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4/2] [연합뉴스 보도자료] 권영길의원, 한미 간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 비준동의안 반대토론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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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의원실] 권영길의원, 한미 간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 비준동의안 반대토론
[연합뉴스 보도자료 2007-04-02 17:05]
국회의원 권영길(민주노동당)
존경하는 임채정 국회의장님,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 창원을 출신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권영길입니다.
저는 지금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 제5조에 대한 특별조치에 관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협정', 약칭 '한미 간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의 비준동의안을 국회가 동의하지 않기를 요청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정부는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의 국내 절차 처리과정에서 관행처럼 심각한 헌법훼손을 행해왔으며, 국회는 지금까지 그 관행에 대해 침묵으로 방조해왔습니다.
동료의원 여러분!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비준동의의 반대는 내용 상의 문제를 바로잡을 뿐만 아니라, 정부와 국회가 훼손한 헌법절차의 민주적 복원, 나아가 바람직한 한미동맹의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국이 주한 미군 방위비를 분담한 것은 1980년대에 미국이 주한미군에 대한 재정적 부담을 우리에게 요구하여 1991년부터 시행되었으며, 분담액은 한미 간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을 통해 정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6차례의 특별협정 체결이 있었으며, 5차까지는 국방부가, 2005-6년도를 위한 6차 협상과 이번 2007-8년도를 위한 7차 협상은 외교통상부가 협상을 담당해 왔습니다.
방위비분담금은 한미 간 특별협정에 따라 책정되기 때문에, 협정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만 정부예산 지출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됩니다.
국회는 정부예산에 대한 심의확정권을 헌법 54조1항을 통해 보장받고 있습니다. 또한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은 국민 혈세를 부담 지우는 조약이기 때문에 헌법 60조1항은 국회의 동의를 법적 효력의 필요조건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특별협정의 비준 동의안을 심의도 하지 않은 채 지난 12월 주한미군에게 지급할 방위비분담금 7,255억원을 책정해버렸습니다. 그래서 아직 국회가 비준동의를 하지 않고 있는데도 방위비 분담금 일부를 지급해야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정부는 방위비분담금을 지난 11월에 요구하였으나, 막상 분담금 협정체결일은 2006년 12월 22일이었습니다. 또한, 본회의에서 방위비분담금 예산안을 통과시킨 날은 12월 27일이었으나, 협상을 담당한 외교통상부가 국회에 비준 동의안을 제출한 날은 12월 29일이었습니다. 중요한 절차들이 누락ㆍ뒤바뀌면서, 국회는 법적 근거 없는 예산을 심의확정하였고, 정부는 이를 조장한 것입니다.
결국, 정부는 협정체결 전 국회에 법적 근거가 없는 방위비분담금 예산심의를 요구하여, 헌법 제54조1항의 국회의 예산심의확정권을 침해하였고, 국회 또한 작년 겨울 비준동의안을 처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방위비분담금 예산을 책정하여 헌법60조1항의 비준동의권을 스스로 제한하였습니다.
실체도 없고 합법적이지도 않은 수천억원의 예산이 정부와 국회의 상호묵인 하에 확정된 것은 명백한 헌법위반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와 같은 헌법훼손 사례가 지속적으로 반복되었고, 국회는 이에 대해 매번 형식적인 지적만 해왔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관례적으로 헌법훼손을 반복해왔으며, 국회 역시 정부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묻지 않고 소극적으로 방관해 왔다는 것 입니다.
이번 방위비분담협정은 절차상 문제만이 아니라 내용상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방위비가 부적절하게 증액됐고 분담금이 부당하게 전용되게 돼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미국 측이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부족분으로 제시한 451억원을 근거로 2006년에 비해 6.6%를 증액시킨 7,255억원의 분담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감축으로 한국인 노동자의 수는 오히려 500명 정도 자연감소 하였고, 국방부는 이 사실을 국회에 보고까지 한 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방위비 분담금은 당연히 줄어야 하는데 오히려 증액되었습니다.
또한, 특별협정에 방위비분담금의 사용목적이 인건비분담, 대한민국이 지원하는 건설, 연합방위력증강사업 및 군수비용분담 항목으로 한정되어 있으나, 벨 주한미군 사령관은 방위비분담금의 50%를 미2사단 기지이전비용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미국은 방위비분담 특별협정과 연합토지관리계획에 관한 한미간 협정, 즉 LPP협정까지도 위반하려 하고 있습니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본의원이 방위비 분담금이 부당한 사용, 즉 미2사단 기지이전비용 전용 가능성을 지적했는데도 정부는 완강히 부인하고 묵살해 왔다는 것입니다.
매년 수천억원씩 지불하는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우리 정부는 여하한 감사 혹은 검증제도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주한미군이 방위비분담 협정을 벗어나 임의로 분담금을 사용하더라도 속수무책인 것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이 바로 서지 않으면 '바람직한' 한미동맹은 불가능합니다.
동맹은 국가 대 국가 간의 협력체제입니다. 국가는 헌법을 머릿돌 삼아 유지됩니다. 헌법이 무시되면서까지 유지되는 국가 간 동맹은 동맹이 아니라, 종속입니다.
방위비분담금과 관련한 정부와 국회의 헌법 절차 위반과 상호 묵인은 우리 국회가 스스로 일정에 쫓겨 한미동맹을 대미종속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합니다.
국회의원 여러분, 또다시 관행적 헌법훼손을 묵인하면서 이 비준동의안을 이번 국회에서 처리한다면, 국회는 헌법위반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이 비준동의안은 협정문 3조에 국내절차의 완료와 함께 그 효력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으며, 또한 5조에 상호합의하에 수정이 나 개정이 가능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헌법을 준수하는 국회라면, 한미간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의 비준동의안을 오늘 성급히 처리하기보다는 내용상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절차상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청문회 등 보다 심도깊은 국회의 심의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향후 책임있게 비준동의안을 처리해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끝)