 금지한 핵확산금지조약(NPT),  핵물질 이전과 군사적 사용을 금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협정, 농축 우라늄(20% 미만)의 군사적 사용 금지 등을 규정한 한미원자력협정 등 국제법에 어긋난다. 
이러한 사실은 남한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은 미국에 엄청난 반대급부를 제공할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반대급부로는 한미동맹위기관리각서 개정, 미국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남한 배치, 방위비분담금 대폭 증액 등을 예상해 볼 수 있다. 그 어떤 것이든 대미 종속 가중과 국익 훼손을 불러올 뿐이다.  

아울러 핵추진잠수함 도입은 잠수함 탑재 소형 원자로 사고에 의한 인명 피해, 디젤 잠수함의 2~3배에 달하는 도입 비용, 개발/도입 실패에 따른 예산 낭비 등의 리스크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렇듯 핵추진잠수함이 디젤 잠수함보다 북한의 핵잠수함 방어에 유리하다는 주장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또한 한반도 비핵화 명분 상실,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비경쟁,  국제사회의 비난, 대미 종속 가중, 예산 낭비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도입을 강행해야 할 그 어떤 군사적·안보적·외교적 효용성도 없다. 

 

▲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 국정감사에 즈음하여 핵잠수함 도입 사업의 중단을 촉구하는 평통사 회원들

 

대북 잠수함 전력의 열세로 중형 (핵추진) 잠수함의 도입이 필요하다? 

 

핵추진잠수함 도입론자들은 북한의 핵잠수함이나 재래식 SLBM 잠수함뿐만 아니라 대남 비대칭 우위의 북한 잠수함 전력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중형 (핵추진) 잠수함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많은 전문가와 언론도 북한 잠수함 전력의 대남 우위를 당연시한다. 아니다. 남한 잠수함 전력이 오히려 우위에 있다.  

남북한이 보유한 잠수함정은 25 : 73척(『2019 밀리터리 밸런스』)으로 북한이 약 3배 우위에 있다. 그러나 북한 보유 잠수함정은 70%가 300톤 미만의 잠수정으로, 잠수함(300톤 이상)으로만 한정하면 북한은 신포급(2,000톤) 1척, 로미오급(1,800톤) 20척, 상어급-Ⅱ(320톤) 2척 등 23척으로 남한의 장보고-III급(3,000톤) 1척, 장보고-II급(1,800톤) 9척, 장보고-I급(1,200톤) 9척 등 19척과 별 차이가 없다. 

남한 잠수함의 총 톤수는 약 3만 2,375톤으로 척당 평균 톤수는 약 1,700톤이다, 북한 잠수함의 총 톤수는 약 4만 9,900톤으로 척당 평균 톤수는 약 690톤이다(『Jane's fighting ship 2018~2019』 등 참조). 남북한 잠수함 간 톤수의 격차는 탑재 탐지장비와 무장 등에서 남한 잠수함이 그만큼 질적 우위에 있다는 것을 함의한다.  

이에 따라 질적 측면에서 남한 잠수함은 북한 잠수함을 압도한다. 북한의 로미오급 잠수함은 1930년대에 설계된 구형 잠수함으로 1973년 중국에서 2척을 들여와 1976~1995년에 자체 건조한 잠수함으로 2000년대 이후 개량되었다고는 하나 7~80년대에 도입된 것 중 상당수는 성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990년을 전후해 도입한 상어급-Ⅰ/Ⅱ 잠수함정과 최근까지 생산된 것으로 알려진 연어급 잠수정 등은 공격용보다는 침투·수송용으로 남한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반면 남한의 장보고-III급 안창호함은 2021년대 3월에 해군에 인도 예정인 최신예 잠수함이며, 주력함인 장보고-II급 잠수함은 2006~2017년에 취역한 신예 잠수함이고, 장보고-I급 잠수함도 1993~2000년에 취역한 비교적 신형 잠수함으로 기동성, 잠항 능력, 은밀성, 무장 등 모든 작전 성능에서 북한 잠수함정을 압도한다. 
 
먼저 기동력을 보면 남한 잠수함의 수중 속도는 장보고-I이 21.5노트, 장보고-II가 20노트, 장보고-III는 20노트인 데 반해 북한 잠수함은 고래급(신포급)이 10노트, 로미오급이 13노트, 상어급-Ⅰ이 8.8노트, 상어-II급이 13노트로 남한 잠수함이 훨씬 빠르다. (『Jane's fighting ship 2018~2019』)

또한 남한의 장보고-II/III급 잠수함은 AIP(공기불요체계)를 탑재해 2(장보고-II)~3주(장보고-III) 동안 잠항(4노트 기준)할 수 있어 탐색·추적·생존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했다. 그러나 북한의 로미오급 잠수함은 AIP를 장착하지 않아 공기 흡입을 위해 하루에 2번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하며, 따라서 남한 해역에서 작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 북한이 잠수함에 AIP 탑재 능력을 갖췄다는 보도가 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2000년대 들어 개량한 로미오급 등에 AIP 체계를 탑재했을 수도 있으며, 이에 따라 작전반경이 늘어났을 수도 있다. 

탐지와 공격 능력에서도 남한 잠수함은 북한 잠수함정을 압도한다. 북한 주력 잠수함로미오급과 남한의 주력 잠수함 장보고-II급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는 확연하다. 
로미오급 잠수함은 능동 소나 pike jaw(탐지거리 3.7km), 수동 소나 Feniks(탐지거리 18.5km) 등 구형 탐지장비를 탑재하고 있으나 장보고-Ⅱ 잠수함은 STN Atlas Elektronik DBQS-40 패시브 소나(탐지거리 44km), 측면배열소나(탐지거리 74km), 예인형 수동 소나(탐지거리 74km), 기뢰탐지용 능동 소나(탐지거리 0.9Km) 등 다양한 신형 탐지장비를 탑재하고 이를 CSU-90 음탐체계로 통합함으로써 장보고-Ⅱ 잠수함이 로미오급 잠수함보다 2차원 높은 탐지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로미오급은 533mm 어뢰 발사관 8문, 사거리가 13~15km이고 탄두 중량이 300~400kg인 SEAT-60 중어뢰 14기, 28기의 기뢰를 공격무기로 장착하고 있으나 장보고-II는 533mm 발사관 8문, 사거리가 30km이고 탄두 중량이 370kg인 K-731 백상어 중어뢰, 사거리가 28km이고 탄두 중량이 260kg인 SUT Mod 2 중어뢰, 사거리가 140km이고 탄두 중량이 220kg인 UGM 84 하푼 잠대함 미사일, 해성-3 잠대지 순항미사일 등 보다 다양한 공격무기를 장착하고 있으며, 신속한 재장전 장치를 갖추고 있고 이를 ISUS-90 지휘 및 무장체계를 통해 통합함으로써 3차원 높은 공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남한의 장보고-Ⅲ는 탐지, 공격 능력에서 장보고-II를 능가하며, 장보고-Ⅰ는 장보고-II에 버금간다.  

센서, 무장, 지휘 및 무장 통합 체계에서 북한 잠수함에 일방적 우위를 누리고 있는 남한 잠수함은 교전 시 북한 잠수함을 먼저 보고 더 먼 거리에서 쏠 수 있다. 따라서  북한 잠수함정의 남한 수상, 수중함에 대한 공격은 매복, 기습 등 외에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남한 수상함·수중함·항공전력의 우수한 탐색·정찰 능력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북한 잠수함정의 남한 해역에서의 작전은 소음이 매우 크고 잠수 깊이가 낮아 동해나 서해로 남하할 경우 남한 초계함, 호위함, P-3C, P-3CK, P-8A 대잠 초계기, 수중 집음 장치 등으로 대부분 탐지해 낼 수 있으며, 남한 해상/공중전력의 폭뢰 등의 공격에 취약(국방일보, 2014.3.30)해 생존이 어렵다. 

이렇듯 북한 잠수함 전력이 대남 우위에 있다는 주장은 과장되고 허구적인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 잠수함 전력을 부풀려 3,000~4,000톤급 중형 잠수함을 9척이나, 그것도 일부를 핵추진잠수함으로 도입하려는 것은 과도한 전력 증강이다. 더구나 SLBM을 6~10기나 장착할 수 있는 초공세형으로 도입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다. 남한은 함대지 능력 외에도 지대지, 공대지 공격 능력을 넘치도록 보유하고 있다. 

 

▲  핵잠수함과 항공모함 도입사업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는 평통사 회원

 

다양한 해양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중형 (핵추진) 잠수함이 필요하다? 

 

김영삼 정권에서 중형 잠수함 소요가 처음 제기됐을 때 그 명분은 냉전해체로 북한이 붕괴할 경우 북한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중국과의 군사적 분쟁 가능성에 대비해 중국 핵심지역에 대한 전략적 공격 능력을 갖춤으로써 중국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하자는 데 있었다(『밀리터리 리뷰』, 2011.6.21.). 상호불가침 등을 천명한 ‘한중 수교 성명’ 채택(1992.8.24.)과 수교로 한중 관계가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시기에, 그것도 ‘북한 붕괴론’이라는 비현실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정세 판단에서 소요가 제기된 것이 다름 아닌 중형 잠수함이었다. 

따라서 중형 잠수함 사업은 북한의 건재가 확인되고 한중 협력과 남북관계가 본궤도에 오른 김대중, 노무현 정권하에서 폐기되었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김영삼 정권의 중형 잠수함 사업을 계승했으며, 특히 노무현 정권은 자주국방과 대양해군 건설을 강조하며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함께 중형 잠수함을 아예 핵추진잠수함으로 도입하고자 했다. 노무현 정권의 핵추진잠수함 도입 계획은 미국의 견제로 좌초했으며 대양해군론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 발발에 따른 이명박 정권의 북한 위협 우선 대응론에 밀려났으나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자 다시 살아나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 직접 중형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챙기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해양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중형 잠수함 도입이 필요하다는 해군 주장은 허구다. 해군이 해양 위협으로 드는 것 중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나 비국가 행위자에 의한 해상수송로 위협이다. 

미국은 해상수송로를 위협할 수 있는 나라로 중국을 상정하지만 중국도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로 해상수송로를 차단할 까닭이 없다. 실제로 지금까지 한 번도 해상수송로가 차단된 적이 없다. 중국이 실제로 해상수송로를 차단한다면 이때는 한국이 아무리 원양해군을 양성해도 이를 돌파할 수 없다. 국방비가 우리의 4배 이상인 중국을 상대로 해군력 우위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 해군이라고 해도 연, 근해에서 싸우는 중국 해군을 무력화할 수 없다. 한국도 이란의 한국 유조선 나포에 군사적으로는 속수무책이지 않는가? 

비국가 행위자가 해상수송로를 차단할 가능성은 더 낮다. 비국가 행위자가 해상수송로를 차단할 정도의 해군력을 갖춘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군은 또한 독도나 이어도 등에서 주변국들과 분쟁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중형 (핵추진) 잠수함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 수역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중형 (핵추진) 잠수함으로 대응하는 것은 이 수역을 군사적 대결장이 되게 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비난과 고립을 자초하게 된다. 일본이 독도를, 중국이 이어도를 군사적 힘을 동원해 점령한다면 이는 오히려 정치적 패착이 될 것이다. 이 수역 분쟁은 어디까지나 정치·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렇듯 해양수송로 위협과 독도나 이어도 대응을 명분으로 한 중형 (핵추진) 잠수함 도입 주장은 해양 위협을 왜곡, 과장하는 무책임한 주장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패권 전략과 중국 대결에 동원될 위험성 

 

미국은 중국의 패권 도전을 막기 위해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에 공을 들이는 한편으로  미국·일본·인도·호주 중심의 콰드와 여기에 한국 등을 결합시킨 콰드 플러스라는 지역 다자 집단방위체(군사동맹)의 구축을 꾀하고 있다. 바이든 정권하에서도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지역 다자 집단방위체 구축 시도는 계속될 것이며, 한국과 일본의 군사력이 그 중심 전력으로 되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에 미국 국방정보국 출신 브루스 벡톨 미국 엔젤로 주립대 교수는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는 특히 해군력을 동원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미국이) 도련선을 앞세워 해양 패권을 장악하려는 중국에 홀로 맞서기는 어렵다“면서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최고의 조선 역량을 갖고 있고 선진화된 해군력을 가진 한국 등에 참여를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VOA, 2019.10.10.).

해군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신북방 정책이 구현되도록 강력한 힘으로 뒷받침할 것”이라며 신남방정책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복속시키고 있다. 따라서 중형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원될 가능성이 크며, 그 칼끝은 중국을 향하게 된다. 
 


미국 방어에 동원될 위험성 

 

중형 (핵추진) 잠수함은 미국 방어에 동원될 수도 있다. 미중, 북미 유사시 중형 (핵추진) 잠수함의 미사일 발사 능력으로 중국의 ICBM 시설 등을 타격함으로써 미국 방어에 동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보고-III 중형 잠수함은 사거리 800km의 탄도미사일과 사거리 1,000~1,500km의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전략무기다. 한국 수역에서 발사하더라도 중국 동북부 지역의 ICBM 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 또한 양안 유사시 미국은 주한미군을 물론 한국군의 개입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때 중형 (핵추진) 잠수함의 미사일 능력은 중국군 공격과 미군 방어에 긴요할 것이다. 

이는 단지 가능성에 머물지 않고 현실로 될 수 있다. 미국은 현 ‘한미동맹 위기관리 각서’를 개정해 적용 범위를 ‘한반도 유사시’에서 ‘한반도 및 미국 유사시’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52차(2020) 한미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11항)에 “2020년 말까지 ‘2016 위기관리 합의각서’를 최신화해야 할 필요성에 주목했다.”라는 내용을 관철시킴으로써 각서 개정에 한 발 더 다가갔다. 만약 각서가 개정되면 한국은 미중 유사시 미국을 공격하는 중국을 공격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군사적으로 중국과 적대하게 되는 것이다.  

중형 (핵추진) 잠수함의 잠항 능력과 미사일 능력은 중국에게 가장 위협이 될 것이다. 특히 중형 잠수함은 일정 규모의 특수부대를 탑승시킬 공간도 확보하고 있어 은밀히  기동한 후 중국 전략 시설에 특수부대를 침투시키는 전략무기로도 활용될 수 있다.  

요컨대 중형 (핵추진) 잠수함은 한국 방어에는 효용성도 없이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과 대중 대결 및 미국 방어에 동원됨으로써 도리어 안보를 위태롭게 할 전력이다. 

 

▲  핵잠수함 도입사업의 중단을 촉구하는 평통사 회원

 

동북아 군비경쟁과 국방예산 폭증이 우려된다. 

 

중형 잠수함 도입 사업은 최소 10조 원을 웃도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된다. 만약 중형 잠수함을 핵추진잠수함으로 건조하면 그 비용은 훨씬 늘어나게 된다. 중형 잠수함 도입에 7,000~8,000억 원이 드는 반면 동급의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데는 2배 이상의 비용이 든다.   

한국 해군의 기동전단을 기동함대사령부로 승격시키기 위해 중형 (핵추진) 잠수함 등을 도입하는데 드는 비용은 실로 엄청나다. 중형 (핵추진) 잠수함뿐만 아니라 대형 구축함, 차기 한국형 구축함 등 대형 수상함에 항공모함까지, 2개 기동전단을 편성하는 데 드는 비용은 장착할 무기체계 도입 비용까지 포함하면 30조 원을 훨씬 상회한다. 재래식 전력에서 대북 압도적인 우위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소위 주변국 위협을 명분으로 한 대대적인 전력 증강으로 남북 간 재래식 전력 격차가 커지면 커질수록 북한은 더욱더 핵 능력 강화에 나서게 될 것이며, 일본도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가세하게 될 것이다.  

이에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간 신뢰 구축과 동북아 군비경쟁을 막기 위해서는 재래식 전력 증강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하며, 군사 분야 합의서의 충실한 이행은 그 전제로 된다. 이를 위해 52.8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액수의 국방예산부터 줄여야 한다. 그러자면 남한 방어에서 군사적 효용성도 별로 없고 오히려 안보를 위태롭게 할 뿐인 중형 (핵추진) 잠수함 도입 사업부터 폐기해야 한다.  

 

※이상은 오마이 뉴스 기고문 원문 입니다. 

 

◎ 2021 국방예산 문제점 시리즈 보기

[2021 국방예산 문제점 연속기고 ①] 천정부지로 치솟는 국방예산, 대대적인 삭감이 필요하다!
[2021 국방예산 문제점 연속기고 ②] 과감한 장성 감축 요구되는 2021년 국방예산
[2021 국방예산 문제점 연속기고 ③] 법적 근거 없는 올해 방위비분담 예산집행
[2021 국방예산 문제점 연속기고 ④] 항공모함은 불필요한 과잉전력, 도입을 즉각 중단해야! 
[2021 국방예산 문제점 연속기고⑤] 미군이 오염시킨 땅 왜 우리 세금으로 치유해야 하나?
[2021 국방예산 문제점 연속기고 ⑥] 특혜 중의 특혜, 군인연금 개혁 더 미룰 명분 없다!
[2021 국방예산 문제점 연속기고 ⑦] 국방부 직할부대 해체로 예산 절감하고 군 상부조직 간소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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